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적대적 M&A 경계경보’가 다시 발동됐다. 소버린의 SK 공격에 이은 칼 아이칸의 KT&G 공격이 신호탄이다. 이번엔 어느 국내기업들이 적대적 M&A의 ‘제물’로 오를까. <이코노미 플러스>는 재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증권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지배구조 취약성, PBR(주가순자산비율), PER(주가수익비율) 등 3가지 기준을 통해 제2, 제3의 KT&G가 될 국내기업들이 어디인지를 긴급 진단해봤다. 아울러 국내 증시에 막강 영향력을 행사하는 외국인 투자자 ‘빅10’을 취재했다.

 <이코노미플러스> 종합분석 최종보고서 8개 기업이‘불안’하다



  ‘대신증권, 영원무역, 중앙건설, 대한해운, 코오롱유화, 남양유업, 한진해운, 한화석유화학.’<이코노미플러스>가 분석한 ‘적대적 M&A’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8개 기업 명단이다. 잣대는 최대주주의 지배력, PBR(주가순자산 비율), PER(주가수익비율) 등 3가지다.

 구체적으로 최대주주 지배력 잣대에선 외국인 지분이 최대주주 지분보다 많은 회사를 지목했다. 증권선물거래소 자료를 집계한 결과, 2월16일 현재 모두 58개사에 달한다.



 주요 상장업체 58% “주가, 청산가치 밑돌아”

 두 번째 잣대는 PBR. PBR(Price Book value Ratio=주가순자산비율)이란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지표다. 이는 기업의 1주당 순자산가치를 보여준다. PBR이 1배 미만이면 주가가 청산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뜻으로 인수자 입장에선 ‘먹을 게 많다’는 것을 뜻한다.

 PBR 1배 미만인 회사는 거래소 상장기업(적자기업과 관리기업 제외한 539개) 중 312개사(2005년 9월말 기준)에 달한다. 말하자면 국내 거래소 주요 상장기업 중 58%가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아 적대적 M&A에 타깃이 되고 있는 셈이다.

 셋째 잣대는 PER. PER(Price Earning Ratio=주가수익비율)이란 주가를 1주당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것이다. PER는 국내 시장 평균인 10배보다 낮으면 저평가된 주식으로 통하고 배당여력이 높은 것으로 간주된다. 이 때문에 흔히 저PER주는 M&A의 표적이 된다. 국내 평균인 10배 미만 저PER주는 현재 208개사다.

 이중 PBR이 1배 미만이면서 PER 10배 미만인 회사는 163개사에 달하고 이 기업 가운데 외인 지분이 최대주주 지분보다 많은 8개 기업이 <이코노미플러스>가 지목한 적대적 M&A 노출 기업들이다. 말하자면 8개사는 오너의 지배력이 취약한 데다, 자산가치가 높고 주가는 저평가돼 외인들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고 본 셈이다.

 최근 스위스계 투자은행인 UBS가 포스코, SK, 대림산업, 호남석유를 적대적 M&A 노출 가능 기업으로 지목했던 조건과도 일맥상통한다. UBS는 구체적으로 ▷저평가된 주가 ▷저배당 ▷비핵심 자산보유 ▷최대주주의 낮은 지분율을 기준으로 꼽았다.

 외국인들이 노리는 사냥감도 확 바뀌었다. IMF 때엔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기업을 저가에 인수해 되파는 전략을 구사했다면 최근엔 우량기업이 1차 타깃이다. 주로 소유 분산이 잘되고 주가가 저평가돼 리스크가 낮은 기업이 대상이다. 특히 KT&G처럼 민영화된 공기업의 경우 소유 분산이 잘 된 지배구조와 경영 효율성이 높은 기업이 오히려 적대적 M&A에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포스코와 KT 등도 M&A 타깃주 범주에 오르내린다.



 “지배력 취약, 저평가주, 고자산주가 표적”

 김영진 김영진M&A연구소장은 “외국계 자본은 첫째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이 1차 대상이고, 둘째 자산가치가 많아 먹을 게 많은 기업, 셋째 주가에 대한 주주 불만이 많은 기업이 대상”이라고 밝혔다.

 특히 외국계 펀드는 100억~200억원대 차익을 노리는 국내 세력과 달리 최소한 수천억대 이상 수익을 노리는 게 특징이라고 강조한다. 이 대목에서 김영진 소장은 “8개 기업 중 대형주인 한진해운과 현금자산이 많은 남양유업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고 지목했다.

