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은 우리가 접수한다.’
개인 큰 손을 뜻하는 슈퍼 개미들은 ‘대박 신화’를 몰고 다닌다. 한번 물면 적게는 몇십억, 많게는 몇백억원씩 굴리는 자금력이 무기다. 과거 시세차익을 노리던 단순 투자 패턴에서 최근엔 적대적 M&A까지 시도하는 ‘공격성’을 드러낸 것이 달라진 모습이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한국 증시에 외국인, 기관에 이어 ‘제3세력’으로 등장한 슈퍼개미, 그들은 누구일까. 그들이 노리는 사냥감은 어떤 종목들일까.

슈퍼개미들, 그들은 누구인가

“우리를 작전세력으로 보지말라”

퍼개미들은 ‘은둔파’가 많다. 특정 종목을 5% 이상 매집했을 때만 모습이 드러난다. 일반 개미들이 뭉치는 반면, 슈퍼개미들은 철저히 1인 투자 형식을 띈다. 오히려 알려지면 ‘팔아치운다’는 속설까지 들린다. 대동공업 2대 주주인 박영옥씨는 “추가 매집하고 싶어도 개미들이 따라올까 봐 지분율을 5% 이하로 유지할 때가 많다”고 고백한다.

가용 자금이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대까지 굴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성득씨만 해도 현대약품 한 종목 평가액만 100억원에 달한다. 이쯤 되면 웬만한 사모펀드 수준이다. 선물시장의 큰손 ‘압구정 미꾸라지’, ‘목포 돌고래’, ‘일산 가물치’처럼 슈퍼개미들도 주로 활동지 이름을 따 ‘전주투신’, ‘강남 개미’ 등으로 불린다. 나이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지만 40대들이 많다. <이코노미플러스>가 인터뷰한 3인 역시 모두 40대였다. 직업은 전직 횟집 사장부터 투자자문사 대표, 전업 투자자 등 다양했다.

공통점이 있다면 3인 모두 ‘슈퍼개미’란 호칭에 심한 거부감을 나타냈다는 점이다. 자신들을 마치 작전세력으로 보는 듯한 세간의 시각에 대한 경계심이다.

박영옥 대동공업 2대 주주

“매집엔 3~6개월, 팔 때는 1주일 내로”

지난 7월15일 토요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모 오피스텔. 30평 남짓한 실내에 증권방송 시청용 TV와 컴퓨터 모니터 2대를 보고 있던 박영옥씨(46)를 만났다.

그는 국내 농기계 분야 1위 업체인 대동공업의 ‘큰손 투자자’로 알려진 인물. 지난 6월22일 대동공업 5.39% 지분 공시를 통해 일약 2대 주주(특수 관계인 제외)로 떠오른데 이어 6월30일 주식 3만6200주를 추가 매입, 보유 지분을 6.15%까지 끌어올린 개인 투자자다. 29만여 주를 보유한 그의 대동공업 평가액만 약 30억원에 달한다.

건네받은 명함은 경영 컨설팅 회사 ‘스마트인컴’ 대표다. 그는 “5% 룰에 따라 공시 후 숱한 ‘이상한’ 전화를 받아 정확히 내 의도를 알리고자 한다”며 인터뷰에 응했다.

“저평가 배당주 사놓고 ‘시간’ 보내라”

그는 “주식 투자를 단순히 매매 대상이 아닌 사업을 시작한다는 마인드로 접근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약간의 수수료와 거래세만 부담하면 회사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근거에서다.

그가 갖고 있는 주식은 대동공업을 비롯, KCC건설, 청호컴넷, 하이트론씨스템즈 등 10가지. 박씨는 “8월 중 T사도 5% 이상 지분 보유 공시를 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그러나 그는 기자를 만난 지 4일만에 전화를 걸어와 “T사 추가 매집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정정했다.)

대동공업 보유 목적에 대해 그는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말한다. 적대적 M&A을 통한 경영권 탈취엔 아예 관심이 없다는 게 박씨 주장. 7월 초 김준식 대동공업 대표를 직접 만나 “불안해하지 말라. 경영권엔 관심 없다. 다만 파트너십을 존중해 달라”는 메시지도 전달했다고 들려줬다. 그러면서도 그는 “주당 1만2000원(7월20일 현재 1만750원) 밑에선 계속 매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씨의 투자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그는 “주식 투자처럼 쉬운 게 없다”고 단언한다. 20년 투자 경력 중 손댄 종목 중 ‘대박’이 많았다고 들려준다. 과거 농심을 주당 4만~5만원에 사서 평균 12만원대(현재 24만원대)에 팔았다고 했다. 현재 보유 중인 KCC건설도 20억원을 투자, 40억원대까지 불렸고 청호컴넷도 주당 7000원에 사서 현재 ‘따블’이 났다고 들려준다. 그런 그도 ‘깨진’ 종목도 없지 않다. IT주식인 하이트론과 이랜텍이 대표적이다. 현재 10개 종목 중 3개 종목이 마이너스라고 들려줬다. 그러나 그는 “하이트론은 현재 40%가 빠졌는데, 1~2년 기다리면 반드시 먹는다”고 자신했다.

자신을 ‘주식 농사꾼’으로 비유

박씨는 자신의 투자 철학을 ‘농심(農心) 철학’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 제 가치를 찾을 때까지 ‘인고’의 시간을 견디면 백발백중”이라고 들려준다. 마치 농부가 좋은 씨앗을 뿌려 가을 추수 때까지 기다리는 것에 비유한다. 이 때문에 그는 최소한 3년, 최대 10년 이상 장기투자가 자기 스타일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중3짜리 딸에게 이랜텍 주식을, 3년 전 늦둥이 아들 돌 때 받은 축의금으로 대동공업 주식을 사준 것만 봐도 그렇지 않냐고 되물었다.

