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인텔렉츄얼벤처스(Intellectual Ventures·이하 인텔렉츄얼)라는 미국 기업과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인텔렉츄얼은 특허를 전문적으로 매집, 관리, 활용하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 Non-Practicing Entity)다. 특허관리전문회사는 수많은 특허를 확보한 채 특허관리가 허술한 기업들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자주 제기해 로열티나 합의금을 받아내기 때문에 이른바 ‘특허괴물(Patent Troll)’로도 불린다.

특허괴물이라는 호칭은 2001년 미국 반도체업체 인텔의 특허소송을 대리했던 변호사가 소송을 제기한 쪽을 향해 “특허권을 이용해 로열티만을 챙기는 악덕기업”이라고 비난을 퍼부으면서 지칭한 표현이다. 특허괴물은 제품 생산과 사업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다만 대량의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가 자신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되는 기업이 나타나면 즉각 소송을 제기한다. 이길 경우에는 합의금이나 로열티를 엄청나게 받아내기 때문에 그야말로 ‘돈 되는’ 비즈니스 모델인 셈이다.

인텔렉츄얼은 지난 2009년 삼성전자, LG전자를 상대로 무려 16조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로열티를 요구해 큰 충격을 안겨준 기업이다. 다행히 삼성전자가 인텔렉츄얼과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지만 정확한 로열티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삼성전자는 인텔렉츄얼과의 계약 사실을 발표하면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특허 리스크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만 밝혔다. 인텔렉츄얼은 3만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PE들은 한국 대기업들을 자주 괴롭혀왔다. 2000년대 들어 삼성전자뿐 아니라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현대자동차, 휴맥스, 아이리버, 팬택계열 등이 줄줄이 NPE의 공격을 받았다.



패튼트 프리덤(Patent Freedom)이라는 특허조사기관에 따르면 NPE의 공격(특허소송)을 많이 받는 상위 기업 10위 안에 한국의 삼성전자(7위), LG전자(9위)가 포함돼 있다. 두 회사는 NPE들로부터 각각 51건과 46건의 특허소송을 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NPE들로부터 가장 많은 공격을 당한 기업은 미국 HP다. 총 75건의 소송에 연루돼 있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NPE는 지난해 4월 패튼트 프리덤 조사결과를 기준으로 325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의 자회사들을 포함하면 NPE는 수천 개가 훨씬 넘는다는 추정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인텔렉츄얼의 경우 자회사만 무려 1100개 이상이라는 조사결과도 있어 주목된다.

NPE가 가장 많이 활동하는 곳은 미국이다. 사실상 미국이 NPE의 ‘본고장’이나 다름없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미국의 탈(脫)제조업화 추세다. 한때 세계 최대의 제조업 중심지였던 미국 기업들은 후발주자들과의 ‘원가경쟁’에서 더 이상 승산이 없자 생산시설을 폐쇄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하지만 기술력이 사라진 건 아니다. 비록 공장 문을 닫았지만 특허는 살아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이 특허의 활용성을 주목하면서 점차 NPE로 변신해가고 있다는 풀이다. 게다가 특허의 자산가치를 깨달은 자본세력이 특허를 대거 사들여 ‘돈 놓고 돈 먹기’에 나서면서 NPE들의 활동 반경은 더욱 커져가는 추세다.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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