 실제 한진해운을 보면 외인 지분율(32.01%)이 최대주주(조수호 회장 외 특수 관계인) 지분율(28.15%)보다 3.86% 높다. PBR은 0.96배로 1배 미만이고 PER도 4.49배로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이다. 노르웨이계 해운회사인 골라LNG의 계열사로 알려진 제버란트레이딩이 외국인 주요주주로 있다.

 남양유업 역시 외인 지분이 특수 관계인 포함 최대주주(홍원식 회장) 지분보다 4.03% 많다. PBR은 0.79배, PER는9.82배 수준으로 저평가된 주식으로 꼽혀 외인들의 입맛이 당기는 회사로 분류된다. 유통 주식수가 적다는 점을 빼면 적대적 M&A 타깃으로 손색이 없는 업체다.

 그러나 이들 8개사들은 남양유업을 빼면 ‘M&A 불감증’이라고 할 정도로 적대적 M&A에 무감각하다. 해당 기업들은 “대부분 장기투자자들로 주식 취득 목적이 ‘경영권’보다는 ‘차익실현’에 있는 우호지분”이라는 근거를 내세운다.

 실제 코오롱유화나 한화석화처럼 외국인 지분이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경우도 없진 않다. 이광훈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오롱유화 대주주인 신일본석유화학은 창업 당시부터 합작투자한 회사이고 한화석화의 주요 주주인 한국바스프도 원료 공급 등 전략적 파트너로 최대주주 우호세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칼아이칸의 KT&G 공격에서 증명하듯 당초 KT&G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된 외국인 최대주주인 프랭클린이 일시에 등을 돌릴 가능성도 엄존하는 게 현실이다. 외국계 자본의 생리상 ‘돈이 된다’ 싶으면 언제든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180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을 보자. 이 회사는 외국인 지분이 37.33%로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8.09%)보다 29.24% 많은 상태. PER 6.30배, PBR 0.62배 수준. 주요 외국인 주주는 일본 자산운용사인 스팍스에셋매니지먼트(7.44%)로 최대주주인 양홍석씨(4.04%)보다 많은 상태다.

 물론 지난 2월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이 스팍스에셋매니지먼트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할 만큼 돈독한 상태이기도 하다. 금융업종 특성상 ‘인수자가 금융업을 주력으로 영위하고 있어야 한다’는 자격요건으로 적대적 M&A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 그러나 문제는 스팍스에셋매니지먼트 지분을 빼더라도 외인 지분이 최대주주 지분보다 21.8%가 많다는 점이다. 실제 IMF 상황 때 조지 소로스가 서울증권을 인수한 사례도 있다는 점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최근 2~3년 새 기업 가치가 상승, 외인 지분율이 49.09%까지 치솟은 영원무역도 마찬가지다. 유정현 한국증권 애널리스트는 “영업력이 좋고 시가총액이 2000억원 정도로 덩치가 가볍다는 점에서 M&A 노출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한진해운과 함께 해운업계 알짜 회사로 통하는 대한해운도 외국 기업의 표적이 되고 있다. 지현석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한해운은 PBR 측면이나 영업력 네트워크 면에서 M&A 대상으로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골라LNG 지분(21.09%)이 최대주주(이진방 대표 등 특수 관계인 지분 포함 31.7%)보다 낮지만 외국계를 합치면 41.49%로 최대주주를 능가한다”면서 “최근 해운업황이 나빠 (M&A 얘기가) 쏙 들어갔지만 업황이 개선되면  언제든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8개 기업이 당장 M&A 먹잇감이 되고 있는 건 아니다. 해당 기업 주장처럼 우호지분을 많이 확보한 기업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외국계는 ‘큰 먹잇감’ 노린다”

 문제는 외국계 기업들이 실제 이들 8개사를 노리고 있냐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대개 외국계 펀드는 중대형주에 관심이 많아 이 기준대로라면 한진해운과 대한해운, 한화석화 정도가 관심권”이라고 말한다. 반면 남양유업과 영원무역, 중앙건설 등 소형주는 국내 세력들이 노릴만하다는 게 M&A업계의 관측이다.

 실제 삼성물산이 도마 위에 자주 오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대주주 지분율보다 외인 지분율이 12.99%나 많다. 2002년부터 꾸준히 삼성물산 지분을 끌어모아 온 영국계 밸리기포드오버시즈는 최근 5.51%까지 지분을 늘려 삼성SDI(7.40%)와 플래티넘에셋매니지먼트(7.37%)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최대 주주를 빼면 2,3대 주주가 모두 외국계 자본인 셈이다. PBR도 0.66배로 매력적이고 사실상 삼성그룹 지주회사 후보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성사 여부를 빼더라도 당분간 적대적 M&A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전경련은 최근 <해외 투기자본 유입 증가에 따른 적대적 M&A 위협 및 대응방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상장기업 중 대주주 지분율이 3분의 1을 넘고 주가순자산비율이 1을 웃돌아 적대적 M&A 가능성이 낮은 기업은 9.4%에 불과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들 국내 알짜 기업을 노리는 외국인들은 누구일까. 현재 국내에 상장기업 주식의 5% 이상을 보유한 외국인은 267명(법인 포함)에 달한다. 이 중 국내 109개사가 ‘단순 투자’가 아닌 ‘경영권’이 목적이다.