그는 전북 장수가 고향으로 ‘나무꾼의 아들’이라고 들려줬다. 중학교 졸업 후 상경, ‘알바’를 뛰며 방송통신고를 나온 고학파다. 재수하며 중앙대 경영학과에 입학, 대학 3학년 때 증권분석사 시험에 합격한 게 증권과 맺은 첫 인연. 이후 대신증권과 국제투자자문을 거쳐 교보증권 압구정지점장(2000년 1월)을 끝으로 전업 투자자 길로 들어섰다.

증권사 지점장에서 여의도 큰손으로 성장한 그는 어떤 종목에 손을 댈까. 첫째가 저평가주다. 그는 대동공업만 해도 회사 역사부터 매출 포트폴리오, 수익성 지표는 물론 농지법, 트랙터 시장점유율까지 줄줄이 꿰고 있었다. 박씨는 “대동공업은 보유 순가산가치만 1500억원대에 달하지만 시가총액은 500억원 남짓하다”면서 “최소한 1조원 매출액 때까지는 보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동공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3510억원에 순익은 50억원 수준. 올 1분기에는 1223억원 매출액에 42억원 순익을 기록 중이다.

둘째 배당주다. 그는 “시가 배당 수익률이 3% 이상이면 대만족”이라고 말한다. 대동공업만 봐도 매년 3~4%대 안정적인 배당률을 실시하고 있다.

셋째 시장 지배력을 갖춘 종목이다. 실제 대동공업은 국내 농기계 회사 중 1위 업체다. 트랙터시장 40% 점유율로 대기업 계열인 동양물산(벽산그룹), 국제종합기계(동국제강그룹)를 압도한다. 그는 “일본계 ‘구보다’는 농기계 하나로 15조원 매출액을 올린다”고 들려줬다.

그의 투자 일과는 일반 개미 투자자와 상반된다. 오전엔 모니터 앞에서 장을 보지만 오후엔 ‘현장’을 돈다. 그는 “계좌 틀 때만 빼고 증권사 직원은 만나지 않는다”면서 “대신 투자한 종목의 공장을 돌아본다”고 말했다.

주말에 짬을 내 증권책 놓고 공부하는 일반인들과 달리 그는 주말엔 배드민턴과 함께 지낸다. 그는 “장기투자 하기 때문에 차트보고 투자하는 건 졸업했다”고 했다. 특히 “주식을 살 때는 3~6개월에 걸쳐 사고 팔 때는 1주일 내에 처분한다”고 말했다. 일반 개인들이 주식을 한꺼번에 사는 관행과는 180도 다른 셈이다.

서울 사당동 65평짜리 전원주택에 살며 3개월에 한 번씩 ‘공부’하러 외국을 다닌다는 박영옥씨. 그는 “부동산 등 다른 투자는 하지 않고 오로지 주식만 산다”면서 “주식 투자해서 성공 못하면 바보”라고 단정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회사 CEO들도 두 종류가 있다고 꼬집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대섭 청호컴넷 회장 같은 분은 투자자를 정말 파트너로 보고 주주를 중시하는 정책을 폅니다. 지난 4월17일엔 투자자 30명을 이끌고 직접 중국 베이징 현장을 돌기도 했습니다. 반면 H사 대표는 아직도 개인 투자자를 ‘눈엣가시’ 정도로 봅니다. 그렇게 면담 신청을 해도 대꾸도 없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박영옥씨는

전직
교보증권 지점장

현직 전업 투자자(컨설팅사 운영)

대표 종목 대동공업

지분율 6.15%(2대 주주)

기타 종목 KCC건설,청호컴넷,이랜텍,하이트론씨스템즈 등

전략 저평가 배당주 사고 '때'를 기다려라

투자 목적 단순 투자

보유 기간 3~10년

활동 오전엔 장 체크, 오후엔 회사 방문

박성득 현대약품 최대주주

대우증권 갖고 1년 새14배 '대박' 도



박성득씨(49)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부산의 400평형대 횟집 사장이었다. 15세 때 횟집 주방 보조원부터 출발, 25세 때 독립했고 24년간 횟집 ‘대어’를 경영한 자영업자 출신.

그가 세상에 알려진 건 지난 4월 상장업체 현대약품 최대주주에 오르면서부터다. 당시 그가 보유했다고 신고한 지분은 현대약품 16.07%. 그는 7월4일 금감원 공시를 통해 “6월에도 4차례에 걸쳐 장내 매수, 지분율을 16.89%까지 올렸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약품 CEO인 이한구 대표의 12.70%보다 4.19% 포인트 앞서 있는 지분율.

박성득씨는 “내 투자 노하우를 공개해 서민들과 공유하고 싶어 인터뷰에 응했다”면서 “지분 좀 높다고 작전세력으로 보진 말아 달라”는 말부터 꺼냈다. 그는 “외국인이 사면 기업들도 ‘좋아라’ 하면서 왜 개인이 사면 백안시하느냐”고 꼬집었다.

“올해 초 주총장을 쭉 돌아봤더니, 참 가관입디다. 명색이 최대주주인데 회사 경영 상황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더군요. 그래서 한마디 했지요. 개인 투자자들 무시하지 말라고요.”

