공동창업자 이상영(가운데 앉은 이)·홍성훈·최영수·권태종(시계방향)씨와 농업법인 자야에서 생산하는 송이향표고버섯

경기도 일산에 사는 홍성훈씨는 제일기획에서 23년 근무한 억대연봉자였지만 정작 본인은 격무와 스트레스로 삶의 재미를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그러던 중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주말농장에서 그는 잃어버렸던 ‘삶의 재미’를 다시 찾았다.

삼성동 모 법무법인에서 사무장으로 일하는 이상영씨에게 농사는 아픈 기억 중 하나다. 전남 보성의 허름한 촌락에서 태어난 그가 공부에 매달린 것도 그저 그런 촌부의 삶을 벗어던지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도시에서의 삶은 그에게 변호사 사무장과 부동산전문가라는 직책을 선사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그의 발걸음은 다시 농촌을 향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에서 12년간 근무한 최영수씨는 농촌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전형적인 ‘도시남’이다. 도시화의 상징인 서울 강남에서 학창생활을 보낸 그에게 농업은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잿빛 건설현장을 뒤로 하고 선진화된 녹색 농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선박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권태종씨는 얼마전까지 부산에서 태어나 선박관리회사 한진에스엠을 다니고 있었다. 평생을 바다만 보고 살아온 탓에 앞으로도 바다와 운명을 같이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시간이 갈수록 매너리즘만 쌓여가는 자신의 일상을 봤다. 그리고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농촌으로 갔다.

지난 8월 농업법인 자야 공동 설립

태어난 곳도 제각각이고 지금까지 해온 일도 다른 이들 4명이 과감하게 귀농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녹색혁명에서 또 다른 성공을 찾아내겠다는 일념 때문이다. 지난해 한 귀농교육기관에서 만난 이들은 1년간 다양한 농업 교육을 받은 후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하고 의기투합했다. ‘자연이 키운 야채’라는 뜻을 가진 농업법인 ‘자야’는 지난 8월30일 이렇게 탄생했다.

자야는 지난 10월 설립 두 달 만에 충남 천안에 위치한 송이향표고버섯 재배단지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직영농장 체제를 갖췄다. 경남 거창에서는 딸기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역할은 구분하되, 경영은 철저하게 공동경영 방식이다. 29세로 막내인 권태종씨가 대표를 맡고 38세인 최영수씨는 영업, 50세 동갑내기 홍성훈, 이상영씨는 마케팅, 기획 등을 담당하고 있다.

“저는 4대째 서울에서 살아온 서울 토박이에요. 대학 졸업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 계열 건설사에서 일했는데, 솔직히 대기업에 다닌다는 건 추석, 설날에 사람들 만날 때만 좋은 거예요. 지금은 회사 다닐 때보다 6~7시간은 더 일하지만 마음만은 편합니다.”(최영수 이사)

자야는 이제 막 출범했지만 설립하기까지 1년 동안 준비기간을 뒀다. 귀농교육기관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여러 작목을 살핀 결과, 권태종 대표는 거창 비닐하우스에서 하이베드 농법으로 딸기를, 나머지 3명은 충남 천안에서 송이향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다. 권 대표가 딸기 재배를 위해 선택한 하이베드 농법은 흙을 담은 스티로폼 박스를 땅에서부터 일정 정도 띄어 재배하는 농법이다. 때문에 하이베드 농법 딸기는 땅에서 키우는 것보다 수확시기가 빠르고 값도 비싸다. 1983㎡(600평) 면적의 땅에 비닐하우스 3동과 딸기 구조재, 장비 등을 구입하는 데 대략 1억원이 들어갔다.

“딸기를 선택한 이유는 1년 만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작목이기 때문이에요. 실패를 해도 이듬해 다시 도전하면 되니 저 같은 초보 귀농자에게 이상적인 작목이죠. 요사이 블루베리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실제 작황을 거두려면 3~5년 정도 필요해요. 투입된 비용도 많고요. 그리고 제 주변에 딸기 싫어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그만큼 수요층이 넓은 데다 고급 과일이기 때문에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도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을 거라고 봤습니다.”(권태종 대표)

최영수, 홍성훈, 이상영 이사가 송이향표고버섯을 선택한 것도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키우는 송이향표고버섯은 갓은 일반 표고버섯, 몸통은 송이버섯 맛을 내는 품종이다. 자야의 표고버섯 농장은 지하수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천안에서도 물 좋기로 유명한 신방동에 자리 잡고 있다.

