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와 달리 증권사는 한국투자의 역사가 훨씬 깊다. 그러나 한때 펀드 열풍 덕으로 미래에셋이 더 앞서가기도 했다. 현재는 한국투자가 자산·자기자본금·영업수익 등에서 전반적으로 앞서나 영업이익은 엇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양사의 싸움은 최근 들어 투자자들에게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랩어카운트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2007년 이후 불어닥친 펀드 열풍은 증권사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펀드 상품에 자금이 몰리면서 이를 판매하고, 수수료를 받는 증권사들도 덩달아 덕을 본 것.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펀드 자금이 급격하게 몰리면서 같은 계열인 미래에셋증권은 가장 큰 수혜를 받았다. 덕분에 미래에셋증권의 주가는 2007년 11월5일 장중 한때 20만6500원까지 치솟았다. 종가는 19만7000원.

다른 증권사도 주가가 많이 올라 삼성증권은 같은해 11월7일 장중 한때 12만원을 기록하더니 11만4500원에 장을 마쳤다. 한국금융지주의 주가도 같은해 11월1일 장중 8만9400원까지 갔다가 종가는 8만6000원에 끝났다. 증권사 주가는 이때가 사상 최고였다. 펀드 유입금액이 최고치를 찍은 것은 2008년 8월이었지만, 증권사 주가는 이보다 9개월 가량 선행한 것.

그 당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상품 판매 돌풍에 힘입어 증권사의 대장주는 미래에셋증권이었다. 그전까지 증권사의 대장주 역할을 하던 삼성증권이나 한국금융지주 모두 미래에셋증권 주가의 절반 정도 수준에 불과했다.

3년3개월여가 지난 2월16일, 미래에셋증권의 주가는 4만7550원. 최고점과 대비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2006년 2월 상장될 때의 공모가 4만80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까지 내려오는 부진을 겪고 있다.

반면 지난 2월16일 기준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로 한국투자증권이 자본금 등 재무제표에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의 주가는 최고점 대비 절반 수준인 4만3350원으로 미래에셋증권의 하락폭보다는 훨씬 작았다. 한국금융지주는 2008년 금융위기 때의 최저 주가보다 2배 가까이 올랐으나 미래에셋증권은 그때 이후 전혀 회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떨어지고 있다.

결국 펀드 열풍 덕분으로 2007년에 증권사 시가총액 1위에 올랐던 미래에셋증권은 2008년 말 2위, 2009년 말 3위, 현재는 5위를 기록하며 순위가 떨어지는 추세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월16일에는 시가총액이 1조9919억원을 기록하며 2조원마저 깨졌다. 한국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2조4157억원(2월16일 기준)으로 삼성증권(5조4336억원), 대우증권(4조5434억원), 우리투자증권(2조9086억원)에 이어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양사는 시가총액에서 4000억~5000억원으로 격차가 심하듯이 영업수익이나 자산, 자기자본금도 차이는 크다.

먼저 두 증권사의 영업수익을 살펴보면 한국투자가 미래에셋을 압도한다. 2010 회계연도 3·4분기(증권사는 3월 결산으로 3월부터 12월까지의 실적임) 중 영업수익은 한국투자증권이 3조4843억원으로 미래에셋증권 1조432억원의 3배가 넘는다. 2008회계연도(2009년 3월부터 2010년 2월까지)에는 한국투자증권이 2조1523억원, 미래에셋증권이 2조650억원으로 엇비슷했으나 2009회계연도에는 한국투자증권이 3조7607억원, 미래에셋증권은 1조8092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이 미래에셋증권보다 2배 이상 많다. 그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업수익은 제조사로 치면 매출액과 같은 개념이다.



- 미래에셋증권은 박현주 회장의 지시로 지난 2월10일 자문형 랩어카운트 수수료율을 3%에서 1.90%로 낮췄다.

한국투자, 자기자본·영업수익에서 미래에셋 앞서

자산에서도 큰 차이가 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12월말 현재 13조8492억원인 데 비해 미래에셋증권은 9조4733억원에 그쳤다.

증권사 이익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기자본 규모에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2조3921억원으로 1조8668억원인 미래에셋증권보다 5000억원 이상 많다. 자기자본이 클수록 증권사는 투자여력이 많아지고, 결과적으로 이익창출 능력이 커지기에 한국투자증권이 미래에셋증권보다는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영업이익은 엇비슷한 수준이다. 2010회계연도 3·4분기에 한국투자증권이 194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미래에셋은 이보다 600억원이 적은 1349억원을 기록했다. 2009회계연도에도 한국투자증권이 2909억원, 미래에셋증권이 2068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이 900억원 가량 앞섰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과거 얘기다. 앞으로 박현주 회장과 김남구 부회장의 증권사 경쟁은 랩어카운트(맞춤형 자산관리)에서 승부가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펀드 열풍이 잠잠해지고 랩어카운트에 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판매를 했던 랩어카운트 상품이 대중화되면서 증권사들도 랩어카운트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두 사람 중 이 시장에서 먼저 칼을 빼든 사람은 박 회장이다. 그는 지난 2월10일 자문형 랩어카운드의 수수료율을 3%에서 1.90%로 무려 33.6%(1.01%포인트)나 인하했다. 자문형 랩시장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미래에셋이 1위인 삼성증권을 추격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김 부회장은 사실 2004년부터 랩어카운트와 함께 IB(기업금융) 분야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는 변함이 없어 계속 랩어카운트와 IB에 공을 들여 나가겠다고 했다.

조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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