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재철 대표(왼쪽)는 김진혁 대표의 해외 시장 개척을 적극 돕고 있다.

오재철 아이온 대표·김진혁 페이즈캣 대표

소프트웨어 강자와 게임계 샛별

글로벌 벤처 향한 꿈이 만났다

올 상반기 국내 모바일게임 앱(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는 앱 제작업체 페이즈캣이 출시한 ‘팔라독’이라는 앱이 큰 인기를 누렸다. 무려 8주 동안이나 유료 앱 부문 1위를 독주했을 정도다. 팔라독은 강아지 영웅이 말을 타고 다니며 악을 물리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디펜스게임(Defense Game)이다.

특히 팔라독은 올 상반기 출시된 앱 중에서 가장 우수한 앱을 선발하는 ‘2011 코리아 모바일 어워드 제1차 베스트 앱 공모전’에서 대상인 방송통신위원장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이 화제의 게임 앱을 개발·출시한 페이즈캣은 지난 1월 설립된 신생 벤처기업이다. 김진혁 페이즈캣 대표(33)는 회사 문을 열자마자 누구보다도 화려한 데뷔식을 치른 셈이다.

그는 지난 10년간 국내 게임업계에서 게임 디자인으로 잔뼈가 굵었다. 아케이드게임,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 등을 두루 섭렵했다. 그러는 동안 게임산업에 대한 예리한 안목을 길렀음은 물론이다. 창업을 결심한 것은 애플 앱스토어가 탄생하면서다. “앱스토어라는 새로운 시장, 새로운 생태계의 출현을 보면서 ‘큰물’에서 놀아보자는 열망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창업을 계획하게 됐어요.”

김 대표는 2009년 직장을 나와 처음 개발한 게임 앱 ‘코스트디펜스’로 단박에 북미 유료 앱 시장 3위에 올랐다. 2010년 1월에는 국내 앱 시장에서도 3주간 1위를 하는 성공을 거뒀다. 이런 성과를 통해 자신감을 얻어 정식으로 회사를 차리기에 이르렀다.

올 상반기 최고 인기 게임 앱 개발

그는 지난 상반기 내내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회사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벤처캐피털, 게임퍼블리싱(Game Publishing)업체, 언론매체 등에서 ‘엄청나게’ 찾아왔기 때문이다. 난생처음 겪는 일이었음은 물론이다. “창업은 했지만 회사 운영 지식이 전혀 없었어요. 그런 터에 여러 가지 일들이 번갈아 생기면서 어떻게 조율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더군요. 누군가에게 회사 경영에 대한 자문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어요.”

바로 그 무렵 김 대표는 성공한 선배 벤처기업가를 든든한 멘토로 두게 되는 행운을 맞았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이하 아이온) 대표(42)가 바로 그다. 아이온은 콘텐츠관리시스템(CMS: Contents Management System) 분야에서 국내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소프트웨어기업이다. 오 대표는 1990년대 초반 한국컴퓨터사용자모임 회장, 한국PC통신협회 사회분과장을 역임하는 등 국내 디지털 시대를 개척한 선구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두 선후배 벤처인이 인연을 맺은 것은 벤처기업협회, 중소기업청, 창업진흥원이 공동 주관하는 ‘선도벤처기업 연계 기술창업 지원사업’을 통해서다. 이 사업은 이미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잡은 선도벤처기업이 유망한 기술창업자를 대상으로 성공 노하우를 전수해 창업 활성화를 촉진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말하자면 선후배 벤처기업을 멘토와 멘티의 관계로 맺어주는 것이다. 다만 전체 멘토-멘티 후보군 중에서 서로가 상대를 원해야만 짝이 성립된다. 그런데 오 대표와 김 대표는 서로를 ‘1순위’로 지목했다고 한다. 오 대표의 말이다.

“페이즈캣이 굉장히 잘될 거라고 봤습니다. 저는 게임을 잘 모르지만 페이즈캣이 개발한 게임은 항상 앱 시장 상위권에 올라가요. 뭔가 있다는 겁니다. 김 대표는 모바일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아주 높습니다.”

오 대표가 벤처기업을 경영한 기간은 10년이 훌쩍 넘는다. 아이온 설립 이전에도 IT컨설팅업체를 창업한 경험이 있다. 회사 경영에 관한 한 노련한 경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 IT 벤처기업 100개가 창업하면 99개는 망합니다. 기술은 있어도 경영을 모르기 때문이에요. 기술 확보가 ‘신혼’이라면 회사 운영은 ‘현실’입니다. 경험이 부족하면 회사를 이끌어가기가 결코 쉽지 않아요. 사장은 일도 잘해야 하지만 직원들이 의사결정을 원할 때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직원 6~7명 규모까지는 가장 일꾼이지만 직원 수가 20명을 넘어가면 그들의 실행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사장이에요.”

기술개발이 ‘신혼’이면 회사운영은 ‘현실’

김 대표는 오 대표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했다. 그는 “오 대표님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경영 노하우를 흡수하는 느낌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아이온의 핵심 임원 한 명에게 페이즈캣을 살뜰하게 챙기도록 하는 ‘특별임무’도 맡겼다. 그 덕분에 김 대표는 보다 수월하게 회사 운영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는 중이다.

그뿐 아니라 오 대표는 페이즈캣의 해외 진출도 적극 돕고 나섰다. 아이온은 현재 미국,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해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이미 CMS 분야의 핵심 기업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아이온은 외국에서도 사업을 하고 있어 해외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습니다. 따라서 페이즈캣이 해외 진출을 할 때 판로 개척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지금 페이즈캣의 일본 진출을 돕고 있는데 그쪽 일이 마무리되면 다음에는 말레이시아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에요.”

아이온과 페이즈캣은 업종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오 대표는 향후 두 회사의 사업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아이온이 모바일 서비스 분야를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어 페이즈캣과 협력할 수 있는 접점이 생길 것 같아요. 어쩌면 페이즈캣의 도움을 받을지도 모르죠. 서로 윈윈하는 관계로 발전했으면 합니다.”

오 대표는 세계 100대 소프트웨어기업을 꿈꾼다. 김 대표도 당장은 ‘앵그리버드’ 같은 글로벌 히트작을 출시하는 게 목표이지만 장차 세계 100대 게임기업을 만들고 싶은 꿈을 가졌다. 두 선후배 벤처인이 서로 동반자로서 글로벌 벤처기업을 함께 가꿔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꽤 흥미로울 듯하다.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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