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나 김남구 한국투자 부회장은 창업과정이 큰 차이를 보이듯이 경영스타일도 크게 대비된다. 자수성가형인 박 회장은 큰 그림만을 그리고, 나머지는 각 계열사 CEO가 실행한다. 흔하디 흔한 우리나라 재벌그룹 오너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 반면 재벌2세 출신인 김남구 부회장은 큰 그림뿐 아니라 CEO 역할까지 한다. 두 사람의 경영스타일과 리더십을 살펴본다.


- 김남구 부회장(가운데)은 재벌 2세답지 않게 소탈하고 조용한 카리스마를 지녀 경영스타일에도 이런 성격이 잘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월7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1층 로비. 금융투자협회 직원들이 행사를 준비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2주년을 맞아 ‘제1회 금융투자인 대상’ 시상식을 거행하기 위해서다. 이날 주인공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그는 금융투자협회에서 제정한 금융투자인 대상의 1호 수상자라는 영예를 안았다.

그런데 이 행사가 시작되기 전 미래에셋 임원과 직원이 금융투자협회 행사진행 요원과 뭔가를 협의하느라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제 어느덧 여의도의 황제가 된 그의 기자회견 ‘의전’에 관해 의견을 나눈 것이다.

강한 카리스마를 보유한 그의 재벌총수 같은 모습은 경영 스타일에서 잘 나타난다. 미래에셋그룹은 철저하게 박 회장이 전략을 짜고, 이를 각 계열사 CEO(최고경영자)가 실행하는 체제다.

단적인 예로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2월10일 자문형 랩어카운트의 수수료율을 1.9%로 낮췄는데, 이를 결정하고 사흘 전인 지난 2월7일 언론에 처음 언급한 인물이 바로 박 회장이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실행자일 뿐인 셈이다.

박 회장도 이를 시인하고 있다. 그는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에서 “미래에셋에는 결재서류에 회장난이 따로 없다. 나는 결재사인이나 도장을 찍지 않는다. 미래에셋에서 실무를 결정할 권한을 갖고 실행을 하는 존재는 대표이사이지 회장인 내가 아니다. 나는 ‘전략’에만 집중한다.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주력할 뿐, 실무적인 업무는 대표이사인 사장들이 알아서 처리한다. 때문에 따로 경영 관련 데이터도 보고받지 않는다”고 했다.

박 회장은 이를 위해 동원증권 압구정지점에서 부하직원으로 데리고 있던 ‘투톱’ 최현만·구재상 부회장을 각각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최측근인 두 사람을 주력사에 배치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증권가에선 ‘(박현주 회장의) 좌 현만, 우 재상’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에 비해 김남구 부회장은 재벌 2세답지 않게 소탈하면서도 조용한 카리스마를 보여왔다. 그렇다고 해서 여느 오너처럼 강한 추진력을 갖고 경영을 해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는 철저한 외유내강 형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는 다른 증권사의 영업팀장은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와서인지 영업 등에서 상당히 공격적이고 내공이 있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소탈한 김 부회장의 모습은 2005년부터 매년 신입직원을 뽑을 때 본인이 직접 대학을 돌며 설명회를 한다는 점에서 잘 엿볼 수 있다.

김 부회장, 유상호 사장 삼고초려해 대표이사 맡겨

이는 경영 스타일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 부회장은 밑바닥에서 커왔고, 본인도 ‘금융 전문가’지만, 그의 주변을 맴돌던 측근을 CEO에 앉히지는 않았다. 실력이 있다면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대우증권을 거쳐 메리츠증권에 근무하던 유상호 사장을 직접 삼고초려해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자리에 앉혔다. 김 부회장은 한국투자신탁을 인수해 동원증권과 합병했을 때도 한국투자신탁 홍성일 사장의 경영능력을 인정해 합병법인인 한국투자증권의 CEO를 계속 맡겼다.

이는 동원증권 지점장 시절부터 데리고 있던 부하직원을 계속 중용하는 박 회장과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빗대 미래에셋이 과거 박현주 지점장 시절의 동원증권 압구정지점을 확대한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김 부회장은 또 자회사·손자회사 CEO들과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논의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김 부회장은 장기출장 후 직접 출장결과를 정리해서 임원들과 공유할 정도로 소통에 신경을 쓴다.



- 박현주 회장의 ‘투톱’인 최현만 부회장(왼쪽)과 구재상 부회장.

 

 |  Tip. 글로벌 전략 비교  |

미래에셋, 자산운용→증권 vs 한국투자, 증권→자산운용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글로벌 전략에서도 두 사람은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과 한국투자는 다른 자산운용사, 증권사와 달리 해외 진출에도 그동안 역점을 두어왔다. 미래에셋은 자산운용을 먼저 하고 증권이 그 뒤를 잇는 반면, 한국투자금융은 증권을 필두로 자산운용이 진출하고 있다. 정 반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전략에서는 박현주 회장이 김남구 부회장보다는 훨씬 앞서고 있다. 박 회장은 아시아 1위를 목표로 글로벌 전략을 짜서 2003년부터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홍콩, 영국 런던, 인도 뭄바이, 브라질 상파울루, 미국 뉴욕 등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중국 상하이와 베트남 하노이에는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사무소를 설치했다. 이어 2007년에는 자산운용사에 이어 증권사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박 회장은 2007년 1월 미래에셋증권 홍콩 현지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2007년 7월에는 중국 베이징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했다. 2007년 12월에는 베트남에 미래에셋증권 합작법인 설립을 완료했고, 지난해에는 중국 상하이, 영국 런던, 미국 뉴욕에 각각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이에 비해 김남구 부회장은 박 회장보다 늦은 2006년부터 본격적인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김 부회장은 베트남에 많은 공을 쏟고 있다. 2007년 7월 베트남 호찌민에 한국투자증권의 사무소를 개설했고, 지난해 12월에는 합작증권사 ‘KIS베트남’을 출범시켰다. 김 회장은 증권사에 이어 자산운용사를 곧 설립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2008년에는 싱가포르에 한국투자증권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뒤이어 2009년에 한국투신운용도 홍콩에 현지법인을 뒀다. 뉴욕·런던·홍콩에는 2004년 이전에 한국투자증권의 현지법인·사무소를 운영해왔다.

조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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