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거의 모든 업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창업 전문가들조차 진짜 유망한 아이템을 꼽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깊은 불황 속에서 호황을 누리는 업종들이 있다. 어린이 중고용품 등 중고품 비즈니스를 비롯해 맞춤형 리폼·튜닝사업, 리퍼브 사업, 창업과 취업 컨설팅 사업, 농업 비즈니스 등이 그것이다.

중고·재활용사업 불황때 재미 ‘짭짤’

  

여성 · 어린이 대상 비즈니스도 ‘쑥쑥’



- 창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의류나 신발 등을 리폼하는 비즈니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50대 이상 자영업자가 지난 1년 새 크게 늘었다. 16만9000명이 증가해 전체로는 310만3000명, 역대 최대 규모다. 이른바 ‘등 떠밀린 창업’이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를 하면서 ‘먹고 살기 위해서’ 대거 생계형 창업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조금씩 줄고 있던 전체 자영업자 규모도 50대 창업자가 급증하면서 5년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생계형 창업이 이렇게 크게 늘어나면서 1톤 트럭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경기불황 탓에 승용차 판매가 급감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요식업과 도소매, 운수업 같은 뾰족한 기술이 없어도 가능한 영세 업종에 몰리다 보니 경쟁만 치열하고 벌이는 신통치 않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영업자 10명 가운데 8명이 3년 내에 폐업한다는 통계도 있다.



그래도 창업 전문가들은 사업은 지금 당장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사업 시기의 측면에서 모두 ‘노(no)’라고 할 때 ‘예스(Yes)’라고 할 수 있다면 ‘불황’은 또 하나의 기회라는 것이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장은 “주위 사람들이 감히 사업을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할 불경기라면 경쟁이 덜 치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불황에 강한 업종에 주목해야겠지만 부득이하게 폐업하는 사업자도 예비 창업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며, 소규모의 비용으로도 창업이 가능한 로드 비즈니스 등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불황으로 전 세계가 난리다. 국내에서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내년 경기가 더 심각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있다.



현재진행형인 글로벌 경제위기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경제회복 속도가 달라지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내년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 창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의류나 신발 등을 리폼하는 비즈니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불황에 날개 단 리사이클링 비즈니스

하지만 이런 불황의 한쪽에서는 표정 관리하기에 여념이 없는 업종들이 있다. 이른바 ‘불황에 강한 비즈니스’다. 2007년 이후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살아나기 시작했고, 최근 2년 들어서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표적으로 중고 비즈니스가 꼽힌다. 경기가 위축되면서 중고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경차와 소형차 중심의 중고자동차 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서울 장안평 등지의 중고차 시장에는 소형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고, 판매량 역시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려는 알뜰 주부들이 중고제품을 선호하면서 어린이 용품 중고사업도 큰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한 자녀를 둔 가정이 늘면서 불황인데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관련된 소비시장은 오히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 중고가게는 장난감, 옷, 문구 등 아이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판매 가능하고, 단품 판매매장보다 훨씬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인 간 거래 등을 통해 물품을 확보한 후 주택가·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필요한 제품을 엄마들이 사갈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어린이 중고용품 판매는 무엇보다 연령별로 물품을 잘 구분해 정리·판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정훈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상무는 “브랜드와 비브랜드의 분류를 철저히 해 엄마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리사이클링(Recycling) 비즈니스도 불황에 강하다. 리사이클링 비즈니스는 말 그대로 제품의 재활용 관련 사업을 뜻한다. 맞춤형 신발 리폼, 중고 가전·가구 매매, 의류수선 등이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이미 잉크나 토너를 리필하는 사업은 오래 전에 검증이 끝난 상태다. 최근에는 새로운 콘셉트의 리폼, 튜닝 등 재활용 관련 업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리사이클링은 리폼·리스·리필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리폼은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을 새것처럼 수리해 판매하거나 시설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리스는 완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빌려주는 비즈니스다. 기저귀, 사무용품, 완구를 비롯해 비디오카메라나 여행가방, 캠핑용품 등 생활가전에서 레저용품까지 다양하다. 사무용품이나 생활가전 대여는 아직 일반화된 아이템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침대 매트리스를 대여하는 사업이 등장하는 등 점차 확산되고 있다. 잉크충전방으로 대표되는 리필은 아직 그 종류는 적지만 지속적인 수요가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 창업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맞춤형 리폼·튜닝이다. 자동차, 가구, 의류, 신발, 욕실 등의 분야에서 개성을 추구하는 고객의 욕구가 커지고 있어서다. 의류 전문 리폼업체인 리폼하우스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가 악화된 2008년 이후 리폼 의뢰 건수가 매년 10%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소자본으로 쉽게 창업할 수 있고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신발 리폼 분야가 떠오르고 있다. 기존 제품에 간단히 덧대고 붙이는 리폼 작업을 통해 새 제품을 구입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누리려는 알뜰 쇼핑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렌탈 비즈니스도 호황

