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식재산연구원은 특허청 산하의 지식재산(IP: Intellectual Property) 전문 연구기관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지식재산과 관련한 정책, 전략, 법·제도, 쟁점 및 기업들의 경영전략 등을 포괄적으로 연구한다. 지식재산에 관한 한 국내 최고의 연구기관을 표방하고 있다. 김원중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원장을 만나 국내외 지식재산 동향을 들어봤다.

미·일·중은 국가 차원서 지식재산 강화 ‘올인’

"특허제도는 세계적으로 통일된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일종의 ‘국제표준’을 만들어보자는 움직임이죠. 그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전통의 ‘특허 3강’입니다. 여기에 몇 년 전부터 한국과 중국이 가세했습니다. 그래서 이른바 ‘IP5’ 체제가 형성된 거죠.”

IP5는 세계 5대 특허강국의 당국자들이 모여 특허제도 전반을 논의하는 비상설 협의체다. 2008년 미국 특허청장의 제안으로 구성됐다. 특허 출원량 세계 4위인 한국과 세계 2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빼놓고 국제 특허제도 개선에 관해 협의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현재 IP5 국가는 전 세계 특허 출원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참 대단하지 않습니까?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에요. 선진국이 잠수함, 비행기 만들 때 고작 ‘달구지’나 만들 줄 알던 나라가 이제 적어도 지식재산권 분야에서는 미국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으니 말입니다. 특히 지식재산권 창출, 보호, 촉진에 관한 특허행정은 외국 특허공무원들이 배워갈 정도로 앞서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특허청 심사관들도 자질 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심사관 800여명의 절반이 이공계 박사들이에요. 다만 심사량이 너무 많아 꼼꼼하게 심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현안이긴 합니다.”

지난 4월말 국회에서는 눈여겨봐야 할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른바 ‘지식재산기본법’이다. 이 법은 우리나라의 지식재산 정책 및 제도를 두루 포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설치를 규정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 위원회는 오는 7월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김원중 원장은 지식재산기본법 제정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지금 우리는 지식기반경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지식재산이 곧 경쟁력이 되는 세상이죠. 지식재산기본법 마련으로 중장기적인 국가지식재산 기본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고, 또 거기에 맞춰 관련 부처·기관의 역할분담도 뚜렷해지게 된 점이 의미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지식재산에 관한 전체적인 마스터플랜이나 컨트롤타워가 없어 아쉬웠거든요. 그런 점에서 역시 가장 주목할 것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여러 부처의 지식재산 업무를 총괄·조정하게 됐다는 점이겠죠.”

지식재산역량이 곧 국가 경쟁력

세계 주요 특허강국들은 특허 관련 제도와 환경을 어떻게 구축해놓고 있는지요.



“지식재산 강국들은 범 국가적인 지식재산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들 나라는 일찍부터 지식재산이 국가발전의 핵심동력이라는 사실을 인식한 겁니다. 미국은 기업 중심의 시장경제가 아주 발달한 나라여서 예전부터 친특허(Pro-Patent)정책을 펼쳐왔습니다. 그러다 특허제도가 기업에 특혜를 주는 반(反)경쟁적 성격을 띤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죠. 어쨌거나 2008년 오바마 정부는 ‘지식재산을 위한 자원·조직의 우선화(Pro-IP) 법’을 제정하는 한편 대통령 아래 ‘지식재산집행조정관’을 두는 등 국가 차원의 지식재산 관리 강화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지식재산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지요. 2002년 ‘지적재산기본법’을 제정했고, 2003년부터는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지적재산전략본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 일본의 예처럼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들은 지식재산 정책 강화를 국가의 핵심 어젠다로 삼고 있습니다.”

김 원장은 ‘G2’로 떠오른 중국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2005년 ‘국가지재권전략제정위원회’를 설치하면서 본격적인 지식재산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또 2008년에는 ‘국가지식재산전략강요’를 제정, 발표했다. 특히 2009년 3월 개최된 제11기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 국가최고권력기관)에서는 지식재산을 과학기술, 인재육성과 함께 국가발전의 3대 전략으로 공식 천명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의 특허출원 건수는 2003년 10만5000여건에서 2007년에는 24만5000여건으로 늘어날 만큼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07년 기준으로 보면 유럽의 특허출원 건수보다 약 10만 건이나 많을 정도로 특허강국 입지를 확실히 다져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지식재산은 여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양’과 ‘질’의 측면에서 어느 수준에 와 있습니까?