 2월16일 현재 5% 이상 주식을 투자한 외국인 중 CRMC를 비롯, 얼라이언스캐피털 등 상위 10개사의 거래소 기업 시가총액만 20조 5487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주로 뮤추얼펀드나 헤지펀드로 초기엔 단순투자 목적으로 지분참여를 하다 최근엔 경영권을 목적으로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만큼 적대적 M&A에 나설 잠재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국내 알짜 기업이 국경 없는 거대자본에 잇따라 노출되면서 재계에선 M&A 방어막 설치에 대한 민원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북미나 유럽, 일본 등은 경영권 방어막이 다양하지만 전 세계 M&A 시장의 89%를 차지하고 있다”며 “경영권 방어제도가 M&A를 위축시킨다는 일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칼자루를 쥔 재정경제부 입장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내세우며 “현재로서도 대비책은 충분하다”고 맞서고 있는 상태다.



  8개 기업들 반응 및 대비책



 “우리 회사 이름은 빼주세요…”



 8개 회사에 직접 전화를 돌려 ‘적대적 M&A 노출 가능 기업’임을 알렸다. 그러자 반응이 다양했다. “우호지분이 많아 그럴 리 없다”는 게 대세였다.  그러면서 “우리 회사는 명단에서 빼 달라”고 요구한 게 공통점. 단, 남양유업은 달랐다. 구체적 대비책을 들려줬다. 2년 전부터 60억원을 들여 자사주 매입에 나선 상태고 지난 2004년 주총에서는 M&A 도구가 될 수 있는 집중투표제를 정관에서 삭제한 상태다. 남양유업의 주요 외국인 주주는 안홀드 앤드 블라이흐뢰더 어드바이저스가 15.90%를 가지고 있어 최대주주 홍원식씨(19.44%)에 이어 2대주주다. 또 이글펀드가 7.39%, 코리아펀드가 5.0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공시상 이들 외국인 주주가 단순투자목적으로 구분되고 있지만 경영권 참여 등 M&A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대책 마련이 한창이다. 현재 남양유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는 1만5000주로 유사시 국내 기관투자가 등 백기사에 넘겨 우호세력 확장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유용준 남양유업 부장은 “지난해 뉴욕에 본사를 둔 캐피탈 회사 쏘젠이 회사(경영권)에 관심 있다며 계속 주식을 사들이겠다고 했다”며 “경영권 참여를 염두에 둔 경고성 발언으로 이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쏘젠이 외국인 주요 주주인 안홀드 앤드 블라이흐뢰더 어드바이저스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남양유업은 올해에도 자사주 매입 등 경영권 방어 대책을 계속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우호지분 많아 걱정 없다’

 그러나 7개 회사는 “M&A 방어에 자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스탁스에셋매니지먼트는 전략적 제휴업체로 절대적인 우호 지분”이라며 “이밖에 우호지분과 자사주 170만주 등을 감안하면 경영권 확보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원무역은 지난 2월16일 현재 외국인 지분(49.09%)이 최대주주(33.92%)보다 15.17% 많은 상태다. PER 7.24배, PBR 0.65배 수준이다. 트위디 브라우니 컴퍼니가 10.35%, 템플턴자산운용 9.5%, 맥킨지 컨딜 리커버리펀드가 9.21% 등 3개의 외국자본이 개인 최대주주인 성기학 회장 9.15% 보다 많은 상태. 채규태 영원무역 전무는 “외국 주요 주주들은 3~5년 동안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장기투자자로 M&A보다 단순 투자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적대적 M&A를 우려한 경영권 방어 대책 등은 현재로선 준비하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중앙건설 역시 별도 대책은 없는 상태다. 장기성 중앙건설 차장은 “외국인 지분이 많아도 조금씩 다양하게 분산돼 있어 한 목소리를 내기 힘들고, 인력관리가 중요한 건설업 특성상 인수·합병을 통해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노르웨이의 골라LNG의 지분 인수로 적대적 M&A에 휘말렸던 대한해운은 최근에도 M&A주로 거론되고 있는 상태지만 특별한 경영권 방어 대책을 마련하지는 않고 있다. 안계혁 대한해운 이사는 “골라LNG가 지분을 인수하면서 M&A 가능성이 불거졌지만 지금까지 골라LNG 측은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그동안 우호지분을 많이 만들었고 대비차원에서 400억원의 BW 등을 발행해 유사시 우호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상태로 M&A 리스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한해운의 BW 등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그린화재, 하나은행 등이다.

