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은 ‘클릭’을 먹고 산다. 다른 포털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네이버가 그렇다. 네이버는 검색에서의 절대파워를 이용한 ‘클릭’을 통해 끊임없이 돈을 번다. 언론사, 다양한 콘텐츠 제공사업자, 개인 블로그 등이 콘텐츠를 제공하지만 돈을 버는 것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광고로만 1조원이 넘는 돈을 챙기고 있다. 돈 되는 사업이면 뭐든지 하고 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지만 투자는 뒷전이고 기형화되고 있는 생태계에 대해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갑 중의 갑’ 네이버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쳐봤다.

'인터넷 블랙홀' 네이버 경계령

‘인터넷의 블랙홀’. 네이버의 또 다른 이름이다. 마치 블랙홀처럼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인터넷을 한다는 것은 곧 네이버를 한다는 것으로 여겨진다. 네티즌의 70%는 네이버가 보여주는 세상만 보고 있다. 네이버에 뜨지 않으면 뉴스가 안 된다. 콘텐츠와 방문자뿐 아니다. 네이버는 온라인 광고, 오픈 마켓, 부동산 정보 등 거침없는 영역 확장을 통해 엄청난 돈도 빨아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검색 포털의 비교 우위를 통해 너무 돈벌이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네이버로 인해 인터넷 생태계도 황폐화되고 있다. 중소 업체들은 네이버에 종속되거나 자연도태되고 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벤처기업의 출현 또한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인터넷은 1969년 미국에서 처음 개발돼 40여년간 인간 삶의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발전했다. 우리나라는 1982년 5월 서울대와 카이스트(KAIST) 간 인터넷 연결에 성공하면서 아시아 최초의 인터넷 도입 기록을 세웠다.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으로 불린다. 그 중심에 독주하고 있는 네이버가 있다. 네이버 독주체제가 장기적으로 독이 될까, 약이 될까. 이제 네트워크 패러다임을 변혁할 시기가 다가온 것은 아닐까.

네이버가 한국의 '인터넷 제국'이라는 것은 이미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 정보기술(IT) 업계의 강자를 넘어서 시장 전체를 쥐락펴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터넷 포털 업체 관계자의 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는 들러리에요. 인터넷 포털시장은 '네이버 독주체제'입니다. 인터넷은 네이버에 종속된 '네이버 공화국'인 거죠."

네이버 절대파워의 근원은 검색이다.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73%가 넘는다. 네이버는 이러한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메일, 블로그, 카페 등의 서비스와 함께 오픈마켓, 부동산 등 다양한 수익사업을 펼치고 있다.

인터넷에서 절대권력 휘둘러

네이버는 NHN이 운영하는 포털이다. NHN의 이사회 의장인 이해진씨가 1997년 삼성SDS의 사내 벤처기업으로 만든 네이버는 창립 7년 만인 2004년 국내 인터넷 업계를 평정했다. NHN의 현재 주가는 22만4000원(지난 5월18일 기준)이며, 시가총액은 10조7806억원으로 코스피 시장 15위다. 시가총액으로 보면 KT, SK텔레콤 등을 넘어선다. NHN은 지난해 2조1213억원의 매출에 620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인터넷시장 전문 조사기관인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4월 한달 동안 네이버의 평균 순방문자수는 3099만명이었다. 한국에서 한 번이라도 웹사이트를 방문한 사람은 3213만명. 이 중 96.4%가 네이버를 방문했다는 얘기다.

페이지뷰(PV)는 214억건으로 다음(133억건)을 크게 앞질렀다. 페이지뷰가 많다는 것은 사이트에서 검색을 많이 해 충성도가 높다는 의미다. 웹사이트 방문 횟수도 놀랍다. 방문 횟수는 한 번 들어가서 여러 페이지를 보더라도 한 번 방문한 것으로 계산한다. 상위 6개 웹사이트 방문 횟수는 26억1114만회 정도 되는데, 네이버를 방문한 횟수는 13억1646만회에 달한다. 절반을 넘는 수치다.

