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회장은 경영학과 교수 출신답게 참 말을 잘한다. 사전원고도 없이 시작한 대담에서 그는 술술 말을 이어갔다. 논리적인 그의 답변을 들으면서 인터뷰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어 회장은 지난 3월11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KB금융지주 회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KB금융그룹 전반에 대해 소상하게 밝혔다. KB국민카드를 분사한 배경, 이명박 대통령과의 조우 등 그동안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내용까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민감해 대답을 꺼릴 것 같은 질문에도 그는 피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답했다.
인터뷰는 공정공시제도를 감안해 공시책임자 등이 배석한 가운데 실시됐다. 그동안 언론인터뷰를 자제해왔던 어 회장이지만 이날은 인터뷰 예정시간 1시간을 훌쩍 넘겼다. 공정공시제도에 위반되는 내용을 일부 삭제하고, 대담의 모든 내용을 <이코노미플러스> 독자를 위해 그대로 싣는다.
어윤대 KB 회장이 말하는 뉴 KB 이노베이션 플랜

“젊은 세대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대기업 비즈니스 강화해 나가겠다”

“KB, 변화 안 하면 과거 기아자동차처럼 됐을 것…

  대학에 ‘락스타’ 지점 개설·스포츠 마케팅도 추진”

지난해 7월 취임하셨으니, 이제 취임 후 8개월이 지났습니다. 지난 8개월을 자평해 주시죠.



우선 KB금융 입장에서 보면 지난 8개월이 최근 10년 동안 가장 변화가 많았을 것 같습니다. 지금 구성원들이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지만 환경에 대한 적응을 잘 못한 것 같다고 봅니다. 앞으로 3~4년간 현 상태로 유지됐으면 1988년 기아차 사태와 비슷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기아차는 국민의 자동차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국민을 내세웠지만 지나고 보니까 굉장히 문제가 많은 제조회사였습니다.

KB국민은행도 리딩뱅크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내부적으로 보니까 구조적으로 문제가 많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비만이었습니다. 경쟁사인 신한은행에 비해서 직원이 1만명이 더 많은 상태입니다. 다행스럽게 덕장인 민병덕 KB국민은행장이 있어, 작년에 희망퇴직제도를 통해서 3200명을 희망퇴직을 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했는데도 올해도 경쟁사에 비해 인건비가 6000억원이 더 나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인원이 많아 경쟁력 있는 은행이라고 자부할 상태는 아니고 계속적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가 취임 이후 박동창 KB금융지주 부사장을 필두로 해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습니다. 약 100대 과제를 추진해 그동안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처음에는 보스톤컨설팅, 맥킨지컨설팅 같은 외부 컨설팅 회사에 용역을 주려고 했는데 내부에도 인재가 있고 외부에 용역을 맡기면 문제 인식을 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아 과장, 차장, 부장급 등 내부 사람으로 약 100명의 팀을 꾸려 했는데 아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약 7개월 만에 모든 100대 과제에 대해 다 파악이 되고 벌써 집행이 됐습니다. 그 과제에 문제가 있다는 데 머무르지 않고 벌써 개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조직을 계속적으로 생동감 있게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합니다.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희망퇴직과정 중에 직원을 많이 뽑으면 안 될 것 같아서 평소에는 600명 채용하는 것을 200명으로 줄였습니다. 내년에도 그렇게 할 건데요. 그러니까, 요사이 이런 말도 하더군요.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을 하는데 KB가 사람을 안 뽑으면 어떻게 할거냐고 말이죠. 그런데 경쟁사보다 1만명을 더 데리고 있는데 어떻게 합니까. 그게 제일 큰 과제였고요, 다행히 민병덕 행장님의 리더십이 굉장합니다. 그분이 내부 출신 행장이어서 부하직원들이 잘 따라 은행이 굉장히 안정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KB금융지주 임원들은 거의 다 바뀌었습니다. 제가 바꾸었는데, 지주회사에 새로 오신 분들이 아주 훌륭한 경험과 자격을 갖춘 분들이라서 굉장히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여러 노력의 결과로 긍정적인 신호 나와”

말씀을 들어보니 고생이 많으셨을 것이라 생각이 드네요. 금융사 CEO는 처음이시죠?

