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은 위버스마인드 대표·배기식 이니셜 대표

“될성부른 후배 진작 알아봤죠”

“선배 조언은 늘 솔루션이에요”

디지털 어학학습기 ‘워드스케치’로 요즘 시중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교육콘텐츠기업 위버스마인드. 이 회사 정성은 대표(35)는 두 번의 벤처기업 창업에 모두 성공한 간단찮은 내공의 젊은 벤처인이다.

그는 국내 유수의 모바일게임회사 게임빌의 공동 창업자로서 첫 번째 성공기를 쓴 데 이어, 게임빌을 떠나 새로 설립한 위버스마인드도 불과 2년 만에 안정 궤도에 올려놓는 수완을 발휘했다. 위버스마인드는 2010년 매출 55억원, 올해 매출 80억원(전망치)으로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일찍 이룬 성공에 도취될 만도 하지만, 정 대표는 오히려 스스로를 더욱 담금질하며 앞날을 개척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유능한 후배들에게 전수해 차세대 벤처기업가들을 육성하는 일을 하나의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그가 요즘 ‘필’이 꽂힌 신진 벤처기업이 하나 있다. 전자책 서비스 ‘리디북스’로 이름을 얻고 있는 이니셜커뮤니케이션즈(이하 이니셜)가 바로 그 회사다. 2009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리디북스는 현재 교보문고, 인터파크와 함께 전자책 시장 3강을 형성할 만큼 잘나가고 있다.

전자책 시장 성장 잠재력 아주 커

정 대표가 이니셜을 주목하는 이유는 잠재력과 성장성이다. “이른바 ‘플랫폼’ 사업은 한번 궤도에 오르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게 장점이죠. 더욱이 전자책 시장은 그 자체가 굉장히 ‘핫(Hot)’한 분야라서 투자 관점에서도 전망이 좋아요. 물론 이니셜이 잘하고 있기도 하죠.”

정 대표와 배기식 이니셜 대표(32)는 서울대 전기공학부 선후배 사이다. 하지만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낸 건 아니고 2년 전 우연한 계기로 첫인사를 나누게 됐다. 정 대표의 기억이다. “후배가 나이치고는 진지하고 묵직한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제 경험과 지식을 이야기해주면서 점차 친해지게 됐죠.”

배 대표는 중학 시절부터 사업가의 꿈을 키워왔다고 한다. 전기공학부를 전공으로 선택한 것도 정보기술(IT) 분야의 사업가가 되기 위한 포석이었다. 그리 흔치 않은 케이스다. “조부께서 사업을 하셨는데 그 영향도 받았나 봐요. 대학 시절에는 비즈니스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했어요. 그때 친해진 후배들과 함께 결국 창업을 하게 된 겁니다.”

배 대표는 대학을 졸업한 2006년 초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처음 발령을 받은 부서는 벤처투자팀. 스스로 희망했던 일을 맡았다. 그는 이 팀에서 서울과 미국 실리콘밸리를 오가며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대한 투자 검토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던 2007년 어느 날 아마존 ‘킨들(전자책 단말기)’ 출시 소식을 접했다. 곧이어 애플 아이폰이 시장에 처음 선을 보였다. ‘디지털 디바이스(Digital Device) 혁명’의 거센 태풍이 시작된 것이다. 배 대표의 말이다.

“PC에서는 전자책이 안 될 거라고 진작 생각했었죠. 하지만 킨들과 아이폰의 탄생을 보면서 전자책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특히 전자책 콘텐츠 시장은 ‘유료화’가 가능하다고 봤어요. 한국에서는 대형서점들이 전자책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전자책은 본질적으로 IT 기업이 하는 게 옳다는 생각에서 전자책을 사업 아이템으로 잡았습니다.”

그의 판단과 예상은 적중했다. 과거 PC 기반에서는 전자책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지만 스마트 단말기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확 반전됐다. 국내만 놓고 보면 올해 전자책 시장은 2010년 대비 8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리디북스의 회원만 해도 벌써 70만명 규모에 도달했다. 또한 리디북스 서비스를 체험한 잠재고객도 180만명에 달한다. 리디북스가 히트를 치자 투자자들도 이니셜을 주목하고 있다. “이니셜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벌어들인 수익을 재투자하고 외부에서 펀딩을 받아 사업을 키우고 있어요.”

정 대표도 배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처음엔 한 달에 한번 정도 만나 멘토 역할을 해줬지만, 후배의 간청에 아예 이니셜 사외이사를 맡았다. 그뿐 아니라 올해는 억대 규모의 투자도 했다. 배 대표의 든든한 선배이자 멘토에서 이제는 이니셜 경영에 긴밀히 관여하는 이사이자 주주가 된 것이다.

- 정성은 대표(오른쪽)와 배기식 대표는 서로 사업상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법

“처음 창업을 했을 때부터 의사결정을 잘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아주 컸어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멘토를 얻기가 어려운 게 현실인데, 저는 정 대표님처럼 회사를 키워본 경험을 가진 선배의 후원 덕분에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 휴대폰에 ‘1번’으로 저장된 분이 정 대표님이에요. 힘든 일이 있으면 늘 자문을 구하는데, 그때마다 한 마디 해주시는 게 실질적인 해법이 되는 경우도 많아요.”(배 대표)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는 않죠. 배 대표는 믿음직한 후배예요. 좋은 인재의 발전을 돕는 건 보람이자 도전이기도 해요. 저도 후배에게 주는 것만은 아니에요. 후배의 피드백을 통해 배우는 것도 많아요. 이를테면 ‘교학상장(敎學相長: 가르치고 배우면서 함께 성장함)’이라고 할까요. 사업을 하면서 깨달은 건데 한번 인연을 맺으면 언제든지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오더군요. 앞으로 배 대표와 사업적으로 함께 할 기회가 많을 거라고 봅니다.”(정 대표)

사랑은 받아본 사람이 줄 줄도 안다는 말이 있다. 배 대표는 벌써부터 정 대표처럼 후배 벤처인을 키우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선후배 벤처인들이 단단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함께 커나가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마치 고구마가 줄기에 주렁주렁 딸려 나오듯 한 사람이 잘되면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잘되는 거죠. 저 역시 후배 벤처인들을 돕는다면 큰 즐거움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마도 재미가 없겠죠.”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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