현대약품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밝힌 박씨는 그러나 “M&A에는 뜻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는 “감시자로서 현 경영진에 ‘더 잘하라’는 채찍의 의미이지 지분 압박으로 오너를 괴롭힐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그는 “경영실적이 형편없이 떨어지거나 분식회계등 현 경영진이 ‘부정행위’를 했을 땐 지분을 추가 매집하겠다”고 말해 M&A 시도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개장 시간 내 모니터 안 봐”

박씨가 보유한 종목은 현대약품 외 대략 열 가지 종목. 대우증권, 광진실업, 동부한농, LG텔레콤 등이다. 하나 같이 ‘내수주’란 특성이 있다. 그가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현대약품만 100억원에 이른다. 주당 2만1450원(7월19일 종가)하는 현대약품 주식이 47만2980주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광진실업도 지분율 9.08%(54만여 주)로 2대 주주에 올라있다.

그의 수익률은 얼마나 될까. 부산 사투리를 쓰는 박씨는 자신을 “홀딱 벗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한번 투자하면 끝장을 보는 성미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중외제약 투자 사례를 들려준다.

“3~4년 전 이 주식 값이 주당 5770원 했습니다. 그런데 청산가치는 주당 3만~4만원 수준이었죠. 그때 배당만 현금 12%, 주식 3%를 줘서 평균 배당 수익률로만 약 17%를 올렸죠. 당시 금리가 5%대였는데 말입니다. 가지고 있던 현금으로 10만 주를 샀고 증권금융 자금을 활용해 30만 주를 취득했습니다(7월19일 종가기준 중외제약은 현재 주당 3만8400원이다). 남들이 아파트 사고 자가용 살 때 저는 주식을 산 겁니다.”

구체적으로 수익률을 묻자 그는 “대우증권은 아마 1400%에 달할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방식은 빚까지 내는 공격적 스타일은 똑같았다. “2004년 11월 대우증권 주가는 3500원 정도 했습니다. 10만 주를 살 돈이 현금으로 있었고 증권금융 자금을 포함, 30만 주 그러니까 10억5000만원을 쏟아 부었죠. 그리고 13개월 만에 주당 1만8600원에 팔았습니다. 55억8000만원이 남더군요. 빚 7억원을 빼면 48억8000만원을 번 셈이죠.”

그는 까먹은 종목은 없었냐는 질문에 “왜 없겠냐. 그런데 나는 실패한 것은 금방 잊는다”고 말했다.

그는 철저하게 저평가주만 골라 투자한다고 들려줬다. 광진실업을 단적인 예로 꼽았다. 그는 “자본금은 30억원인데, 통장에 있는 잉여금만 120억원에 달한다”면서 “현재 주가 1800원은 너무 싸다. 최소한 주당 3000원까지는 갈 것”이라고 투자 근거를 설명했다.

자영업자 출신답게 그는 주식 투자를 장사에 빗댄다. “SK텔레콤은 자본금 446억원에 불과한데, 지난해 순익은 1조8000억원입니다. 이는 자본금 446만원짜리 통닭집이 연간 1억8000만원을 버는 것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제가 투자한 LG텔레콤 주가가 SK텔레콤의 10%는 갈 것이라고 보고 투자했습니다.”

18평 월세 살며 주식에‘올인’

현재 SK텔레콤 주가는 액면가 5000원으로 환산 시 200만원에 달한다. LG텔레콤 주가 9360원. 말하자면 그는 LG텔레콤 주가를 향후 20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는 셈이다.

그는 “장중엔 모니터를 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장기투자라 그날그날 주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현대약품 보유 계획에 대해 “매년 물가 대비 10% 이상만 올라주면 평생 들고 가겠다”고 밝혔다.

박씨는 “현대약품은 현금 보유량만 500억원대에 이르는 등 저평가된 종목”이라며 “자산가치를 감안하면 현 주가보다 2배이상 오른 5만원대가 적정주가라고 강조한다. 100억원대 주식 평가액을 보유한 그는 “부동산 투자는 전혀 안 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18평짜리 월세에 산다고 했다. 부동산에 투자할 돈 있으면 주식에 쏟아 붇겠다는 ‘주식 예찬론자’다.

“부자와 서민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서민은 수중에 현금이 있으면 좋아하고 현금이 없으면 불안해합니다. 그런데 부자들은 수중에 현금이 많으면 불안해한다는 점이죠.”

투자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얘기고 ‘주식’에 올인한다는 게 박성득식 투자법인 셈이다. 박씨는 인터뷰 말미에 “주식 투자자들이 진짜 애국자”라는 논리를 폈다.

“현재 한국 주식시장 평가총액인 700조원 가운데 46%가 외국인 수중에 놓여있습니다. 금액으로 약 3000억달러에 달합니다. 수출대국이라는 우리나라가 연간 벌어들이는 무역흑자가 얼마인지 아십니까. 잘해야 150억에서 200억달러입니다. 대략 20년은 꼬박 모아야 3000억달러가 된다 말입니다. 우리 시장을 지키는 파수꾼한테 ‘세력’ 운운은 말도 안 되는 얘기죠.”

향후 한국 최고의 씨푸드 마켓을 하는 게 꿈이라는 박성득씨는 “현재 개인 투자자들은 경영진보다 마인드면에서나 투자 철학면에서나 훨씬 앞서있다”면서 “여전히 과거처럼 군림하려 드는 오너들은 반성해야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현재 자신의 삶과 투자 철학을 담은 ‘15세 횟집 소년 100억대 슈퍼개미 되다’(가칭)란 2권짜리 책을 집필 중이다.

