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학자 조순·세계 경제 석학 갈브레이스의 조언 <이코노미플러스>는 갈림길에 서 있는 한국 경제의 해법을 찾고자 한국 및 세계의 대표 원로 경제학자인 조순 전 부총리와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 하버드댑 명예교수를 단독 인터뷰했다. 아울러 한국 10개 대학의 경제·경영학자 104명을 대상으로 한국 경제의 진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이슈로 떠오른 7가지 경제 문제에 대해 상세히 뜯어봤다. 과연 우리는 현 시점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2004년 경제 7대 이슈 대논쟁



 갈등의 회오리 속에서 갈 길을 잃었던 한 해였다. 경제분야 또한 극심한 대립구조를 형성했다. 성장 vs 분배, 뉴딜정책, 출자총액제한제도, 외국자본, 경기전망, FTA, 부동산 정책 등 현안마다 찬반의 목소리가 사이렌처럼 터져 나왔다. 문제는 자기 이야기만 하려 한다는 것.  이제 상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올 한해 경제분야에서 논쟁의 화두였던 7가지 이슈를 선정, 각각의 목소리를 담았다.

Hot Issue1 성장이냐 분배냐



‘성장 우선’

민간과 시장 활력에 의한 성장 우선 추구해야




이수희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센터 소장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은 IMF 환란 이후 가장 낮은 3.1%에 불과했다. 일자리도 3만 개나 줄었다. 양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가장 효과적 분배 수단이며 제1차적 복지 지표인 고용이 감소한 것이다. 이는 우리 경제가 고용을 유지하거나 늘리기 위해 이제 과거보다 더 높은 경제 성장률을 달성해야만 함을 의미한다. 

올 들어 정부가 경제 정책의 최우선을 투자 회복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둔 것이나 하반기 들어 5% 성장 달성을 위해 다각적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설비 투자나 가계 소비 그리고 민간부문의 일자리 면에서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소비자들은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과 급속한 고령화 등을 감안할 때 가계 부채가 아니더라도 미래를 위한 저축에 비중을 두고 소비를 줄여 나갈 수밖에 없다. 기업으로서는 불확실한 경영 여건이 해소되지 않고 수요 기반이 취약한 국내 투자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특히 시장 개혁이나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시장보다는 정부 개입에 의존할 수 있다는 개연성을 열어 두게 된다면 앞날은 더욱 불투명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국민연금 기금(연기금)의 주식 투자를 가능케 하는 법안과 민간부문 금융 계열사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법안의 개정 내용은 해당 법안의 제안 취지나 통과 여부를 떠나 기업에는 경영권 위협 요인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한 내수 부양과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종합 투자 계획안’에 따르면 사회적 기반 확충을 위한 투자에 연기금 재원을 활용한다고 한다. 경기 침체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 주도의 일시적 경제 활성화 정책은 필요하고 바람직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에 걸친 고용 증가의 상당 부분을 정부와 공기업이 기여하고 내년에는 연기금까지 활용한다면 정부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시장 실패 시정을 위한 정부의 직접적 시장 개입은 인정된다지만 정부 개입이나 실패에 따른 비용은 결국 국민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비시장적 방법에 의한 고용과 복지의 개선은 결국 그 부담을 기업과 가계에 지우고 무한 경쟁에 노출된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분배를 중시했던 남미 경제의 예가 아니라도 비시장적 방법에 의한 분배가 강조된다면 중장기적으로 약자가 더 큰 피해를 감수하게 된다는 것 또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도 성장이 지속될 때보다 침체될 때 분배가 악화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일본과 중국 등 거대 경제권과 이웃한 한국 경제가 선택 가능한 정책 대안이 많지 않다는 현실 인식 또한 중요하다. 총 국민소득 5조달러의 일본이 장기에 걸친 불황 탈출을 선언한 데 이어 지속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고 소득 4배가 운동을 통해 이에 버금가는 경제 규모로 커 가고자 하는 중국은 스스로 과열을 경계해 속도 조절에 나서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의 목표도 구체화하지 못한 채 단기적으로 5% 성장과 중장기적으로 잠재 성장률 유지에도 버거운 모습을 언제 탈피할 것인가.

글로벌 경쟁시대에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과 분배 개선을 원한다면 개방된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은 기본이다. 정책 당국이나 정치권은 미래 불확실성의 여지를 축소하는 데에 주력해야 하며 부가 가치 창출과 고용 증대를 통한 성장과 분배 개선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과 시장의 활력을 활용해야 한다.



‘분배 우선’

성장에 의한 삶의 괴리부터 처리하라



박진도 충남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해묵은 논쟁에 경제 위기 논쟁이 더해지면서 사람들을 헛갈리게 한다. 성장론자는 경제가 나쁜데 한가롭게 분배 타령이나 할 것이 아니라, 경기 회복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체감 경기가 IMF 경제 위기 때보다 더 나쁘다고 느끼는 서민들의 상당수가 이러한 주장에 공감을 표한다.

반면에 분배론자는 IMF 경제 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와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조세 개혁 등을 통한 소득 재분배 정책을 조속히 실시할 것을 주장한다.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는 부유세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경제 성장과 효율성이 장기적으로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믿기 때문에 성장 그 자체를 절대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경제 성장이 반드시 보통 사람의 삶의 질을 개선하지 않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명백하다.

성장주의자들은 우리나라가 IMF 경제 위기 이후 1인당 국민소득이 8년째 1만달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에 빠질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IMF 경제 위기 이후 과거의 고도성장만 못하지만 일본과는 달리 꽤 높은 성장률을 실현해 왔다. 1996~2003년에 국내총생산(GDP)은 1.6배 성장했고, 외환 위기 이전 환율로 계산하면 2003년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8000달러를 넘어섰고 2만달러에 육박한다.