 코오롱유화는 2월16일 현재 외국인 지분이 29.01%로 최대주주(22.28%)보다 6.73% 많다. PER 7.7, PBR 0.59. 주요 외국인 주주는 신일본석유화학(21.26%)으로 (주)코오롱과 공동 최대주주다. 이밖에 헌터헬인베스트먼트도 5.3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코오롱 그룹 고위 관계자는 “조만간 외국인 지분을 인수할 계획”이라며 “M&A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구체적 내용을 밝히긴 힘들지만 3월 내 가시화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진해운의 주요 외국인 주주는 골라LNG의 계열인 제버란 트레이딩 코포레이트로 6.44%를 보유하고 있어 최대주주 조수호씨(6.87%)에 이어 2대주주다. 성철제 한진해운 상무는 “M&A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며 “제버란 트레이딩의 지분 보유목적에 대해서도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공시한 내용 이상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한화석화는 2월16일 현재 외국인 지분이 34.29%로 최대주주(30.9%)보다 많은 상태다. PER 3.99 PBR 0.79. 주요 외국인 주주는 독일 다국적 기업인 바스프(BASF)의 현지법인인 한국바스프 12.52%, CRMC 7.23%, 얼라이언스캐피탈 7.5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한화로 24.21%를 가지고 있다. 노창수 한화석화 차장은 “외국인 지분이 늘어 최대주주와 특수 관계인 지분보다 많지만 M&A 위험성은 없다고 본다”며 “주요 외국인 주주인 한국바스프는 과거 한양바스프 합작법인을 설립한 바 있는 우호적 회사로 IMF 이후 사업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한화석화의 자사주(1450만주)를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각론분석 1 |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

 삼성전자·SK·KT&G등 58개사




  “서방(주인)이 ‘부실’하면 외간 남자가 (아내를) 넘본다.” 외국인들이 노리는 1차 타깃은 최대주주 지배력이 약한 기업이다. 아무리 주가가 저평가됐고 보유자산이 많아 ‘먹을 게 많은’ 기업이라도 오너 지배력이 강한 회사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반면 최대주주 지배력이 느슨한 회사는 언제든 적대적 M&A에 노출돼 있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2003년 소버린의 SK 공격과 최근 칼 아이칸의 KT&G 공략도 출발은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허약했기 때문이다.

 최근 증권선물거래소가 낸 ‘최대주주와 외국인 지분율 증감 현황’(2월16일 현재)에 따르면 국내 코스피 상장 604개사 중 외국인이 최대주주 지분보다 많은 종목은 58개사에 달한다. 지금까지 상위 10개 기업은 발표됐지만 58개 기업 세부 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이코노미플러스>가 처음이다.



 신한지주, 현대산업, 부산은행, KT&G, SK 順

 지배구조 잣대상 적대적 M&A에 노출된 58개 기업 중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SK 등 국내 4대 재벌 대표사들이 100%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58개 기업 중 삼성그룹만 삼성전자, 삼성화재, 제일기획,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삼성SDI, 삼성증권 등 8개사에 달한다. LG그룹도 LG전자를 비롯, LG생활건강, LG화학, LG필립스엘시디 등 주력 4사가 모두 포함돼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SK그룹은 SK와 SK텔레콤 등이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판정을 받고 있다.

 58개사 중 국내 4대 그룹 16개사가 포함돼 전체 28%에 달한다. 이는 국내 대표적 기업들이 모두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허약한 체질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소유분산이 잘돼 투명경영엔 효율성이 높을지 몰라도 M&A 방어에 있어선 취약한 측면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소유·분산 잘 된건 M&A 방어엔 마이너스”

실제 삼성전자만 놓고 본다면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이 특수 관계인 지분을 포함, 27.27%에 불과하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54.15%로 2배에 육박하고 있다. 얼마 전 헤르메스로부터 공격을 당했던 삼성물산도 외국인 지분율(33.48%)이 특수 관계인 포함 최대주주(20.49%)보다 12.99%나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현대차는 외인 지분율(45.51%)이 특수 관계인 포함 최대주주보다 15%가 많고, SK는 외인(52.23%)이 최대주주보다 38.54%나 많아 4대 그룹 계열사 중 가장 지배력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금호전기, GS건설, 한진해운, 한화석화, 오리온 등 상당수 대기업이 포함돼있다.