박성득씨는

전직   횟집 사장

현직   전업 투자자

대표 종목   현대약품

지분율   16.89%(최대주주)

투자 목적   경영 참여

기타 종목   대우증권, 광진실업, 동부한농, LG텔레콤 등

전략   저평가 가치주, PBR 낮은 주

보유 평가액   현대약품만 100억원대

김용범 일성신약 주주협회의 대표

“기업 감시자로 주권 되찾기 첫걸음”

“2006년 2월18일자였죠. 신문 광고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개인투자자 중 최대주주 표형식씨(4.99%)가 일성신약 소액주주들과 함께 주주협의회를 구성하자는 전면 광고를 낸 거였어요. 오래 생각할 필요 없이 당장 전화를 걸었죠.”

그로부터 2개월 뒤 4월19일, 주주협의회 발족식에 참여했던 김용범씨(41)는 김철홍씨(회계사)와 함께 공동대표로 선임됐다. 현직 투자자문사(유티아이시홀딩스) 대표라는 직함과 앤더슨컨설팅, 장은증권 기업금융부 등 과거의 경력이 한몫했다. 주주협의회를 주도한 표형식씨도 그를 지지했다.

주주협의회에는 현재 80여 명의 소액주주들이 참여 중이다. 사람 숫자로만 보면 4.4%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80여 명이 가진 지분 합계는 일성신약 총 지분의 30%에 달한다. 이는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의 지분율(5.92%)을 압도한다. 그러나 윤씨 일가는 친인척과 특수 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우호지분이 55.46%에 달해 경영권 위협은 적은 편이다.

“주주협의회는 국내에도 주주 민주주의를 꽃 피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 봅니다. 소액주주들도 주주로서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죠. 회원들이 전문성을 인정해주시고 대표로 선임한 만큼 흔쾌히 수락했죠.”

김 대표가 운영하는 유티아이시홀딩스는 벤처 인큐베이팅 회사로 신생 기업의 경영컨설팅과 투자업무를 진행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현재 35억원 가량을 기술 중심 벤처회사에 투자해 놓고 있다.

주주협의회 지분 모으면 30% 지분율

일성신약은 회사와는 상관없이 그가 개인적으로 투자한 기업 중 하나다. 정확한 액수는 말하지 않지만 대략 수억원을 투자했다고만 들려줬다. 금액으로 치면 그는 슈퍼개미라기 보단 일반 개인 투자자에 가깝다. 그는 일성신약을 대표적인 저평가된 가치주로 지목했다.

“일성신약은 내실이 튼튼한 회사입니다.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는 거죠. 경영진이 자본시장의 성격을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경영한다면 분명히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회사입니다. 주주협의회가 구성된 것도 단순히 경영진을 압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성신약이 저평가된 우량회사라는데 모두 공감하고 있고 제대로 평가받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항간에는 주주협의회에 대해 의혹의 시각도 있지만 소액주주 모두 중장기 투자가로 경영권 간섭보다는 기업과 주주가 상생하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입니다.”

김 대표는 개인 투자자로서 단기투자보다는 중장기투자를 주로 한다고 밝혔다. 주요 투자대상 주식은 일성신약과 같은 저평가된 가치주, 시장을 주도하는 테마주, M&A 등 투기성 주식 등 3가지. “구체적 종목명을 거명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저는 주로 가치주, 테마주, 투기성 주식 등에 주로 투자합니다. 항상 이 3가지로 포트폴리오를 짜죠.”    

일성신약 외에 개인적으로 투자하는 회사에도 주주협의회 구성을 생각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고려해볼만 한 일”이라고 답했다. 단, 주주협의회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야 하고, 단기적인 이익을 쫓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회사와 주주의 상생이라는 목적을 가져야만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또 주주협의회가 만들어질 수 있는 기업 조건으로는 성장 가능성이 높아 장기투자가 유효한 기업, 우량하지만 저평가된 기업 등을 들었다.

“단기적인 이익만을 위해 뭉쳐서 행동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기업이나 주주, 국가 모두에게 손해만 될 뿐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과 주주가 함께 성장한다는 것이죠.”

김용범씨는

전직   현직 투자자문사 대표

대표 종목   일성신약

포트폴리오   가치주, 테마주, 투기주

주주협의회 목적   소액주주 권리 찾기 운동

투자기간   중장기 투자

 plus tip

기타 슈퍼개미들




20대 경규철씨부터 ‘전주투신’까지

난 3월 대한방직 지분 취득을 신고, 수면 위로 부상한 박기원씨는 박성득, 박영옥씨와 함께 ‘박 트리오’로 통한다. 증권가에서 ‘전주투신’으로 불리는 그는 7월7일 다시 한 번 화제를 일으켰다. 금감원 공시를 통해 대한방직 주식을 추가 매입, 지분을 종전 11.93%에서 12.91%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대한방직 주식 13만6820주를 보유한 그의 대한방직 주식 평가액은 71억원에 이른다. 현재 대한방직은 지난 2월 지분 8.4%를 사들인 또 다른 큰손 유모씨도 투자한 상태. 두 사람 지분을 합치면 최대주주와의 지분 격차가 1.5%포인트 안팎까지 좁혀져 대한방직으로선 위협감을 느낄만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유씨는 ‘경영 참여’, 박씨는 ‘단순 투자’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박기원씨 측근 한 인사는 전화 통화에서 “전주투신은 단 한 번도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투자해 본 적이 없다”며 M&A 시도 자체를 부인했다.

회사원으로 알려진 경규철씨(24)는 최연소 슈퍼개미로 거론된다. 그는 ‘원조 슈퍼개미’로 불리는 경대현씨의 아들로 지난 3월 큐엔텍코리아를 M&A하려던 김모씨와 지분 대결 끝에 M&A 시도를 돌려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2004년 한국슈넬제약 지분을 인수해 1주일 만에 30억원을 벌고, 서울식품공업에서는 투자금 10배를 번 경력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슈퍼개미 중 표형식씨(52)를 빼놓을 순 없다. 일성신약 4.99% 지분을 보유 중인 그는 지난 4월 일성신약 소액주주 협의회 창립을 주도한 인물. 13년째 전업 투자자로 활동 중인 표씨는 1~2개 종목에 집중하는 전략을 펴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일성신약 13만여 주를 보유한 그의 보유평가액은 72억원대에 이른다.

