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가 CEO 총장을 영입했다. 주인공은 손병두 전 전경련 상근부회장. 기부금 유치와 더불어 대학가에서 부쩍 화두가 되고 있는 CEO형 총장을 뛰어넘어 아예 CEO 출신을 영입한 셈이다. 손 총장을 만나 기업체(수요자)에서 바라봤던 대학(공급자)의 문제점과 총장으로서의 비전을 들어봤다.

년지대계(百年之大計)여서 그럴까, 연일 교육 관련 논쟁이 신문 지면을 덮고 있다. 서울대의 통합논술 반영과 관련해 정부와 서울대가 보이고 있는 견해차는 몇 년째 미로에서 헤매고 있는 교육정책과 쑥대밭이 돼버린 교육현실의 축소판이다. 한쪽은 평준화란 이상을 버릴 수 없다고 하고, 다른 쪽은 자율을 줘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또다시 규제와 자율이란 두 단어로 논쟁이 귀결된다. 한국 사회를 들끓게 만들었던 분배와 성장도 달리 말하면 정부의 개입과 시장의 자유란 단어로 정리된다. 두 단어가 양립할 수 없는 가치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으로 시장의 자유를 주창하던 손병두씨(64)가 서강대학교 총장에 임명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손 총장은 취임 기자회견장에서부터 “서강대학교를 시장경제학파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손 총장은 대학(공급자)이 졸업생을 배출해 내보내는 기업체(수요자) 출신이다. 달리 말해 수요자로서 공급자에게 갖고 있던 불만이 있었을 것이고, 기업체가 대학에 대해 어떤 ‘니즈’를 갖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말이다. 그에 따라 대학 운영을 어떻게 달리할 것인지, 복안이 궁금했다.

 손 총장과 인터뷰가 이뤄진 날은 지난 7월14일. 그는 나흘 앞으로 다가온 취임식과 신임 총장으로서의 업무 파악에 여념이 없었다. 매일매일 빡빡한 일정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경련 상근부회장 시절 저녁 약속만 3~4개씩 잡아야 했을 정도로 바빴다는데, 인터뷰 당일도 그때만큼 분주해 보였다.

 인터뷰에 앞서 진행된 처장단 회의가 늦게 끝나 비서실 한편의 원형 철제 테이블에서 손 총장을 기다렸다. 호사스럽기까지 했던 다른 대학 총장실에 비해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여기에 복도까지 점령한, 각처에서 전달된 취임 축하 화분이 오버랩 되며 서강대가 왜 손병두 총장을 원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각 대학마다 CEO형 총장을 내세워 기부금 확보에 여념이 없는 터였다. 어윤대 고려대 총장이 2500억원이 넘는 발전기금을 모았다, 윤진식 서울산업대 총장이 1000억원을 끌어들였다 등등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대학 발전이 기부금 확보에 달려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서강대는 CEO형 총장을 뛰어넘어 아예 CEO 출신 총장을 모셔왔다. 손 총장 또한 취임 기자회견에서 “1000억원의 발전기금을 모으겠다”고 화답했다.

 10분여를 기다려 손병두 총장을 마주하게 됐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그의 일정 때문에 인터뷰 시간이 빠듯했다. 시작부터 본론으로 들어갔다.



 서강대를 ‘시장경제교육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취임 기자회견 보도를 접하며 총장이 되려고 하신 이유가 여기에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왜 시장경제가 중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서강대학교를 시장경제교육의 메카로 만들어나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듣고 싶습니다.


 1990년대 중반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을 하면서부터 세계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19세기에 일어난 첫 번째 세계화에 이은 두 번째 세계화 물결입니다. 19세기 말 세계화의 조류에서 우리는 쇄국을 택했고, 그 결과 나라를 잃는 설움을 겪었습니다. 일본처럼 문호를 개방하고 명치유신 같은 개혁을 했으면 강한 나라가 됐을 텐데 역사의 흐름을 거꾸로 탔던 것입니다.

