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래에셋의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급감하고 있다. 환매 영향으로 엄청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 반면 한국투자의 설정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과 한국투자의 차이는 급격히 줄고 있다. 과연 두 금융사의 순위는 뒤집어질까. 미래에셋과 한국투자의 승부는 자산운용 부문이 키를 쥐고 있다.


- 미래에셋과 한국투자의 주식형펀드 설정액 차이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속히 줄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식형 펀드 규모는 100조원을 넘나들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불과 6년 전인 2005년 초만 하더라도 10조원을 밑돌 정도였다. 투자자들이 대부분 채권형 펀드에 돈을 넣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급성장해온 금융투자업계를 그동안 주도해온 인물은 단연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다. 미래에셋의 펀드 설정 규모는 월등한 1위에다 증권사 실적도 뛰어났다. 게다가 생명보험까지 인수해 증권·자산운용업과 함께 상당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한명을 더 꼽으라면 상당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나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을 떠올린다. 하지만 2000년 초만 하더라도 박 회장과 자웅을 겨뤘던 권 회장은 키움증권 인수에 실패하면서 현재로서는 김남구 부회장에게 상당히 처져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현주 회장과 김남구 부회장을 비교하더라도 그동안 실적 면에서 두 사람의 격차는 상당했다. 그러나 최근 여러 실적 추세를 보면 그 격차가 좁혀지는 게 눈에 띌 수준에 이르렀다.

먼저 국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을 살펴보면, 2008년 8월11일 144조3444억원으로 주식형 펀드가 고점을 찍을 때 박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50조1785억원으로 김남구 부회장이 이끄는 한국투자신탁운용 8조4568억원의 6배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초까지 계속 이어져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두 운용사는 적수 관계가 아니었다. 2007년 초에 미래에셋과 한국투자가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적이 있지만 1, 2위간 차이는 상당했다.

하지만 2008년에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자 이들의 격차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금융위기 이후 국내뿐 아니라 해외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락하면서 펀드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고, 이후 주가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빨리 팔고 나오려는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환매를 했던 것. 국내뿐 아니라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많은 미래에셋이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당연지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의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가까이 가자, 고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역시 환매가 봇물을 이뤘고, 이 역시 미래에셋에 집중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격차 좁혀지기 시작

이런 결과로 지난 2월11일 기준 미래에셋의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26조2320억원으로 2008년 최고점보다 23조9465억원이나 감소했다. 미래에셋은 2009년 이후 엄청난 타격을 받은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투자는 오히려 설정액이 늘었다. 한국투자는 지난 2월11일 기준 9조4210억원으로 2008년 8월11일의 펀드 설정액 최고점일 때보다 9642억원이 증가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가 주를 이루고 있던 한국투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가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던 삼성그룹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기에 운용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환매 금액보다 새로운 자금 유입이 많았던 것.

지난해 10월11일부터 올해 2월11일까지 최근 4개월간 한국투자의 설정액 증가금액(8조2890억원→9조4210억원)은 미래에셋자산운용(31조4606억원→26조2320억원)을 압도하고 있다. 한달 20거래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투자는 하루 평균 141억원 가량이 유입되는 반면 미래에셋은 653억원이 유출된 것이다. 결국 두 금융사의 설정액이 하루에 800억원 가량이 차이나는 셈이다.

개별 상품별로 보더라도 한국투자가 돋보였다. 제로인에 따르면 2009년 설정액 1조원 이상 초대형펀드는 모두 17개였다. 하지만 2010년 말 1조원 이상인 초대형 펀드는 10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설정액 1위였던 인디펜던스K-2호의 설정액은 3조원을 육박하며 2위인 삼성그룹적립식1호와 5000억원 이상의 차이가 났으나 2010년에 인디펜던스K-2호가 환매 몸살에 시달리며 절반 가량의 자금이 이탈했고, 결국 삼성그룹적립식1호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 1월7일 기준 인디펜던스K-2호의 설정액은 1조5761억원이고, 삼성그룹적립식1호는 1조9728억원이다. 한국투신운용의 상승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삼성그룹적립식 2호와 네비게이터 1호가 1조원 이상의 초대형 펀드로 성장했다. 지난 1월7일 기준 삼성그룹적립식 2호는 1조6066억원, 네비게이터 1호는 1조6761억원이 각각 설정돼 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의 대표펀드인 인디펜던스K-2호는 설정액 4위로 추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다가 가면서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절대적으로 많은 미래에셋의 환매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왼쪽).

설정액 1위였던 미래에셋 인디펜던스K-2호는 한국투자의 삼성그룹적립식1호에 그 자리를 내줬다.

수익률에서 한국투자가 미래에셋 앞서

수익률을 비교하더라도 한국투자의 승리다. 지난 5년간 국내 주식형 누적 수익률을 살펴보면 한국투자의 주력펀드인 삼성그룹적립식1호는 134%, 네비게이터 1호는 112%로 수익률 10위권 안에 있지만 미래에셋의 주력펀드인 디스커버리는 99%로 10위권 밖이다.

또한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수익률에서도 한국투자가 앞서고 있다. 한국투자의 평균수익률은 1년간 35%, 2년간 104%, 3년간 66%인 데 비해 미래에셋은 1년간 31%, 2년간 80%, 3년간 38%에 그치면서 한국투자에 크게 뒤졌다.



최근 1년간 신규로 유입되고 있는 자금도 한국투자가 미래에셋을 압도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12월에는 6040억원이 새로 한국투자에 유입된 데 비해 미래에셋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226억원이 들어왔다.

한국투자는 이렇게 국내 주식형 펀드시장에서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최근 들어 크게 주춤하고 있는 미래에셋을 추격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미래에셋과 한국투자의 순위가 뒤집어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Tip. 박현주 회장과 인사이트펀드  |

인사이트펀드 부진으로 ‘성공신화’ 크게 퇴색

‘박현주 1호’ 뮤추얼펀드, 적립식 펀드 등 새 상품을 내놓으면서 대히트를 기록하던 박현주 회장은 2008년에 큰 내상을 입었다. 박 회장이 적립식펀드로 큰 재미를 본 이후 2007년 10월 인사이트펀드라는 야심작을 내놓은 것. 글로벌펀드로 불리는 인사이트펀드는 주가상승이 예상되는 해외 각국의 주식에 투자하는 해외펀드 상품이다.

이 펀드 상품은 판매한 지 한달 만에 무려 4조원 어치나 팔렸다. 해외 증시에 ‘혜안’을 갖고 있는 박 회장이 찍어주는 펀드에 가입하면, 해외펀드에 대해 잘 모르는 개인투자자들이 손쉽게 투자해 자산을 불릴 수 있다는 소문이 났던 것. 물론 ‘박현주 펀드=투자 성공’이란 등식도 한 몫을 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수익률은 곤두박질쳤다. 인사이트펀드 출시 당시 6000선을 넘나들던 중국의 주가지수는 2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문제는 박 회장이 중국의 상승세를 확신하고, 중국 비중을 60% 이상으로 높여놨던 것.

지금은 수익률이 마이너스 10%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한때는 마이너스 30% 이상까지 갔다.

그런데도 그 당시 미래에셋이 3%라는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자 개인투자자들의 성토가 극에 달했다. 박 회장을 비난하는 글이 인터넷 등에 쏟아지기도 했다. 사태가 쉽게 진정이 되지 않자 박 회장은 오랜 기간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후 박 회장에 대한 신뢰는 일부 손상됐고, 역시 ‘박현주의 성공신화’가 크게 퇴색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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