네이버에서 보내는 시간도 상당하다. 1인당 네이버 체류시간은 364분으로 한 달에 네이버에서 6시간 가량을 보내고 있다. 전체 인터넷 사용시간(1891분)의 20% 정도에 해당한다. 한국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 중 네이버를 쓰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네이버의 핵심 경쟁력은 검색이다. 검색 광고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이다. 네이버의 검색시장 점유율은 73%다. 컴퓨터를 켰을 때 처음 나타나는 초기 화면인 스타트 페이지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컴퓨터 두 대 중 하나에서 인터넷을 연결하면 네이버로 연결되는 것이다. 네티즌들이 '네이버로, 네이버로'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네이버가 네티즌을 울타리에 가둬놓고, 자기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거세다. 최상단에 위치하는 검색결과는 비싼 광고비를 받은 순이다. 정확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검색시장의 절대 우위를 광고와 연계해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가 지난해 검색광고 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은 1조818억원에 달한다.

뉴스를 제외하곤 외부의 사이트로 연결해 주는 아웃링크도 하지 않는다. 사용자들을 외부로 내보내지 않고 계속 네이버 안에서 머물도록 하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 지식인 등의 검색결과만 상위에 노출시켜왔다. 블로그 검색의 경우 초기 화면 2페이지 정도가 네이버 블로그가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에서 검색하고, 네이버에서 검색결과를 보고, 다시 네이버로 돌아오는 구조다. 네이버를 '가두리 양식장'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이는 구글처럼 연산 결과에 따라 링크된 수치가 많은 순서대로 검색 결과를 제공하고, 해당 사이트를 연결해 주는 역할이 바로 '포털' 본연의 자세라는 지적과 함께 네이버를 비판하는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각종 정보를 한데 모아 보여주며 이용자들을 최대한 오래 붙잡아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은 포털로서 검색엔진의 고유한 역할에 충실해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빨리 찾아 다른 곳으로 나가도록 유도한다.

임종수 세종대 신방과 교수는 "네이버의 폐쇄적이고 독과점적인 행태는 개방, 공유, 참여라는 '웹 2.0' 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색에 대한 신뢰성도 의심받고 있다. 외부의 원본 콘텐츠가 복제돼 네이버 서비스에 입력된 경우 네이버에서는 원본 콘텐츠를 볼 수 없다. 김인성 IT칼럼니스트(한국트렌드연구소 파트너)는 "네이버는 외부 사이트의 원본 자료를 연결하기보다는 복제와 재복제를 통해 베끼기에 열중하고 있다"며 "게다가 신정아 성추행 논란 의원 등이 실시간 검색어에서 사라지는 등 정치권의 압력에 검색결과를 조작하는 것으로 의심되면서 검색 신뢰성이 도전받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 대행사에 수주 물량 할당

더 큰 문제는 검색시장에서의 네이버의 독주체제가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나다는 점이다. 인터넷 산업뿐 아니라 온라인 광고·유통(오픈 마켓)·부동산 시장 등에서도 네이버는 '수퍼갑'이다. 중소업체들의 서비스를 따라하거나 막대한 자본으로 시장을 교란하는 것은 그동안의 재벌의 형태와 판박이다.

검색부문에서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네이버는 온라인 광고시장에서 '절대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네이버에 밉보이면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할 말은 많지만 차마 말할 수 없는 입장을 이해해 달라"는 한 온라인 광고 대행사 대표의 푸념에서 네이버의 막강한 힘을 감지할 수 있다.

네이버의 검색광고 부문 매출은 1조원을 상회한다. 하지만 이러한 놀라운 실적의 이면에는 온 몸으로 네이버를 키워낸 광고대행사가 있었다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실시간 검색광고 가격은 입찰방식으로 결정된다. 검색결과는 광고액이 높은 순서대로 노출된다. 업계 최고 수준인 네이버의 검색광고 단가는 매년 급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HN은 2009년 온라인 검색광고 대행사인 오버추어와 결별하고 2010년부터 계열사인 NBP(NHN Business Platform)를 통해 직접 광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NHN이 온라인 광고 시장을 혼자 다 먹겠다는 심보와 다를 바 없다며 온라인 광고업계가 발칵 뒤집힌 것은 물론이다. 온라인 광고업계의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검색광고 시장에서의 네이버의 위세는 하늘을 찌를 정도다.

특히 네이버의 횡포가 온라인 광고 시장을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NHN이 광고대행사 등에 광고 수주 목표량을 할당하고, 6개월마다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해 재계약 시 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부과된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무리하게 영업을 하는 광고대행사도 있다.