 물론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다고 해서 그대로 적대적 M&A에 노출됐다고 단언하긴 힘들다. 우호지분 취득 상황이나 풍부한 유동성에 따른 자사주 매입 여력 등 방어수단도 많기 때문이다. 국민 정서상 한국 국가대표급 기업이라는 점도 외국인들이 직접 겨냥하기엔 부담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4대 그룹의 지배력이 취약한 것은 한국 기업들이 그만큼 외국 자본의 타깃에 고스란히 노출돼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건 틀림없다.

 외국인 지분이 최대주주 지분보다 가장 많은 기업은 신한지주, 현대산업개발, 부산은행, KT&G, SK 순으로 조사됐다. 58개 회사 중 금융권은 신한지주, 부산은행, 대신증권, 삼성화재, 전북은행, 한국금융지주, 코리안리, 메리츠화재, 삼성증권 등 9개사였다.



 각론분석 2 | 자산 많고 저평가된 기업

 한국전력·호남석유·동국제강등  163개사



 배구조와 함께 기업의 재무구조상 적대적 M&A의 표적이 될 만한 국내 기업은 얼마나 될까. 증권업계가 적대적 M&A 노출 기업을 논할 때 주로 사용하는 재무지표가 PBR과 PER이다.

 PBR이란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것으로 주가와 1주당 순자산을 비교한 수치다. 즉, 주가가 순자산(자본금과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의 합계)에 비해 1주당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예를 들어 PBR이 1배라면 주가와 기업의 1주당 순자산이 같다고 볼 수 있다. 이 수치가 낮으면 낮을수록 해당 기업의 자산가치가 증시에서 저평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PBR이 1배 미만이면 주가가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다.

 투자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적대적 M&A 세력이 타깃 기업의 재무구조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항이 바로 PBR이다. PBR이 1보다 낮다는 것은 M&A 이후 자산 매각 또는 청산을 통해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거래소 312개 기업, 청산가치 밑돌아

 PER은 주가를 1주당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주가가 1주당 순이익의 몇 배인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PER이 국내 시장 평균인 10배 보다 높으면 주가가 높게 평가받은 것이고, 낮으면 주가가 저평가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PBR과 함께 PER도 M&A 세력이 참고하는 중요한 재무지표로 꼽힌다. 통상적으로 시장평균에 비해 기업의 PER이 낮다는 것은 주가 상승과 배당 여력이 높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거래소 상장기업(적자기업과 관리 기업을 제외한 539개)의 PBR과 PER을 조사한 결과, PBR이 1배 미만인 곳은 312개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상장기업 중 42%는 청산가치가 주가보다 낮아 M&A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중 PBR이 0.5배에도 못 미치는 곳은 110개사나 됐다. PBR이 가장 낮은 곳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수입업체인 세우글로벌로 0.07배에 불과했 다.

 PBR이 1배 미만인 기업들 중에는 한국전력, 삼성물산, 현대제철(구 INI스틸), 한진해운 등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의 우량기업과 공기업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에는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PBR이 1배 미만이었다. 시가총액 22조원이 넘는 국내 대표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PBR은 0.54배로 매우 낮았고, 시가총액이 3조원에 달하는 한국가스공사도 0.84배에 불과했다.

 칼아이칸의 적대적 M&A 공세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KT&G의 PBR이 2.22배, 경영권 방어에 비상이 걸린 포스코가 1.09배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전력이나 한국가스공사도 향후 민영화 시 정부가 지배주주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는 우량기업 중에는 삼성물산(0.66), 현대제철(0.84), 한진해운(0.96), 호남석유(0.80), 동국제강(0.93), 대한항공(0.34), 우리투자증권(0.99) 등이 PBR이 1배 미만이었다.



 저PER주도 M&A 표적

 PER이 시장평균인 10배 미만인 곳은 208개사였다. 이중 5배미만으로 저PER로 분류되는 곳은 51개사에 달했고, 섬유제조업체인 방림이 0.59배로 가장 낮은 PER를 기록했다.