그동안 성장을 안 한 것이 아니라 성장에도 불구하고 보통 사람의 삶이 더 나빠지고 있는 게 문제다. 성장은 하지만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 경제 성장의 대가로 농민들이 빚더미에 허덕이고, 농촌이 피폐화되고,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저임금에 고용 불안을 느끼고, 경제활동인구 여섯 명 중 한 명이 신용 불량자로 정상적 경제활동을 할 수 없고, 실질임금의 상승은 생산성 상승에 미치지 못하고,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빈곤층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한편 그동안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온 국내 투자는 IMF 경제 위기 이후 급속히 냉각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것은 정부 정책이 반기업적이고 노동자 편이어서가 아니라, 외환 위기 이후 한국 경제 개혁의 해결사로 영입한 외국 자본이 우리나라의 주식시장과 은행권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주주의 단기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외국 자본이 우리 경제를 좌지우지하게 되면서 기업 투자와 기업 금융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성장 그 자체가 아니라 성장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그 과실이 누구에게 귀속되느냐이다. 급속한 대외 개방과 자유화, 무리한 구조 조정과 노동시장의 양적 유연화, 공기업과 은행의 민영화 등 성장의 과실이 외국 자본과 우량 수출 대기업의 주주와 경영자 등에게만 돌아가는 지금과 같은 경제 운용 방식으로는 아무리 경제가 성장하고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다 해도 ‘보통 사람’의 삶은 향상될 수 없고, 종국에는 성장 동력 자체가 위축된다.

경제 성장은 필요조건이며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경제 성장과 효율성은 고용 증대, 빈곤 퇴치, 불평등 감소, 인간 계발, 지속 가능한 환경 등과 함께할 때만 ‘보통 사람’의 삶에 기여한다. ‘보통 사람’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즉 효율성과 형평성, 경제 성장과 사회 진보를 함께 추구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진정 필요한 시기다.



Hot Issue2
한국판 뉴딜정책



‘찬성’

종합적이며 적극적인 경기부양정책 필요



이상만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정부가 침체된 경기 활성화를 위해 한국형 뉴딜정책인 ‘종합투자계획’을 2005년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하기로 함에 따라 정책 추진 방안과 그 주요 사업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은 한마디로 민간·공공 자본을 최대한 동원해 경기 부양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과 정보통신(IT) 부문, 임대주택 건설 등에 투입한다는 것으로 전체 자금 규모는 10조원 정도다.

침체 국면에 빠져들고 있는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경기 부양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폭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그 실행 방법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야당인 한나라당은 국민연금기금(이하 연기금)에 의존하는 경기 부양 정책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어 실행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정부 여당에서 추진 중인 뉴딜정책의 재원 조달은 정부의 재정 투입보다는 민간 자본과 연기금의 여유 재원에 의존하겠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현재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민간 기업의 투자 여력도 약화되어 있기 때문에 대규모 민간 자본의 투자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130조원대의 여유 자금을 갖고 있는 연기금이 주요 자금줄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만일의 손실 가능성과 그에 따른 보전 대책이다. 특히 투자 대상이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공공시설이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연기금이 장래에는 바닥날지도 모른다는 국민들의 우려도 있기 때문에 연기금의 투입에 대해서는 논란이 예상된다.



수출도 어려운 상황 부작용 감수하더라도 부양정책 써야

한편 뉴딜 계획으로 적자 재정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만약 민간 투자가 저조할 경우 재정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에 적자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야 한다. 특히 연기금 투입으로 추후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정부 재정으로 보전해야 하고, 이 경우 재정 적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정 투입은 가급적 줄이고 민자와 연기금에 의존하겠다는 정부의 방향 설정은 좋으나 그 실행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경제의 상황으로 볼 때 대규모의 경기 부양 정책은 불가피한 것 같다.

현재 우리 경제는 수요 부족 특히 내수 부족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 지출의 감소와 기업의 투자 지출 감소로 제조업과 서비스 업종의 경우 타격이 심각한 상황이다.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어 있으며 기업의 투자 위축도 우려되는 수준으로 소비자의 소비심리와 기업가의 투자 마인드 약화는 우리 경제 회복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경제 주체들의 심리적 위축은 소득 감소 등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 상실,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 비경제적 요인으로부터 기인한다. 특히 기업가의 투자 마인드 위축과 이로 인한 투자 부진은 경기 침체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의 장기적 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투자 마인드 회복은 시급한 과제이다. 따라서 특소세 인하나 금리 인하 등 간접적이며 소극적인 경기 부양 정책으로는 그 효과를 얻기가 힘들며 경제 주체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종합적이며 보다 적극적인 경기 부양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 들어 우리 경제에 버팀돌이 되어온 해외 수출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부작용은 감수하더라도 더 늦기 전에 과감한 경기 부양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반대’

경제 살리는 건 정부 아닌 기업이 하는 일



나성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참여정부 출범 후 1년 반 동안의 지속적인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내수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는 지난 8월말 대규모 감세와 재정확대를 포함한 올인식 경기부양책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본격적인 경기부양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살아나기는커녕 내년 경제성장률마저 4%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는 다시 콜금리 인하와 더불어 연기금동원을 통해 건설경기를 활성화시키려는 초고강도의 경기부양책을 내어놓았다.

이름하여 1930년대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을 본뜬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그 핵심은 136조원에 이르는 연기금의 여유자금 중 일부를 투입하여 사회간접자본이나 공공복지시설 같은 공공부문의 건설경기를 부양해서 내수를 진작시키려는 것이다. 정부는 물론 연기금 뿐 아니라 정부재정, 공기업, 사모펀드, 외국자본 등 가용재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국가적으로 긴요하고 공익성이 큰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핵심은 연기금 여유자금을 활용하려는 것이다.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급선무

정부의 주장에 의하면 현재 연기금의 막대한 여유자금이 주로 안정적이긴 하지만 수익이 낮은 채권에 투자되고 있는데 이것을 정부가 국채이자 이상의 수익을 보장하고 사회기반시설, 공공복지시설 등에 투자하게 하면 연기금 재정도 더 튼튼해지고 우리 금융시장도 활성화되면서 동시에 경제도 살아날 수 있으니 일석 삼조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인식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아직 우리 경제침체의 근본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편법적인 경기부양책으로 경제를 살리려는 것이다. 경제를 살리고 경제성장을 하는 것은 정부가 아니고 기업이 하는 것이란 간단한 시장경제원리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투자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 기업들은 50조원이 넘는 현금을 쌓아두고 투자를 미루고 있다. 정부는 기업들로 하여금 이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적자재정을 통하여 또는 연기금을 활용하여 경제를 단기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업들이 본격적인 투자를 할 때까지의 촉매역할에 불과할 뿐 결국 기업들의 투자로 연결되어야만 본격적인 경제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지나치게 진보적인 국정운영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기업을 불안하게 하여 투자를 못하도록 해 놓고 효과도 없는 단기부양책을 계속 쓰고 있는 것이다.