한 온라인 광고대행사 대표는 "검색광고 시장에서 네이버의 영향력을 벗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광고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는 부실 광고를 수주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네이버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8월부터는 디스플레이(배너) 광고의 경우 40일 이내 광고예약을 취소하면 페널티를 물어야 한다"며 "10일, 20일도 아니고 40일은 너무 가혹하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가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불공정 행위로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기존 검색파워 바탕으로 시장에서 안주

네이버는 그동안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기보다 기존에 구축해 놓은 검색파워를 바탕으로 시장에 안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의 인터넷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서비스가 출현해야 하는데 네이버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는 네이버가 그동안 내놓은 수익모델이 단적인 예다. 일정 부분 성공을 거뒀다는 부동산 서비스와 최근 시작한 오픈마켓은 중소업체의 희생을 발판으로 삼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3월 네이버(NHN)가 내놓은 오픈마켓 서비스 '샵N'에 대한 업계의 눈총이 따갑다. 네이버가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는 검색품질 강화다. 하지만 이면에는 역시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모바일 분야에선 구글·페이스북에 밀리고, 해외 사업에서도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자 오픈마켓 시장에 진출해 이를 만회하려 한다는 것이다.

NHN 측은 샵N을 통해 소규모 판매자들의 판매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샵N에 등록하는 판매자는 결국 네이버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상품을 팔아도 배송정보 말고는 고객 관련 정보를 받아볼 수 없어 독자적인 마케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네이버 외 다른 웹사이트에는 노출이 안 되는 것도 단점이다. 판매자로서는 오로지 네이버만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중소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네이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네이버에서 해 달라는 대로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기존 오픈마켓 강자인 옥션과 G마켓도 네이버와의 힘겨루기에서 밀린 상황이다. 지난해 초 네이버가 직접 오픈마켓 서비스를 한다고 하자 옥션과 G마켓은 네이버 지식쇼핑에서 자사 상품 검색을 중단했다. 하지만 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손을 들었다.

이에 대해 NHN 측은 "우려의 목소리가 많지만 샵N을 우선 노출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정한 서비스 운영을 통해 중소 판매자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업체 중심의 부동산 정보 시장의 판도를 확 바꾼 것도 바로 네이버다. 그동안 부동산 정보 시장을 주도해 오던 부동산뱅크, 부동산114, 닥터아파트, 스피드뱅크, 부동산써브 등 부동산정보업체 중에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부동산114 정도다.

2007년 부동산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는 2009년부터 중개업소를 회원사로 가입시키기 시작했다. 부동산 정보 사이트의 허위 매물 정보로 인한 이용자 피해가 컸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네이버의 명분이었다.

하지만 결국 네이버의 배만 불린 꼴이 됐다. 회원 중개업소들이 대거 네이버로 옮기면서 이들로부터 연회비를 받고 시세·매물 정보를 취합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온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시장에서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네이버가 독자 사업을 벌이면서 수익구조가 악화돼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놓였다"며 "최근에는 몇몇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매물 정보를 네이버에 제공하고 있는데, 이미 각종 부동산 서비스를 네이버가 점령한 상태에서 불가피한 선택을 강요받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뿐 아니라 검색 상위권에 매물을 올리기 위한 치열한 경쟁 때문에 부동산 중개업체들도 죽을 맛"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NHN 관계자는 "부동산 서비스는 중개서비스가 아니라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정보 제공서비스"라며 "네이버는 광고수익 외 거래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을 독점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광고비 인상과 관련해서도 일부 특정 지역의 광고비만 일부 인상(기존 대비 15% 정도)됐고, 그 외 대부분은 기존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쟁력 없는 '안방마님'