“2843㎡(860평) 면적의 이 농장을 가꾸신 분도 선배 귀농자셨어요. 건강상 문제가 생겨 저희한테 파셨는데, 참 좋은 기회였죠. 그리고 무엇보다 저하고 버섯하고 습성이 잘 맞아요. 버섯은 통풍을 잘해줘야 하고 직사광선을 쬐어선 균이 금세 다 죽어버립니다. 온도도 18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줘야 하기 때문에 더운 걸 싫어하는 저하고 딱 맞는 거 같아요.

그리고 요즘 이 녀석들이 진짜 살아있는 생명인 것을 느껴요. 좋은 음악 틀어주고, 버섯을 딸 때 말 한마디라도 다정하게 해주면 크고 좋은 버섯이 나오거든요.”(최영수 이사)


송이향표고버섯


최 이사는 지난 9월30일부로 사표를 내고 현재는 천안 농장에서 24시간 생활하며 버섯 채취부터 포장, 판매까지 모두를 담당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가족들과는 따로 떨어져 생활하지만 내년께 농장이 내려다보이는 주변 아파트로 이사 올 생각이다. 홍성훈 이사는 경기도 고양시의 한 대형 주말농장도 별도로 관리하는 탓에 틈날 때마다 천안 농장에 내려온다. 이상영 이사도 조만간 사표를 내고 본격적으로 농장 운영에 뛰어들 계획이다.

성공적인 귀농을 위해서는 가족들의 동참이 필수다. 귀농·귀촌 후 실패하고 도시로 돌아가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귀농자와 가족 간 불화 탓이다. 귀농자 본인과 달리 가족들이 농촌생활을 적응하지 못하면서 가족 간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농사짓는 데 반드시 필요한 3W가 있는데, 물(Water), 길(Way) 그리고 아내(Wife)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마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내가 얼마나 이해를 하느냐가 귀농 성공의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봐요. 솔직히 귀농하면 3년 동안은 도시에서 일할 때만큼은 벌 수 없거든요. 귀농자야 일하는 게 행복하겠지만, 살림을 꾸려야 하는 아내 입장에서는 당연히 반갑지 않을 수밖에요. 그래서 다들 완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투잡, 스리잡을 뛰는 겁니다.”(홍성훈 이사)

“제가 경남 거창을 생각한 것도 아내 때문이에요. 지난해 6월 거창에 내려와 인턴생활을 했는데 당시 집에는 2주에 한 번씩 들어갔죠. 그렇게 지내다 9월에 아예 거창으로 이사를 왔는데 농장이 집에서 차로 얼마 걸리지 않는 데다 거창은 교육 인프라가 잘 발달돼 있어요. 중심지 생활편의시설도 괜찮은 수준이고, 그렇다 보니 아내가 잘 적응하는 것 같습니다.”(권태종 대표)

이들 4명이 협동조합 형태로 사업을 시작한 것도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두를 기존과 다르게 도전해보자는 뜻에서였다. 물론 영업, 기획, 마케팅으로 업무를 분담한 것도 소비자 중심의 농업 유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상영 이사는 △환금성을 가진 작물로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경쟁력 갖춘 작물을 기르며 △인터넷 직거래 방식으로 유통구조에 혁신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조만간 ‘자야몰’이라는 인터넷 쇼핑몰을 꾸려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농식품을 값싸게 공급하겠다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사업모델입니다. 이를 위해 서울의 여러 주말농장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고사리, 밤 농장 등은 위탁경영을 해볼 계획입니다. 농경 기술로 접근하면 기존 농부들과 우리가 어떻게 경쟁을 할 수 있겠습니까. 100% 지는 게임이죠. 이기려면 우리가 잘하는 부분의 장점을 살려야죠.”(이상영 이사)


“우리가 잘하는 것을 남과 다르게 해야 성공”

인터넷,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소비자와 농촌 간 간격을 좁히는 이 같은 방식으로 자야는 3년 내 연 매출 5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다. 재배한 표고버섯을 말린 건 표고와 표고효소, 표고장아찌 등 가공 제품으로 만들어 패키지로 판매하는 것도 생각 중이다.

“저도 농촌에 내려오기 전까지 농부 하면 떠오르는 게 소 몰고 와서 보조금 내놓으라고 생떼쓰는 뭐 그런 것쯤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막상 농사를 지으니 농업만큼 과학적인 산업도 없는 것 같아요. 제가 건설회사를 다녔는데 건설현장에서 쓰는 장비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아요. 그런데 농업은 30년이 아니라 3년 전 장비도 한물 갔다고 말할 정도로 트렌드가 빠르죠. 농업만큼 유행에 빠르게 반응하는 산업도 IT, 패션 등을 제외하고는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최영수 이사)


채취한 버섯을 손질, 분류하는 모습

송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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