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스마트화, 그린화로 산업 지형도가 근본적으로 바뀌면서 관련업계의 전선(戰線)도 이동하고 있다. 차세대 자동차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기술 중 사람으로 치면 각각 두뇌, 심장, 몸통에 해당하는 차량용 정보기술(IT), 배터리, 신소재 분야의 동향을 살펴본다.

최근 자동차산업은 전통적인 기계장치에 첨단 전기·전자·정보·통신기술이 접목된 융합형 산업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카 시대 추세에 따라 차량의 안전성, 효율성, 지능성을 높이는 데 이들 기술의 활용폭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자동차의 제조원가 중 전기·전자 부품 비중은 평균 30%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비중은 점차 커져 2020년에는 40%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차세대 자동차로 부상 중인 전기자동차의 전기·전자 부품 비중은 무려 7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의 스마트화가 급진전하면서 전기·전자 부품은 자동차업체의 경쟁력 확보에도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특히 자동차 전자제어시스템을 구성하는 차량용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기술의 비중이 매우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자동차업계는 차량의 안전·편의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첨단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차선이탈 경보, 차량위험 인지 등 차량안전 기술과 차간거리 제어, 차선유지 등 자동운행 기술이 이미 상용화되고 있는 단계다. 나아가 차량과 차량, 차량과 운전자, 차량과 통신망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미래 자동차는 주행 및 안전 기능은 물론이고 소통, 오락, 휴식, 사무공간 기능 등 새로운 가치의 비중이 매우 커지는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필수적인 것이 바로 전기·전자·정보·통신기술이다. 아쉬운 점은 국내 자동차업계가 마이크로컨트롤러(Microcontroller)나 전자제어장치(ECU) 같은 핵심 부품을 90%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분야에서는 프리스케일(미국), 인피니온(독일) 등 외국 반도체업체들이 주름잡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산업의 IT화와 발전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소프트웨어·전기·전자·정보·통신기술 등 IT기술이 자동차의 경쟁력을 결정지을 뿐 아니라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크게 변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1. 차체 전체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아우디 자동차

- 2. BMW 무인 자율주행 시험 장면

글로벌 기업들 차세대 배터리 개발 가속화

현재 세계 2차전지 생산업체 중 ‘양산형’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곳은 LG화학과 일본의 AESC(닛산과 NEC의 합작법인) 딱 2곳밖에 없다. 전기차용 배터리의 주류는 리튬이온전지다. LG화학은 지금까지 현대자동차그룹, GM, 르노, 볼보 등 10여개의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리튬이온전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2차전지는 성능, 안전성, 가격 3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LG화학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아울러 지금보다 성능과 원가 면에서 한층 개선된 차세대 2차전지 연구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2차전지 사업확대로 국내외 생산공장 증설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2013년 35만대 이상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능력을 갖추는 한편 2015년에는 세계 시장점유율 25% 이상을 확보해 세계 1위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의 가장 핵심적인 부품은 배터리(2차전지)다. 배터리가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대가 서막을 열었지만 본격적인 시장확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배터리 성능 향상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차세대 2차전지 연구개발 붐이 일고 있다. 특히 일본은 정부 주도로 2020년까지 지금보다 성능이 3배 향상된 차세대 전지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자동차업체, 전지업체, 연구소 등 20여 개의 기업 및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차세대 2차전지의 무한한 시장성과 잠재력을 주목한 글로벌 기업들의 대대적인 연구개발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독일 화학업체 바스프는 에너지 밀도를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금속공기전지 및 리튬황전지를 개발하고 있고, IBM은 미래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리튬공기전지 개발에 나섰다. GE도 고(高)에너지 나트륨전지 등 차세대 전지 개발 투자를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LG화학 연구원들이 전기차 배터리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핫 스탬핑’ 철강재 차체 적용 늘어

자동차의 무게는 연비와 직결된다. 차량이 가벼울수록 연료 소모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자동차업체들은 차량 경량화를 통한 연비 향상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각국 정부가 환경 및 연비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차량 경량화의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차량이 10% 가벼워지면 연비는 3.2%, 가속성능은 8.5%, 핸들 조향 능력은 19% 향상된다. 또 내구성은 1.6배 증가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은 3.2% 감소한다고 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차량 경량화를 위해 보다 가볍고 튼튼한 소재 개발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특히 현대하이스코와 공동 개발한 ‘핫 스탬핑(Hot Stamping)’ 공법이 눈길을 끈다. 핫 스탬핑은 뜨거운 상태의 철강재를 도장 찍듯 프레스로 성형한 뒤 냉각시키는 공법이다.

핫 스탬핑 공법으로 생산된 소재는 기존 소재에 비해 2배 가량의 강도 향상 및 25% 정도의 경량화 효과를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BMW,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들도 세계 유수 철강사들과 합작 개발한 핫 스탬핑 소재를 차체에 채택하고 있다.

차량 경량화를 위한 고강도 철강재 사용은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나아가 마그네슘, 알루미늄을 차체 일부에 적용하는 사례도 많아지는 추세다. 아우디는 2006년 세계 최초로 차체 전체를 알루미늄으로 만든 양산형 자동차를 선보이기도 했다. 

차량 경량화를 위한 최첨단 소재로는 탄소섬유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무게는 철의 4분의 1에 불과한 반면 강도는 철의 10배에 달한다. 탄성률 역시 7배나 높다. 다만 아직 제조비용이 비싸 대중화 단계는 아니다.

그럼에도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탄소섬유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특히 BMW는 2013년부터 양산에 들어가는 전기차 BMWi 시리즈에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채택할 예정이다. BMW는 독일의 탄소섬유 전문업체 SGL과 합작법인을 세워 생산원가를 낮추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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