그동안 대학교수를 했지만 금융기관에 여러 가지 형태와 자격으로 참여했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과 은행 사외이사도 했고, 증권·보험사와도 함께 일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 해야 할 일에 대해서 모르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론적으로나 실질적으로 말이죠.

다만, 집행하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필요하고, 또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이 조직 밑바닥까지 스며들어야 하고요. 물론 의사결정에 따른 피드백도 받죠. 그런데 2만6000명에 달하는 조직이어서인지 이런 일련의 과정이 힘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대학교수들이 굉장히 개성이 강한데도 대학총장 역할을 잘했는데 은행이 뭐가 문제가 있겠느냐고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정신적으로 대학총장보다 더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게다가 작년 한 해 동안 이익이 나지 않았습니다. 굉장히 어려운 8개월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 여러 노력의 결과로, 희망이 보이고 여러 가지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는 잘할 겁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우리 KB금융지주가 국제경쟁력, 국내 경쟁력이 있는가 하는 측면에서 자신감이 없고요. 여러 측면에서 개혁이 필요한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4대 금융지주가 이제 회장 선임이 완료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CEO간의 본격적인 능력대결에 들어갔다고 볼 수도 있는데, KB금융이 갖고 있는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지난 2~3년간 우리 KB금융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지배구조였습니다. 주주관계, 대정부 관계, 종업원 관계에서 이슈가 많았는데 완전히 해소됐다는 것이 제일 큽니다. 아시다시피 행장을 뽑을 때도 외부의 압력이 제로였습니다. 하나도 없었고, 이번에 부행장 인사를 하는데 외부 압력이 행장한테 간 게 없었습니다.

지배구조 문제를 따져볼 때 어느 지주 못지않게 독립성이 강한 조직이 돼 이것을 장점으로 생각합니다. 

또 국민은행은 1300개 방대한 지점망을 갖고 있고, 직원들의 애행심이 굉장히 강한 조직입니다. 의사결정에 따라 집행도 굉장히 빠른 조직입니다. 해병대 조직 같은 응집력도 있습니다. 그래서 바른 정책만 만들 수 있다면, 어느 곳보다도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는 조직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외부에서 경험과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분들을 지주회사에 모셔왔기 때문에 장점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고요. 이게 상대적으로 기존 4강(KB·신한·우리·하나)에서 6강(산은·농협 포함) 체제로 가는 과정중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속성장 위해 대기업과의 비즈니스 강화”

4강이든 6강이든 금융지주사간 경쟁이 치열해질 텐데, 이런 상황에서 KB를 어떻게 이끌어나가실 건지 궁금합니다.

주로 우리 국민은행이 가계, 중소기업 위주로만 했는데 ‘계속기업’으로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의 비즈니스가 확충돼야 합니다. 그런데 대기업은 은행으로부터 돈이 필요 없는 조직이 됐습니다. 자체 자금 조달하는 비용이 싸기 때문에 국내 대기업이 은행에서 돈 빌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외국에서 싸게 빌릴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KB가 하는 대기업 비즈니스는 비은행 부문입니다. 리스크 없이 자동적으로 수입이 생기는 비즈니스라인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고 지난 몇 개월 동안 노력한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예컨대 지난 1~2월 외환사업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40%나 늘었습니다. 대기업으로부터 수익이 많이 창출되고 있습니다. 더욱 다행인 것은 이런 사업은 그동안 우리에게 없던 것입니다. 