 전체 상장기업 중 PER이 10배 미만이면서 PBR이 1배 미만인 곳은 163개사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들은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고 부동산 등 보유자산이 많아 적대적 M&A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원선 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비핵심 자산인 현금을 많이 쌓아두고 있는 기업은 M&A 타깃이 되기 쉽다”며 “인수에 성공하면 피인수 회사의 현금으로 인수대금의 일부를 지불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배당 여력이 높아 투자손실 위험이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Plus Tip



 포스코 제2의 KT&G 될까?…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장에선 포스코를 제2의 KT&G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도 포스코가 외국계 자본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보도한바 있다. 그러나 <이코노미플러스>가 진단한 적대적 M&A 노출 명단에선 빠졌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포스코가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기업이라는 점이다. 삼성전자에 비견되는 게 포스코의 현 위상이라 현실적으로 M&A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사실상 ‘포스코 = M&A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최근 “포스코의 경우 국민 정서상 적대적 M&A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M&A 테마가 될 가능성이 낮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대부분 전문가들도 “만약 M&A 상황에 빠지더라도 방어할 수단이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런데도 포스코에 외국계 자본의 적대적 M&A 시나리오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뭘까. 일차적으로 표면상 지배구조가 취약한 탓이다. 3월14일 현재 포스코의 외국인 지분은 얼라이언스캐피탈의 6.8%를 포함, 총 68.4%에 달한다. 반면 포스코 우호지분은 SK텔레콤(2.8%), 포항공대(2.8%), 국민연금(2.8%), 신일본제철(3.2%), 우리사주(2.1%), 자사주(8.1%) 등을 다 합쳐도 21.8%에 그친다. 외국계 자본이 우호지분의 3배를 웃도는 셈이다. 그럼에도 포스코에 대한 적대적 M&A가 쉽지 않은 까닭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다. 일단 포스코 시가총액이 21조원을 넘어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대신증권 한 애널리스트는 “현 시세라면 포스코 주식 3%를 매입하는 데만 7000억원이 필요하다”며 “경영권을 확보할 만큼 포스코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외국계 자본은 흔치 않다”고 단언한다. 여기에 포스코의 풍부한 유동성도 적대적 M&A를 방어할 자산으로 꼽힌다. 이는 필요시 대규모 자사주 매입 여력이 많아 우호지분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포스코의 보유현금은 3조 257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이코노미플러스>가 적대적 M&A 노출 신호로 제시한 3대 잣대중 하나인 지배구조 취약성(외국인 지분>최대주주 지분)면에선 최대주주가 외국인이라 대상에서 아예 빠졌다.



 각론분석 3 | 국내 기업에 5%이상 투자한 외국인 큰손

 캐피탈·프랭클린템플턴 그룹이‘투톱’



 내 기업에 투자한 ‘외국인’들은 누구일까.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05년도 5% 보고 등 경영권 관련 공시 현황’을 보면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코스닥 포함 상장기업에 주식 5% 이상 투자한 외국인은 27개국 267명에 달한다. 이 중 법인이 253개, 개인이 14명이다.

 이들이 투자한 상장법인 숫자는 모두 450개사. 특히 단순투자가 아닌 ‘경영권’이 목적인 회사가 109사에 달한다. 단순화하면 4~5개 회사 중 1개꼴로 M&A가 목적인 셈이다.

 이들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장악력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2002년 외국인의 5% 신고건수는 810건에 불과했다. 비율로 따지면 12.8% 수준. 그러나 지난해 외국인 5% 취득 건수는 2513건으로 총 24.6%로 늘어났다. 3년 새 건수 기준 3배, 비중 기준 2배가 늘어난 셈이다.

 이들의 투자성향은 점차 ‘공격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2005년만 놓고 본다면 외국인 10명중 3명이 ‘경영권’이 목적이다. 금감원에 신고한 5% 취득 사유로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힌 외국인이 82명이었다.  외국인 전체 267명 중 정확히 30.7%다.

 그렇다면 한국 증시에 입김이 센 외국인들은 구체적으로 누구일까. <이코노미플러스>가 증권선물거래소에 의뢰, 시가총액 기준 외국인 투자자 ‘빅10’(5% 이상 취득 외국인 기준)을 취재한 결과 CRMC가 단연 1위였다.

 CRMC(캐피탈리서치매니지먼트컴퍼니)는 CGII(캐피탈그룹인터내셔널인코퍼레이트)와 함께 캐피탈그룹의 양대 축으로 자본금 규모만 417조원에 달하는 세계적인 펀드다. 현재 국내엔 성신양회, 고려개발, 하이닉스, 빙그레, 계룡건설, 한국전기초자, 동국제강, 현대제철(구 INI스틸), 제일모직, 한라건설 등 27개 기업에 투자, 왕성한 식욕을 보이고 있다. CRMC가 2월17일 현재 보유 중인 국내 상장기업 시가총액만 7조 3846억원에 달한다.