둘째, 연기금의 남용은 연기금 재정을 부실화시킬 것이다. 아무리 정부가 최소한도의 수익을 보장해준다고 하지만 지금처럼 정부가 투자대상을 설정하고 투자를 반강제적으로 유도하는 것은 연기금 기금운영자들이 자발적으로 투자 결정을 할 때 보다 수익성이 높을 수가 없다. 과거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차단하기 위해 1999년 공공자금관리기본법 개정으로 겨우 연기금의 정부예탁이 해제되었는데 참여정부가 다시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연기금의 투자 대상을 지금 보다 훨씬 신축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지만 투자는 기금운영자가 자발적으로 판단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국채이자 이상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연기금 투자 유도는 정부재정의 부실과 국가부채의 증가를 초래할 것이다. 공공부문 투자사업이 항상 그렇듯이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고 특히 이번에 투자대상으로 거론되는 사회복지시설, 학교시설, 문화시설 등은 수익성이 없는 사업들이기에 결국 정부가 지원을 해 줄 수밖에 없고 이러한 지원은 결국 적자국채의 발행으로 메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연기금을 활용한 공공부분 건설경기활성화대책은 경기부양효과도 불확실할 뿐 아니라 연기금 재정의 부실과 국가부채의 증가라는 부작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러한 편법적인 경기부양에 자꾸 의존하려 하지 말고 국정운영의 획기적인 전환을 통해 기업들이 투자하고 싶은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시급할 것이다.



Hot Issue3 출자총액제한제도



‘규제 마땅’

선진적 소유지배구조 달성하면 자동으로 사라진다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두고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외환 위기 이후 폐지됐다가 이른바 재벌 개혁 5+3 원칙에 의해 재도입됐고, 막상 적용 시점이 다가오자 완화되면서 만신창이 규제가 됐다. 그런 가운데 끊임없는 소모적 논쟁을 벌인 지 벌써 7년째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국가적 에너지를 이런 일에 쏟고 있어야 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과거 관치시대의 사전적 규제에서 선진화된 시장 규율을 위한 사후적 규제로 이행하는 과도기적 유물이다. 세계화 시대에 뒤지지 않는 선진적 소유 지배 구조를 달성하면 자동적으로 사문화(死文化)되는 제도, 선진화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진단 시약의 역할을 하는 제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후진적 소유 지배 구조로 회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제도이기에, 미래 지향적 시각과 과거 회귀적 시각이 충돌하는 지점이 되고 있다.

미국에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없다. 그렇다면 한국의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미국 기업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재계의 주장대로 출자총액제한제도가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 판단을 간섭하는 악법이라면, 제도가 없는 미국에서는 한도를 넘는 출자 행위를 많이 발견해야 한다.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미국에 적용하면 걸리는 기업 없어

그러나 미국의 대기업 집단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에 위배할 만한 출자 행태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제도가 기업의 정상적 경영 판단을 훼손한다거나 투자를 저해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이 제도가 금지하는 출자 행위를 하지 않는 미국 기업에서 왕성한 투자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업 집단은 대부분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주식을 100% 소유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소유, 지배의 괴리 문제가 전혀 발생하지 않으며, 동시에 손쉽게 기업 구조 조정을 할 수 있는 유연성을 지니고 있다.

출자에 대한 규제가 없는데도 이런 소유 구조를 고집하는 이유는 소유와 지배의 괴리가 발생했을 때의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 규율은 물론이고 강력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의 제도적 뒷받침으로 인해 소유와 지배를 괴리시키고자 하는 시도는 원천 봉쇄되는 것이다.

오랜 기간 시장경제를 운영한 경험에서 비롯된 이러한 규제 방식은 중요한 교훈이 된다.

그렇다면 선진 경제를 지향하는 정부와 기업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는 자명해진다.

기업의 선진적 소유 지배 구조가 확립돼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사문화될 때까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더 강화돼야 하며, 그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시장경제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가할 수 있는 선진적 처벌 조항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이 방법만이 기업이 불법과 편법 경쟁에서 벗어나 경영 효율성으로 경쟁하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없애자고 하거나 심지어 소유와 지배의 괴리가 심한 과거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미래 지향적 자세가 아니다.

만약 외환 위기 이후 재벌 개혁 작업이 없었다면 그래서 계열사 간 무제한의 출자가 허용됐다면, 현재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는 현대자동차나 엘지 계열사들은 대우가 그랬던 것처럼 부실 계열사와 함께 동반 몰락했을 가능성이 있었음을 잊지 말자. 근거도 없는 투자 증대 효과를 위해 시장 개혁을 포기하는 소탐대실의 우(愚)를 범하지 말자.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선진적 소유 지배 구조와 관련된 학계의 연구는 이미 충분히 이루어졌다.

이제는 자리에 앉아 차분히 논의하자.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넘어, 과거의 왜곡된 소유 구조를 넘어, 선진적 기업 경영으로 나아가기 위해 시급히 마련해야 할 제도에 대해 논의하자. 이제 시장 개혁을 가로막는 비합리적 주장은 중단돼야 마땅하다.