이들이 주로 개인 투자자들이라면 최근 충남방적 공개 매수를 선언한 김성진, 최태호씨는 직업이 경영자다. 두 사람은 투자 및 경영컨설팅 업체인 비앤피인베스트먼트의 공동 대표로 충남방적 매수에 또 다른 경영자인 오라이언앤컴퍼니 육심강 대표와 연합전선을 펴고 있는 인물. 몇 차례 전화 시도에도 비앤피 측은 응답이 없었다.

한편 개인 투자자 중 아예 주식시장을 떠난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큐엔텍코리아를 M&A하려다 실패한 김모 씨는 “공무원 출신인 저는 슈퍼개미가 아니라 회사 내용이 좋아 인수하려고 했던 순수한 개인 투자자”라면서 “(인수 실패 후) 다시는 주식시장에 얼씬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큐엔텍코리아 투자로 오히려 손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슈퍼개미들의 ‘쿠데타’ 현장

수십~수백억 굴려 웬만한‘펀드’맞먹어

렇다면 슈퍼개미들의 파워는 어느 정도일까.

다음은 소액주주들의 파워 변천사를 보여주는 한 대목.

2005년 3월11일 제43차 SK 정기 주주총회. 최태원 SK 회장은 소버린과의 표 대결 승리가 확정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었다. 한 달쯤 뒤 왕윤종 SK경제경영연구소 상무는 “중립을 지켜준 소액주주 덕분”이라고 공개적으로 치사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지난 3월17일 KT&G 주주총회. 곽영균 KT&G 사장은 칼 아이칸 측에 이사회 1인 자리를 내주는 ‘혼쭐’ 끝에 간신히 M&A 방어에 성공했다.

느낌이 빠른 독자라면 벌써 변화를 감지했을 듯하다. 먼저 소액주주의 달라진 위상이다. 1년여 전인 소버린의 SK 공격 때만 해도 소액주주들은 투표권을 지닌 ‘구경꾼’에 불과했다. 그러나 6개월 전인 KT&G 표 대결 때는 ‘캐스팅 보트’를 쥐고 ‘판세’ 자체를 흔들었다. 단순한 ‘거수기’ 이상으로 몸값이 상향 조정된 셈이다.

100억대 굴리며 ‘공격 성향’ 짙어져

둘째 표심(票心)도 크게 바뀌었다. 소버린 대 SK 대결 땐 최소한 중립 내지 재벌 쪽을 편드는 투표 양태를 보였다. 그래도 외국인보다는 미워도 재벌이 낫다는 마음이 앞섰다. 반면 1년이 지난 KT&G 사태 땐 칼 아이칸 측에 표를 몰아주는 양상으로 돌변했다. 주주 이익이 우선이지 국적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증거다. 얼마 전 현대상선 M&A 사태가 불거졌을 때 현정은 회장이 철석같이 믿던 우리사주를 보유 중이던 상당수 현대상선 직원들이 주가가 뛰자 시장에 내다판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개미들은 어디까지나 ‘제3자’였다. 그러나 최근엔 주도 세력으로 급부상 중이다. “소액주주 눈 밖에 나면 큰 코 다친다”는 말도 엄살만은 아니다. 

주총장서 오너 의견이 좌절되는 건 벌써 옛말이다. 개인 투자자가 아예 최대주주로 올라서기도 한다. 슈퍼개미 손을 탔다 하면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한다. 그런가하면 주주협의회 구성을 통해 경영진을 압박하기도 하고 세일즈맨처럼 변신하기도 한다. 회사 입장에선 슈퍼개미가 아군이 됐다, 적군이 됐다 하는 셈이다.

물론 아직 슈퍼개미들의 파워가 SK나 KT&G와 같은 대기업에까지 미치진 못한다. 그러나 10대 재벌들이 현재 집단소송 대비 보험금만 400억원을 쓴 것만 봐도 어지간히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과거 시세차익만 노리던 단순 투자 패턴서 벗어나 경영 참여는 물론, 적대적 M&A까지 시도하는 공격성을 드러낸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장범식 숭실대 교수는 “슈퍼개미로 대표되는 소액주주들이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굴리며 대주주 지배력이 약한 중소형 종목들에선 오너와의 파워게임에서 밀리지 않는 ‘강자’로 등장했다”면서 “오너 전횡을 막고 기업 경영 투명성 제고 측면에서 ‘약’이 될 수 있지만 자칫 M&A 세력과 결탁 시에는 주식시장에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Case 1   오너 뜻을 뒤집다



14개 영화제작소를 계열사로 둔 케이앤컴퍼니의 최대주주(13.04%)인 김용빈 대표. 그는 3월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분하다. 주총 안건에 올려놓은 황금 낙하산 안건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황금 낙하산이란 적대적 M&A에 대비, 임기 전 이사가 실직할 경우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토록 하는 경영권 방어 수단을 말한다. 오너 뜻에 제동을 건 주인공은 이주석씨로 대표되는 소액주주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지난 6월16일 이주석씨는 케이앤컴퍼니 주식 156만5300주(5.02% 3대 주주)를 확보했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이씨는 “초기엔 단순 투자 목적으로 샀지만 케이앤컴퍼니를 인수합병(M&A)키로 하고 지분을 추가 매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케이앤컴퍼니는 적대적 M&A에 노출되며 주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식품도 3월 주총 때 황금 낙하산을 도입하려다 실패했고 건설기계 전문업체인 한우티엔씨는 반기를 든 소액주주들에 밀려 아예 상정조차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

이 정도쯤은 예사다. M&A이나 액면분할 등 회사 고유의 경영계획까지 물거품 된 사례도 많다.

