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전쟁’이 시작됐다. 이미 1차 협상(6월4~9일)은 끝났고, 2차 협상(7월10~14일)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국내 여론은 아직도 위기론과 기회론으로 갈라져 팽팽히 맞서는 등 마치 국론분열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역사가들은 120년전 구한말 ‘개항파’와 ‘위정척사파’의 대결이 연상될 정도라며 한숨을 짓는다. 그러나 정작 협상결과에 따라 부담을 지거나 혜택을 받을 대다수의 국민들은 한미 FTA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과연 이번 1차 협상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이코노미플러스>는 이를 위해 한미 FTA에 대한 관심도 및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전국 45개 대학 경제 및 경영학과 교수 100명과 네티즌 2692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을 실시했다. 아울러 찬반 양측의 대표주자 2인의 인터뷰를 통한 찬반의 논리적 근거와, 국내 10대 산업(기업)별 손익계산서 분석 등을 통해 한미 FTA 체결이 몰고 올 파급효과와 우리의 대응 전략을 알아봤다.

1차협상 | 교수‘보통’(72%)·네티즌 ‘불만족’(74%)

찬반여부 | 교수‘찬성’(89%)·네티즌 ‘반대’(58%)

Part 1 설문조사

전국 45개 대학 경제·경영학 교수 100인 전화 설문

1차 협상 평가 ‘보통’(72%)

준비는 여전히 미흡(91%)

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대해 국내 대학 교수들 절대 다수가 ‘찬성’(89%)하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끝난 한·미 FTA 체결의 ‘전초전’ 성격인 1차 협상(6월4~9일) 결과에 대해선 ‘보통’(72%)이라는 중립적 의견이 대다수인 가운데 불만족스럽다(18%)는 대답이 ‘만족’(10%)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아 정부의 협상력에 의문 부호를 붙였다.

특히 한·미 FTA 추진에 대한 국내 여건이나 준비 정도가 ‘미흡하다’(91%)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 FTA 졸속 추진 우려가 향후 추가 협상 과정에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결과는 <이코노미플러스>가 여론조사기관 ‘메트릭스’에 의뢰, 6월12~13일 양일간 전국 45개 대학 경제·경영학과 교수 100명을 긴급 전화 설문조사한 결과 밝혀진 사실이다.

찬성 이유는 ‘산업 경쟁력 제고’에 도움

국내 대표적 오피니언 리더 집단인 대학 교수들은 우선 한·미 FTA 체결 찬반을 묻는 질문에 찬성(89%) 의견이 반대(11%)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6월초 대외경제연구원(KIEP)이 미국 워싱턴 소재 한·미경제연구소(KEI)를 통해 미국 학계, 무역업계, 정책분석기관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때 나왔던 찬성표(86%)보다 높은 비율이다.

한·미 FTA 추진을 찬성하는 이유에 대해선 당장의 수출 효과보다는 중장기적인 국내 산업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한·미 FTA 찬성 응답자 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찬성 이유에 대해 ‘산업 경쟁력 제고’(78%)가 가장 많았고, 수출 시 가격 경쟁력 제고(10.1%),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소(4.5%), 양국 관계 증진(3.4%)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외자 유치 효과 때문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홍기택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FTA를 단순히 무역자유화 측면에서만 접근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그는 “한국은 단기적으론 수출과 투자 유치면에서 플러스 측면이 있지만 보다 중요한 건 제도 개선 효과나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경제 시스템 개선 효과 등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이익”이라면서 “이는 곧 국내 기업과 산업의 국제 경쟁력 제고에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반면 FTA 추진을 반대하는 응답자 11명을 대상으로 반대 사유를 묻자 ‘급속 추진에 따른 부작용’ 때문에 반대한다는 대답이 72.7%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이는 일반 국민들의 FTA 이해도가 떨어지는 데다, 찬반양론에 따른 국민적 합의가 덜 된 현재 국내 상황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경제 종속 우려(18.2%)와 피해산업 보상책 마련이 미흡하다(9.1%)는 의견은 소수에 머물렀다.

설상철 동아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은 농업 등 1차 산업뿐 아니라 2차 산업 중 공산품의 경우도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 품목에서 미국과의 경쟁력 게임에서 뒤떨어진다”면서 “한·미 FTA는 급히 서둘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라리 미국보다는 중국이나 EU처럼 기업 간 경쟁이 가능하고 원자재 수입이 유리한 국가와 먼저 체결하는 게 실익이 많다”고 설명했다.

대학 교수들은 한·미 FTA 체결 시 누가 더 이익일지에 대해 ‘양국 모두 똑같다’는 응답이 5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미국이라는 응답이 25%, 한국이라는 응답은 24%로 거의 비슷했다. 이는 국내 대학 교수들 대부분이 한·미 FTA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미국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FTA 협상’이라는 인식과 상당한 시각차가 있음을 반영한다.

FTA 시기 ‘적절’(56%)>‘빠르다’(38%)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 FTA 협상 시기에 대해서도 ‘적절하다’는 응답이 56%로 과반수를 넘었다. 빠른 편이라는 대답은 38%로 그쳤고 오히려 ‘늦었다’라는 응답도 6%가 나와 정부가 중국과 일본, EU에 앞서 미국과 먼저 FTA를 추진하는 것에 ‘동조’하는 입장이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산업구조 개편인데 조세나 제도를 조금 손봐서 고쳐질 게 아니다”면서 “한·미 FTA가 이 문제에 효율적 해법이 될 수 있고 지금이 적기”라고 대답했다.

이와 함께 한·미 FTA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정도를 묻는 질문에 ‘약간 긍정적’(67%)이란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매우 긍정적’(16%)을 포함한 ‘긍정적’이라는 답변이 83%로 ‘약간 부정적’(13%)과 ‘매우 부정적’(4%)이라는 의견을 압도하고 있는 셈이다.

한·미 FTA 체결 시 최대 수혜 업종을 묻는 질문에선 ‘자동차 및 부품’(41%)과 ‘전기·전자’ 업종(40%)이 한·미 FTA 수혜 ‘투톱 업종’으로 꼽혔다. 그 다음으로 공공 서비스(8%), 섬유 및 의류 업종(7%) 순으로 나타났다. 통신(2%)과 금융(1%)은 응답자 비율이 거의 없었다.

반면 한·미 FTA 체결의 최대 피해산업에 대해선 농업이 6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금융과 서비스가 각각 15%로 피해 업종으로 나타났으며 섬유 및 의류, 자동차 및 부품 등의 의견은 낮았다.