네이버가 비난을 받는 또 다른 이유로는 중소 벤처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으면서 국내에서만 돈을 벌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NHN은 벤처기업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면 이를 베끼거나, 아예 사버렸다. 지난 2006년 6월 NHN은 검색기술 역량을 강화한다며 검색 전문회사 '첫눈'의 지분을 100% 인수했다가 인수 1년여 만에 돌연 첫눈 서비스를 중단한 것에서 알 수 있다. 벤처기업 육성보다는 스스로의 덩치만 키우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네이버의 국내 검색포털 시장지배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검색광고 중심의 사업 확대는 글로벌 경쟁력 부실로 이어졌다. 국내에서의 확고한 위치와 다르게 네이버의 해외시장 공략은 진전이 없다. 네이버가 '안방마님' 소리를 듣는 이유다. 한편에선 네이버가 국내에서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펼치는 것도 해외에서 까먹은 돈을 메우기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네이버가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것은 2000년부터다. 10년이 넘는 네이버의 해외진출 시도 중에서 성공했다고 할 만한 것은 일본시장밖에 없다. 그것도 검색이 아닌 게임을 통해서다.

네이버는 2001년 일본에 자회사인 네이버재팬을 설립하고 의욕적으로 일본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매년 적자만 기록하다가 2005년 결국 철수했다. 그러다가 2007년 말 일본 진출을 재개했다. 2010년 4월에는 일본 내 7위 포털사이트인 라이브도어를 인수했지만 네이버재팬의 일본 검색포털 점유율은 여전히 1~2% 가량에 불과하다. 구글과 야후에 눌려 여전히 광고는 상용화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다.

중국 시장에서도 검색포털로 진입조차 하지 못했다. 네이버는 지난 2004년 중국의 게임포털 2위였던 아워게임을 인수했지만 손실이 커지면서 2010년 10월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철수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2005년 NHN USA를 설립해 게임포털을 운영 중이지만 역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검색포털은 운영조차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구글이 처음부터 글로벌 포털을 지향하며 세계 각국의 언어를 지원한 것과 대조적이다.

네이버 최대 적은 바로 네이버

네이버의 최대 적은 누구일까. 다음커뮤니케이션이나 구글? 이동통신사업자? 아니다. 네이버의 가장 큰 적은 바로 네이버 자신이다. 1등에 안주하면서 혁신에서 멀어지게 되고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NHN은 15년 만에 매출은 2조원대로, 직원수는 3600명으로 늘었다. 이 과정에서 조직의 관료화는 불가피한 일이었다. 조직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 직원들이 늘고 있고, 창의적인 중간간부 중 상당수가 퇴사하기 시작했다.

최근 NHN 포털 서비스를 총괄하는 최성호 서비스본부장, 위의석 한게임 S사업본부장 등이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 말 정욱 한게임 대표대행에 이어 상생TF를 담당하던 홍은택 부사장도 지난 3월 퇴사했다.

특히 최대 인터넷기업이라는 현실에 안주하면서 임직원들의 기강이 해이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어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NHN을 그만둔 한 직원은 "3일이면 끝마칠 일을 한 달간 붙들고 있기도 하고, 직원 간 갈등도 늘어나는 등 조직문화도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최근 삼성에서 일하다 편하게 지내려고 NHN으로 왔다는 직원의 글을 보고 사내 강연에서 "NHN을 동네 조기축구회로 알고 다니는 직원이 적지 않다"고 강하게 질타한 것과 무관치 않다.

이에 대해 일부 직원들은 기업 규모는 이미 대기업 수준인데 어떻게 벤처처럼 운영될 수 있느냐며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 조직 환경에서 벤처기업의 창의와 혁신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이다.

법률전문가인 김상헌 대표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도 쌓여가고 있다. 혁신보다는 '조직관리'를 통한 효율성에 경영 목표의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NHN은 최근 출퇴근 셔틀버스 운행을 중단하고 사내 동호회 활동을 없애는 등 직원들의 복지 지원도 줄였다.

임직원들의 근무기강이 해이해지면서 그동안 단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직원 비리도 터졌다. 최근 내부 감사에서 구매부서 직원이 약 36억원을 횡령한 혐의가 포착돼 검찰에 고발된 것이다. 회사 측은 한 개인의 일탈행위로 치부하고 있지만 이런 일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NHN이 혁신에 성공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가 네이버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그동안 검색에서의 절대 우위를 바탕으로 진행해온 모든 사업을 혁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우철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인터넷이 모바일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온라인시장에서 1위를 하고 있다고 해서 모바일에서도 자동적으로 1위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키아가 애플의 아이폰 때문에 한 순간에 무너진 것처럼 네이버 역시 온라인 검색 시장 1위에 자만했다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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