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

“한국 벤처, 새로운 생태계에서 미래를 찾자”

내가 막대 하나를 가지고 있다. 다른 누군가가 나에게 막대를 하나 더 준다면 나는 두 개의 막대를 가지게 된다. 많은 숫자가 아니다. 하지만 두 막대를 문질러 불을 피울 수 있다는 지식을 알게 된다면, 나는 지금까지 없었던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지식공유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클레이 셔키 뉴욕대 교수의 저서 중 일부 내용이다. 가진 물건의 개수를 늘리는 것도 유용하지만, 가진 지식의 양을 늘리는 것은 그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정확하게 설명해준다.

이 교수가 던져준 화두를 현재 한국 벤처기업 상황에 대입해봤다. 1998년부터 부각되기 시작한 벤처기업은 현재 그 수가 2만7000개에 육박한다. 지난해 기준 매출 1000억원 이상을 달성한 기업이 315개사에 이르고, 연결재무제표 기준 1조원을 초과한 기업도 8개나 된다.

양적으로는 눈에 띄게 성장했다. 이 기업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만의 지식 혹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우리는 이를 서로 결합하여 전혀 새로운 산업의 판을 짤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각계각층에서 우리에겐 아직 그런 힘이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시너지는 서로가 손잡을 때 생긴다

하나와 하나가 더해져 두 개는 되었지만, 그 두 대상 사이의 새로운 가치창출이 되지 못한 것이다.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바다에 떠 있는 섬처럼 남아 있다. 그나마 그 자리마저 잡지 못한 훨씬 많은 수의 섬들은 실패의 낙인이 찍혀 무덤처럼 망망대해에 버려졌다.

이를 우리가 벤처의 성공모델이라 생각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비교해보자.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기업들의 관계를 분석해보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모두 한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수많은 기술과 인력들이 거미줄처럼 촘촘한 연결고리를 통해 엮여 있다는 것이다.

가능성 있는 젊은 인재들은 창업을 통해 벤처기업을 성장시키고, 상대적으로 자금력이나 마케팅 능력이 풍부한 기업들은 이런 무모한(?) 신생기업의 도전을 격려하고 이들의 성과를 확장시킬 수 있는 사업 능력을 제공한다. 그 과정 속에서 긍정적인 벤처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실패한 사업과 인재에게도 그 과정이 정당했다면 다시 기회를 준다. 목표를 위해 당당하게 도전했기에 실패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실패를 통해 전혀 새로운 수준의 지혜와 성공의 가치가 생겨날 수 있음을 인정할 뿐 아니라 가능성 있는 기업은 살려냈다.

실리콘밸리는 이런 우수한 인프라 위에 두뇌, 기술, 자금, 세계화의 철학이 만나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벤처의 성공사례를 쏟아낼 수 있었다. 하나와 하나가 만나 서로의 경험을 모으고 각자의 재능과 특성을 결합해서 새로운 시너지의 불꽃을 만들어낸 것이다.

현재 우리의 산업문화에도 이런 긍정적인 선순환 구조와 인프라가 절실하다. 지금껏 우리가 생각하는 성장은 누군가의 성공을 보고 목표를 정한 다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따라가기만 해서는 새로운 창조적 시너지를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절대 선두를 앞지를 수 없다. 선두를 앞지르고 1등을 하기 위해서는 기업가가 따라가는 사람보다 앞서 새로운 인프라, 문화, 철학을 만들고 그 속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 이 고민이 바로 우리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는 증거다.

벤치마킹의 시대를 넘어 창조적 시대로의 변화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때 다시 한번 벤처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다양한 분야의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탄생하고 서로 지식을 교류하며 기존 생각과 구조와는 다른 개념의 성공적인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출발점이 바로 벤처다.

이런 시점에 기존 벤처 1세대들이 새로운 벤처의 탄생을 위해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미 성공과 시행착오를 겪어온 선배들이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며 벤처의 새로운 통로가 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벤처가 똘똘 뭉쳐 세계적 기업 탄생시키자

지난 1년간 벤처기업협회가 마련한 ‘7일 장터’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350여명의 멘토와 6150여명의 멘티가 서로의 경험과 고민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우수한 창업 아이디어를 상품화할 수 있는 투자와 서로 간의 제휴를 통해 새로운 벤처 탄생의 기반을 다져가는 사례까지 속속 나오고 있다.

뛰어난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들이 어렵지 않게 창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고, 이들을 통한 투자 회수와 다시 새로 탄생하는 기업에 재투자되는 일련의 과정이 조금씩이나마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소득 4만달러의 선진국형 성장은 이처럼 다양한 사업의 고리들을 창의적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통해서만 이뤄낼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교환하고 협력하는 곳에서 새로운 지식이 창출되고 새로운 산업도 탄생한다.

서로의 지식을 연결하여 한 기업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구조, 이것이 바로 긍정적인 벤처 생태계인 것이다. 이 연결을 통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고, 그 발견들이 결국 혁신적인 창조의 토대가 되어 세계적인 기업까지 탄생시킬 수 있다.

■  황철주 회장은 … 

1985 인하대 공대 전자공학과 졸업 / 1993 주성엔지니어링 창립 / 1995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 / 2004 인하대 명예공학박사 / 2005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 2010.02~ 벤처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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