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LS그룹이 4월초 CI 선포식을 했다. 리딩 솔루션(Leading Solution)이란 의미를 포함한 LS로의 새 출발을 천명한 자리였지만, 구자열 LS전선 부회장은 오는 7월1일을 재창업의 날로 정했다. LS그룹의 모함인 LS전선에 새로운 혁신 시스템을 가동시키는 날이기 때문이다. 혁신과 글로벌로 LS전선을 변모시키려는 구자열 부회장을 만났다.

 LS, GS, LG…. 2005년 재계 최대의 화제는 LG그룹의 분가다. ‘동업의 모범 사례’로 꼽히던 구씨 일가와 허씨 일가가 LG와 GS로 나뉘었고, 이어 구씨 일가 중 일부가 분가해 LS로 독립했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구태회)·넷째(구평회)·다섯째(구두회) 동생 집안이 분가한 LS그룹(회장 구자홍)은 LS전선·LS산전·LS닛코동제련·가온전선·E1·극동도시가스 등 주력 6개사를 포함해 총 17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지난해 매출 8조7000억원, 영업이익 50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LS그룹은 회장 1인 중심으로 운영되는 다른 그룹과 달리, 각 계열사가 이사회 중심의 독립 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협력이 필요한 부분은 기술협의회와 사장단 회의 등을 통해 조정하는 시스템이다.

 LS그룹의 모체이며 2004년 각종 인수·합병(M&A)을 주도했던 LS전선 CEO인 구자열 부회장(52·구평회 LG그룹 창업고문 장남)의 위치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LS전선 CEO로 2012년 영업이익률 10% 이상 달성과 사업부별 세계 1등 제품 확보라는 ‘Vision 2012’ 실현을 위해 2005년을 ‘실천력 강화의 해’로 정하고 내실 경영과 해외 경영, 글로벌 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구부회장을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LS전선 본사에서 만났다.

 구부회장은 ‘팔방미인 신사’로 통한다. 음악, 미술과 같은 문화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고 몇몇 운동 실력은 단순한 취미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골프, 스키, 스노보드, 등산, 산악자전거는 전문가 수준이다. 이 중 산악자전거(MTB)는 국내에서도 내로라하는 마니아 중 한명이다. 웬만한 국내 산악자전거 코스는 이미 섭렵했고, 해외 산악자전거 투어도 몇 차례나 참가했을 정도다.

 구부회장은 2002년 독일에서 열린 ‘아디다스 주최 트랜스 알프스’ 산악자전거대회에 참가, 7박8일 동안 총 650㎞를 완주하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인으로는 물론 동양인으로도 처음이다. 또 미국 모하비사막과 콜로라도강을 6일 동안 달리기도 했다. 여행이라기보다는 지옥훈련에 가까웠다. 그의 명함에 적혀 있는 ‘NO Innovation, NO Future(혁신 없이는 미래도 없다)’라는 문구도 이같은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이라고 한다.

 취미처럼 대화를 활기차고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소재는 없는 법. 구부회장의 오랜 취미인 산악자전거 이야기로 대담을 시작했다.



 요즘도 산악자전거를 자주 타십니까.

 계열 분리 이후엔 짬이 나지 않네요. 궁리 끝에 안양공장까지 집에서 40km 정도 되는데 그때 자전거를 타고 갑니다.



 골프나 낚시처럼 편한 운동을 놔두고 그 힘들다는 산악자전거를 택한 이유가 있습니까.

 거창하게 말하면 힘든 일을 정면으로 승부할 때 세상 사는 맛을 느낀다고 할까요. 힘든 고지를 넘고 나면 어떤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리고 산악자전거 덕분에 40대를 아주 건강하게 넘겼어요. 체중 조절이 자연스럽게 되고 심폐 기능도 좋아졌습니다. 등산도 좋아하는데 콘크리트 코트에서 테니스를 치다가 다친 이후론 자제하고 있지요.



 그는 산악자전거를 통해 강한 근성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산악자전거는 근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근성이 경영에도 많이 적용되고 있다. 임직원들에게도 근성, 특히 승부 근성을 강조한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최근에 입사한 친구들과 근성이란 주제로 대화를 갖고 있다”는 게 그의 부언이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판단이 들어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갔다. 우선 LS의 계열 분리 얘기부터 듣기로 했다. 



 (LS 등의) 계열 분리 논의는 언제부터 시작됐습니까.

