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9년 3월 미국 전자제품유통업체 서킷시티가 회사 청산을 앞두고 할인폭이 60~90%에 달하는 세일을 하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과 전략적 비용절감은 다른 접근 방식이다. 무조건 인력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이나 각종 경비절감 등 전통적인 비용절감을 실시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비용절감도 전략적으로 실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2000년대 초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는 인력 구조조정으로 일단 불황을 넘겼으나 경쟁력 감퇴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서서히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노키아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구내식당에 비치해 놓은 팬케이크 휘핑크림을 없앴다. 그러나 직원들이 “세계적인 기업 노키아가 식탁에서 휘핑크림을 없애는 방식으로 경비를 줄이려 한다”며 반발해 비용절감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고 직원들의 사기만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로자베스 캔터 하버드대 교수는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만이 능사가 아니라 직원이 이룬 작은 승리를 격려하고, 조그마한 아이디어라도 격려하는 것이 불황 전선을 돌파하는 길”이라고 했다.



여행사인 하나투어는 인력 구조조정보다는 고통분담 차원의 전략적 비용절감 프로그램을 실행해 성공한 기업으로 통한다. 하나투어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감원을 하지 않는 대신 전직원 180명이 매달 5000만원으로 6개월간 견디자는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직원들에게 30만원 안팎의 월급을 주면서 회사에 남아달라고 해 직원의 로열티 제고에 큰 효과를 봤고, 해외여행 시장이 되살아날 때 업계 1위로 부상할 수 있는 힘을 비축할 수 있었다. 1993년 출범한 하나투어가 단시간에 1위로 올라서고, 1998년부터 13년 연속 해외여행·항공권 판매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이처럼 인위적 인력감축 없이 직원들과 회사가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감원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향후 직원이 보유한 기술을 다시 활용하려면 더 큰 비용이 소요될 수 있어 중·장기적인 인력활용계획을 고려해 신중하게 실시할 필요가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경기침체기에는 단기적인 효과를 노리는 비용절감이 일반적인데, 이는 근본적인 체질개선 효과가 적고 미래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가령 1949년 창립된 미국의 전자제품 유통회사인 서킷시티는 경쟁사 베스트바이처럼 저임금 인력활용 방식을 도입해 2007년 전직원의 7%에 달하는 숙련인원을 해고했으나 서비스 품질 저하로 고객들의 반발을 초래했다. 미국에서 2~3위 전자유통기업인 서킷시티는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2009년 3월 파산했다. 



크라이슬러와 피아트의 전략적 제휴 추진은 전략적 비용절감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지난 2008년 경영위기 속에서 크라이슬러와 피아트는 기술과 지분을 맞바꾸는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비용절감과 경쟁력 제고를 추구한 것이다. 피아트는 크라이슬러에 엔진 및 트랜스미션 기술, 생산플랫폼을 제공해 친환경 소형차 생산을 도왔다. 피아트는 대신, 현금지급 없이 크라이슬러 지분 35%를 취득하고 크라이슬러의 북미 유통망을 공유해 북미지역 확장의 토대를 구축했다. 크라이슬러는 피아트와의 제휴로 별도의 투자 없이 친환경 기술에 대한 정부의 자금지원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경쟁력 있는 신제품 생산능력과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비용절감 효과도 3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됐다.



같은 업종이 아닌 다른 업종의 기업끼리 제휴를 통해 타기업의 역량이나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에게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기도 한다. 정수기업체인 웅진코웨이는 ‘페이프리’ 모델을 통해 고객이 제휴한 카드사의 카드로 일정금액을 사용하면 카드사가 정수기 렌탈비에 상당하는 금액을 고객 대신 입금시키는 방식의 원-원 전략을 펼쳤다.



- 삼성전자는 부품 공용화·표준화 등 전략적인 정책 추진으로 비용절감을 이뤄냈다.

마쓰시타, 비용절감해 신사업 기회 발굴

리사이클링을 활용해 비용도 절감하며, 신사업 기회를 발굴한 기업들도 있다. 마쓰시타는 2005년부터 TV, 세탁기나 공장설비에서 각종 금·은·동 등의 금속을 채취하는 ‘도시광업’ 시설을 가동해 비용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프로세스 재설계로 비용절감의 지속성을 확보한 사례도 있다. 1980년대 포드는 3년 연속 적자의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비용-저효율 프로세스를 적극 개선했다. 그 당시 포드는 리엔지니어링을 실시, 구매 프로세스의 업무 효율성이 일본의 경쟁기업인 마쓰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짐을 발견했다. 그래서 송장을 받고 대금을 지불하던 기존 방식을 제품을 받고 대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프로세스를 단순화했다. 이전에 500명이 담당하던 업무를 125명의 직원이 처리하는 성과를 냈다.



하이닉스도 불황기 생존을 위해 지난 2008년 말 전사적인 비용절감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팹과 유틸리티 등 직접부문 9개, R&D와 영업 등 간접부문 5개, 해외법인 1개 등 총 15개팀에 30명의 상근 인원을 배치했다. 이들은 절감할 비용을 먼저 계획하고 절감 아이템을 발굴했다. 예컨대 와이어 사용량을 20% 절감하는 신공법을 개발해 매월 수억원의 원자재비를 절감했고, 폐웨이퍼를 재활용해 매월 수십억원의 추가 수입을 획득했다.



생산기술이나 프로세스의 근본적인 개선이 아닌 규모의 경제를 통한 단순 비용절감은 수요가 침체될 경우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미국 정유업체인 발레로에너지는 지속적인 M&A(기업 인수·합병)를 통해 2005년에는 미국 최대의 정유회사로 등극하기도 했지만, 불황으로 수요가 침체되자 오히려 운영비용이 늘어났다. 발레로에너지는 지난해 2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단순히 싸게 구입하는 것을 넘어서 전략적 부품 조달로 지속성 있는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부품 공용화·표준화 정책 추진으로 부품 수를 2000년 59만4000개에서 2005년 22만3000개로 줄임으로써 매출액 대비 재료비 비중을 6% 감축해 이 기간 4조7000억원을 절감한 것도 비용절감의 좋은 사례로 꼽힌다.

조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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