 제 주장은 제2의 세계화 물결에서 19세기 때와 같은 우를 범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러려면 개혁을 해야 합니다. 영국병을 고쳤던 대처의 개혁, 일본 경제에 제압당한 미국을 되살린 레이건의 개혁, 그리고 외환위기를 벗어난 뉴질랜드의 개혁 같은 것 말입니다. 이런 개혁은 일맥상통합니다. 자유주의에 의한 시장경제로 가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이론적 바탕에 바로 시카고학파가 있습니다. 시카고학파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시장은 시장에 맡기라는 겁니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철폐해야 하며, 시장에 참여하면 안 된다는 거죠. 즉 정부가 시장의 심판은 돼도 시장에 참여하는 감독이나 코치가 되어선 안 된다는 겁니다. 1970년대 한국의 고도성장기에 서강학파가 ‘선 성장 후 분배’ 등의 이론적 토대와 정책을 양성했던 것처럼, 제가 총장으로 있는 동안 다시 한 번 시장경제학파로 자리매김해 한국 경제를 부흥시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강학파를 부활시킬 구체적인 방법론을 갖고 계십니까. 또 시장경제주의자로서 갖고 계신 가치를 교육이란 틀을 통해 어떻게 실현할 계획이신지요.

 시카고대 출신의 노벨상 수상자를 석좌교수로 모셔오는 것도 하나의 상징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것은 학교의 재원 등을 파악한 후에 논의할 문제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경제학과 교수님들이 저와 뜻을 같이하고 계시다는 거죠.

 전경련에 있으면서 교과서와 경제학 교재들이 잘못돼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시장경제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본 겁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대학에 시장경제 교육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많은 지원을 했죠.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이 대한민국의 근간 중 하나인 시장경제에 대해 반감을 갖고 부정하는 것은 국가적인 손해입니다. 막말로 시장경제 덕을 보면서 그것의 문제점만 보고 이를 비판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봅니다. 더구나 시장경제를 부인하는 이유가 답답하게도 시장경제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더군요. 시장경제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줄 생각입니다.



 대학 졸업생들의 실력에 대해 기업체에서 불만이 많다고 하는데, 손 총장께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경련에 계시면서 수요자의 입장이셨습니다. 대학에 대한 불만이 어느 정도였습니까.

 취임 인사를 하러 전경련에 갔다가 ‘왜 대학은 리콜제가 없냐’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기업에서 불량품이라는 소리를 안 듣도록 철저하게 교육시켜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저 또한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떤 인재를 원합니까. 

 크게 세 가지 조건을 들 수 있는데, 첫째는 인성과 인품입니다. 팀플레이를 할 수 있고, 봉사와 희생정신을 갖춘 사람입니다. 공부만 잘해서 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두 번째는 글로벌 시대에 맞는 어학 능력이고, 세 번째가 업무 능력입니다.



 수요자(기업체)의 니즈가 그러면 그에 따른 대책을 세워서 기업체가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인재를 양성해야겠군요.

 대학에서는 문제해결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리더십 등의 기본 소양에 전공 분야의 기초까지 습득하고 이후 기업체에 필요한 전문 기술은 입사해서 습득해야 한다고 봅니다. 문제는 기업체에서 기초부터 가르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미국 대학에선 공부를 엄청 시키지 않습니까. 학사관리까지 엄격하니까 졸업생의 독서량, 사고의 질에서 한국과 차이를 보이는 겁니다.

 서강대학교도 예전에는 서강고등학교라고 불릴 정도로 엄격한 학사관리로 학생들의 실력을 키워왔는데, 양적으로 팽창하면서 학사관리가 느슨해진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엄격한 학사관리로 ‘서강고등학교’라는 명성을 되살리고 싶습니다.

 그 일환으로 대학 입학 전부터 필독서를 지정해 읽게 하는 등 사전교육을 충분하게 시킬 겁니다. 입학 후에도 마찬가지고요. 토익 900 이하는 졸업을 안 시키겠다고 하니까 벌써부터 학생들이 웅성거린다고 하더군요(웃음). 대학시절에 밤을 새워가며 공부해 성취를 이뤄봐야 합니다. 그래야 사회에 진출해서도 과제를 수행할 능력이 생깁니다.