올해 1월 배용준씨 소속사인 비오에프와 전략적 업무제휴를 한다는 소식만으로 5일새 주가가 57%나 급등했던 유비다임(옛 호스텍글로벌)은 3월 주총 때 드라마 제작업체인 이김프로덕션과의 합병 승인에 실패했다. 표 대결 끝에 참석한 주주들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지 못해 합병 계획을 원점으로 돌린 것. 로봇제조업체인 애즈웍스(현 세종로봇)는 3월 임시주총에서 액면분할(500원→100원) 안건이 소액주주 반대로 부결되기도 했다.

바이오벤처기업 리젠은 6월13일 “유전자 제어 및 단백질 생산기술을 보유한 툴젠, 팬젠과의 주식 교환이 무산됐다”고 공시했다. 주식 교환을 통한 두 회사를 우회 상장하려던 당초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만 것. 소액주주들이 ‘노(No)’를 했기 때문이다. 

Case 2   M&A 선언+최대주주 부상도



법정관리기업인
충남방적은 현재 적대적 M&A 공방전에 휩싸여있다. 최대주주인 대신증권 지분율이 2.67%로 지배력이 취약한 데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배 수준으로 저평가돼있기 때문. 선수를 치고 나선 건 ‘돌아온 슈퍼개미’로 불리는 김성진씨. 그는 현재 최태호씨와 함께 비앤피인베스트먼트 공동대표로 있다. 지난 2003년 한국금속의 감사 선출에 문제를 제기하며 경영권 간섭에 나섰던 인물로 김성진씨는 정평이 나있다.

김씨는 현재 충남방적 M&A를 위해 육심강씨(오라이언앤컴퍼니 대표)와 연합전선을 펴고 있다. 이들은 지난 6월 “충남방적 주식 176만 주(38.5%)를 주당 3000원에 공개 매수한다”고 선언했다가 인수 경쟁자가 나타나자 매수가를 주당 4000원으로 올려놓은 상태다.

경쟁자는 CFAG-FS기업구조조정조합. CFAG가 뛰어들면서 충남방적 인수전은 한층 가열되고 있다. CFAG 측은 최근 김씨 측이 매수가를 올리자 맞대응, 공개 매수가를 주당 5000원으로까지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방적 M&A는 결국 ‘슈퍼개미’ 대 ‘펀드’의 한판 대결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미에로화이바로 유명한 현대약품은 지난 4월 말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기존 최대주주는 지분율 12.70%를 보유한 이한구 대표. 그러나 부산의 큰손으로 통하는 박성득씨가 4월 금감원 공시를 통해 16.07% 보유를 신고, 1대 주주로 올라섰다. 그는 이미 지난해 11월에도 코스닥 기업인 광진실업(9.08%)에도 주요 주주로 올라선 인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박성득씨는 7월4일 금감원에 추가 공시를 통해 “지난 6월에만 4차례에 걸쳐 추가로 장내 매수, 현대약품 지분율을 16.89%로 늘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저평가된 가치주에 투자해 장기 보유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경영진 실책이 발견되면 주식 추가 매집으로 (M&A)에 나설수도 있다.”고 밝혔다.

Case 3   회사 세일즈맨으로 변신

일성신약의 소액주주 중 지분율(가족포함4.99%)이 가장 높은 표형식씨. 그의 명함은 ‘일성신약 주주 표형식’이다. 뒷면엔 일성신약 제품 18개가 빼곡히 적혀있다.

7월20일 전화 통화에서 “현재 모친이 위독해 대전에 내려와 있다”고 밝힌 그는 “사람을 만나면 꼭 ‘우리’ 회사인 일성신약 제품에 대해 마케팅을 한다”고 들려줬다.

지금까지 회사 정책에 반기를 들어왔던 전례에 비춰 그의 세일즈맨 변신은 또 다른 화제 거리다. 실제 지난 2월 일성신약 주총 때 대주주가 추천한 인사의 감사 선임을 부결시킨 데 이어, 3월에는 사비를 털어 신문에 일성신약 배당정책을 반대하는 광고를 실었던 모습과 상반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는 “회사 주인인 이상 제품이 많이 팔려야 주주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자신의 목표도 M&A나 경영 참여가 아닌 철저한 차익 실현이라고 못 박은 셈이다. 지난 4월19일 소액주주 80여 명을 규합, ‘일성신약 주주협의회’를 만든 까닭도 주주권익 보호 차원이라고 들려줬다.

이 같은 모습에 회사 측은 “표형식씨나 주주협의회는 회사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면서 “달리 할 말이 없다”고 입을 다물고 있다.

Case 4  주가 급등락 주범 몰리기도



슈퍼개미들의 ‘입질’이 시작되면 보통 추격 매수에 나서는 개미들이 많다. 과거 외국인이 사면 따라 샀던 개인 투자 행태의 재연인 셈이다. 다만 주체가 외국인에서 ‘개인 큰손’으로 변했다는 게 차이점일 뿐이다. 대박 신화도 있지만 실패 사례도 목격된다.