또 요즘 연금이 굉장히 중요해져, 미래 먹을거리로 부상했습니다. 국민은행이 은행권 1위를 기록하고 있어 연금 부문이 굉장히 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금융산업은 지식산업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새 지식을 계속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소매업을 하다 보면 직원들이 걱정하는 게 예금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 신용카드 얼마나 팔 것인가 등 아주 단순한 일에만 골몰하다 보니, 깊은 금융지식을 습득하지 못합니다. 물론 이는 KB뿐만 아니라 모든 한국의 은행 문제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금융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만드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금융지식과 관련해 직원들에게 공부도 시킨다면서요. PB(프라이빗 뱅커)들에게 숙제 주고, 시험도 친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골드 앤드 와이즈’라는 PB 브랜드를 갖고 있는데 여기에 소속된 직원은 1200명입니다. 이 직원들에게 매일 5~7페이지씩 금융산업, 경제변화에 관련된 자료를 주고 매주 월요일 아침 20분간 시험을 칩니다. 가끔 어떤 직원은 학교 있을 때 시험 보면서 고생했는데, 굳이 은행에 들어와서까지 시험을 봐야 하냐고 불평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필요합니다. 요즘 신문·방송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일반인들도 금융지식을 굉장히 많이 습득합니다. 우리가 앞서가지 않으면 질 높은 상담을 할 수 없습니다. 요즘 중동 이슈가 기름값에 이자율, 환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 알고 있으면 고객이 왔을 때 보다 정확하게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처음에는 반발도 있었습니다만 최근에는 필요성에 대해 좋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금융지식 습득을 많이하게 해서 직원의 부가가치 높이는 일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KB국민은행 하면 왠지 장년층이 즐겨 찾는 은행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이것과 관련해 큰 변신을 시도하셨죠.

우리 국민은행은 구멍가게 아줌마가 좋아하는 은행, 50대 아저씨가 좋아하는 은행, 실제로 이것이 자랑거리입니다. 누구에게나 친근감이 있는 은행, 제일 가까운 은행이라는 것이 굉장히 장점인데요.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앞으로 젊은 고객들이 계속 나오는데, 20대 젊은이가 가장 선호하는 은행이 돼야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42개의 캠퍼스 플라자를 만들었습니다. 그걸 즐거울 락(樂), 스타는 국민은행의 스타(star)를 썼습니다. 근데 이게 호응이 굉장히 좋습니다.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락스타지점은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 하는 건데요. 가령 예금금리 높여주고, 송금수수료 안 받고, 커피 공짜로 주고, 동아리방도 만들어주고 합니다. 학교 내 동아리의 외연을 넓혀서 캠퍼스 밖에다 만든 겁니다. 그러니까 학교도 좋아할 수밖에요. 그래서 총장님들이 오프닝 할 때 만나니까, 그렇게 고맙게 생각할 수 없습니다. 역시 대학총장을 해보니까 학교 사정을 잘 안다고 칭찬을 해줍니다. 

젊은 사람을 위한 여러 가지를 하려고 합니다. 또 KB국민카드에서는 스포츠 마케팅을 많이 하려고 합니다. 그중 한 가지가 대학생들이 옛날에는 농구 경기를 외부 경기장에서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운동시합을 ‘홈 앤드 어웨이’로 합니다. 가령 한번은 미시간대, 한번은 오하이오대에서 하는데요. 우리나라도 요즘 이런 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대학교 농구시합을 국민은행배로 바꾸었습니다. 메인스폰서가 된 거죠. 선수들이 유니폼에 ‘락스타’라는 로고를 달게 됩니다.

“젊은 고객 확보 위해 스포츠 마케팅 도입”

스포츠 마케팅은 젊은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나요?

그건 아니고요. 현재 전국적으로 야구 예금상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자기 연고의 프로 야구팀이 이기면 추가금리를 주는 상품입니다. 예컨대 한화이글스가 우승하게 되면 대전 고객들에게 1%의 우대금리를 더 주는 식입니다.

밖에서 볼 때 비은행 부문은 국민은행이 뒤진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지주회사가 생긴 지 2년밖에 안됐고요. 하지만 다른 지주회사가 비은행 부문이 원래 컸느냐면 그렇지 않았죠. 아시다시피 신한카드는 LG카드를 인수하면서 커졌습니다. 우리투자증권도 LG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커졌고요. 원래 컸던 게 아니라 M&A를 통해 규모가 커진 것입니다. 우리가 잘 못해서 그리 된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KB는 비은행 부문보다는 은행에 집중하기 위해 외환은행에 관심을 가졌고요. 작년에 영업실적이 나빠 여유가 없어서 M&A를 안 했는데, 그러다 보니 비은행 부문이 문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사실 자생적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M&A를 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생명보험, 투자증권(IB) 쪽에 기회가 되면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M&A 목적은 단순히 시장점유율을 높이거나, 사이즈를 키우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투자이익 극대화를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매입 가격도 기존 주주에게 도움이 되는 선에서 결정을 해야겠죠.