자동차·전자 ‘수혜’, 농업·금융 ‘피해’

실제적인 FTA 효과를 묻는 질문에는 ‘경제적 효과’(83%)가 경제 외적인 효과(14%)와 기타 효과(3%)란 답변보다 훨씬 높았다. 이는 일각에서 주장하듯 그동안 미국에 ‘뻣뻣한’ 자세를 취해온 노무현 정부가 대미 관계 개선과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한 정치 외교적인 효과를 노린 포석이란 의견과 다른 셈이다. 대학 교수들은 한·미 FTA 추진이 순수한 경제적 이유에서 출발했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미 FTA 체결에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최근 끝난 1차 협상 결과에 대해선 ‘중립’적 의견이 많아 신중한 반응이 대다수였다. 특히 한·미 FTA 추진에 대한 국내 여건이나 준비 정도에 대해선 ‘미흡한 편’이라는 부정적 반응이 주류였다.

(지난 6월4~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FTA 1차 협상 결과는 협상이 진행된 15개 분과 중 자동차, 투자, 노동·환경, 상품무역, 원산지·통관 등 11개 분과에 대해선 통합협정문 작성을 이끌어낸 반면 농업, 섬유, 무역 규제, 위생·검역 등 4개 분과에선 통합협정문 작성에 실패했다. 특히 개성공단과 자동차 세제 개편 등 핵심 의제들에 대해서도 팽팽한 의견차만 확인한 채 끝났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 협상 팀은 미국과 달리 정부가 민간 차원의 ‘컨센서스(합의)’없이 일방통행식으로 진행하는 게 문제”라며 “미국 행정부의 TPA(무역협상권)가 만료되는 내년 6월까지 시간에 쫓겨 끌려 다니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1차 협상 결과엔 ‘글쎄요’

1차 협상 결과에 대한 만족도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72%가 ‘보통’이라는 중립적 반응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불만족스럽다는 의견이 18%(불만족17%+매우 불만족1%)로 만족한다는 응답 10%(만족 9%+매우 만족 1%)보다는 두 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미 FTA 추진에 대한 국내 여건 및 준비 정도에 대해선 비판적 지적이 많았다. 이에 대한 교수들 반응은 ‘미흡하다’는 의견이 91%(매우 미흡8%+미흡한 편83%)로 ‘잘 되어 있는 편’(9%)이라는 응답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매우 잘 되어있다고 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결국 국내 경제·경영학과 교수들은 10명중 9명이 “한·미 FTA 추진에 찬성하지만, 준비가 덜 됐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이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협상력과 추진 과정에서의 ‘비밀주의’ 등 절차상 문제, 제2의 개항이라고 불릴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진 한·미 FTA에 대한 국민적 이해 부족 등에 대한 ‘종합적 비판’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전체 응답자들은 한·미 FTA 성공의 가장 핵심 과제로는 국내 ‘산업 경쟁력 제고’(41%)를 가장 시급한 것으로 꼽았다. 정부의 협상력(29%), 국민적 합의(19%)는 그 다음 순위였다. 농업 등 타격 예상 산업의 보호책 마련(11%)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결국 한·미 FTA 체결이 한국 경제에 플러스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선 정부의 협상 기술과 대국민 이해 증진도 중요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미국과 맞대결을 펼쳤을 때 이겨낼 수 있는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지적한 셈이다.

 plus tip

네티즌들이 본 한·미 FTA 설문

반대(58%)>찬성(42%)  국민합의, 정부 협상력 꼬집어

일반 국민들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FTA 협상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코노미플러스>가 포털사이트 ‘엠파스’에 의뢰, 6월12일부터 17일까지 6일간 설문에 응한 2600여 네티즌을 조사한 결과 한·미 FTA 체결에 대해 ‘찬성’보다는 ‘반대’(58%)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누가 더 이익이 될 것인가란 질문에 미국이 82%로 한국의 4%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네티즌들은 한·미 FTA에 대해 적지 않게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우선 찬반양론을 보자. 응답자 2692명중 1571명(58%)이 반대, 찬성(1121명·42%)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반대 입장이 많았다.

40대 이상인 경우 찬성이 54%로 많았지만 30대에선 오히려 60%가 반대했고 20대의 경우 반대율은 66%에 달했다. 성별로 보면 남자의 찬성률(46%)보다 여자의 찬성률(27%)이 훨씬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1차 협상 결과를 묻는 질문에 네티즌들은 총 2599명의 응답자 중 대체로 ‘불만족스럽다’(불만족61%+매우 불만족13%)는 답변이 74%로 만족스럽다(2%)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보통이라는 중립적 의견은 24%로 72%가 ‘보통’이라고 대답한 전국 교수들과 많은 의견차를 보였다. 특히 한·미 FTA 체결의 실제적 수혜자는 2608명의 응답자중 2147명이 미국(82%)이라고 답해 ‘똑같다’(13%)는 물론 한국(4%)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FTA 성공을 위한 핵심 과제를 묻는 질문에 교수들이 ‘산업 경쟁력 제고’를 최우선적 과제로 지목한 것과 달리 네티즌들은 국민적 합의(44%)와 정부의 협상력(29%)이 더 중요한 것으로 응답했다. 산업 경쟁력 제고(11%)와 타격 산업 보호책 마련(8%)은 소수 의견에 그쳤다.

그러나 현재 한·미 FTA에 임하는 한국의 준비 정도를 묻는 질문엔 대체로 ‘미흡하다’(미흡66%+매우 미흡32%)가 98%로 ‘잘 돼있다’(2%)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이 점에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교수들과 비슷한 의견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Part 2 찬·반 대표주자 인터뷰

김철수 전 WTO 사무차장

“이젠 큰 물에서 놀 때가 됐다”  (찬성)

철수(65) 무역투자연구원(ITI) 이사장.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통상 전문가다. 1973년 상공부 시장3과장으로 공직에 첫발을 들여놓은 후 대한무역진흥공사(현 코트라) 사장, 제1대 상공자원부 장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차장까지 지냈다.

상공부 차관보 시절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그룹 의장으로 국제 통상무역계에서도 잘 알려진 인물. 1984년 UR 협상 차 드나들던 제네바 출장 때 실무 과장으로 배석했던 사람이 한덕수 현 경제부총리다.

세종대 총장 퇴임 후 지난해 10월부터 법무법인 ‘리인터내셔널 특허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리인터내셔널 특허 법률사무소 산하기관인 무역투자연구원 이사장직도 겸임하고 있다.

지난 6월16일 오전 10시 서울 충무로 무역투자연구원에서 만난 그는 “한·미 FTA가 한국 경제의 신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세계 1, 2위 유통사인 월마트, 까르푸가 한국 시장에서 퇴출됐듯 시장 개방은 국내 산업 경쟁력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미 FTA 체결에 찬성하신다면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

세계 최대 시장에서 특혜적 지위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들은 미국과 FTA 협상을 출발도 못한 상태 아닙니까. (우리가) 미국과 하니까 일본도, 중국도 마음이 급해졌는지 ‘서로 하자’며 러브콜을 날리고 있고요. 한국 경제에 대한 변화와 개혁을 촉구 받게 되고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경쟁우위를 얻게 할 것입니다. 이는 곧 국가 과제인 동북아 허브 달성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는 ‘덤’이죠. 한국의 몸값이 그만큼 높아진 셈입니다. 우리 경제도 ‘큰 물’에서 놀아야 합니다. 피해 산업이 있다고 해서 소극적 입장을 취하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아요. 요즘 유행하는 언어로 국가의 ‘신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한·미 FTA는 아주 중요한 대사입니다.

