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야탑동에 위치한 분당테크노파크는 벤처의 요람이다. 이곳에 처음 둥지를 틀었던 벤처기업 중에는 스타 벤처로 발돋움한 사례도 많다. 지난 2월 설립된 스마트TV 셋톱박스 제조업체 휴텍도 분당테크노파크에 자리잡고 선배 벤처들의 ‘기’를 이어받아 또 다른 성공신화를 써나가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 회사 김동엽 대표(39)와 김기용 이사(38)를 만나 창업 스토리를 들어봤다.

휴텍 김동엽 대표·김기용 이사

“스마트TV 셋톱박스 시장 정조준…

            

 창업 1~2년차 벤처 맞춤 지원 절실”

 



- 김동엽 대표(오른쪽)와 김기용 이사가 스마트 TV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TV 시장은 2010년 1000만대 규모에서 2014년에는 1억8000만대 규모로 급팽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마트TV 보급이 확산되면 덩달아 셋톱박스 시장도 커질 수밖에 없다. 김동엽 대표와 김기용 이사가 창업 아이템으로 셋톱박스를 선택한 배경이다.

김 대표와 김 이사는 셋톱박스 업체인 가온미디어 부설연구소에서 각각 하드웨어팀장과 연구기획팀장으로 호흡을 맞추면서 의기투합한 사이다. 두 사람은 세계 시장의 큰 변화를 읽고는 2009년 말부터 본격적인 창업 준비를 시작했다.

휴텍은 스마트TV 셋톱박스와 사용자환경(UI) 솔루션을 함께 개발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겸한 사업구조를 갖춘 셈이다. 이런 사업구조는 애플의 성공 배경을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김 이사는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서로 최적화하는 제품 디자인 역량을 갖춘 덕분에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텍 셋톱박스(상품명 아이덴TV)는 여러 가지 특징을 지녔다는 설명이다. 세계 각국의 방송 표준을 모두 만족시키는 디지털 방송수신 기능을 탑재한 데다 PC와 동일한 인터넷 환경을 제공한다. 아울러 앱(애플리케이션) 형태로 개발됐기 때문에 서비스의 추가와 변경이 용이한 것도 장점이다. 김 대표는 “값비싼 스마트TV를 스마트폰처럼 자주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며, 셋톱박스를 이용해 사용자환경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방송·콘텐츠 사업자 공략 시작

휴텍의 주된 공략 대상은 국내외 방송·콘텐츠 사업자들이다. 우선 대규모 사업자보다는 중소규모 사업자를 1차 타깃으로 삼았다. 다양한 고객사의 요구에 맞춤식 개발·영업 전략으로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작은 고객 하나라도 소중히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휴텍은 특히 해외 시장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벌써 북미, 폴란드, 터키, 몽골, 인도네시아 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중이다. 그 중 두 곳의 시장 개척 프로젝트는 거의 완료 단계라고 한다. 국내 시장 개척도 탄력을 받고 있다. 이미 한 대형 리조트업체와 OEM 방식으로 셋톱박스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11월부터는 첫 번째 양산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휴텍이 탄탄대로를 달려온 것만 같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역시 가장 힘든 난관은 자금 문제였다. 김 이사는 씁쓸한 기억을 털어놓았다.

“벤처기업을 위한 정책자금 집행기관을 노크한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글쎄 재무제표를 가져오라는 거예요. 이제 막 창업한 회사인데 재무제표가 있을 리 있나요? 헛웃음이 나오더군요.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초기창업자금 지원제도’라는 게 있다고 해서 알아봤더니 자격조건이 7년 이하로 돼 있더군요. 우리처럼 갓 창업한 기업과 7년쯤 된 기업이 경쟁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한 거잖아요. 우리나라는 창업 초기 기업을 위한 자금 지원이 굉장히 취약합니다.”

그나마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휴텍이 확보한 기술력 덕분이었다. 휴텍은 은행 대출, 정책자금 지원이 막힌 상황에서 기술보증기금(기보)의 기술평가를 통해 2억원의 보증을 받아낼 수 있었다. 행운은 또 있었다.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가 주관하는 ‘선도벤처 연계 기술창업 지원사업’ 대상에 선정되면서 시제품 제작비용 6000만원을 지원받은 것이다. 아울러 네트워크 장비·솔루션 분야의 유력 벤처기업인 다산네트웍스의 멘토링과 후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도 큰 힘이 됐다. 현재 휴텍의 사무공간은 다산네트웍스로부터 무상 제공받은 것이다.

그렇다고 회사 형편이 넉넉한 것은 결코 아니다. 자금 부족으로 재무, 마케팅 인력을 뽑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회계, 경리, 출납 업무 등 자질구레한 일도 김 대표와 김 이사가 일일이 챙겨야 한다. 그러다 보면 연구개발에 지장을 받는 것은 불문가지다. 두 사람은 “아이덴TV가 잘 팔려나가고 외부 펀딩도 받게 되면 재무, 마케팅 인력부터 보강할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더 안타까운 일도 있다. 휴텍은 현재 7개의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그런데 특허 출원 비용마저 부담스러워 3개의 특허는 평소 친분이 있는 기업과 실시권 계약을 맺고 겨우 출원한 상태다. 향후 해당 특허에서 비롯되는 라이선스 수익을 20:80으로 배분하는 조건이다. 물론 휴텍이 20%를 갖는 불리한 조건이다.

휴텍의 해당 특허가 미래에 얼마나 큰 가치를 창출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휴텍의 기술이 독보성을 인정받고 다른 기업들이 너도나도 사용하게 된다면 라이선스 수익은 엄청나게 커질 수도 있다. 김 대표는 “특허 출원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되기 때문에 불가피했던 선택이지만 사실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성공하면 신생 벤처 도우미 될 것

김 대표와 김 이사는 창업 초기의 험난한 과정을 어렵사리 지나고 있다. 이제 자신들의 도전이 어느 정도 결실을 맺을 것 같다는 기대감도 생겨났다. 두 사람은 한 가지 다짐을 했다. “휴텍의 사업이 성공하면 반드시 창업 2년 이하의 신생 벤처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할 겁니다. 사실 어느 기업이든 창업 후 첫 1, 2년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거든요. (벤처들에게) 지원도 해가면서 살아남으라고 해야 실패율을 줄이고 성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초보 벤처기업가로서 우리 사회에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벤처와 창업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으면 하는 게 희망사항이라고 했다. “저희 같은 창업기업들이 고용창출을 하게 되면 청년실업 문제도 크게 해소될 겁니다. 그런데 벤처기업이 사람을 뽑는 게 참 쉽지 않아요. 다들 안정적이고 큰 회사만을 선호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젊은이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작지만 유망한 회사에 들어가 당장은 힘들더라도 큰 미래를 위해 땀을 흘려보지 않겠냐고 말입니다.”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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