실제 사례인 케이앤컴퍼니 주가 흐름을 보자. 지난 6월16일 금요일 개인 투자자인 이주석씨가 이 회사 주식 156만5300주(5.02%)를 보유했다고 신고한 시점 전후 주가를 검증해보자. 개인들에게 알려진 사실상 첫 거래일인 6월19일 월요일 케이앤컴퍼니 주식은 오전 9시, 주말보다 80원(3.27%) 오른 주당 2525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6월13일 종가 2130원에 비하면 4일새 18.5%나 오른 셈이다. 그러나 19일 종가는 전일 대비 5.93%나 빠진 2300원.

한 달 뒤인 7월18일 종가는 불과 1800원. 한 달 새 21.7%에 더 빠진 셈이다. 추격 매수에 나선 개인들이라면 이익보다는 손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케이앤컴퍼니 사례는 낫다. 지난 7월13일 상장 폐지된 레이더스컴퍼니를 추격 매수한 개인들은 상황이 심각하다. 레이더스컴퍼니는 지난 6월23일 S씨가 지분 6.22%(128만 4000주)를 확보했다고 신고한 종목. 그러던 S씨는 불과 5일 만인 6월28일(실제 거래일) 77만8051주8051주를 장내 매도했다. 특히 그날은 이 회사가 거래가 정지된 날.

S씨의 매도금액은 12억1400만원. 그때 팔지 못했다면 정리매매기간에 매각했어야 했다. S씨가 정리매매 첫날인 지난 4일 종가로 팔았다면 1억4700만원에 불과, 거래정지 직전 매도로 10억원 이상 손실을 줄일 수 있었던 셈이다. 확인 결과 S씨는 이후 추가로 12만 주를 매각, 현재 이 회사 주식 39만5000주(1.91%)만 보유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노희진 한국증권연구원 박사는 “개인 큰손이 주식 매집에 나섰다고 무조건 추격 매수에 나서는 건 불을 보고 뛰어드는 격”이라며 세심한 투자 유의를 당부했다.

슈퍼개미가 노리는 사냥감

오너 지배력 약한 저평가 가치주가 타깃

퍼개미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주춤했던 슈퍼개미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0% 이상 올랐던 증시가 올 들어 크게 빠지면서  중소형주 위주로 저가메리트가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지금까지 강화된 공시의무를 부담스러워만 했던 슈퍼개미들이 이를 역으로 주식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예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로 공시, M&A 기대효과를 유발시키고 주가를 끌어올리는 전략으로 나선 셈이다.

대형증권사 M&A팀 한 관계자는 “올 들어 급락장이 펼쳐지면서  중소형주 주가가 크게 떨어졌고, 이 중에는 지나치게 저평가 받고 있는 가치주도 있다”며 “저가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슈퍼개미들이 차익을 노리고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에는 강화된 공시의무를 이용해 M&A를 가장, 주가를 끌어올리는 개인 세력들도 있는 것 같다”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요구했다.

그렇다면 슈퍼개미들은 주로 어떤 주식을 노릴까. M&A 전문가들은 “지배구조가 취약하고,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저평가 기업들이 슈퍼개미의 주요 타깃”이라고 지목한다. 그 기준으로 최대주주 지분율이 25% 미만, 시가총액 250억원 미만,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 등 3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PBR은 장부상 가치로 회사 청산 시 주주가 배당받을 수 있는 자산 가치를 의미하는 개념. PBR이 1이면 특정 시점 주가와 그 기업의 1주당 순자산이 같은 경우이며 이 수치가 낮으면 낮을수록 해당 기업의 자산가치가 증시에서 저평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PBR이 낮은 기업은 제대로 평가받을 경우 투자 이익이 크기 때문에 슈퍼개미의 주요 투자 대상이 된다.

충남방적, 하이트론, 태창기업 ‘가시권’

PBR만 놓고 봤을 때 상장 기업만 해도 먹을 게 넘쳐난다. 증권선물거래소가 6월13일 현재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514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37개사(65.6%)가 PBR 1배 미만으로 나타났다. 상장사 3곳  중 2곳이 주가가 주당순자산 가치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김영진 ‘김영진M&A연구소’ 소장은 “규모가 크거나 잘 알려진  중대형주들은 슈퍼개미의 표적이 아니다”라며 “실탄(돈)이 적게 들면서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중소형 가치주들이 대상이며, 특히 코스닥 기업들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M&A 전문가들이 제시한 3가지 기준으로 상장 기업들을 조사한 결과(2006년 7월11일 기준) 태창기업 등 37개 기업이 슈퍼개미의 사냥감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은 태창기업, 종근당바이오 등 10개 기업이었으며, 코스닥 상장 기업은 레이더스컴퍼니(상장 폐지) 등 27개 기업이었다. 37개사  중 태창기업, 하이트론씨스템즈, 충남방적, 종근당바이오, 레이더스컴퍼니 등 5개사는 PBR이 0.5배 미만으로 자산에 비해 주가가 극히 저평가된 기업으로 나타났다. 이 중 PBR이 가장 낮은 기업은 태창기업으로 0.19에 불과했다. 

시가총액이 100억원 미만으로 적은 실탄으로도 쉽게 공략할 수 있는 기업으로는 태창기업, 레이더스컴퍼니,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 오디티, 프럼파스트, 동신에스엔티 등 6개 기업이 뽑혔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10% 정도로 매우 낮아 슈퍼개미의 주식 대량 매집 시 쉽게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는 충남방적, 케드콤, 한신기계공업, 레이더스컴퍼니, 한단정보통신, 유니보스, 이디, 라이브코드, 세인 등 9개사였다. 특히 충남방적은 최대주주인 대신증권 지분율이 2.67%에 불과해 언제든 주인이 바뀔 수 있는 상태다.