“개성공단 ‘한국산’ 인정받아야”

- 6월초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FTA 1차 협상이 끝났는데요. 평가를 하신다면.

1차 협상은 이를테면 탐색전이죠. 통합협정문도 양국 입장을 병기하는 수준이니까요. 1차 협상 때 나온 쟁점이 2차부터는 해소 과정을 밟을 것으로 봅니다. 당초 우려했던 의료, 교육 분야에 미국이 큰 관심이 없다고 표명한 것은 긍정적 신호입니다. 미국이 원활한 협상을 위해 융통성을 발휘한 게 아니냐는 생각에서죠.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봅니다.

- 일각에서는 협상 전 한국이 4가지 사항을 양보하고 들어간 ‘불평등 협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4가지 양보란 한국이 미국과 협상 전·스크린쿼터 축소·미국산 수입쇠고기 수입 재개·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배출가스 기준 적용 유예·의약품 약가산정 기준 개선을 수용한 것을 의미)

FTA 협상은 통상마찰 시 협상과 다른 겁니다. 어느 한쪽이 ‘팔을 비틀어’ 하는 게 아니죠. 서로 원해서 하는 겁니다. 4가지 사안은 당초 예상했던 그대로입니다. 이를 두고 ‘먼저 내준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는 유인책이라고 봅니다. 시기적으로 몇 달 빨리 수용했을지는 몰라도 어차피 논의하고 양보했어야 하는 분야라고 보기 때문이죠. 그 대가로 한국은 남들보다 먼저 미국과 FTA를 체결할 기회를 잡은 것 아닙니까. 그 시기를 갖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반대론의 논리일 뿐 협상에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 7월10일부터는 서울에서 2차 협상이 시작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전략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2차 협상은 1차 때 작성한 통합협정문상 이견을 해소하는 노력이 진행됩니다. 우리 입장을 최대한 관철시키려는 노력이 필수죠. 가령 개성공단과 섬유 분야가 어려운 것처럼 알려지고 있는데요, 개성공단 문제만 본다면 한국이 지금까지 해온 FTA 체결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받아왔습니다. 남북화해를 위한 상징적 사업이기 때문에 미국이 정치적 의지만 보여준다면 못 풀 문제도 아니라고 봅니다. 원산지 규정을 확대적용하면 (미국이) 인정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그렇다면 2차 협상 때 우리가 꼭 따내야 할 부분이 있다면요.

이미 우리 정부가 주장하고 있듯 저라면 쌀 제외 문제와 개성공단의 한국산 인정 두 가지를 꼽겠습니다.

“미국 시간표에 쫓긴 졸속 협상은 안 돼”

- 미국 행정부의 TPA(무역협상권한)는 내년 6월말까지입니다. 우리가 충분한 준비 없이 너무 서두르다 결과적으로 미국 전략에 말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사실상 협상 타결의 데드라인은 내년 3월말이죠. 통상 미 행정부가 미 의회의 비준절차가 90일가량 걸리니까요. 시한이 촉박한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TPA는 한 나라만의 데드라인은 아닙니다. 협상 파트너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한·미 FTA뿐 아니라 미국이 현재 진행 중인 모든 FTA 상대국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다자간 무역협상인 DDA(도하개발어젠더)의 TPA도 같은 시한입니다. 일단 시한 내 원만한 타결을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죠.

- 그렇다면 반드시 내년 3월말까지 타결을 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TPA가 꼭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우루과이라운드 때도 미국은 당시 ‘패스트트랙’(신속협상권, 현 TPA)을 6개월 연장한 전례가 있습니다. 연장은 대부분의 의제가 타결되고 몇 개의 의견 조율이 남아있을 때 해당됩니다. 큰 줄기가 대부분 합의됐고 몇 개 잔가지만 남아있는 정도라면 한·미 FTA 협상의 경우도 TPA 연장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TPA 때문에 서둘러 졸속 처리하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 5월18일 미국 ‘코리아 소사이어티(1962년 설립된 ‘한·미상공협회’의 후신으로 1996년 현 이름으로 바뀐 미국 내 지한파 단체)’ 연설문을 보면 이사장님은 한·미 FTA 체결 과제로서 한국이 더 많이 변해야 하는 의무(짐)가 있다고 언급하셨는데요. 어떤 점에서 그렇고, 왜 그런 건지 설명해주시죠.

FTA는 말 그대로 자유무역협정 아닙니까. 양국 간 무역이 자유화하려면 서로 제도가 비슷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이 관세도 높고 진입장벽도 높은 게 사실이지 않습니까. 기업 투명성면에서도 그렇고요. 자동차만 놓고 비교해봅시다. 일단 미국은 외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적용하지만 한국은 8% 관세를 부과합니다. 세제만 봐도 미국은 자동차세에 세금이 3~4가지 항목이 붙지만 한국은 12가지나 됩니다. 한국은 전체 세금의 17%를 자동차세에서 거둬들이고 있을 정도니까요. 미국이 당연히 이런 문제를 개선하라고 요구할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가 부담을 더 지게 된다는 얘기죠.

- 그렇다면 한·미 FTA 체결 시 우리의 개방 폭은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십니까.

FTA 협상 시 통상 국제규범에 따를 의무가 부과됩니다. 이는 보통 WTO규범에 준하게 돼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당사국 교역의 거의 모든 것을 포함한다는 원칙과 다른 하나는 10년 안에 이뤄져야 한다는 규정입니다. 이렇게 보면 70~80%만 개방하는 것은 FTA가 아닌 셈이죠. 한·미 양국 입장도 ‘높은 수준의 FTA’를 공언한 것을 보면 농산물 일부 품목과 서비스 분야에서 약간의 예외 항목을 두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제조업이 해당될 것입니다. 퍼센티지로 따지면 약 95%선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농업, 서비스 이행 기간 최대한 늦춰야”

- 한·미 FTA 체결이 우리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고 긍정적 효과를 내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하겠습니까.

앞서 말한 대로 개방은 10년 안에 이뤄지도록 협상 짓는 게 통상 국제규범입니다. 그러나 절대 시한은 아니죠. 가령 미국이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체결했을 때 섬유류 이행 기간을 13년으로 예외규정을 적용한 것이 그렇습니다. 특히 미국·호주 FTA 체결 시 일부 농산물을 18년까지 늘린 적도 있거든요. 제도는 비슷하게 바꾸되 이행 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전략이 유효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비스나 농산물 같은 경우 특히 그렇습니다.

