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산업에 과거 볼 수 없었던 기업들이 명함을 내밀고 있다. 그린카, 스마트카라는 신(新)조류 때문에 산업구조가 바뀐 탓이다. 몇몇 주목 받는 ‘뉴 페이스’들을 살펴본다.



- 1. 베터플레이스가 르노와 손잡고 만든 전기차의 충전 장면

- 2. 유럽 지역의 베터플레이스 전기차 충전소

- 3. 도레이가 생산하는 탄소섬유 원사 롤

베터플레이스

전기차 보급 확대 기폭제 역할

현재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기업 중 하나로 베터플레이스(Better Place)를 빼놓을 수 없다. 이스라엘 태생의 샤이 아가시(Shai Agassi)가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베터플레이스는 매우 독창적인 비즈니스모델을 기반으로 전기차 보급 확산에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샤이 아가시가 착안한 베터플레이스의 사업구조는 간단히 말하면 ‘전기차 배터리 교환’ 모델이다. 전기차는 높은 가격이 보급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런데 전기차 가격의 절반 정도는 배터리가 차지한다. 전기차용 배터리가 비싸기 때문에 전기차도 비쌀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내연기관 자동차는 주유소에서 몇 분이면 연료를 채울 수 있지만 전기차는 충전시간이 아무리 짧아도 몇 시간이나 걸린다. 치명적 약점이다.

샤이 아가시는 이런 문제점의 본질을 간파했다. 만약 배터리를 빌려 쓰고 필요할 때마다 곧바로 완전히 충전된 배터리로 교환할 수 있다면 전기차의 가격과 충전시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는 전기차 차량은 차주가 소유하고 배터리는 베터플레이스가 소유하면서 교환해주는 사업구조를 창안해냈다. 이렇게 해서 세계 최초로 배터리 교환형 전기차 인프라 구축 사업이 시작됐다.

샤이 아가시는 각국 정부를 상대로 설득작업을 펼치는 동시에 자동차 제조업체와 손을 잡는 데도 전력을 기울였다. 자신이 생각하는 전기차 확산 모델을 구현하려면 맞춤식 인프라 구축과 최적화된 전기차 및 배터리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이스라엘, 덴마크, 호주를 비롯해 미국의 하와이·캘리포니아주 등이 잇달아 베터플레이스의 전기차 보급 네트워크 도입을 결정했다.

전기차 생산은 르노와의 제휴로 해결했다. 지난해 르노는 베터플레이스의 사업모델에 맞춘 전기차 ‘플루언스 ZE’를 출시했다. 플루언스 ZE는 월정액 방식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의 휴대폰 가입자 유치 방식과 흡사한 셈이다. 3년 약정(한 해 2만5000km 주행 기준)으로 플루언스 ZE를 구입하면 월정액과 차량가격을 합쳐 우리 돈으로 5000만원이 채 안 든다. 이스라엘에서 플루언스 ZE를 운행하면 가솔린 차량보다 비용이 20% 정도 적게 든다는 게 베터플레이스의 설명이다. 또 배터리 교환소에서 충전된 배터리로 교체하는 시간도 불과 3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GE

스마트그리드 전기차 충전기 선보여

세계 유수의 다국적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은 에너지 분야가 핵심사업 중 하나다. 특히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 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는 중이다. GE는 2011년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적용한 전기자동차용 충전시스템 ‘와트스테이션(WattStation)’을 선보였다.

와트스테이션은 배터리 충전시간을 크게 단축시킨 게 최대 강점이다. 기존 충전기로 전기차 배터리(24kWh 기준)를 충전하려면 보통 12~18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와트스테이션은 4~8시간 정도만 걸린다. 충전시간을 70% 가량 줄인 것이다. 와트스테이션의 제품 디자인은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이브 베하(Yves Behar)가 맡았다. 사용하기 편한 데다 친근감을 주는 디자인이 또 다른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와트스테이션은 전기차 보급 확대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려면 충전 인프라 구축이 먼저 해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GE는 미국 전역에 걸쳐 3만5000대의 와트스테이션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가정용, 상업용, 공공용 등 제품군도 다양하게 갖췄다. 

한 리서치업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충전소 매출 규모는 2010년 약 6900만달러에서 2013년에는 11억3000만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보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덕분이다. 덩달아 충전기 시장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GE는 충전기 사업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2만5000대의 전기차를 사들여 전기차 임대사업도 펼친다는 계획이다. GE가 전기차 시장에 강력한 출사표를 던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도레이

탄소섬유로 차량 경량화 신기원 열어

일본의 도레이는 탄소섬유 기술력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화학·소재업체다. 세계 탄소섬유 시장 점유율은 40%에 육박한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는 아크릴 섬유를 태워 만드는 고탄성·고강도 소재다. 철강에 비해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하고 강도는 10배, 탄성률은 7배 높다. 이런 탁월한 물성 때문에 우주·항공산업에 주로 활용되는데, 기술발전으로 가격이 인하되면서 자동차·전기·전자산업 등으로 쓰임새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특히 도레이는 탄소섬유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자동차산업을 정조준한 상태다. 지난 2010년 도레이는 독일 자동차업체 다임러와 자동차용 탄소섬유 공동개발에 합의한 바 있다. 다임러는 도레이의 탄소섬유를 고급 차종인 메르세데스 벤츠 차체에 우선 적용하고, 점차 다른 주요 부품으로 사용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계 자동차업계는 각국의 환경 및 연비 규제가 강화되면서 연비 향상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상황이다. 자동차 연비는 엔진 성능과 함께 차체 중량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런 터에 철강보다 훨씬 가볍고 튼튼한 탄소섬유는 최상의 대안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최고의 탄소섬유 기술력을 보유한 도레이와 손잡는 자동차업체들도 점차 늘고 있다. 다임러 외에 도요타, 크라이슬러 등도 도레이와 탄소섬유 개발에 관한 협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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