 2000년말에 이야기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저희 집안이 식구가 많지 않습니까. 제 짐작으론 (구자경) 명예회장께서 구본무 회장에게 (계열 분리란) 무거운 짐을 넘겨주기 싫었던 것 같습니다. 분리 얘기가 나왔을 때 저희가 먼저 나가려고 했어요. 우리가 갖고 나갈 수 있는 게 뭐냐고 이야기해 달라고 전했는데 우선은 구씨, 허씨의 분리가 먼저였기 때문에 저희 문제가 다소 늦춰졌습니다.



 일반적으로 동업을 하다 청산할 때 분쟁이 이는 경우를 자주 보곤 합니다. 그런데 LG그룹의 경우 잡음 없이 계열 분리가 이뤄졌습니다. 그 비결은 무엇입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구자경 명예회장님의 결단이죠. 두번째가 구씨 일가와 허씨 일가의 파트너십이자 신뢰인 것 같습니다. 싸우지 않고, 욕심 안 부리고…. 좋은 선례를 남긴 것 같아 저희 또한 기쁩니다.



 구씨와 허씨가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온 데는 어떤 불문율 같은 것이 있었습니까.

 가훈이 인화였고, 가훈이 말로 그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실천이 됐으니까요. 하고 싶은 얘기 다 안하고 서로 참고, 양보하고…. 어려서부터 그렇게 자란 토양들이 지금의 결과를 낳았다고 봅니다.



 앞으로 남은 계열 분리가 또 있습니까.

 큰 구도는 잡혔죠. LG패션 정도만 남은 것 같습니다.



 LS그룹의 경우 계열 분리 기준은 무엇이었습니까.

 LG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분야를 택해야겠다는 게 첫번째였고요. 두번째는 제조업 기반의 회사로 택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현 계열사들은 제조업이 서비스나 정보기술(IT) 등에 비해 외형적인 매력은 떨어져도 자산이 튼튼하다는 내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안정적이라고 판단한 것이죠.



 흔히 요즘은 와이어리스(Wireless) 시대라고 합니다. 여기에 비춰 보면 LS전선은 대표적인 와이어(Wire) 기업인데 이 시대의 생존 전략은 무엇인지요.

 무선이 발달했다고 해도 그 뒤에는 유선이 꼭 있습니다. 무선 기지국과 기지국을 연결하는 것은 결국 유선이거든요. 무선 비즈니스가 크지만 그렇다고 유선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특히 유선은 캐시 카우(Cash Cow)입니다. 핵심 역량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면 돈을 벌어들이는 사업 부문입니다. 경쟁력을 더 키우고 해외로 진출한다면 문제없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저희 업계에도 큰 변혁이 일어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요. 전기 관련 업종이 아직까지 아날로그이지만 조만간 디지털화가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거대한 시장이 새롭게 나타나는 거죠.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기회가 와도 잡을 수 없기 때문이에요.



 가온전선의 계열 편입을 시작으로 부품·소재 분야의 코스페이스와 카보닉스 등 전선 및 부품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온 구부회장은 2005년 경영 목표를 인수 기업의 안정화와 LS전선 관련 사업과의 시너지효과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LS전선이 지난해와 올 초에 걸쳐 인수한 기업들은 향후 LS전선이 성장 동력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준다. 기존의 전선 사업 이외에 전자, 정보통신, 부품·소재 기업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선박용 전선업체인 진로산업 인수가 확정됨에 따라 경영정상화를 위해 경영 관련 자원을 집중하는 한편, 향후 영업 및 R&D 분야로의 협력시스템을 갖춰 나갈 계획이다. 또한 무선통신 분야의 핵심 기술인 30GHz 대역의 위성 송수신 모듈 관련 기술을 보유한 코스페이스는 유선을 기반으로 하는 ‘통신 사업’과의 시너지효과를 찾는 데 주력하고, 2차 전지용 음극재 기술을 보유한 카보닉스는 올해부터 제품을 생산해 시장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구부회장은 해외 진출의 전초 기지로 중국에 대한 투자 확대와 해외 법인의 현지화를 적극 추진하는 등의 LS전선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시장 진출의 신호탄은 2003년 11월 쏘아졌다. 800만달러를 투자, 중국 장쑤성(江蘇省) 우시시(無錫市)에 자동차용 전선 생산법인을 설립한 것. 2004년 2월에는 LS산전과 공동으로 10만여평 규모의 대규모 생산기지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구부회장은 “올해 해외 부문의 매출을 10억달러 이상으로 잡고 중국뿐 아니라 베트남 2개 법인을 비롯, 9개 해외 법인의 현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이들 해외 사업의 성과는 글로벌 인재 육성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구부회장께서는 LG투자증권 등에서 20여년을 금융전문가로 일했습니다. 금융업에서 제조업으로 업종을 변경했는데, 두 분야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조업의 경우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강하고, 또 순박하다고 할까요. 상대적으로 경쟁력 강화란 측면에서 남겨 놓은 여지가 더 많고요.