- 실제 미국이나 캐나나 등 미국과 NAFTA로 묶여있는 나라들에 대한 평가를 해보면 한국도 미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NAFTA 체결이 1994년입니다. 지금 12년이 흘렀고요. 그 안에 양국 경제는 좋기도 했고 나쁘기도 했습니다. 이를 ‘NAFTA 효과’로 다 따져볼 순 없겠지요. 이 문제는 딱 잘라 한쪽으로 말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 일각에서는 한·미 FTA 체결이 한국보다는 미국에 실익이 더 많을 것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FTA 취지는 서로 싸우려는 게 아니라 시너지를 위해 하는 겁니다. 그래서 현재 200개가 넘는 FTA가 체결된 것이죠. 개인적으로 저는 양국에 비슷한 열매를 줄 것이라 봅니다. 필요성 측면에서만 본다면 우리의 이익이 더 많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 FTA를 체결할 다른 나라도 많은데 너무 빨리 미국과 FTA를 진행 중인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습니다. 한국의 5번째 FTA 파트너로 미국이 너무 빠른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우리는 지금까지 ‘연습 게임’을 해왔습니다. 칠레, 싱가포르, EFTA(유럽자유무역연합), 아세안 등 세계 경제의 ‘변방’들이었죠. 이제는 때가 됐습니다.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약체와만 시범 게임을 해서는 본선에서 실력 발휘가 되겠습니까. 시의적절한 타이밍이라고 봅니다.

- 한·미 FTA 체결이 한국 경제 각 산업(기업)에 미치는 파급력은 대단할 것으로 보는데요. 구체적으로 손익계산서를 산업별로 분석한다면.

내부 협상력 키우는 게 숙제

무역장벽이 가장 높은 분야가 산업 피해가 올 가능성이 많겠죠. 그렇다면 농업 분야에 가장 큰 타격이 오겠죠. 그 다음이 서비스와 제조업 분야 순으로 파고가 오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이를 당장 미국 기업이 들어오니까 피해를 본다는 식으로 해석할 순 없다고 봅니다. 1996년 유통시장이 개방된 후 까르푸, 월마트 같은 세계 1, 2위 유통사가 들어왔지만 지금 결과를 보면 아실 수 있지 않습니까. 특히 서비스업종은 그 나라 문화와 직결되는 분야입니다. 현지 문화와 맞느냐에 따라 MS(시장점유율)가 결정되는 것이죠. 가령 맥도날드가 한국서 롯데리아에 밀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수입자유화가 진행된 1980년대 초부터 관찰해 봐도 ‘시장 개방=외산 잠식’이란 등식이 꼭 맞는 게 아닙니다. 개방 자체가 피해를 몰고 올 것이란 건 난센스입니다. 오히려 선진기업과 경쟁을 통해 국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촉매제로 봐야 옳지 않을까요.

- 한·미 FTA 타결의 핵심 키로서 양국 정부 역할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 해야 할 과제를 꼽는다면 요.

연초 기자회견 때 잔여 임기 중 중점 추진 분야로 양극화 해소와 한·미 FTA를 언급하셨죠. 현재처럼 반대 여론이 비등할 때 대통령 역할이 중요합니다. 첫째, 반대 여론을 추스르는데 특별한 리더십이 절실합니다. 둘째, 피해 예상 분야에 대한 보상과 특히 구조조정 정책을 확정해야 합니다. 이는 곧 정부의 재원을 분배하는 문제로 귀결되는데요, 아직까지 구체적 액션이 없어 약간 의아할 때가 있습니다.

- 피해 보상 문제도 현실적 과제인데요, 해법을 들려주시죠.

과거처럼 돈 몇 푼 주는 보상은 이제 되풀이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런 대책으론 농민들 마음을 달래지도 못할 겁니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 후 우리 정부가 농업 분야에 쏟은 돈이 총 48조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효과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지요. 한·칠레 FTA 협상 당시, 향후 총 119조원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기억납니다. 그런데 계획만 있지 구체적 실천 각론은 아직도 없습니다. 우리 정부의 숙제입니다.

- 협상 타결을 위해 미국 정부도 어느 정도 양보를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통상 분야 전문 용어로 ‘얼리 하비스트’(Early Harvest 조기수확)라고 있습니다. 원활한 협상을 위해 상대국을 위해 미리 준비한 ‘선물’이라고 할까요. 가령 개성공단 생산품의 한국산 인정과 비자 면제 조치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1년에 50만 명씩 미국을 방문하는데, 이 문제를 풀면 한국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FTA 효과를 체험하게 되는 셈이죠. 한국 측 이익을 위해 협상 대표들은 이런 제안을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할 겁니다.

- 우리의 협상력에 의구심을 표하는 시선도 많습니다. 과거 한국 통상 대표로서 정부의 협상력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요.

1970년대 초부터 1990년대 말까지 때론 실무자로 때론 협상 대표로 많은 경험이 있습니다. 단언컨대 협상력만 놓고 본다면 선진국에 비교해 손색이 없다고 봅니다. 문제는 상대국과의 협상력(기술)은 괜찮은데, 내부 협상력이 문제입니다. 실제론 이 점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데, 한·미 FTA 협상에 있어서도 미국과의 협상 보다는 국내 이견과 반대파와의 협상이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 한·미 FTA 타결까지는 가야할 길이 많습니다. 향후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어려움이 예고된 협상이긴 하지만 ‘불발탄’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협상 자체는 내년 3월말까지 끝내는 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열쇠는 얼마나 양국이 절충안을 잘 만들어내느냐에 달려있겠죠. 그래야 국회통과도 쉬워질 수 있고요. TPA 연장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현재로선 낙관적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TPA와 패스트트랙

우리말로 신속협상권으로 불리는 ‘패스트트랙(Fast Track 신속협상권)’은 대외적인 통상교섭을 대통령(행정부)에 일임하고, 의회는 통상협정 비준 시 가부만을 결정하는 미국식 제도다. 패스트트랙 권한은 미국통상법 규정에 의해서 1974년 당시 포드 대통령에게 처음 인정됐다. 그 후 1994년 실효되었고 의회 반대로 클린턴 정부 때부터는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다 부시 정부가 들어서면서 패스트트랙이 부활되었다. 2001년 부시 행정부는 TPA(Trade Promotion Authority 무역협상권한)이란 용어로 부르고 있다.