특히 핸드페인팅 튜닝 신발을 판매하는 사업은 소형점포 또는 인터넷을 통한 홍보로 집에서도 창업할 수 있다. 판매와 함께 핸드페인팅 기법을 알려주는 교육사업도 병행할 수 있다.



맞춤형 신발 리폼 튜닝사업은 창업 기간이 다소 길어지더라도 점포형 창업으로 바로 연계하기보다는 온라인 창업을 먼저 하는 것이 좋다. 온라인 사업이 정착되면 오프라인 창업을 하는 순서가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참고로 점포형 창업의 경우 자본은 33m²(10평) 기준으로 약 1억원이면 충분하다.



불황이다 보니 폐업하는 곳이 창업하는 곳보다 더 많다. 한 해 70만명이 창업하고, 80만명이 폐업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문을 닫는 점포의 집기와 제품을 헐값에 구입해 다시 파는 폐업 비즈니스도 호황이다. 점포정리 업체는 폐업 후의 중고물품 정리와 거래를 처리해 주고, 폐업 컨설턴트는 자영업자들의 폐업 정리와 새로운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게 도와준다. 자영업자 입장에선 가게 인테리어나 집기 등을 헐값에 처분하는 것보다 나은 값을 받을 수 있고, 구매자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폐업 컨설팅을 받거나 폐업 정리 업체를 이용하는 비율은 3~5%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폐업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창업을 하기 위해 폐업 전문업체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일산에서 중고 물품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폐업하는 업체들의 상품을 시중가의 절반 가격에 파는데 그래도 마진은 50%가 넘는다”며 “경기 불황에도 일이 넘쳐난다”고 웃음을 짓는다.



고객들의 단순 변심으로 반품한 제품들을 다시 포장해 판매하고 있는 ‘리퍼브 사업’도 인기를 끌고 있다. 리퍼브 업체들은 단순 변심으로 반품된 제품에 대해 꼼꼼히 재점검한 뒤 문제가 없을 경우 다시 포장해 리퍼브 제품으로 내놓는다. 실제로 110만원짜리 노트북이 60만원대에 재판매되기도 한다. 브랜드 의류 리퍼브샵인 싹쓰리닷컴의 연간 매출액은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렌탈 시장도 쑥쑥 성장하고 있다. 렌탈 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품목은 정수기·비데 등 생활가전제품과 PC 노트북 등 컴퓨터 전문기기 분야다. 디지털카메라와 즉석카메라를 포함해 메모리 카드까지 빌려주는 업체, 고가의 아기 침대, 유모차 등을 장기간 대여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또 렌탈 전문 포털 사이트를 이용하면 원하는 상품정보 검색과 결제가 가능하다. 전문 포털 렌털엔조이는 평균 이용객이 1만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그림, 인테리어 소품, 명품 귀고리와 넥타이 등 생활 밀착형 렌탈 제품까지 등장했다. 아직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림과 아트 포스터를 비롯한 온라인 미술품 대여 사이트는 수십개가 넘는다.



이처럼 렌탈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비싼 가격에 비해 활용도가 낮은 제품은 저렴하게 빌려 쓰는 게 낫다’는 소비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좋지 않으니 합리적 가격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불황을 먹고 사는 업종들은 또 있다. 간판제조업도 경기가 나빠야 뜨는 전형적인 업종이다. 불황이라 점포의 주인이 자꾸 바뀌다 보니 간판 역시 덩달아 교체의 대상이 되고, 간판 제조업체는 이 덕을 톡톡히 본다.