작년에는 굉장히 힘들었습니다만 올 연말쯤 되면 영업실적도 좋아질 겁니다. 현재 자사주(KB국민은행이 보유한 KB금융지주 지분)를 약 11% 갖고 있는데 이것을 매각하면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자사주는 어떻게 처리하실 건가요. 상법·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올해 9월 말까지 팔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1~2월에 2%가량을 포스코(0.61%)와 SK(1.5%)에 처분했고요. 이제 9% 가량 남았습니다. 이 자사주를 외국인 투자자들이 앞다퉈 가져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혹시 시장에서 이 물량이 쏟아지면 주가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걱정하는데 그런 문제는 없습니다. 지금 외국계 증권사들이 디스카운트 없이 매입하겠다고 줄서고 있습니다. 요즘 중동사태로 국내 주식시장이 안 좋아 주가가 내리고 있지만 주가가 회복되면 매각하려고 생각하고 있고요.

국내외 기관투자자 3~4곳에 ‘클럽딜’ 방식으로 9% 전량 넘기려고 해요. 9%의 KB 주식을 한꺼번에 사기 어려운 외국인 투자자들이 3~4곳의 재무적 기관투자가로 클럽을 구성해 한꺼번에 주식을 사는 ‘클럽딜’을 제안해왔거든요.

M&A 관련, 눈여겨보는 회사는 있는지요.

지금은 없습니다. 금융산업 안정과 건전화를 위해 선도금융그룹으로서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축은행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인수자가 저축은행을 설립해 부실 저축은행의 자산과 부채를 떠안는 P&A(자산부채이전) 방식이라면 인수할 마음도 있습니다. 현재 임영록 KB금융지주 사장이 태크스포스팀을 만들어 검토 중입니다만, 인수 시기나 대상은 전혀 확정되지 않았어요.

“내년에 희망퇴직 또 실시할 터”



금융산업 안정을 위해서라고 하셨지만, 서민금융은 지금도 잘하고 있지 않나요. 굳이 인수까지 하실 필요가 있을까요.

KB국민은행은 서민금융이 주력이니까 이치에 맞고 적합합니다. 오히려 산업은행이 저축은행을 인수한다면 이상한 거죠. 가령 KB국민은행에서는 신용등급 5등급까지, 저축은행은 6~8등급에게 대출해주는 거죠. 아래쪽으로 더 내려가는 겁니다. 가장 서민금융을 잘하는 KB금융이 나서서 해야 한다고 봅니다.

KB카드 분사 이유가 궁금합니다.

두 가지입니다. 한 가지는 은행 구성원이 증권, 카드사 구성원에 비해서 보수적입니다. 시장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속도도 늦습니다. 은행과 카드가 함께 있는 것의 장점은 보수적이기 때문에 부실이 적고, 은행 고객을 카드 부문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반면에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늦어요. 무슨 마일리지를 줄 것인가, 어떤 상품과 제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늦거든요. 고객의 니즈에 빨리 적응하고 젊은층이 좋아하는 이벤트를 하기 위해서도 은행과 카드의 분리가 필요합니다.

또 카드는 리스크가 많은 만큼 마진도 큽니다. NIM(순이자마진;순이자수익을 수익성자산으로 나눈 수치)이 높은데 전형적인 하이리스크-하이리턴 구조죠. 지난해 은행은 적자가 4000억원, 카드는 흑자가 4000억원이었어요. 은행과 카드가 같이 있다 보니, 은행이 위기위식을 안 갖더라고요. 심각합니다. 그걸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 은행에서 카드를 분리하면 은행이 얼마나 비용을 많이 쓰는가, 은행이 얼마나 많은 문제점이 있는지 실감할 겁니다. 그 두 가지 목적이 가장 큽니다. 

그런데 카드를 분리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은행 직원들은 제 말에 동의를 안 할 거예요. 그렇게 3~4년 가면 기아차 꼴 날겁니다. 은행이 4000억원 적자를 내고 있었다니까요.

올해도 구조조정하십니까.