인터뷰 요지

찬성 사유  세계 최대 시장 내 특혜적 지위 확보

한·미 FTA 의미  신 성장 동력 확보, 산업 경쟁력 제고

1차 협상 평가  첫 단추치곤 잘 뀄다

꼭 따내야 할 분야  개성공단 제품 ‘한국산 인정’, 쌀 제외

한국 협상력 수준  대외(대미) 협상력은 굿, 대내 협상력 부족

한·미 FTA 시기상조론  ‘큰 물’서 놀 때 됐다

2차 협상 전략  농업, 서비스 분야 이행기간 최대한 늦춰야

피해산업 보상책  돈 몇 푼으로 해결하려는 발상 버려야

TPA 내 타결 전망 “데드라인 보다 중요한 건 최선책 마련”

찬·반 대표주자 인터뷰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졸속 추진이 문제… 위헌 소송 준비중”    (반대)

태인(47)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요즘 ‘FTA 저격수’로 불린다. 정 전 비서관은 2002년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1분과 인수위원을 시작으로 대통령 직속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기조실장과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차장,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등을 지냈다.

참여정부 경제의 기본골격을 짜고, 경제 정책의 중심에 서 있던 그가 요즘은 전국을 순회하며 한·미 FTA 저지에 나섰다. 정 전 비서관은 지방 강연회 등을 통해 정부가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 협상을 중단할 것과 함께 FTA 추진 과정을 공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6월16일 오후 3시 서울 인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요즘 지방순회 강연으로 인해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주말을 빼고는 거의 매일 지방을 당일치기로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인터뷰가 시작되자 연신 담배를 피워 물고는 한·미 FTA에 대한 쓴 소리를 퍼부었다.

그는 “한·미 FTA로 인해 우리 국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며 “우리 산업과 공공서비스를 고사시킬 한·미 FTA는 저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한·미 FTA로 인해 다음 정부에서 청문회에 설지도 모른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요즘 FTA 저격수라는 별칭까지 나돌고 있는데 FTA 저지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한테 벌을 주는 겁니다. 막을 수 있었던 것을 막지 못한 책임감 때문입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거대 경제권과 동시다발적인 FTA를 추진하겠다고 했을 때, 잘 될까하고 속으로 웃었습니다. 그때 막았어야 했는데….

이번 달(6월)에만 벌써 10번의 FTA 저지 지방강연을 했습니다. 대부분 반응이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입니다. 한·미 FTA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어요. 경제학자들조차도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FTA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

미국이 체결한 다른 FTA를 세심하게 들여다보세요. 외교안보적 내용을 제외하고는 그 내용이 아주 강력합니다. 미국은 나프타(NAFTA 북미자유무역협정) 보다 더 강력한 FTA를 맺겠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한·미 FTA와 관련, CRS(미의회조사국) 보고서에도 한국의 법, 제도, 관행을 바꾸겠다고 아주 대놓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무역이나 지적재산권, 투자, 서비스, 교역 등의 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규제와 법을 바꾸겠다는 것은 단순한 수출입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하는데 이것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입니다. 국민주권이 걸린 문제입니다. 꼼꼼히 준비하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미국 내에서조차 FTA가 위헌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시민의 사회적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이죠. 사드라 오크너 연방대법원 판사는 중요한 갈등 해소를 제3의 민간기구로 넘기는 것은 미국 헌법 3장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 찬성론자들은 FTA로 인해 국내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이 제고되고, 특히 미국이라는 큰 시장을 갖게 될 것이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미 FTA와 관련된 한 보고서에서는 FTA로 인해 7.75% 경제성장을 추가로 이룰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우리 경제성장률이 3%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가 11% 이상 성장한다는 얘긴데,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FTA와 경제성장률은 관련이 없습니다. 11개의 FTA를 체결한 멕시코나 중남미 국가(평균 7개), 아프리카(평균 5~6개), 동아시아(평균 2개), EU(평균 3~4개)를 비교해 보면 FTA 개수와 경제성장률은 무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미 무역수지도 개선된다고 하지만 FTA로 인해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것은 허구입니다. 백색 가전 분야는 멕시코에서 생산합니다. 반도체는 무관세죠. 우리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섬유와 의류 분야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주장하는 원사 원산지 규정이 받아들여진다면 동대문의 중국산 원사로 만든 옷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멕시코의 미국 접경도시 마킬라도라를 예로 들어 봅시다. 처음엔 투자와 수출 등이 늘었지만, 실질임금은 70% 떨어졌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집니다. 민영화와 규제완화 등으로 비정규직인 증가할 것이고, 임금은 더 떨어질 것입니다. 양극화는 더 심해집니다.

찬성론자들은 한·미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쇄국론자라고 하는데 어이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70%에 이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이죠. 이런 상태에서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자는데 쇄국이라뇨? 경쟁의 효과보다는 경쟁의 역효과가 더 큽니다.

“투자 조항은 무조건 빼야”

- 이번 한·미 FTA 1차 협상에서 가장 독소조항을 꼽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특히 투자에 관한 장이 미국의 요구대로 받아들여진다면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겁니다. 투자로 규정된 범위가 너무 넓고, 투자 행위에 대해 투자 계획 때부터 미국 투자자를 내국인 대우를 해야 합니다. 여기에다 문제가 생기면 미국 기업이 정부를 제소해 제3의 국제기구에서 판결하도록 돼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렇게 되면 한마디로 공공서비스가 무너집니다. 국민 주권과 관련된 상황을 외국의 민간 기업에 맡기는 꼴이니까요. 투자에 관한 장은 무조건 빼야 합니다.

NAFTA를 맺은 캐나다와 미국 기업 간의 분쟁을 보죠. 세계적인 특송업체인 UPS가 캐나다의 우체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캐나다의 우체국이 자신의 인프라를 교차 보조(수도권에서 남겨서 지방에 투자)하는데 이용해 소포와 택배서비스에서 특별한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에서죠. 만약 UPS가 승소한다면 모든 공공서비스가 소송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멕시코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습니다. 멕시코에 진출한 미국 기업인 메탈클래드라는 회사는 유독물 처리 시설을 제대로 하지 않아 환경오염을 일으켰지만 멕시코 주정부가 자기들의 영업이익을 침해했다며 1650만달러를 물도록 했습니다. 이런 걸 보더라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 의료와 교육 분야는 그래도 지켰다고 하는데.

통상교섭본부는 교육이나 의료 분야는 미국이 개방을 요구 하지 않았다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시장이 안 되기 때문에 미국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재경부가 특혜를 주고서라도 유치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언제든 시장이 성숙돼 돈이 된다고 판단하면 미국의 값비싼 사보험제도가 들어와 공공의료도 무너지게 될 겁니다. 부자들이 건강보험제도에서 빠져나가면 보험료가 오르게 되고 이러한 악순환이 거듭되면 건강보험제도도 무너지게 될 겁니다.

- 말씀하신대로라면 한·미 FTA 체결이 한국 경제 각 분야에 미치는 파급력이 대단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떤 부작용을 예상합니까.