 외국인‘빅10’시가총액만 20조원 웃돌아

 이는 2위인 얼라이언스캐피탈매니지먼트의 2조5911억원보다 3.5배나 많은 규모다. 얼라이언스캐피탈은 주로 국내 알짜기업을 노리는 펀드로 분류된다.

 현재 지분을 투자 중인 회사 면면만 봐도 하나 같이 우량기업들 일색이다. 포스코(6.86%), 신한금융지주(7.39), 한화석화(7.50%), 호남석유(9.58%)가 얼라이언스캐피탈이 투자 중인 회사들이다. 평균 7~9%대 지분 취득으로 외국인 주요 주주로 올라와 있는 점도 특징. 자본금 규모는 CRMC의 100분의 1 수준인 4조606억원.

 1,2위 큰손들이 주로 단순투자 목적의 보유라면 3~5위 외국인들인 프랭클린리소스, 템플턴글로벌어드바이저, 템플턴에셋매니지먼트는 경영 참여를 보유목적으로 밝힌 세력들이다. 특히 이들 외국인 3인방은 ‘프랭클린템플턴그룹’의 일원이다.

 특히 프랭클린리소스는 최근 KT&G를 공격한 칼아이칸 측의 흑기사가 된 프랭클린뮤추얼을 자회사로 둔 업체로 국내 보유 중인 상장기업 시가총액이 2조2356억원에 달한다. 현재 국민은행(5.76%)과 하나금융지주(8.35%) 등 금융권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특히 자본금 면에선 1위 CRMC와 맞먹는 413조원에 달하는 대형사로 꼽힌다.

 반면 템플턴글로벌은 자본금 규모는 1조7758억원으로 작지만 SK텔레콤(5.42%), KT(7.78%) 등 통신주에 집중 투자 중이다. 국내 보유 중인 기업들 시가총액 규모는 1조7469억원에 이른다.

 템플턴에셋매니지먼트는 SK(5.03%), CJ(5.57%), 강원랜드(5.87%), LG석유화학(6.32%), 자화전자(9.16%), 영원무역(9.50%), 삼성정밀화학(11.55%), 현대산업개발(16.40%) 등 8개사에 투자하며 잡식성을 보여줬다. 

 상위 톱10을 보면 사실상 국내 증시에 캐피탈그룹과 프랭클린템플턴그룹이 양분하고 있는 셈이다. 7위에 오른 CGII까지 합쳐 캐피탈그룹의 시가총액은 8조5694억원. 8위에 오른 프랭클린뮤추얼을 포함한 프랭클린템플턴그룹의 시가총액은 6조3073억원이다. 이는 상위 10사의 시가총액 전체인 20조 5487억원의 72%를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CGII는 CRMC와 함께 캐피탈그룹의 양대 축으로 자본금이 238조원에 달하는 미국계 초대형 투자자문사다. 미국, 캐나다 등지에 6개의 자산운용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CGII는 주로 해외투자사업을 담당하며, M&A보다는 단순투자로 이익을 얻는 장기투자자로 구분된다. 2월17일 현재 CGII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자동차, LG전선, 제일기획 등 4개 기업의 주식 평가금액만 1조1848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캐피털그룹은 외국계 펀드 가운데 한국 증시에서 최대 ‘큰손’으로 꼽히고 있다.

 한편 칼아이간과 함께 KT&G의 적대적 M&A에 나선 프랭클린 뮤추얼 어드바이저스는 프랭클린템플턴그룹 소속의 가치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뮤추얼펀드다. 이 펀드는 KT&G를 비롯 한일시멘트, 롯데제과 등 5개사의 주식을 5% 이상 보유중이다.

 캐피탈그룹, 프랭클린템플턴그룹, 얼라이언스캐피털, JF에셋과 함께 국내서 활동하는 5대 외국계 펀드로 꼽히는 피델리티는 투자주식 5% 이상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했을 때 외국인 투자자 20위에 랭크돼있다.



 ‘칼 아이칸’, 그는 누구인가?

 정유사 ‘텍사코’ M&A로 5억달러 벌기도



  아이칸(70)은 국내에서는 KT&G 사태 전까지 낮선 인물이었지만 월스트리트에서는 ‘냉혹한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별명도 잔인한 공격자를 뜻하는 ‘상어’다. 

 1936년 뉴욕에서 출생한 그는 프리스턴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주식시장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은 1968년. 지인으로부터 40만달러를 빌려 본격적으로 주식중개인(브로커)을 시작했다고 알려진다. 중개인 생활을 하던 그가 기업사냥에 나선 것은 1980년대 금융투기의 대표적 수단인 정크본드를 통해 억만장자가 된 뒤부터다.