‘완화해야’

기업활동 제한하는 반시장적 제도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

출자총액제한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먼저 이는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난다. 기업 활동의 판단은 기업 자유재량에 원칙적으로 맡겨야 한다. 이 제도는 기업의 의사 결정을 제한하고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표적인 반시장적 제도인 것이다. 일각에서 위헌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 번째 이유는 기업의 투자를 억제해 기업 발전을 가로막음으로써 결국 국내 경제 전체의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까닭이다. 정부는 예외 및 적용 제외가 많아 출자총액제한이 기업 투자의 장애 요인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표준 산업 분류’상 중분류 기준에 의해 동종업종 또는 밀접한 관련 업종에만 출자 제한을 완화함에 따라 규제 대상 기업들은 현금 보유량이 풍부한데도 출자를 통한 새로운 업종 진출이 봉쇄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현행법상 허용하고 있는 예외 인정 요건도 너무 까다롭고, 예외 규정은 일정한 시한이 정해져 있어 기간 만료 후에는 매각해야 하므로 기업에서 실제 활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보수적 경영 추진하는 폐단 나타나

이 제도는 적극적 기업가 정신도 훼손시키고 있다. 다시 말해 출자 제한 기준을 5조원으로 하다 보니 많은 기업 집단이 이를 넘지 않으려는 보수적 경영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4조원대의 자산 규모를 지닌 기업 집단이 10개가 되는데 이 중 7개가 4조원대 후반에 몰려 있는 점이나, 이 제도가 재시행된 2001년 4월 이전에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었던 기업들이 자산 규모를 4조원대로 축소하고 있는 경향도 소극적 기업 운영에 대한 심증을 뒷받침해 주는 현상들이라 할 수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기업의 적극적인 성장을 막을 뿐만 아니라 생존의 위협마저 느끼게 한다. 국내 기업들은 자유로운 지분 확보를 할 수 없게 돼 외국 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 합병(M&A)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당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국내 주요 9개 그룹의 외국인 지분은 50.8%에 이르고 있다. 여차하면 국내 주요 기업들 모두가 SK(주)처럼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적의 칼이 목 앞에 닥쳐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손발이 묶여 있는 형상이다.

그동안 기업을 둘러싼 법 제도 환경의 변화로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존속 명분도 사라졌다. 외환 위기 이후 가장 혹독한 구조 조정을 겪으며 관련법과 제도가 가장 선진화된 분야 중 하나가 기업 부문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1986년에 처음 도입됐다. 당시는 부당 내부 거래에 대한 규제도 없었고 시장의 규율과 감시를 위한 제도 인프라도 매우 낙후된 시기였다. 그러나 이후 국내 기업 관련 제도는 급격히 변화해 왔으며, 특히 외환 위기 이후 대기업 집단이 외환 위기의 주범으로 몰리며 다양한 견제와 감시 장치가 마련됐다. 부당 내부 거래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 제도가 도입돼 경쟁을 제한하는 내부 거래와 계열사 간 부당 지원은 이중 삼중의 제재를 받게 된 것이다. 또한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시장 규율을 확립하기 위한 기업 개혁이 적극적으로 추진됐다. 특히 기업 지배 구조의 선진화를 위해 회계, 감사, 기업 공시 부문에서 혁명적인 제도 변혁이 이루어졌다. 당국이 염려하는 것처럼 대기업의 부당 거래나 문어발식 사업 확장 그리고 기업 오너의 전횡은 시장에서 절대 용납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전경련은 최근 마땅히 전면 폐지가 돼야 함에도 이 제도를 5대 기업에만 적용하자는 차선의 중재안을 발표했다. 경기가 재침체의 골로 진입하려는 상황에서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 기업들의 투자 제약 조건을 최대한 풀어 보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금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경제 시대에서 국경을 초월한 무한 경쟁 상황에 놓여 있다. 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면 더 이상 기업이나 국가 모두 성장하지 못하고 도태할 수밖에 없는 위기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좁은 국내 시장을 기준으로 하는 우물 안 개구리 식 규제와 감시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심사숙고해 보아야 한다.



Hot Issue4 FTA



‘대세다’

무역규모 세계 12위, 수출 길 막히면 안 돼



김도훈 산업연구원 국제산업협력실장

우리는 우리나라를 스스로 일컬어 ‘무역대국’이라고 곧잘 자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전체 경제 규모로 따지면 세계 30위권 밖으로 처지는 우리나라가 무역 규모로는 세계 12위에 이르니 말이다. 올해 수출 규모가 2500억달러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니 우리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50%에 육박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줄곧 세계적인 차원에서의 무역 자유화를 지지해 왔고, 농산물 시장 개방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안고도 우루과이라운드(UR)에 끝까지 참여했으며 그 후 출범한 WTO에서도 무역 자유화를 옹호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세계 무역의 분위기는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UR이 타결된 지 오래됐으니 새롭게 무역 자유화를 추진하자고 WTO 회원국들이 모두 합의해 DDA라는 다자간 무역 자유화 협상을 시작했건만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 농산물 수출국과 수입국 사이, 그리고 새롭게 WTO에 가입한 국가들과 기존 회원국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모든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FTA, 소외된 나라엔 재앙이다

이에 따라 미국, EU 등 세계적인 무역대국들은 WTO에서는 다자간 무역 자유화를 주장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자국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는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해 나가는 데 열을 올려 왔다. EU가 점점 그 세력을 확대해 나가고, 미국이 NAFTA 체결에 이어 이른바 범미주자유무역지대(FTAA)의 추진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오죽 했으면 우리나라와 함께 최근까지 지조를 지켜 오던 일본조차도 재빠르게 FTA 체결 물결에 동참하기 시작했을까? 세계 무역 체제에 뒤늦게 참여한 중국조차도 인도, 중동 국가, ASEAN 등과 FTA를 추진하고 있으니 가히 FTA 만능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왜 이렇게 FTA가 유행하고 있을까? 그것은 각국이 이 나라와만은 무역 자유화를 추진해야 하겠다는 나라들을 골라 추진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다자간 무역 자유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폭 넓고 깊은 수준의 무역 자유화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FTA를 추진하는 당사자들 사이에 기대되는 무역으로부터의 이익도 더 커질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FTA는 소외된 나라들에는 재난으로 작용한다. 아무리 값싸게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더라도 FTA 체결국에 수출할 때는 그 나라와의 FTA 파트너들에 비해서 억울하게 불리해진 여건을 감수해야 한다. 이른바 무역 전환 효과에 울어야 하는 것이다.