모든 산업 분야에서 부작용이 엄청 클 겁니다. 전 산업 분야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구조조정으로 전 국민이, 전 부문에서 고통을 받게 될 겁니다. 외부 쇼크로 내부 개혁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만큼 위험한 발상이 어디 있습니까.

FTA의 부작용은 다음 정부에서 나타날 겁니다. 전 정부의 협상이 도마에 오르게 될 것이고, 국회의 추궁을 받아 노 대통령이 청문회에 설 가능성도 크다고 봅니다.

- 한·미 FTA 협상에서 진행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정부의 비공개주의입니다. 협상내용과 과정을 공개해야 합니다. 국민이 알아야 합니다. 국민들이 내용을 안다면 이것이 통과되도록 가만 놔두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먼저 국민 합의를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과의 협상과정을 비밀로 유지하기로 한 것은 위헌이라고 봅니다. 협상이 타결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현재 위헌신청을 하기 위해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이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국민들도 FTA의 진실을 알게 되면 아마 가만 놔두지 않을 겁니다. 국민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너무 성급한 졸속 추진도 문젭니다. 올 12월말까지 협상을 완료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입니다. NAFTA의 경우 3년이 걸렸습니다. 6개월 만에 끝내겠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20쪽 보고서가 준비의 전부”

- 졸속으로 추진됐다고 하지만 정부는 오랫동안 많은 준비를 해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국민경제비서관 시절 한·일 FTA를 추진하면서 노 대통령은 잠이 오질 않는다고 했습니다. 다시 꼼꼼히 조사해 보라고 (저한테)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한·일 FTA는 준비를 많이 했어요. 하지만 미국과의 FTA 협상에 나서면서 이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습니다. 20페이지짜리 보고서 하나가 전부입니다.

한·미 FTA는 지난해 국민경제자문회의 산하 대외경제위원회 6차 회의(11월)에서 승인했습니다. 2005년 9월에 열린 5차 회의까지 한·미 FTA 문제는 가장 후순위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6차 회의에서 불쑥 튀어나온 것이죠. 그동안 통상교섭본부가 비밀리에 추진했다는 반증입니다.

2005년 2~5월 사이 미국과의 실무협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미 FTA를 전제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때까지는 미국이 요구하는 4대 선결조건은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었어요.

하지만 6월에 들어서 갑자기 미국이 4대 선결조건을 공언하고 나섰습니다. 그리고 7월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미 의회를 방문해 고위관계자를 만나 FTA 협상 이전에 4대 선결조건 해결에 합의한 겁니다. 그리고 9월 대통령에게 보고가 되고 10월에 결정이 된 것이죠.

정부 내 한·미 FTA팀이 만들어진 것도 올 3월이었어요. NAFTA 조항조차도 들여다 볼 시간이 없었어요. 단지 KIEP(대외경제정책연구원)를 통해 워크숍을 한 게 전부였어요. 아무런 준비 없이 협상을 시작한 거나 다름없어요.

반면에 미국은 상당한 준비를 했습니다. 2월 협상 개시를 선언한 이후 5월부터 본 협상에 착수했습니다. 그동안 미국은 미 의회를 통해 기업들의 요구사항을 수집했죠. 하지만 우리는 이런 과정이 없었습니다.

-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가요.

시작부터 잘못된 겁니다. 스크린쿼터 축소,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배기가스 기준 적용 유예,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의료품 약값 산정기준 개선 등 4대 선결조건을 들어준 것부터가 잘못된 겁니다.

4대 선결요건은 한·미간의 고질적인 문제였어요. 만약 대통령이 중립이었다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죠. 4대 선결요건이 해결됐다는 건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붙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시작부터 강하게 나서지 않아야 했어요. 노 대통령이 임기 내 뭔가 성과를 남기려고 FTA를 추진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청와대를 방문해 FTA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진 않았습니까.

결정 전 노 대통령을 면담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습니다. 하지만 결정 전에는 만나지 못하고, 결정 후 만나게 됐습니다. 그때 직언을 했습니다. 대통령이 앞에 나서서 강하게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진심어린 충고를 했습니다. 대통령이 나서면 정부의 모든 부처가 대통령에 뜻에 맞게 과장할 수도 있고, 단점이나 문제점은 보이지 않게 보고를 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청와대에 경제 전문가가 없다는 것도 문제예요. 전부 재경부 출신 인사가 자리를 꿰차고 있죠. 대통령이 여러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한 목소리만 듣는 게 문젭니다.

“나프타 맺은 멕시코 나아진 것 없어”

- 올 초에 10여 일 동안 멕시코를 방문해 실태를 파악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NAFTA 체결 후 멕시코 현실은 어떻던가요. 우리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멕시코를 통해 본 우리의 FTA 체결 이후를 예상한다면.

멕시코의 마킬라도라를 다녀왔습니다. 마킬라도라에는 GM, 크라이슬러, 파나소닉, HP 등 다국적기업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삼성과 LG도 들어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80만 명의 고용이 창출되고 투자와 수출이 늘었습니다.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은 부품의 90%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해 생산량의 95%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번 돈은 미국 기업들이 가져가죠. 멕시코의 1인당 실질 국민소득은 그동안 1.45% 증가했습니다. 거의 성장을 안했다는 얘기죠. 우리도 수출이 늘 것이라는 것은 막연한 시각입니다.

여기에다 멕시코의 내수산업과 농업은 죽었습니다. 농민반란이 일어나고, 일부 농민은 도시로 나가 노점상이 됐습니다. 그리고 일부는 죽음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탈출하고 있습니다. 1600만 멕시코 이민자 중 불법체류자가 350만 명이나 됩니다. 멕시코 국민들의 삶은 전혀 나아진 게 없었습니다.

- 7월10일부터 2차 협상이 시작됩니다. 2차 협상을 전망하신다면. 우리가 꺼낼 무기는 없을까요

우리에겐 협상에 내놓을 무기가 없어요. 가장 큰 무기인 4대 선결요건은 이미 다 들어줬지 않습니까. 개성공단 원산지 규정문제를 자꾸 내세우다보면 미국이 요구하는 것이 더 많아질 겁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좋은 먹잇감이죠. 호주와 미국의 FTA를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농업이 강한 호주가 농업을 보호하려는 미국을 밀어붙여 투자에 관한 조항을 뺐습니다.

Part 3 10대산업 대표 기업 손익계산서

가전 | LG전자

수출 소폭 증가… 내수 타격 미비

 “소폭의 플러스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한·미 FTA 체결이 몰고 올 파급효과를 묻자 LG전자 측은 조심스럽게 ‘플러스’를 예상했다. 과연 LG전자의 기대처럼 한·미 FTA는 국내 가전 업계에 도움이 될까.