 그의 돈에 대한 감각은 천부적이다. 인터넷주가 폭등하던 1999년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인터넷주의 거품에 주목해 공매도를 시작, 처음에는 손실을 입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인터넷주의 거품 붕괴로 큰 이익을 벌었다.

 정크본드로 막대한 실탄(자본)을 얻은 그는 M&A 시장에서 전면전을 벌였다.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돈이 될 만한 기업은 모두 그의 ‘먹잇감’이 됐다.  실제로 1985년 트랜스월드항공사(TWA)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작으로 석유회사 텍사코, 철강사 USX, 담배회사인 RJR 나비스코 등이 차례로 희생양이 됐다. 이중 정유회사 텍사코는 그에게 18개월 만에 5억달러의 이익을 안겨줬다.

 이어 지난 2000년에는 제너럴모터스(GM)를 M&A 타깃으로 삼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세계 최대 미디어 업체인 타임워너의 지분 3% 매입해 경영진 개편을 시도하기도 했다.

 현재 트랜스월드항공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2005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내 부자서열 24위에 올랐으며, 재산 규모는 85억 달러에 달한다.



 각론분석 4 | 적대적 M&A 방어수단 충분한가

 마음먹고 덤벼오면‘글쎄’



 김춘동 이데일리 기자 bomy@edaily.co.kr



 국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맞선 경영권 방어 장치 강화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사냥꾼으로 악명 높은 칼 아이칸이 KT&G에 대해 적대적 M&A를 시도하면서 논란의 불을 지폈다.

 의견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외국자본 특히 투기자본으로부터 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경영권 방어 장치를 추가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우선적으로 힘이 실리고 있지만 지배구조 개선 등 적대적 M&A의 순기능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정부와 정치권 내에서도 의견이 제각각 엇갈리고 있다.



 강철규·윤증현 ‘바꿔야’ VS 한덕수 ‘불가’

 아이칸은 지난 2월 초 KT&G 주식 6.6%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후, 사외이사 선임을 비롯해 보유자산 처분과 영업권 양도 등을 요구하며 핵심 경영 사안에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공개매수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KT&G 주가는 M&A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큰 폭으로 올랐고 단일 최대주주인 프랭클린을 비롯한 외국 펀드들도 잇달아 아이칸을 지지하고 나섰다. 실제 3월17일 주총에서 칼아이칸측이 사외이사 한자리를 확보, KT&G 경영 간섭에 본격 뛰어들 전망이다.

 국내 대표기업을 향한 외국자본의 적대적 M&A 시도는 과거 타이거펀드와 소버린이 SK텔레콤과 SK의 경영권 획득을 노린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KT&G에 이어 포스코와 KT 등 민영화된 공기업들이 외국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잇달아 외국자본 특히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등 단기이익을 추구하는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간단하다. 우리나라의 기업의 지배구조가 느슨한데 다 경영권 방어제도마저 취약한 탓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을 개방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경영권 방어 장치가 폐기 처분됐다.

 KT&G나 포스코 등 민영화된 공기업의 경우 특정한 지배주주가 없는 가운데 외국인의 지분율이 60%를 상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량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주가가 낮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SK를 비롯한 일부 대기업 역시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다수 계열사를 지배하는 취약한 지배구조 탓에 M&A 공격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출자총액제한제도나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등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들도 의결권 행사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필두로 재계가 경영권 방어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경련은 최근 해외 투기자본의 적대적 M&A 위협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유럽형 의무공개매수제도, 차등의결주식 발행, 독약조항 등의 경영권 방어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경련은 상장기업 604개사 중 외국인의 지분이 최대주주보다 많은 58개 우량기업이 적대적 M&A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경영권 방어를 위한 과도한 자사주 매입이나 고배당 등은 투자여력 약화와 성장잠재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외국계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가 지나치게 완화됐다고 꼬집었다. 일부 정부부처도 공감대를 표시하고 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고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도 기간산업이나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해 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KT&G 결론 따라 향배 결정될 듯

 정치권에서도 다양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사전심사제 도입을 추진 중이며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을 위한 증권거래법 개정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여권 일부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나 금산법 개정 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면 법률개정의 실질적인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는 추가적인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은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당인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역시 구조조정 촉진과 지배구조 개선 등 적대적 M&A의 순기능을 강조하며 법 개정 의사가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재계의 주장이 여전히 거센데다 경영권 보호 장치 추가 도입을 요구하는 여론도 비등해 제도 개선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KT&G 사태의 추이에 따라 경영권 방어 장치 추가도입 논란의 향배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박인상 기자 / 임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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