경제의 절반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이러한 세계적 FTA의 물결에 뒤처져 있었다는 것이 오히려 불가사의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뒤늦게나마 정부가 이른바 ‘동시 다발적인 FTA의 추진’을 통상 정책의 기본 기조로 들고 나온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옳은 정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FTA는 무역 자유화의 이익을 크게 하는 만큼 특정한 산업의 시장 개방 효과도 크게 한다. 즉, 시장 개방의 대상이 되는 산업이 소수로 한정되면서 그 개방의 강도는 견디기 어려운 수준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일찍이 FTA를 추진해 온 선진국들은 이러한 시장 개방으로 인한 특정 산업의 피해를 줄여 주고 이들 산업에 투입됐던 근로자들과 자본이 다른 산업으로 원활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는 것이다. 개방으로 피해를 입게 될 특정 산업에 대한 산업 구조 조정의 장치가 잘 갖추어져 있다면 FTA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고, 그만큼 무역대국으로서 우리나라가 기대할 수 있는 이익도 더 커질 것이다.



‘대안 모색해야’

누구를 위한 FTA인가?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바야흐로 세계는 자유무역협정(FTA)의 시대로 접어든 듯하다. 그것이 옳고 그름을 떠나 FTA의 확산이 대세라는 데는 이의가 없다. 크게 반대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문제는 그러한 흐름 속에서 소외받는 산업이나 계층이 존재한다면 그것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제시돼야 한다.

그래서 FTA의 체결 과정에서 양국은 서로에게 불리한 산업이나 품목은 제외시켜 가면서 체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컨대 캐나다-칠레 FTA에서는 문화산업을 완전히 배제했으며, EU-멕시코 FTA에서는 민감한 농산물에 대해서는 WTO 협상 일정을 보아 가며 추진하고 관세 철폐 및 감축 방식은 현행 관세 수준과 수입 관리 등의 특성을 고려하면서 점진적으로 타결 짓기로 했다. 또 칠레-멕시코 FTA에서는 분유, 치즈, 포도, 밀, 식용유를 협정에서 제외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FTA 체결 의향을 밝혀 왔으나 농업 부문을 제외할 경우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은 최초의 FTA를 농업이 없는 싱가포르와 맺었다.

그런데 지난 4월1일에 비준된 한국-칠레 FTA의 협상과 국회 통과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무역을 해야 먹고 사는 나라에서 농민들 때문에, 농업 문제 때문에 FTA를 맺지 못하고 있다고 일방적으로 매도했다. 그 과정에서 농업·농촌 부문은 일반 국민으로부터 좋지 않은 인식을 받게 됐다.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농민들의 FTA 저항이 단순히 내가 생산해 내는 농산물의 가격이 떨어져 소득이 감소하는 것만을 우려해 저항하는 것으로 국민에게 각인됐다는 사실이다.



서로에게 불리한 산업과 품목은 제외시켜야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손실이었다.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 등 본질적 가치를 차제에 국민에게 알려서 농업·농촌 문제가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끌어가야 할 과제라는 점을 오히려 부각시켰어야 했다. 왜 정부가 상당한 돈을 투입해야 하고 고민하는지를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갔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의 정부와 언론은 그렇게 하지는 못할망정 연일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가 농업 때문에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고, 한-칠레 FTA가 비준이 안 돼 대 칠레 자동차 수출을 하지 못한다고 아우성이었다. 뿐만 아니다. FTA를 한 건도 못 맺고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우리나라와 몽골뿐이라는 둥 대외 신인도가 떨어져 큰일이라는 둥 정부와 언론은 농민과 농업 때리기에 앞장섰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게 했고 편향된 시각을 갖도록 유도했다.

사실 한-칠레 FTA의 비준이 5년씩이나 걸린 것은 첫 FTA 상대국을 잘못 선정했고, 경제적 실익도 별로 없으며(이 부분은 앞으로 지켜보면 알 수 있다),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산업이나 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와 설득도 하지 않은 채 갈팡질팡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그 원인이 있었다. 그리고 언론이 거들었다. 이러한 진실을 감춘 채 모든 것이 농민·농업 문제 탓이라고 국민을 호도한 것은 앞으로 농업·농촌 문제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데 큰 장애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다양한 국가들과의 FTA를 추진하되,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산업이나 계층이 저항한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그것을 무모하게 매도해서는 안 되며, 적극적인 대안 모색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이다.



Hot Issue5
외국자본



‘적극 유치’

투자와 고용 확대할 수 있는 장점 많아



정준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외국인 투자는 투자 목적, 경영 참여, 투자 기간 등에 따라 직접 투자와 간접 투자로 구분할 수 있다. 직접 투자는 국내에서 기업을 직접 경영해 이윤을 추구할 목적으로 장기간 투자하는 행위를 말한다. 반면 간접 투자는 자본 이득을 목적으로 주식 매매 등과 같은 자산 운용에 중점을 두는 투자 행위를 의미한다. 직접 투자는 기업 경영을 목적으로 하는 장기적 성격의 투자이기 때문에 채권 및 주식 투자에 비해 안정성이 높아 국내 경제의 경기 악화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투자 유치국의 입장에서 보면, 직접 투자는 부채가 아니기 때문에 자본 비용이 수반되지 않고서 투자와 고용을 확대할 수 있으며 최신의 기술 및 경험의 노하우를 도입해 기존의 경제 시스템을 혁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세계 각국은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또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세일즈 외교를 펼치며 이를 유치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는 외환 위기 이후 정부의 강력한 투자 유치 정책과 기업의 재무 구조 개선 노력에 힘입어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우리 경제의 신인도 제고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외국자본, 부채 아닌 자산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