일단 미국의 전자제품 시장을 보자. 미국은 한국에게 중국에 이은 제2의 전자제품 수출 시장이다. 지난해 수출액이 144억달러(약 14조원)에 달했다. 특히 국내 전자 업계는 미국과의 교역에서 48억달러 무역수지 흑자를 냈다. 말하자면 현재도 ‘노다지 시장’인 셈이다.

그렇다면 한·미 FTA 체결 후엔 어떻게 될까. 현행 관세 체제를 보면 해답이 나온다. 한국의 주력 수출상품인 휴대전화, 무선통신기기, 컴퓨터는 정보기술협정(ITA) 체결로 이미 무관세가 적용중이다. FTA와 무관한 분야인 셈이다.

휴대폰, 컴퓨터는 이미 무관세

실제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쪽은 영상 및 생활가전 분야다. 이 분야 관세는 1~5%로 평균 2% 가량인 다른 분야에 비해 높아 관세 철폐 시 소폭의 수출 증가가 예상된다. FTA 체결 시 가격 경쟁력 제고와 함께 인지도 상승에 따른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 대미 수출제품의 경우 평균관세율은 0.4%로 FTA 발효 즉시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프리미엄 가전 쪽에서 실제적 수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반면 수입 시장에선 어떤 영향이 있을까. 현재 한국의 전기·전자제품 수입 관세율은 8%다. 따라서 미국 측은 우리나라의 높은 관세를 문제 삼을 게 확실시된다.

무관세가 된다면 산술적 계산으로 우리의 수출 증가폭보다 수입 증가폭이 더 크게 예상된다. 그러나 FTA 체결로 인한 수입 증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이승혁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시장 내 미국 브랜드 점유율이 워낙 낮은 데다, 국내 소비자들은 전자제품의 경우 가격 민감도가 떨어져 월풀이나 GE 등이 몰려온다 해도 국내 업체의 타격은 미약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멕시코 등 미국 외의 생산지에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내수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이승혁 애널리스트는 “냉장고를 빼면 에어컨, 세탁기, 청소기 등 생활가전에 미국 유명 브랜드는 거의 없는 편”이라며 “전체적으로 수출 면에선 증가 효과, 수입 면에선 별 영향이 없어 한·미 FTA는 가전 업계에 플러스 효과를 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한·미 FTA가 전자 업계에 미치는 플러스 효과는 소폭에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현행 전자제품 평균 관세율이 1.5%로 낮은 데다, 휴대전화, 컴퓨터 등 IT제품이 현재 무관세이기 때문이다. LG전자 측은 “대미 수출품 중 휴대폰이 62%에 달해 실제적 수혜는 TV, 디스플레이 등 영상가전과 세탁기와 에어컨 등 생활가전에 한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약 | 동아제약

카피약 중심 제약사 존폐 기로

한·미 FTA의 실익 여부를 묻자 업계 맏형격인 동아제약 측 답변은 “심대한 타격이 예상된다”는 한마디였다. 가뜩이나 다국적 제약사 공세에 밀려 내수 시장을 빼앗기고 있는 터에 한·미 FTA는 직격탄을 날릴 공산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다국적 제약사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갈수록 증가 추세다. 의약품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IMS헬스코리아에 따르면 2001년 다국적 제약사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28.8%에서 매년 상승, 지난해엔 35.7%까지 올라선 상태다.

현재도 덩치 면에서 토종 대 외국사는 하늘과 땅 차이다. 비아그라를 개발한 화이자를 예로 들어보자. 화이자의 2004년 매출액은 525억달러(약 50조원)에 연구개발비가 74억달러(약 7조원) 수준이다. 이를 국내 제약 업계 1위 동아제약의 2005년 매출액은 5350억원, 연구개발비는 23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규모면에서 100분의 1, 기술력에선 300분의 1 수준인 셈이다.

다국적 제약사 시장 잠식 가속화

이준원 동아제약 부장은 “국내 제약사들이 다국적 기업과 경쟁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라며 “제약 산업은 미국의 주력업종이라 FTA 협상 때도 강공책이 예상돼 국내 산업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FTA로 인한 토종 제약사 피해는 정작 중소형 제약사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고은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신약개발력과 오리지널 제품이 높은 동아제약과 유한양행 등 상위권 업체보다는‘제너릭’(복제약)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 제약사 피해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1차 협상 때 보여준 미국 측 공세 수위는 높았다. 미국 측의 요구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가 약값 산정 문제다. 특히 우리 정부가 내놓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대해 미국 측은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란 모든 의약품을 보험적용 대상으로 등재했던 관리 방식(네거티브리스트)을 효능과 가격 등을 고려해 선별 등재하는 방식(포지티브리스트)으로 전환이 핵심. 

두 번째 대립은 신약의 특허기간 연장 여부다. 미국 측은 통상 20년인 물질특허를 3~5년 더 연장해줄 것을 요구한다. 한국 제약사 입장은 당연히 ‘노’(No)다. 이는 오리지널 약을 무기로 하는 다국적 제약사 이익을 반영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 업계는 “미국의 요구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항변한다. 고은지 책임연구원도 “약값 산정의 경우 나라별로 차이를 인정해야 하는데 미국 측 주장이 워낙 강경하다”면서 “한·미 FTA의 제약 업계 파급효과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관세 문제만 놓고 봐도 그렇다. LG생명과학의 ‘팩티브’를 빼면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신약은 없다. 따라서 수출 증대 효과는 제로에 가깝다는 추산이다. 반면 내수 시장의 경우 8% 관세 철폐 효과에 특허 연장까지 감안하면 국내 업계 피해는 이미 예고된 셈이다.

국내 1위 동아제약 측은 “한·미 FTA가 국내 300여 제약사의 구조개편을 몰고 올 것”이라며 “신약개발능력을 갖춘 상위 10개사 위주로 M&A가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동차 | 현대자동차

미국산 일본차 역수입 문제 풀어야

일반적으로 자동차 산업은 한·미 FTA 체결의 수혜 산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업계 입장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오히려 중립 이하로 보는 견해도 있다. 현대자동차의 공식 입장은 ‘중립 내지 단기적 마이너스 효과’라는 것이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관세 측면에서 본다면 꼭 유리한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율은 2.5%인 반면, 한국은 8%로 3배가량 높다. 특히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 중 상당수가 현지 생산이 이뤄져 관세 효과로 인한 수출 증가폭이 미미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5% 관세 없어져봐야 대당 500달러 싸져”

현대차 측은 “약 2만달러인 대당 차량 가격을 감안하면 무관세로 인한 가격 하락 요인은 500달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특히 현대차 측은 “연간 50만 대에 달하는 미국 수출 물량 중 올해부터 앨라배마 공장서 27만 대를 생산해 FTA 효과는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간 25만~30만 대를 미국에 수출하는 기아차 역시 빠르면 2008년께 조지아 공장(연산 30만 대 생산)이 가동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관세 효과만 따진다면 상용차는 좀 낫다. 현재 25% 관세를 부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차만 해도 대형 상용차 비중이 5% 미만이라 관세 철폐가 큰 의미는 없다.