 지난해 초 CEO로 취임한 이후 ‘혁신의 전도사’란 별명을 얻을 만큼 LS전선에 대해 강도 높은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결과는 어떻다고 보십니까.

 잭 웰치처럼 칼을 휘두르며 구조 조정을 했다는 얘긴가요(웃음). ‘혁신 없는 기업은 미래도 없다(No Innovation, No Future)’란 슬로건으로 혁신의 토양을 다졌습니다. 기업 구조 혁신을 위한 M&A와 성장 모델 찾기에 주력했고요. 중국 사업도 강화해서 중국 우시에 10만평 규명의 생산기지를 조성했어요. 전선으로 와서 처음으로 느낀 게 IT와 같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영투명성도 떨어지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300억원을 들여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오너이며 전문경영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년, 2년의 실적에 연연하면 300억원이란 투자를 못하죠. 하지만 그 이후를 생각하면 당연히 도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직원들도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현업에 복무하면서 ERP를 배우기 때문에 피곤해 하죠. 7월2일에 ERP시스템을 돌리더라도 당분간 시스템이 안정될 때까지는 기존 방식과 병행해야 하니까 번거롭기도 하고요.



 개혁, 혁신에는 저항이 따르게 마련인데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합니다.

 직원들에게 “지금 좀 힘들어도 아픈 게 낫다. 예방주사라고 생각하자. 이후엔 도약이 기다리고 있다”고 설득하고 있습니다. LG그룹 안에 있었다면 이런 투자도 못했고, 그 과실을 나누지도 못했겠죠. 다행인 것은 인수한 기업으로 직원들이 임원으로 승진해 가는 사례를 보더니 공언이 아니란 생각들을 하는 것 같더군요.



 LS전선의 기업문화는 무엇입니까. 또 구부회장께서는 어떻게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요.

 기업문화는 단시간에 형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빠르고 활기차게 하려는 것인데, 희망적인 것은 점차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에요.



 배석했던 홍보실 관계자가 “구부회장의 현장 경영이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고 전하자, 구부회장은 “공장 식구들이 높은 사람 왔다고 입을 다문다. 소주잔을 기울여야 그때서야 입을 연다”며 미소를 지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최근 인재에 대한 투자는 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투자 항목이기도 합니다. 구부회장의 인재관은 어떤지요.

 기업이 글로벌 경쟁 시대에서 생존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인재 육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인재가 기업 경영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원이란 것을 인식한 때문이에요. LS전선도 이런 측면에서 인재 육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인재관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글로벌 플레이어(Global Player)’입니다. 해외에서도 통할 경쟁력, 그리고 해외 사업을 주도할 글로벌 인재 육성을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요. 특히 해외 사업을 주도한 인재의 경우 연속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일본상사 주재원들의 경우 한 곳으로 서너 차례 정도 나갑니다. 처음 나가서 만들어 놓은 네트워크가 세번째 나갈 때쯤 되면 장관, 기관장 등이 돼 있어 업무 협조가 용이하게 되더군요. 저희도 그런 시스템을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리더가 가져야 할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솔선수범, 도전 정신, 변화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 등을 들고 싶어요. 특히 혁신 마인드는 리더뿐 아니라 모든 조직원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라고 봅니다.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조직만이 살아남거든요. 요즘 신입사원들을 보면 끈기와 도전 정신이 부족한 게 아쉽더군요.



 LS그룹은 계열사간 경영 협의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요.

 개별 기업이 기업의 문화와 역량에 맞게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라고 생각합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이사회 중심의 경영으로 투명하고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해야죠. 그룹사간 경영 협의는 사장단 회의를 통해 하는데, 사업간 시너지효과 창출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끝으로 올해 CEO로 꼭 이루고 싶은 목표와 개인적인 소망은 무엇입니까.

 LS그룹이 재창업이나 마찬가지인 시기이기 때문에 개인적 소망이 CEO로서의 목표로 갈음됩니다. LS란 브랜드가 빠른 시일내에 글로벌 브랜드로 정착되고, 또 경영 목표를 달성해 직원들과 고객들로부터 좋은 회사, 다니고 싶은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지요.

이창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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