미국 국경과 인접한 멕시코 북부의 마킬라도라(Maquiladora) 지역의 경우처럼, 현지 경제와의 연관도가 낮고 주로 저임 노동력과 정부의 인센티브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분공장(branch plant) 형태의 외국인 투자가 지배적일 경우, 현지 경제의 발전 방향과 투자 기업의 전략 간에 불일치가 발생해 결과적으로 투자자에게 인센티브의 비용으로 공적 자원이 낭비되고 현지 경제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적어 경제·사회적 긴장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단점을 방지하고 전술한 장점들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전략적 목표 없이 투자자에게 과도한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보다는 기업 경영을 위한 소프트한 형태의 경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투자 기업의 최신 기술과 노하우가 현지의 노동시장으로 이전되는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투자 기업의 의사 결정권 강화를 통해 현지 경영자가 배출되고 이들의 기업가적인 역량이 노동시장으로 이전되는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투자 기업과 현지 경제의 공급자들과의 연관관계가 양적·질적으로 고도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결과, 투자 기업의 위상이 격상돼 현지 경제에 추가적인 투자 확대로 이어질 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외국인 직접 투자의 폐해를 미리 방지하고 긍정적인 측면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투자를 활용할 수 있는 내부 역량의 강화를 위한 치열한 노력과 준비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외국인 투자가 바로 우리의 자산이 된다.

외국인 직접 투자는 현지 경제의 생산함수에 새로운 요소(예: 기술과 노하우 등)를 부가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경제 제도적 환경과 현지 환경과의 경합을 통해 개방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경제·사회적인 제도적 틀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는 주체적 노력만이 부채로서가 아니라 자산으로서 우리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방어장치 절실’

단기수익 추구 국부 유출 심각



윤창현 명지대 무역학과 교수

유럽의 강소국 핀란드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기업이 바로 노키아이다. 그런데 90% 정도가 외국 자본 소유인 이 기업의 진로에 최근 먹구름이 끼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35%에 가깝던 세계시장 점유율이 28.9% 정도로 떨어지고 있고 이익도 거의 정체 상태이다.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지만 외국인 주주들이 요구했던 전략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즉 외국인 주주들이 요구한 대로 연구 개발 투자를 줄이고 비핵심 사업을 정리한 후 중저가품 위주로 영업을 시작한 결과, 초기에는 이윤이 커지면서 성과가 좋았지만, 연구 개발 투자의 소홀과 중저가 시장 위주의 전략이 드디어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국적 자본과 외국 자본을 구별할 필요가 있느냐는 견해도 있지만 외국 자본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단기 수익 창출 성향은 국내 경제에 상당한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경계돼야 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주주 요구에 노키아도 흔들

외환 위기 이후 우리는 문호를 활짝 열고 외국 자본을 유치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외국 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 합병에 대한 방어 장치는 거의 마련하지 않았다. 정부는 또한 부채비율 200%라는 숫자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면서 대기업을 압박했다. 대기업들은 결국 부채를 줄이기 위해 주식을 발행했고 이 과정에서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되면서 외국인 지분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됐다.

금융시장은 더욱 문제가 크다. 외국 자본이 차지한 은행들이 이익 중심의 철저한 돈 장사를 추구하면서 국내 은행도 이를 따라가게 되고 결국 기업 금융은 일찌감치 배제되고 소매 금융이 중요한 영업 전략이 돼 버렸다. 은행들이 A가계의 예금을 B가계에 대출로 주면서 자금을 가계 부문 안에서만 돌리는 가운데 자금은 정작 가야 할 기업 부문으로 흘러가지 못하면서 기업들이 고사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의 지분은 45%에 달하고 있고 일부 기업에 대해서는 적대적 인수 합병까지 시도되고 있는데도 우리 기업들은 별 방어책이 없이 전전긍긍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그나마 여유 있는 기업들은 막대한 현금 투입을 통해 경영권 방어를 시도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2001년 말 8조2000억원이었던 상장기업 자사주 보유총액은 올 상반기 19조원을 넘었고 주주 배당총액도 2001년 3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7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배당금 증가분이 경영권 방어와 연결됐다고 보면 어림 계산으로 14조원의 자금이 경영권 방어에 투입된 것이다. 만일 이 돈의 일부 또는 전부가 국내 투자로 연결됐더라면 경제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았을 것이다.

이처럼 증대되는 방어 비용을 보면서도 정부는 수수방관이다. 게다가 이 와중에서 몇 안 되는 방어 장치로 마련된 대기업 집단 금융 계열사 의결권 행사 조치에 대해 그 범위를 축소시켜서 국내 기업의 방어력을 약화시키는 정책을 시행하려 하고 있다. 취지나 명분은 이해가 가지만 시행 시점의 적절성 면에서는 최악인 정책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조치들은 재검토돼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외국인 주주들이 보이는 행태는 점입가경이다. 자산을 매각한 후 유상 감자로 돈을 빼는가 하면 보통주와 우선주를 같이 매입해 놓고 경영진에게 우선주 매수 후 소각 조치를 취하도록 압박해 돈을 챙기는 등 무리한 방법을 통해 이익을 챙기고 있다. 앞으로도 이들은 국내 시장에서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기법을 통해 이익을 챙길 것이고, 이는 우리 경제에 주름살을 드리울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매입된 지분이야 어쩔 수 없더라도 향후 정부는 정말 무리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이를 정지시킬 수 있는 최후의 방어 장치 정도는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인수 합병은 대통령이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미국 종합무역법의 엑슨-플로리오 조항은 참조할 만하다. 이제라도 우리가 만든 장치에 우리 기업이 걸려 넘어지는 일이 없도록 정신을 차리고 40년 경제 성장의 주역들이 너무도 쉽고 싼 가격에 외국 자본의 소유로 넘어가지 않도록 각종 장치를 마련해야 할 때이다.



Hot Issue6 경기전망



‘장기 불황이다’

내수 꺾인데다 수출마저 불안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 경제의 전망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각종 매체에서 일본식 장기 불황이나 더블 딥, 또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부정적 전망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기우만은 아닌 것은, 현실 경기를 나타내는 여러 지표들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현 경기 상황을 말해 주는 경기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1년 후의 경기를 예측해 주는 경기 선행지수도 연이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우리 경제가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음은 자명하지만 지난 외환 위기 때와 같은 극심한 위기 상황에 봉착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제든 위기 국면으로 들어설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이러한 때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부정적 현실에 대한 우려를 낙담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방안 모색을 통해 극복하려는 자세일 것이다.