그렇다고 FTA 체결 후 내수 시장서 미국 자동차가 대폭 늘어날 것 같지도 않다. 가격이 더 비싼 유럽과 일본 차가 한국선 미국 차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국내서 팔리는 미국 차는 약 1만 대 안팎에 불과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단기적으론 FTA 효과가 마이너스에 가깝지만 멀리 보면 FTA 체결로 한국산 차에 대한 인지도 제고, 통상마찰 완화에 따른 판매 증가도 배제할 순 없다”며 중장기적으론 득이 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작 자동차 업계의 걱정거리는 따로 있다. 한·미 FTA 체결 시 미국서 생산되는 일본 차의 역수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결국 한·미 FTA 체결로 일본 차가 ‘무임승차’ 혜택을 만끽할 지도 모른다는 걱정에서다.

실제 도요타의 아발론 등, 혼다, 닛산 등 일본차 빅3는 모두 미국 공장을 보유중이다. 업계에서는 만일 미국산 일본 차의 우회수출을 막는 합의가 없다면 한·미 FTA는 ‘일본 차만 좋게 해주는 꼴’이라는 시각이다.

조용준 애널리스트는 “관세 효과는 미미한데 미국산 일본 차의 역수입을 막지 못하면 득보다 실이 될 공산이 높다”면서 “결국 한·미 FTA 체결이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효과는 현재로선 중립적”이라고 말했다.

1차 협상 때 논란이 됐던 국내 자동차세의 배기량 기준 세제에 대한 미국 측의 폐지 요구도 자동차 업계에선 예의주시하고 있다.

통신 | SK텔레콤

 규제 업종상 미국사 진출 쉽지 않아

통신 서비스 분야도 한·미 양측 간 입장 차이가 명확히 갈리는 분야다. FTA 협상 때 양측 공방전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미간 공방전의 두 축은 외국인 진입장벽을 낮추라는 점과 기술표준 문제로 압축된다. 우선 미국은 현행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제한 철폐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은 49%로 제한된 상태. 미국의 요구는 이 제한의 폐지 내지 51%로 상향조정하라는 것이다. 이는 곧 KT나 SKT 같은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그러나 SK텔레콤 측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어느 나라든 통신 산업은 대표적인 ‘규제업종’이라는 게 근거다. 설사 이 규정이 철폐돼도 미국의 유선사업자 AT&T나 무선통신서비스 사업자인 싱귤러, 스프린트 등이 직접 진출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지분 제한 완화 가능성 낮아”

정문석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외국인 지분 확대 요구를 수용하지도 않을뿐더러 설사 철폐돼도 이미 국내 시장은 유무선 전화와 초고속인터넷 모두 성숙기에 접어들어 신규진입에 따른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사실 미국도 무선 사업자에 대해 20% 지분제한을 두고 있다는 점을 파고들면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지속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는 게 SK텔레콤 측 계산이다.

이와 함께 기술표준 문제도 쟁점이다. 미국은 국내 무선통신 서비스분야의 기술표준 선정을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국내 기술표준화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일정 정도 관여해야 하는 입장을 고수중이다.

SK텔레콤 측은 “IT 서비스업종인 통신 산업은 대표적 규제산업으로 기업통신사업자의 경우 요금인가, 결합판매, 필수설비의무의 제공 등 규제가 까다로워 미국의 직접 진출은 가능성이 낮다”고 말한다. 결국 통신 서비스 분야의 FTA 파급효과에 대해선 칼자루를 쥔 정부의 협상 여하에 달려있는 셈이다.

정문석 수석연구원은 “통신 분야는 FTA가 시장 판도를 바꾸는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설사 지분제한이 완화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 | 국민은행

외국사가 시장 잠식… 추가 구조조정 몰고 올 것

한·미 FTA 1차 협상 기간 중 우리 정부는 금융 분야의 기본방향으로 ‘상업적 주재는 포괄주의 방식’, ‘국경간 거래는 열거주의(포지티브) 방식’을 취하는 혼합방식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금융 서비스에 대해서는 국내법 체계를 변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를 허용하되 건전성 조치와 같은 예외조항을 통한 안전장치를 마련키로 했다.

하지만 새로운 금융상품의 도입으로 국내 금융 산업의 경쟁력이 제고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분야를 위해 금융 부문을 희생하는 것은 소탐대실이라는 지적이다.

향후 별다른 돌출변수 없이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우리 금융 산업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미 FTA가 국내 금융 시장에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가져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보험업이 가장 큰 영향 받아

현대경제연구원은 한·미 FTA로 인해 자금 중개 기능의 왜곡, 국내 금융 산업의 위축, 국부유출, 소비자 피해 발생 가능성 증대 등의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은행측 도 해외 글로벌 금융기업들이 강력한 정보력과 리스크관리 시스템, 글로벌 네트워크, 신금융상품을 이용해 공격적으로 영업을 펼쳐 국내 금융 시장의 시장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은행은 금융 시장 개방으로 인한 금융의 세계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새로운 기회 확보, 금융신상품에 대한 약점 보완 등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가 풀리게 되면 전체적으로 국내 금융 시장이 외국계 은행에 의해 빠르게 잠식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우리로선 얻을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금융산업 중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산업은 보험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은 다른 금융 산업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방 폭이 낮기 때문에 상당한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금융기술과 다양한 금융상품을 가지고 있는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국내에서 보험사를 설립한다면 단기간 내에 국내 시장을 상당부분 점유하게 될 것이다.

서윤석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보험상품을 인터넷을 통해 쉽게 계약할 수 있으며, 국내 시장에서 대량으로 공급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외국에서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직접 마케팅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국내 고객을 뺏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개별 손보사들은 한·미 FTA에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 업계 1위인 삼성화재 관계자는 “내부에서 한·미 FTA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아 이에 대한 준비와 대책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국경 간 거래가 허용되면 외국의 금융기관이 국내 진출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고용창출이나 선진금융기술의 이전과 같은 부수적 효과도 이끌어 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농업

수입 3조원 이상 증가… 최대 8조원 이상 피해

FTA가 체결되면 농민들은 죽습니다. 세계 1위 농업강국인 미국과의 경쟁에서 우리가 전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어요. 한·미 FTA는 저지돼야 합니다.”

서정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은 한·미간의 자유로운 농업 통상이 가능해진다면 한국 농업은 죽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농업과 경쟁력이 약한 분야는 대규모 실직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협상에 임하는 정부의 태도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되는 농업 부문에 대해 정부는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시킨다고 하지만 미국의 강경한 협상 태도와 그동안의 정부 행동으로 봤을 때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1차 협상에서도

박인상,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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