 그렇다고 공부만 시키진 않을 겁니다. 꽃동네 봉사 등을 통해 인성교육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봉사와 희생은 교실에서 배우는 게 아니거든요. Learning by doing이죠. 봉사정신은 봉사를 통해서 함양됩니다.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모르겠습니다. 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교수진이 제 생각을 따라줄지는요. 따라만 온다면 서강대가 단기간에 경쟁력 있는 학교로 거듭날 거라고 확신합니다.



 경쟁력 있는 대학, 인재를 배출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좋은 자원을 뽑아오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현재의 학생 선발 제도에 만족하십니까.

 통합형 논술을 둘러싼 서울대와 정부의 논란이 바로 이 문제 때문인데, 학적부가 제대로 되고 수능이 변별력이 있다면 대학이 인재를 뽑는 데 고민하지 않을 겁니다. 전경련에 있을 때 대학교수분들께 실력 있는 졸업생을 배출해달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 교수님들 말씀이 ‘우리에게 오는 학생이 미분 적분도 못 한다. 우리도 힘들다’고 하시더군요.

 일본이 지금 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부활시키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영국이나 미국도 그렇고요. 세계가 야단들이잖습니까. 그렇다면 우리도 그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 게 아닐까요. 솔직히 논술을 시행하면 대학들이 문제 출제부터 채점 평가까지 엄청난 어려움을 부담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지금 시스템 아래서는 누가 우수한 학생인지 모르겠으니까 힘들더라도 논술을 시행하겠다는 거죠.



 교육정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이 많은 것 같습니다.

 대학에 온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왈가왈부하는 건 건방져 보이는 거 같고요, 공부를 더 하고 난 후 그때 가서….



 교육인적자원부의 3불정책(기여입학제ㆍ고교등급제ㆍ본고사 금지)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시죠.

 개인적인 입장은 분명하지만 대학 총장으로서 견해를 밝히는 건 부적절하다고 봅니다. 대교협(전국 4년제 대학 총장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합의한 게 있으니까 우선 그것을 따라가는 게 원칙이죠(대교협은 6월11일 교육인적자원부의 3불정책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손 총장의 연봉 쪽으로 화제를 돌렸다) 임기 동안 무보수를 선언했습니다.

 대학시절부터 가톨릭 신자였는데, 정년 이후의 삶은 하느님께 드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서강대 총장도 하느님 사업의 연장입니다. 그동안 서강대학교 총장은 신부님들이 계속 맡아오셨습니다. 신부님까진 못 돼도 무보수로 일하며 수도자 정도의 삶은 살 겁니다(웃음).



 재임 기간 동안 1000억원의 발전기금을 모으겠다고 선언하셨는데요. 

 기업체와 ‘윈-윈’해야죠. 대학의 R&D 성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산학협동 프로젝트를 짤 수 있다고 봅니다. 그 제안서를 가지고 제가 발로 뛰어다녀야죠. 일부에선 CEO 총장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전 세일즈 총장입니다(웃음). 기업체의 니즈를 파악해 그 부분을 서강대가 하겠다고 나서면 서로 윈-윈이 될 거라고 봅니다.



 서강대 발전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계실 텐데, 소개해주시지요.

 
큰 규모의 다른 명문 사립대를 따라갈 수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 규모에 맞춰 특성화된 컬러를 갖춘, 경쟁력 있는 강소대학으로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선택과 집중의 문제를 논할 수밖에 없는데 어느 부분을 특성화시킬 계획이신지요.

 강한 학과를 더 강하게 만들어 몇 개 분야 정도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여야죠. 어느 부분이 강한가는 현재 파악중입니다. 구조적으로도 대학에 경쟁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열심히 연구하고 가르치는 교수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고, 그렇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아야 합니다. 교직원도 마찬가지고요. 어떤 반발과 문제에 직면할지 모르지만 서강대가 발전하려면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제 철학이 이러하다는 걸 학장단 회의에서 밝힌 수준입니다. 이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고 구현하는 시스템을 갖춰나갈 겁니다.



 지금의 학교 규모가 적정하다고 보십니까. 그리고 만약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종합경영진단을 받으려고 합니다. 그 결과에 따라 대처법을 찾아야 하는데,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나오면…. 살기 위해서는 해야죠.



 한국 경제에 대해 장기불황에 진입했다는 불안 섞인 전망이 많습니다. 어떻게 해야 경기가 살아날까요.