경제 성장은 기업의 투자와 민간 소비로 구성되는 내수와 해외 수요의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비행기의 양 날개와 같아서 건실한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내수와 해외 부문의 지속적인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경제는 깊은 내수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소비 진작을 위한 무분별한 신용카드의 남발은 수많은 신용 불량자를 양산해 사회적 문제를 만들고 가계 채무 비율을 높였다. 그 결과 소비 수준은 급격히 악화되고 이에 따라 기업의 투자 또한 저조해진 상태이다. 정부는 내수를 회복시키기 위해 지난 봄 이후부터 콜금리를 인하하고 확장 재정을 펼치는 등 적극적 대응을 보였지만 그 실효는 아직 미비하다. 결국 우리 경제는 한쪽 날개의 엔진이 꺼진 채로 날고 있는 셈이다.



달러 약세, 고유가, 자본의 해외유출 등 첩첩산중

더욱 큰 문제는 내수 회복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그나마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오고 있던 해외 수출의 신장세마저 저조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하락할 경우 국내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져서 수출 규모는 줄어들게 된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막대한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달러 약세 정책’(weak Dollar policy)을 지속적으로 고수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이미 환율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현재 1100원대에 달하는 환율 하락으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으나 그에 따른 대응 방안은 마련되지 못한 실정이다. 유일하게 작동되는 한쪽 날개의 엔진마저 꺼져 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 밖에 대내외적인 요인들도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대외적으로는 고유가 추세가 지속됨에 따라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라크전으로 인한 중동지역의 불안 증대, 인도와 중국 등의 경제 성장으로 인한 석유 수요 증가 등으로 수급 요인에 의한 유가 상승 압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내적으로는 내수 침체로 파생되는 높은 실업률,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논란 등으로 지역별 및 계층별 양극화가 심화돼 사회 불안 요인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거기에 반기업적 정서, 부(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함에 따라 해외 자본 유출 규모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사회가 처한 여건이 어려울수록 지도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현재 우리 경제는 IMF와 같은 위기 상황에 당면한 것은 아닐지라도 언제든 위기 국면으로 심화될 수 있는 기로에 있다.

현실 경제의 어려움은 경제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사회 문제들을 야기시킨다. 이미 우리 사회는 각종 대립과 반목으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민생고가 가중돼 사회 불안 요인들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경기 부양책이 아니라 현재의 대립과 갈등을 해소시켜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 나가는 ‘통합의 리더십’일 것이다. 부디 일관성 있고 합리적인 정책 수행으로 현재의 어려움을 사회 대통합의 기회로 전환시키는 슬기로운 정책을 펼쳐 주기를 바란다.



‘비관적이지 않다’

통화와 재정정책으로 내수 부양여력 충분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5%대 경제 성장을 자신하던 재정경제부도 최근 4%대 성장률을 인정했고, 심지어 3%대로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우리 경제의 성장이 부진할 것이란 주장은 올해 초부터 제기돼 왔으나, 다행히 올 상반기에는 예상 밖의 수출 호조로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

하반기 들어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더 짙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성장 속도 조절과 세계 경제 성장 둔화로 내년 수출에 대한 전망이 어둡다. 부시 집권 2기의 통상 정책도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를 돌아봐도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보기 어렵다. 소비자 신용 거품 붕괴로 인한 막대한 가계 부채, 비관적인 경제 전망, 비생산적인 정치권에 대한 우려 등으로 소비심리가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강성 노조가 경제 상황과는 무관하게 파업을 일삼는 가운데 급기야 공무원들도 전국공무원노동자조합을 만들어 파업 대열에 참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질책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쪽에서는 우리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져들고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우리 경제 성장의 유일한 기둥이었던 수출마저 부진해지고 내수 부진이 장기화한다면 우리 경제도 장기 불황의 터널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여기서 과연 일본식 불황으로 악화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과거와 달리 통화 재정 정책을 비롯한 거시 경제 정책들이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우리 사회 전반에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만연해 있다. 또한 인구 증가율이 1%에도 못 미치고,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9%에 달하면서 노동 잠재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일본과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도 제기될 수 있다. 재정 상태가 일본보다 여유가 있으며, 정부의 정책 재량 폭이 넓다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즉, 우리 경제는 통화와 재정 정책을 활용해 내수를 부양시킬 여력이 충분하며, 기업 부문의 리스크와 부동산 시장 거품도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후자가 더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의 국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내년에도 우리 경제를 낙관하기 어렵지만, 장기 불황 여부는 지금부터 우리 정부, 정치권 및 기업들이 하기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재정 및 통화당국은 내수 진작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도록 긴밀한 협의 아래 적극적인 내수 진작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초 일본은 전국을 대상으로 찔끔찔끔 소규모 다수 공공사업을 벌였으나 막대한 예산을 지출하고도 내수 부양에는 실패했다. 국토 균형 발전에는 반대하지는 않으나, 정부 지출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사업을 선정해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보면 국토 균형 발전 논리가 경제적 효율성을 압도하지 않아야 하고, 이에 대한 정치권의 이해가 필요하다.

올 상반기 기록한 사상 최대 무역 수지 흑자는 높이 평가될 수 있으나, 수출 증가보다는 기업의 투자 부진으로 자본재 수입이 감소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꾸준한 설비 투자로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지 못하면 경제는 활력을 잃게 된다. 내수 진작을 위해서라도 기업의 투자가 필요하다. 국내 투자가 활성화돼야 고용이 창출되고 일반 국민의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게 돼 소비 지출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 여력이 있는 수출 호황 업종들은 국내보다는 중국 등 해외로 생산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수출 실적이 경제 전반에 파급되지 못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혜택을 제시하고 투자 환경을 개선해 나가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 조치로 기업들의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기업 친화적인 풍토가 조성되고 이윤 획득 전망이 높아지면 기업들은 투자하게 될 것이고, 신규 고용도 확대될 것이다.