슈퍼개미의 좋은 사냥감으로 지목된 37개사 중에는 이미 슈퍼개미의 공격을 받았거나 현재도 진행 중인 기업들도 있었다. 태창기업, 충남방적, 레이더스컴퍼니, 국영지앤엠, 씨엔에스디페스, 인제, 삼원정밀금속 등 7개사가 바로 그곳. 레이더스컴퍼니는 6월 한때 M&A 논란이 불붙다 7월 초 상장 폐지됐고 태창기업은 지난해 10월 슈퍼개미 김동춘씨의 주식 대량 매집으로 비상이 걸린 바 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주식을 사들여 두 달간 지분율을 7.9%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주가가 오르지 않자 손절매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 관계자들은 “슈퍼개미도 장기 투자하는 ‘가치주’ 세력과 차트보고 투자하는 단기‘투기’ 세력으로 구분된다”면서 “이들과 부화뇌동식 매매하지 말고 주식 가치를 보고 투자하라”고 주의를 당부한다.

기업들의 슈퍼개미 대응책

“M&A시 대표에 100억 내라”정관 명시

‘뛰는 개미에 나는 기업.’

기업들 대응 전략도 갈수록 고도화하는 추세다. 적대적 M&A 위협이 높아지면서 경영권 방어 대책도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초다수의결제와 황금 낙하산 도입이 대표적 사례다. 적대적 M&A에 노출되기 전 사전에 ‘단도리’를 치겠다는 전략이다. 10대 재벌그룹만 해도 집단소송 대비 보험료로만 400억원을 납부해놓고 있을 정도다.

<이코노미플러스>가 슈퍼개미의 M&A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태창기업은 올해 주총 때 ‘황금 낙하산’ 제도를 도입했다. 황금 낙하산이란 적대적 M&A가 이뤄질 경우 퇴임이사(현 경영진)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토록 규정, M&A 시도 측에 부담을 대폭 안겨주는 제도다. 태창기업은 대표이사에게 100억원, 이사에게 50억원을 주도록 정관에 새로 기재했다.

국내 닭고기 2위 업체인 마니커는 ‘대표이사 30억원 이상, 이사 20억원 이상’을, 유니켐은 잔여 임기 동안 연봉의 3배수를 일시지급토록 했다. 말하자면 M&A 세력에게 지분 인수 부담은 물론 수백억원대 부담을 지워 M&A를 사실상 포기토록 선수를 치고 나선 셈이다.

현대차, 현대해상도 초다수결의제 도입

‘초다수결의제’ 도입도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주 써먹는 방법이다. 초다수결의제란 이사 선임과 해임 등 결의 요건을 상법상 규정보다 훨씬 강화하는 방식이다. 올 들어서만 12개사가 정관에 초다수결의제를 명시해놓았다. 지난해 9개사에서 21개사로 늘어난 셈이다.

여기엔 현대자동차, 현대백화점, 현대해상 등 범 현대가 3사도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현대가에서 갈라진 5개 그룹(현대차, 현대중공업, 현대해상, 현대, 현대백화점) 중 3개 그룹의 모회사들이 이사 해임 요건을 강화해놓은 격이다. 이들 3사는 이사 해임 요건을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2 이상, 발행 주식 총수의 과반수’로 바꿔놓았다. 이는 상법상 이사 해임 요건인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2 이상,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1 이상’보다 훨씬 강화된 조치다.

이밖에 세양선박, KTB네트워크, 서울식품, 신일산업, 휴니드테크놀로지스 등 12개사가 초다수결의제를 올해 새로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국내 상장사들이 경영권 방어책으로 활용하는 수단이 ‘위임장 제한’이다. 이는 무분별한 위임장 경쟁(Proxy Fighting)을 막기 위해 의결권 대리 행사자를 주주나 주주의 법정대리인으로 제한하는 제도. 표 대결 시 위임장을 통해 쉽게 ‘세’를 규합하려는 시도를 원천봉쇄하는 셈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2004년 15개사가 도입했던 위임장 제한을 지난해에는 30개사, 올해엔 72개가 새롭게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배제한다는 규정을 둔 회사도 지난해 상장사 89.0%에서 올해는 90.9%로 갈수록 느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측면에서 소액주주와 오너(기업) 양측에 공평하게 보장돼있다”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에선 연평균 200여 건씩 발생하는 집단소송제는 국내에선 아직 단 한 건도 생기지 않았다.

정윤모 한국증권연구원 박사는 “미국에 비해 투자자 보호나 경영권 보호 장치가 잘 정비돼있지만 문제는 운영 측면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가 지적한 대표적 문제는 ‘프리 라이딩’(무임승차론)이다. 소송자가 거액의 자금과 시간을 들여 소송에 승소했을 때도 ‘열매’는 똑같이 공유하는 게 문제라는 분석이다. 정 박사는 “미국처럼 로펌이 패소 시 소송비용을 대고 승소 시 ‘성공보수’를 받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집단소송제가 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집단소송이 무섭기는 한 모양이다. 미국의 경우 집단소송 ‘화해 비용’으로만 기업당 260억원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국내 10대 재벌이 집단소송 보험금만 지난해 400억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10대그룹 62개 상장사들이 금융감독원에 낸 사업보고서를 보면 ‘임원배상책임보험료’로 지난해 400억8200만원에 이르렀다. 손해배상 보장금액은 1조6581억원에 달한다. 10대 그룹 계열사의 보험 가입률은 무려 91.17%. 삼성전자가 98억원, 현대자동차가 28억9300만원, LG전자가 27억9000만원, SK텔레콤이 8억4500만원 등을 ‘보험금’조로 내놓았다.

박인상, 임상연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