농업 비즈니스로 불황 돌파

최근에는 농업 분야에서 불황을 돌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한민국 야콘 박사로 불리는 충북 옥천의 강성식씨. 그는 남들 다하는 건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 과감한 발상의 전환으로 야콘이라는 틈새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현재 연간 1억5000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농업CEO로 성장했다. 안데스 산맥이 원산지인 야콘은 생김새는 고구마를 닮았지만 국화과에 속하는 채소다. 단맛이 강해 ‘땅에서 나는 과일’로도 불린다.



강씨는 원래 농사꾼이 아니었다. 7년 전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1호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이었다. 첨단 분야의 연구원이었던 그가 야콘 농사를 선언하자 그를 보고 모두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최초’는 물론 ‘최고’가 됐다.



소비자들 사이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국산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농업 비즈니스 기회가 늘고 있으며, 유망한 취업처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른 창업보다 농업 비즈니스는 착실한 사전 준비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농업 비즈니스의 경우 기술 습득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도시 샐러리맨의 경우 3~5년 정도 준비한 뒤 귀농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저가형 유통업체와 외식업체들 역시 불황이 즐겁다. 저가형 유통업체들의 경우 ‘다른 곳이 더 싸면 그만큼 환불해준다’는 구호까지 내걸며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외식업체들의 선전도 눈에 띈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값비싼 음식을 자랑하는 곳보다 실속 있는 가격에 내실 있는 맛을 자랑하는 외식업체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스파게티 전문점인 솔레미오를 지난 2007년 창업한 안종선 사장은 “첫해 조금 고생을 하긴 했지만 2008년 상반기 이후 매출이 크게 늘었을 뿐 아니라 창업희망자들의 문의도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불황으로 실업자가 늘면서 취업과 창업컨설팅 시장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온라인 취업 관련 업체에는 이력서가 쇄도하고 있고, 헤드헌팅 업체들 역시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창업컨설팅업체의 상황도 비슷하다. 20~30대의 창업이 크게 늘어난 데다 최근에는 50대 전후에 직장을 그만둔 중장년층이 가세하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상헌 소장은 “창업 교육이나 상담을 받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예년에 비해 30%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 불황에 문을 닫는 사업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창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의 교육을 받는 것도 바람직하다.

발로 뛰어야 성공할 수 있어

경기침체와 소비위축으로 창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특정 아이템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걸기보다는 사업자 스스로가 ‘유망’하게 사업을 해나가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황에 강하다는 장점만 생각해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불황기일수록 저렴한 가격, 단순하고 간편한 기능 등 기본에 충실한 제품과 서비스를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다. 하지만 이러한 제품·서비스만으로는 진정한 차별화를 이룰 수 없다. 이는 치킨이나 삼겹살 등 대중적인 아이템으로 외식사업을 하더라도 차별화를 이룰 수 있다면 성공 가능성은 높다는 얘기다.



가격으로만 승부하는 시대도 지났다. 소비자들은 ‘저가’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을 원한다. 이상헌 소장은 “무조건 싼 것을 찾기보다는 제값을 주고 제대로 된 제품과 서비스를 받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저가전략이 통하는 업종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사업의 지속성과 수익성을 따져보고 자금이나 적성에 맞는 실속형 아이템을 골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앉아서 생각하기보다는 발로 뛰는 것이 필수적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 가맹 본사에서 내세우는 영업전략이 실현가능한 것인지, 또 매출은 어느 정도인지 현재 운영 중인 점포를 찾아다니며 현장조사를 해야 한다.



최근 소셜커머스와 같은 새로운 트렌드에 눈높이를 맞추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제 가만히 앉아서 손님이 오기만 기다리다가는 망하기 십상이다. 이는 구매 요인이나 방법 등 타깃 고객에 대한 소비 성향을 구체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얘기다.



인턴십 과정을 거치거나 창업 교육기관의 교육과정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이상헌 소장은 “특히 베이비부머 창업자의 경우에는 한번의 실패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적은 업종을 염두에 두고 안전하게 투자하는 것이 좋다”며 “미리 관련 업종에서 경험을 쌓고 창업컨설팅 기관 등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 실패 가능성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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