 청년실업 문제가 특히 심각합니다. 드러나지 않는 실업자 수까지 더하면 보통 큰 문제가 아니죠. 그러나 실업 문제에 대해 정부가 캠페인성 실업대책을 펴는 것은 대증요법에 불과합니다. 그보다는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기업들이 투자해야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 같은 악법은 하루빨리 시정해야 합니다. 결국 기업인들이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기를 살려줘야 하는 거죠. 기업인들을 줄줄이 감옥으로 보낼 것이 아니라 영웅으로 만들어줘야 경제가 살아납니다.



 인터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열려 있는 문을 통해 인터뷰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끝으로 손병두 총장에게 몇 가지 개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력을 보니까 늦은 나이에 유학을 다녀오셨더군요.

 선친께서 사업에 실패해 고등학교와 대학을 고학으로 졸업했습니다.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많았지만 더 이상 학업을 지속할 수 없던 상황이었죠. 그러다 마흔세 살에 명예퇴직을 당하게 됐는데 오히려 ‘기회다. 세계화·국제화 시대가 오는데 유학을 갖다오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주변에선 ‘미쳤다, 무책임하다’는 비난도 많았습니다. 집사람이 생계를 책임져야 하니까 대학강사 자리를 그만두고 빵가게를 시작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저를 도와준다고 케이크를 주문하면 집사람이 배달을 간 적도 있다고 하더군요. 아픔이 많았던 시절입니다. 집사람은 집사람대로 저는 저대로. 제 경우에도 늦은 나이에, 그것도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공부를 한다는 게 여간 힘들지 않았습니다. 그때처럼 좌절을 많이 겪어본 적이 없습니다. 중앙도서관 앞에 학교 상징인 거북상이 있었는데, 그 거북이를 껴안고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그때 이후 거북이 수집이 취미가 됐습니다(웃음). 지금 생각하면 고생을 했지만 그때 공부를 했기 때문에 40대 이후 저의 삶이 펼쳐졌다고 봅니다. 시장경제에 대한 확신도, 이론적인 무장도 그때 갖추게 되었으니까요.

 손 총장은 슬하에 4남매를 두고 있는데, ‘자식 농사’ 성공한 이로도 소문나 있다. 장남 웅기씨(36)는 재정경제부 사무관으로 현재 미국 하버드대에서 국비 유학중이고, 장녀 영기씨(34)는 결혼해 이화여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미국에서 변호사 준비를 하고 있다. 차남 석기씨(33)는 현대건설 연구소에 근무하며 현재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고, 차녀 유기씨(32)는 숙명여대를 졸업하고 결혼했다.



 자녀교육을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자녀교육에 있어 제가 한 건 없습니다. 아이들 교과서가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정도니까요. 하루는 집사람이 학교에 다녀오더니 선생님으로부터 아이한테 아버지가 없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자정에 들어와 새벽같이 나가니까 아이들이 제 얼굴을 계속해서 못 봤기 때문이죠. 당시엔 다들 그렇게 일할 때였지만…. 결국 공부도 자기들끼리 알아서 했습니다. 아이들 교육과 관련해서는 집사람 전략이 주효했어요. 큰놈만 잘 시키면 동생들은 따라서 한다는 거였죠. 그리고 또 하나 이야기하고 싶은 건, TV를 없앴다는 겁니다. 회사에서 신제품이라며 TV가 나와도 집에 배달되는 즉시 벽장에 넣고 문을 잠가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책을 읽고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더군요. TV를 없애라는 건 제가 미국에서 읽은 공부 잘하는 법을 다룬 책에 나온 첫 번째 조항이기도 했습니다.



 더 이상 손 총장을 붙잡고 있기에는 그의 일정이 너무나 빠듯했다. 인사를 나누려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손 총장의 책상 옆에 놓여 있는 낡은 가방이 눈에 띄었다. 정확한 연도는 모르지만 90년대 초반에 산 가방이라고 한다. 출근길에 잠금쇠가 부러져 수리를 맡겨야 한단다. 필자의 눈길은 자연스레 손 총장의 입성으로 갔다. 총장 재임기간 동안 수도자처럼 살겠다던 손 총장의 이야기가 다시금 떠올랐다. 

최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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