지금 당장부터 경제정책의 이념적 논쟁을 접고 정부·정치권 및 기업들이 경제 살리기에 매진한다면 우리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질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생각한다.



Hot Issue7 10·29 부동산 안정화 대책



‘계속 규제해야’

보유세 강화, 실거래가 과세 양보하면 안 돼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냉온탕식’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예전 같으면 경기 침체가 요즘처럼 계속될 경우, 정부는 으레 부동산 시장 부양을 통해 전체 경기를 끌어올리는 정책을 채택했을 것이다. 따라서 참여정부가 지금까지 부동산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것은 의미가 크다.

10.29 부동산 대책 1주년을 맞아 많은 언론에서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큰 침체에 들어서 있는 것처럼 과장하면서, 사실상 10.29 대책의 중단과 부동산 시장 부양책의 시행을 주문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 심한 경우에는 현재 전체 경기의 부진이 10.29 대책 때문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주택 시장에서 거래가 위축되는 등 문제점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침체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다. 최근 아파트 가격과 토지 가격의 동향을 놓고 판단할 경우, 주택 시장은 지난 몇 년간의 투기가 진정되면서 안정을 되찾는 과정에 놓여 있으며, 토지 시장에서는 여전히 투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해야 한다. 재정경제부 등에서 주창하는 이른바 ‘건설 경기 연착륙 방안’과는 상관없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성공적으로 연착륙하고 있다. 이는 10.29 대책의 성과다. 일부 사람들이 마치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물론 10.29 대책의 문제점도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주택거래신고제의 시행으로 인해 해당 지역에서 취득세와 등록세 부담이 급등하고, 이로 인해 주택 시장에 매기가 위축되고 주택 거래가 급감하고 있는 현상을 들 수 있다. 보유세제 개편과 함께 행해져야 할 거래세 인하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은 극히 간단하다. 주택거래신고제를 폐지하거나 취득세와 등록세를 인하하면 된다.

반면에 10.29 대책의 핵심을 이루는 보유세 강화,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의한 분양권 전매 금지, 실거래가 과세를 위한 제도 정비 등의 조치들은 절대로 후퇴해서는 안 되는 정책들이다. 이 정책들은 작금의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단기 대책의 성격도 갖지만,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로잡는 장기 대책에 속하기 때문이다.

경제도 어려운데 국민의 조세 부담을 증가시키는 보유세 강화는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해 분양권 전매를 허용함으로써 신규 아파트 수요를 자극해야 건설업체들이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주장들은 부동산 시장 연착륙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부 부작용을 의도적으로 부각시켜 부동산 시장을 다시 투기장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부당한 사적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의 이해를 반영하는 것이다.

보유세 강화를 토지세 중심으로, 그리고 거래세와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들을 감면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경우 오히려 경제를 활성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건설업체들이 실수요가 아니라 투기적 가수요와 거품에 의존해 주택을 공급할 경우, 기술 개발을 비롯한 자기 혁신을 게을리 하게 되고 결국은 자기 몰락의 길로 빠져들게 된다는 것도 경제학의 상식이다.

10.29 대책의 일부 부작용을 보완하면서 그 기조를 유지·강화하는 것은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의 고질병을 치료하는 동시에 건설업체의 체질을 튼튼하게 하고 전체 경제를 활성화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갖고 있다.

올 6월부터 10.29 대책의 후퇴와 부동산 시장 부양을 통한 전체 경기 부양을 도모하는 움직임이 정부 내외에서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10월부터는 엄청난 힘을 발휘하며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참으로 걱정스럽다. 노무현 대통령이 몇 차례나 부동산 정책에는 후퇴가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지만, 최근 단행된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 조치나 지난 11월11일 확정된 보유세제 개편 방안을 보면, 정부 여당이 이 약속을 지킬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이를 빌미로 한 여론 공세 앞에 참여정부의 개혁성을 상징하는 10.29 대책은 백기를 들고 말 것인가? 



‘시장에 맡겨야’

수급 불안정 요인만 키워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

2002~2003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정부는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양도소득세 강화, 주택 담보 대출 억제, 투기 지역 및 투기 과열 지역에서의 전매 금지 등의 정책이 추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서 2003년 10월에 종합 대책이 예고되고, 10월29일에 부동산 가격 안정 종합 대책이 발표됐다.

종합 대책은 1차 및 2차 대책으로 나뉘어 추진됐는데, 2차 대책에는 개발이익환수제, 보유세 강화, 실거래가제도 추진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개발이익환수제의 일환으로 재건축 임대주택 건설 의무로 인해 재건축조합의 반발과 함께 재건축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10.29 부동산 대책은 너무 늦게 출발한 정책

2002~2003년 부동산 가격의 폭등은 외환 위기 시의 주택 공급 부족과 함께 전매 허용과 조세 감면에 의한 부동산 부양 정책, 저금리 등이 겹치면서 폭등세를 나타냈고 정부의 연이은 투기 억제 정책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2003년은 공급 부족이 거의 해소되고 있는 시점이었지만, 저금리에 의한 투기 확대로 정부 정책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이른바 ‘풍선 효과’로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러나 2002년 62만 가구, 2003년 58만 가구의 주택 공급으로 곧 공급 과잉이 닥칠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당시 이미 다세대나 다가구처럼 단기에 공급이 가능한 상품들은 공급 과잉에 빠진 상태였다. 2004년 들면서 오피스텔도 공급 과잉에 빠지고, 수도권 신규 아파트 시장도 공급 과잉 상태에 들어가면서 프리미엄이 떨어지고 입주율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따라서 10.29 종합 대책은 주택 시장 경기 주기로 보았을 때에는 너무 늦게 출발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보유 과세를 높이고 실거래가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은 높이 평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 과다로 주택 공급은 크게 위축됐다. 일본은 금리를 크게 올려 거품이 붕괴되는 시점에 주택 공급이 20% 정도 줄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금리 정책을 못 쓰면서 주택 시장에 직접적인 규제를 가해서 주택 공급량이 40% 정도 줄어들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또다시 가격이 상승할 단초를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이다. 부동산 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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