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미국 드라마 ‘전격Z작전(원제: Knight Rider)’에 나오는 인공지능 자동차 ‘키트’를 기억하시는지? 사람과의 대화는 물론 운전자 없이도 스스로 판단해 직접 주행하는 키트는 말 그대로 ‘꿈의 자동차’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제는 결코 꿈이 아니다. 키트와 닮은 지능형 무인(無人)자동차가 실제 거리를 달리는 날이 멀지 않았다.

지난 5월초 구글은 미국 네바다주에서 일명 ‘구글카(Google Car)’로 불리는 무인자동차 시험운행에 성공했다. 운전석에는 시각장애인인 중년 남성이 탔다. 하지만 그는 핸들이나 가속페달, 브레이크 등에 대해 어떤 조작도 할 필요가 없었다. 구글카가 스스로 목적지까지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면서 안전하게 주행한 덕분이다. 구글카는 차량 지붕과 라디에이터 안쪽에 부착된 레이저 레이더와 카메라가 도로와 주변환경을 감지해 스스로 운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에 앞서 네바다주 당국은 구글이 신청한 무인자동차 ‘운전면허’를 허가했다. 구글카가 사람이 운전하는 것만큼 또는 오히려 더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무인자동차 상용화라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향후 10년 안에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과거 공상과학 속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무인자동차 시대가 성큼성큼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관련 기술의 눈부신 발전 덕분이다. 최근 자동차업계의 무인자동차 시험주행 성공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 1. 구글의 무인자동차가 미국 네바다주에서 자율주행을 하고 있다.

- 2.박용완 영남대 교수가 개발 중인 자율주행 무인자동차

여러 대 동시 자율주행 ‘도로열차’ 기술

BMW는 2007년 운전자가 한번 운행한 도로의 정보를 기억한 후 주행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반의 무인운전시스템을 처음 선보였다.

또 GM은 2008년 15종의 센서를 통해 주변환경을 인지하고 목적지 지정만으로 자율주행을 하는 무인자동차를 개발했다. 아우디 역시 미국 스탠퍼드대와 함께 GPS, 관성센서 등을 이용한 무인자동차를 개발한 바 있다.

볼보는 무인자동차 여러 대를 동시에 주행시키는 일명 ‘도로열차’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 5월 하순 스페인 바르셀로나 지역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운전자가 탑승한 트럭이 앞서 달리고 무인자동차 3대가 그 뒤를 따르는 자율주행 시험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 무인자동차들은 레이더, 센서, 카메라, 무선통신 등을 활용해 선도차량인 트럭의 주행 패턴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총 주행거리는 약 200km에 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8년 영남대 지능형 무인자동차 개발사업단(현 경북IT융합산업기술원)이 원격조종 무인자동차 ‘퀴뇨(자동차의 원조격인 증기차를 최초로 개발한 프랑스인 기술자 퀴뇨의 이름에서 딴 명칭)’를 개발해 시속 20~30km로 주행하는 시험에 성공한 바 있다. 이후 ‘퀴뇨’ 프로젝트는 자율주행 무인자동차 개발 단계로 넘어가 핵심기술 확보에 상당한 성과를 달성한 상태다.

‘퀴뇨’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박용완 영남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는 “주행환경 인식 및 판단 기술, 차량 제어 기술, 자율주행 기술 등 핵심기술은 거의 완성됐으며 현재 각 파트를 하나로 묶어 무인자동차를 완성하고 테스트하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능형 무인자동차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크게 센서 기술, 통신·네트워크 기술, 통합 소프트웨어 기술 등이 필수적이다. 센서 기술은 지능형 자동차의 가장 기본적인 핵심기술이다. 자동차 내·외부의 정보를 탐지하는 감각기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센서로는 레이더(Radar), 라이더(Lidar: 레이저광선을 활용한 레이더. 레이저 레이더라고도 함), 카메라, 초음파, GPS 등이 있다.

통신·네트워크 기술은 외부 통신망과 차량 내부 통신시스템을 연결하는 양방향 데이터통신 기술이다. 또 통합 소프트웨어 기술은 차량의 무인 자율주행을 위한 인지, 판단, 제어의 세 가지 영역을 모두 아우르는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다. 무인자동차가 각 센서에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운행상황을 인지하고 그에 적합한 판단을 통해 스스로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무인자동차의 핵심기술들은 대부분 향후 4~5년 내에 완성단계에 이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하지만 기술이 확보되더라도 당장 무인자동차가 상용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무인자동차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교통법규와 보험제도, 사회시스템 등의 문제가 선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만 해결된다면 무인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시대를 수 년 안에 맞이할 수도 있다. 일부 국가나 지역에서는 2020년경 무인자동차가 상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교통법규·보험제도 등 선결과제 풀어야

어쨌든 무인자동차 시대가 열리면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자동차들이 서로 주행정보를 교환하며 운행하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대폭 줄어들 것이다. 또 모든 차량이 주변상황에 맞춰 일정한 속도로 움직일 수 있어 도로 정체도 획기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아울러 무인자동차는 이동수단 외에도 군사용, 산업용, 탐사용 등으로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예를 들어 차량 수십 대를 동시에 자율 운행하도록 하면 물류산업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으며, 위험지역의 과학탐사나 군사작전에도 사람 대신 무인자동차를 투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용완 교수는 “무인자동차 시대가 열리면 생활상의 혁명과 함께 사회시스템의 큰 변화가 올 것이다. 아울러 IT,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경제적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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