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구글의 대결은 언뜻 종목이 다른 두 선수가 시합을 벌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원래 애플은 IT기기 제조업체이고, 구글은 검색광고 업체이지 않았던가. 그런 애플과 구글이 자신들의 ‘출신성분’을 벗어나 스마트폰 시장에서 정면 충돌하고 있다. 세계 IT업계의 양강은 어찌하여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처럼 전면전을 불사하는 것일까? 두 회사의 진정한 속내와 노림수는 무엇일까?

모바일 패권 차지 위한 ‘전면전’ 양상

현재 애플과 구글이 벌이는 싸움의 최전선은 스마트폰 시장이다. 두 회사는 각각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 쟁탈전을 전개하고 있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애플은 운영체제(iOS)와 단말기(아이폰)를 독자 개발한 반면 구글은 자신들의 운영체제(안드로이드)를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에게 무료로 나눠져 영향력을 키워왔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난 8월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로 직접 스마트폰 제조 능력을 갖추게 되면서 이런 차이점마저 사라진 셈이다. 즉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구글의 전면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하나의 가능한 시나리오에 그칠 뿐이다. 구글은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한 이유를 애플, MS 등의 특허공세로부터 ‘안드로이드 진영’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어쨌든 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는 애플과 구글의 ‘전선’이 어디까지 번져갈지 짐작하게끔 하는 단서임에는 분명하다.

애플은 PC 제조에서 출발했지만 2000년대 이후 MP3플레이어 아이팟을 필두로 아이폰, 아이패드를 잇달아 선보이며 모바일 단말기 시장의 혁명가로 떠올랐다. 반면 구글은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 기술을 바탕으로 인터넷 세계를 장악한 데 이어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발판 삼아 모바일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애초 비즈니스 모델의 출발점은 판이하지만 모바일이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면서 동일한 시장에서 충돌하게 된 셈이다.

서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

하지만 두 회사는 뿌리가 다른 만큼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도 전혀 다르다. 기본적으로 애플은 단말기 판매 극대화가 목표이지만 구글은 광고수익 극대화가 목표다. 수익원 자체가 다르다는 뜻이다.



- 소니가 출시한 구글TV.

애플의 성공신화는 단말기와 콘텐츠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서 비롯됐다. 아이팟과 아이튠즈, 아이폰과 앱스토어는 짝을 이루면서 사람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고, 그 덕분에 애플 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구글은 세계 최강의 검색엔진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웹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온라인 검색광고를 주된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구글 전체 매출의 97%가 광고에서 발생한다. 즉 검색광고가 핵심 비즈니스 모델인 것이다. 2010년 1분기 기준 미국 검색광고 시장의 74.8%를 구글이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모바일 시장에서 두 회사는 어떤 복안과 전략을 갖고 있는 것일까. 먼저 애플은 단말기-콘텐츠 결합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모바일 시장 장악력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가는 한편 그 힘을 다른 영역으로도 전이시켜 나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말하자면 애플 생태계의 외연을 확대해나가는 것이다. PC 및 웹과 연동되는 애플TV(스마트TV)를 앞세워 안방 공략에 나선 것은 단적인 예다.

그런 점에서 애플이 곧 선보일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아이클라우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이클라우드는 애플 콘텐츠의 허브 역할을 하면서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맥 등 서로 다른 단말기를 통해 동일한 콘텐츠를 끊김 없이 즐길 수 있는 이른바 ‘N-스크린’ 서비스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렇게 되면 가령 애플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업체 단말기보다 아이패드, 아이맥, 애플TV 등을 구매하게 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애플 생태계가 그만큼 더 커지고 공고해지는 것이다.

애플 생태계 확장을 구글이 수수방관할 리는 없다. 구글 역시 모바일 시장에서 애플에 맞불을 놓으며 안드로이드 생태계(구글 생태계)를 신속하게 구축해나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온라인 검색광고 시장의 장악력을 모바일에도 그대로 옮겨오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구글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 유지와 직결된 생존의 문제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모바일 기기를 통한 인터넷 접속 빈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광고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애플과 구글의 싸움이 시작된 상황이다. 이미 두 회사는 모바일 광고회사 인수전을 통해 한번씩 펀치를 주고받았다. 애플은 쿼트로 와이어리스를, 구글은 애드몹을 인수했다. 쿼트로 와이어리스와 애드몹은 모바일 광고업계에서 경쟁 관계라서 더욱 눈길을 끈다.

모바일 시대 오면서 전선 형성

애플과 구글은 서로 다른 태생 때문에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관점과 전략이 다르다. 애플이 ‘통제’라면 구글은 ‘개방’이 사업의 키워드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자사 제품과 운영체제를 폐쇄적으로 연결시켜 놓았다. 애플의 콘텐츠는 애플 제품을 통해서만 즐길 수 있다. 말하자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한데 묶어놓은 전용 플랫폼을 통한 선택적 개방 전략이다.

반면 구글은 모든 콘텐츠와 서비스를 개방하는 전략을 취한다. 대다수 웹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된다. 그 대신 온라인 광고가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손해 볼 게 하나도 없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또 다른 애플’로 바뀌어나갈 수도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한다.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를 통해 외견상 애플과 똑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든 사실을 주목하는 것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최근 리포트는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포화 수준에 달하면 구글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단말기를 독자적으로 내놓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물론 아직은 하나의 가정에 불과하다.

어쨌든 애플과 구글의 대결 구도는 지구촌 전체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본격적인 모바일 시대의 1막에서 누가 주인공이 되느냐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 최윤정 연구원은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충돌하고 있는 것은 향후 성장동력이 바로 모바일 중심으로 급속하게 변해나갈 것이라는 점을 정확하게 예측한 때문으로 보인다”며 “1라운드에서 애플이 아이폰으로 승리했다면 2라운드에서는 애플과 구글의 접전을 예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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