올해는 안 할 겁니다. 작년에 3200명을 하다 보니 조직이 피곤해졌습니다. 하지만 내년에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KB의 올해 역점 사업은 무엇인가요.

젊은층 고객수를 늘리는 것과 대기업 비즈니스 이 두 가지는 분명이 할 겁니다. 다른 것은 다 잘하니까, 새로운 비즈니스를 키워야겠죠. 요즘 지속성장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근원은 바로 그런 데서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또 한 가지는 은행 부문 성장속도가 너무 늦습니다. 국내 은행의 자산 성장속도가 명목성장률 정도인 5~6%입니다. 그런데 생명보험이나 자산운용 같은 비은행 부문은 성장률이 두 자리 숫자입니다.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은행에만 집중하지 않고 일부 떼어서 더 성장할 수 있는 곳에 자산을 재분배하려고 합니다. 생명보험, 자산운용, 증권사 쪽에 노력을 경주할 겁니다.  

금융통화위원 하실 때는 제3자의 입장에서 금융을 보셨고요. CEO가 되신 다음 금융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셨습니까.

제가 30년 동안 대학에서 국제금융을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금융권에 와서 보니 ‘우리 대학이 잘못했구나’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 와서 보니까 별로 변화가 없어요. 은행경영의 패턴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는 거예요. 전산화를 제외하고 말이죠. 손님에게 예금을 권유하고 친절만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하지, 파생상품 같은 새로운 상품 개발이나 금융기법 면에서는 발전이 없습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님을 만났더니 이자율이 낮은 자금을 빌려주는 것은 자신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포스코가 얼마든지 국제금융시장에서 KB보다 더 낮게 빌릴 수가 있으니까요. 그보다는 금융에 대한 ‘토털솔루션 프로바이더’, 즉 해결사로 자기들이 모르는 금융기법을 알려주고, 관리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고 합니다. 그 말이 딱 맞습니다. 지금 우리가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 시대로 가자고 하고 있잖습니까. 이 과정에서 금융, 의학 등 서비스 분야가 도움이 되지 않으면 절대로 3만~4만 달러 시대로 못 갑니다. 국민소득 3만 달러로 가기 위해선 런던, 뉴욕이 아니라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를 이겨야 할 텐데, 그것도 안 되고 있습니다. 금융의 갈 길이 굉장히 멀고 중요합니다. 금융계에 CEO로 오시는 분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변화의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대통령께서 2년 선배이신데, 학창시절 친하셨습니까.

대학 때 이명박 대통령은 상과대학 학생회장을 했습니다. 과 선배이고 학생회장이니까 잘 알고 지냈죠. 이 대통령은 대학을 졸업하고 젊었을 때부터 유명했습니다. 현대건설에서 잘나갔고, 학교선배다 보니 계속 알고 지냈죠. 가까워진 것은 고려대 교수가 된 1979년부터라고 할 수 있죠. 아는 것하고 가까운 것은 다르지 않습니까. 기억나는 게 1981년 이 대통령께서 현대중공업 부회장을 겸직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 당시 와서 무슨 얘기를 하느냐 하면 ‘대학교수들 믿을 거 하나도 못 된다. 내가 공과대·경영대 교수들 만나 조선소 만든다고 하니까 모든 사람들이 다 안 된다고 했는데 이것 봐라 우리 얼마나 성공했느냐. 그러니까 공과대·경영대 교수들 다 쓸모없다, 매번 교과서적인 얘기만 한다’고 했었죠. 그 이후에는 굉장히 가깝게 지냈습니다. 아무래도 상과대 학생들이 기업체 많이 나가니까, 직원 뽑을 때나 자문할 때…. 그분은 굉장히 바쁜 분이라서 친한 친구가 아니면 만날 시간이 없었습니다. 제가 모교 교수가 되니까 가까워진 거죠.



최근 이명박 대통령을 뵌 적이 언제인가요.

브랜드위원장 재직 때는 보고차 자주 뵙고 그랬는데, KB금융지주 회장 취임 후 지난 8개월 동안 한번도 뵌 적이 없어요. 저를 불러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죠.

 

조완제 기자, 송창섭 기자 / 대담 : 김용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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