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기에 공격적인 경영을 펼친 월마트 매장

불황기에 마냥 움츠러드는 것보다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오히려 불황을 타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략적 비용절감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한 경비절감 가지고는 불황기에 한계에 직면하기 십상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불황기에는 소비 니즈의 규모와 특성 변화, 경쟁구도의 변화가 평상시보다 큰 편이므로 이러한 기회를 활용하는 것이 불황기 공격경영의 핵심”이라고 했다.



탁월한 내부 역량을 바탕으로 공격적 경영에 나서 불황기를 경쟁기업과의 격차를 벌리는 기회로 활용한 기업들이 꽤 있다. 월마트나 맥도날드는 고객이 원하는 새 사업을 발굴해 불황을 극복했는가 하면 노바티스나 다나허는 불황기에 M&A 등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1962년 미국 아칸소주에서 작은 잡화점으로 출발해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한 월마트는 창립 45주년이던 2007년 성장 정체와 수익성 저하의 경영위기에 직면했다. 그해 1월부터 9월까지 매출증가율은 1.3%로 경쟁업체인 타깃의 4.6%, 코스트코의 6.0%에 훨씬 뒤처졌다. 주가도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약 29% 하락해 같은 기간 타깃이 72%, 월그린이 66% 각각 상승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됐다. 이는 월마트가 지나치게 저가전략에만 집착해 소비자들의 니즈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저가전략을 지키기 위해 공급업체에 과도한 가격인하를 요구하면서 반(反)월마트 정서마저 생겼다.



월마트는 이 시기에 사업전략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했다. 고급브랜드인 ‘조지’, ‘메트로7’ 등을 전면에 배치하고 지역별로도 고가와 저가의 차별화된 매장을 운영했다. 유명한 스타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월마트=싸구려’라는 이미지를 탈피했다.



월마트는 이에 그치지 않고 불황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2007년 하반기부터 불황 대비에 들어갔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소비자들이 보다 값싼 물건을 찾아 월마트로 올 것으로 예측하고, 품질은 큰 차이가 없지만 일반 상품에 비해 10~40% 저렴한 PB상품 비중을 늘리는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그 결과 2009년부터 다른 유통업체의 매출은 조금씩 감소하는데 오히려 월마트의 매출은 증가했다.



2000년 이후 불어닥친 웰빙 트렌드와 외식시장의 포화로 패스트푸드업계의 절대강자인 맥도날드는 2002년 4분기에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물론 패스트푸드산업 전체 연평균 성장률이 20%에서 5%로 하락하는 침체국면에 접어들긴 했지만 맥도날드에게는 충격적이었다.



이후 맥도날드는 공격적 경영을 시작했다. 2003년 CEO 직속으로 ‘요리혁신팀’을 신설해 신상품 개발에 돌입했다. 샐러드나 닭고기를 밀전병으로 싼 스낵랩 등 웰빙형 간식 메뉴를 내놨다. 음료에 우유도 추가하고, 모든 조리에서 트랜스 지방을 퇴출시켰다.



- 맥도날드는 웰빙트렌드에 맞춰 웰빙간식메뉴를 내놓는 전략을 펼쳤다.

맥도날드는 불황기에 신제품 대대적 출시

또한 일부 맥도날드에서 제공하던 2달러짜리 커피를 전사적으로 받아들여 커피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했다. 고급원두로 추출하는 맥카페는 커피전문점 못지않은 인기를 얻었다. 미국 자본주의 폐해를 상징하는 기업으로 인식돼 온 이미지 개선에도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불식시켜 나갔다. ‘아임 러빙잇(i’m loving it)’이라는 TV 광고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세계 118개국에 내보낸 것.



여세를 몰아 2008년 불황기에도 신제품 출시와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펼쳤다. 불황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절약심리를 간파해 저렴한 가격이지만 실속 있는 저녁세트 등 신제품을 연이어 내놨다. 가령 일본 맥도날드는 2008년 ‘100엔 햄버거’의 히트로 순이익이 전년보다 58.5%나 증가했다. 그 결과 극심한 불황기였음에도 2008년 4분기에 전세계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3.3% 증가한 55억7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11%나 늘어난 15억달러로 안정적인 성장과 수익을 기록했다.



스위스의 제약회사인 노바티스는 M&A 등 적극적인 경영으로 불황을 타개했다. 2004년 이후 연평균 10% 매출이 증가해 존스앤드존슨, 파이자, 로슈에 이어 세계 4위권으로 성장한 노바티스는 신약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나 M&A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신약기술을 꾸준히 확보했다. 불황이 본격화된 2008년에도 안구치료 전문회사인 알콘을 인수하는 등 4건 116억달러에 달하는 M&A를 성사시켰다. 2007년 59억달러, 2006년 26억달러보다 오히려 많다.



지난 2008년 불황을 극복하는데 새로 출시된 전문의약품들의 판매가 크게 주효했다. 고혈압 치료제 엑스포지, 치매치료제 엑셀론 등 출시 2년 미만인 신약의 매출이 2007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하면서 매출 증가를 견인한 것이다.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도 안정적인 매출을 보였다. 이들 전문의약품은 지속적인 투약이 필요해 불황으로 인한 수요위축이 작다. 전문의약품이 노바티스가 불황을 극복하는 데 효자 노릇을 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의 전자장비업체인 다나허는 M&A에 적극적이었고, 불황기에 이를 잘 활용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가령 2003년 미국 IT 불황기에 10건의 M&A를 계기로 초정밀기기, 의료용 공구 등의 신사업에 진출했다. 그 결과 2003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되자 연평균 20% 이상의 고속성장을 달성했고, 불황기에 인수한 기업이 전체 매출 증가액의 60% 이상을 견인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친 2008년에도 초정밀기기, 의료용 공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텍트로닉스, MDS애널리틱테크놀로지, AB사이엑스 등을 인수하는 데 40억달러를 들였다.



다나허가 M&A를 성공시킬 수 있는 배경에는 사업 성장 궤적을 사전에 설정하고 생산성, 자원조달, 기업문화 등 다각적 차원에서 M&A 대상기업을 평가하는 ‘다나허 비즈니스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불황기에 치밀한 준비를 한 후 M&A를 실행했던 것. 결국 불황기에 공격적 경영을 하는 다나허에게는 불황이 오히려 기회였던 셈이다. 지난 2월 진단장비업체인 베크만쿨터를 68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다나허의 M&A는 현재진행형이다.

조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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