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에는 기업들이 평상시와는 다른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사업 구조조정, 공격적 경영, 전략적 비용절감, 적극적 마케팅, 소프트파워 강화 등이 최근 제시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의 불황극복 전략이다. 시장 확대를 위해 새롭게 떠오르는 신흥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글로벌시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불황극복 방법이다. 여기에다 CEO(최고경영자)가 강한 리더십까지 갖췄다면 금상첨화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글로벌기업의 불황대처법을 7개 키워드를 갖고 살펴본다.

 ‘선택과 집중’은 불황기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용어다. 이 원칙에 입각해 사업을 매각하고, 확보된 유동성을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사업을 재편한다.



불황기에 비핵심사업을 처분한 뒤 확보된 자금으로 핵심사업에 집중한 대표적인 기업이 캐논이다. 이 회사는 1998년 일본의 장기불황, 글로벌 경쟁 심화 등의 악조건 속에서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시장성은 좋지만 핵심역량과 거리가 먼 PC, LCD, 반도체장비, 태양전지 등의 사업부문을 매각하고, 카메라사업에서 축적한 광학기술을 바탕으로 복사기, 프린터 등 핵심역량 활용이 가능한 사업에 집중했다. 캐논의 핵심역량인 ‘이미징’에 집중해 사업영역을 심화시킨 것. 그 결과 캐논은 2000년대 들어 고성장을 할 수 있었다. 특히 핵심역량에 집중했던 캐논은 2003년 1000달러 미만 보급형 DSLR (디지털 일안반사식) 카메라를 최초로 개발하면서 성장에 더욱 가속을 붙였다.



듀폰도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성장세를 유지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듀폰 하면 떠오르는 것은 섬유 또는 나일론일 정도로 섬유 부문에서 세계 초일류기업이었다. 역사상 최대 히트상품 중 하나인 나일론을 1940년에 개발한 곳이 바로 듀폰이고, 이후 테프론·라이크라 등을 잇달아 히트시켰다. 그러나 듀폰은 60년간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하던 섬유 사업을 2004년 과감히 매각했다. 이후 선택한 것이 농업·바이오연료사업.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던 섬유사업을 버린 대신 듀폰은 77억달러를 들여 종자회사인 파이오니어를 인수했다. 가뭄과 병충해에 잘 견디며 에탄올 수율이 좋은 옥수수 등을 재배해 농업·바이오연료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모한 구조조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2007년 농업·바이오연료사업의 매출은 68억달러로 기존 코팅제품류, 기능성 소재류 사업 규모를 추월했다. 듀폰의 과감한 변신은 불황 속에서도 지속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컴퓨터를 생산하던 대표적인 하드웨어업체인 IBM도 하드디스크, PC 등 하드웨어 사업을 매각하고 IT(정보기술) 서비스 회사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30여년 전 ‘IBM PC’를 처음 선보여 세상을 바꾼 IBM은 이후 PC시대가 정체되자 과감하게 PC사업에서 철수하고 미래의 컴퓨팅 모델을 준비했다. IBM은 지난 2005년 중국의 레노보(Lenovo)에 PC사업을 통째로 매각하고 기업용 소프트웨어, 전산시스템 구축, 컨설팅 등 IT 서비스 위주로 회사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매년 수천건의 특허를 확보하며 지식기반형 조직으로 거듭 태어났다. 최근에는 전 세계 정부·기업용 클라우드 시장을 집중 공략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사업 구조조정을 통한 IBM의 변신은 대성공이었다.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IBM은 지난해 매출 999억달러(107조원), 순이익 148억달러(16조원)를 달성했다. 투자의 귀재인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IBM 주식 5.5%를 107억달러에 매입할 정도다. 버핏 회장은 그동안 성공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IT분야 투자를 꺼려왔던 인물이다. 그만큼 IBM의 변신은 놀라운 수준이었던 셈이다. IBM의 시가총액은 지난 5월23일(현지시간) MS(마이크로소프트)를 15년 만에 넘어서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의 IBM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 (원) 핵심역량인 ‘이미징’에 집중한 캐논의 복사기 공장.

코닝, 전 세계 공장 12개 폐쇄조치

미국 뉴욕주 코닝에 위치한 특수유리·세라믹 제조업체인 코닝도 불황 때마다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인 뒤 핵심역량을 R&D(연구·개발)에 집중해 불황을 타개해왔다. 1990년대 광섬유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코닝은 2000년 들어 IT 버블이 꺼지면서 엄청난 불황에 직면했다. 코닝은 2001년부터 독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전직원의 절반인 2만5000명을 내보냈고, 전세계 공장 12개를 폐쇄했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하던 2001년과 2002년에도 코닝은 R&D만은 투자 규모를 줄이지 않았다. 특히 광섬유사업에서 큰 손실을 봤음에도 앞으로 광대역통신이 발달해 기술수요가 커질 것을 전망하고 오히려 이에 집중했다. 그 결과 코닝의 매출액은 2005년 연간 33억달러에서 2008년 연간 58억달러로 늘었고, 같은 기간 순이익은 700% 이상 증가했다. 2009년에는 영업이익률이 10%대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다시 20%대를 회복하는 등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캐논, 듀폰, IBM과 달리 코닥은 기존 사업을 고수하다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1990년대 초 미국에 불황이 닥쳤을 때 코닥은 여전히 필름과 필름카메라에 집착했다. 디지털 제품 시장이 커지는 반면 필름 제품 시장은 죽어가고 있던 시기임에도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반대의 길을 걸은 것. 1975년 디지털 카메라를 가장 먼저 발명한 곳이 바로 코닥이다. 디지털 이미지 처리 핵심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업에 전혀 활용하지 않았다. ‘선택과 집중’을 잘못한 것. 2005년 이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실적이 악화됐음은 물론이다. 최근 코닥은 파산설이 돌고 있을 정도로 경영상황이 좋지 않다.



물론 주력사업을 바꾸거나 일부 사업을 버리는 구조조정을 해서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레이저디스크, 자동차용 CD플레이어 등을 최초로 개발한 일본 파이오니아는 2004년 초 NEC로부터 PDP 패널 사업부를 인수하며 PDP사업을 확대했다. 그 결과 세계 PDP시장의 2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제품 가격 하락으로 실적은 좋지 않았다. 게다가 LCD TV가 주력으로 부상하자 파이오니아는 결국 2008년 PDP 패널 생산을 중단한 뒤 2009년 1만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그 뒤 주력사업으로 일본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택했다.

조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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