“양적인 면에서는 세계 4위예요. 우리 경제와 인구 규모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세계 1위라고 할 수도 있어요. 다만 질적인 면에서는 아직 상당히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기술개발을 늦게 시작한 탓에 핵심 원천기술이 모자랄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우리나라 기술무역 수지 적자가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많습니다. 연간 30억달러 정도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어요. 기술 수입이 수출보다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ITU(국제전기통신연합)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전기통신 분야 표준특허의 2.3%를 보유한 반면 일본은 그 열 배에 달하는 22%나 됩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와 선진국의 기술격차는 아직 큽니다. 우리는 남들이 마라톤에서 30km쯤 달리고 있을 때 뒤늦게 출발한 셈이니 이런 현실은 당연합니다. 이걸 인정하고 더욱 노력해 나가야겠죠.”

특허 출원량 90%가 기업에서 나와

지식재산 강국 도약을 위해 가장 중요한 주체라고 할 수 있는 기업들은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까요?

“우리나라 특허 출원량의 90% 가량이 기업에서 나옵니다. 공공연구기관과 대학을 합쳐도 10% 남짓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지식재산 분야에서는 기업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셈이죠. 한국 대기업들은 현재 잘하고 있다고 봅니다. 다만 연구개발(R&D) 인력의 R&D 결과물에 대한 보상이 박하다는 점은 개선해야 할 것으로 봐요. 연구개발 보상을 더 늘려 연구 의욕과 사기를 진작해야 합니다. 문제는 중소기업입니다. 우리나라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스스로 ‘우리는 연구나 기술개발 능력이 없어’라고 체념하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영원히 현 수준을 벗어날 수 없어요. 중소기업이라도 일류 기술 한두 개 정도는 가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유럽의 소국 리히텐슈타인(2008년 기준 인구 3만4498명) 같은 조그만 나라에도 세계 일류 공구기업이 있어요. 우리나라도 이런 ‘강소기업’들을 키워야 합니다. 중소기업일수록 탄탄한 ‘나만의 기술’을 갖춰야 해요.”

세계 주요 기업들과 비교할 때 한국 주요 기업들의 특허 경쟁력은 어느 정도 됩니까?

“IEEE(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라는 곳에서 기업들이 가진 특허 영향력을 평가합니다. 그곳에서 평가한 자료를 보면 조사대상 323개 기업 중에서 1위가 마이크로소프트(MS)예요. 다음으로 2위가 IBM, 3위가 삼성전자입니다. 삼성전자가 세계 빅3 기술기업인 셈인데, 특히 일본의 쟁쟁한 기업들을 모두 제쳤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LG전자도 상위 10% 안에 드는 30위에 올라 있습니다. 이런 것만 봐도 한국 대기업은 기술력 면에서 세계 톱클래스에 올라섰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중소기업의 기술력 문제가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봅니다. 중소기업은 그야말로 나라 경제의 뿌리가 아닙니까?”

김 원장은 한국 기업들이 특허전쟁 시대에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글로벌 기술경쟁 시대에 상대를 이길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가 바로 특허이기 때문에 특허분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만약 어떤 기업이 시장에서 경쟁하는 다른 기업들을 몰아내면 독점적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어느 누구라도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하지 않겠는가? 그 확실한 수단이 바로 ‘특허소송’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특허를 통한 공격·방어 전략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대가 온 셈이다.

무엇보다 기업이 특허전쟁에서 이기려면 스스로가 먼저 강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해야 한다는 게 김 원장의 조언이다. 나아가 특허전담 조직도 구축하고 특허전략도 가다듬어야 한다. “상대를 꺾을 만한 특허기술과 대응역량을 갖고 있어야 그 상대도 협상을 제안해옵니다. 만약 상대에게 만만하게 보인다면 협상 기회조차도 없게 됩니다. 그냥 일방적인 공격을 당하고 패배할 수밖에 없어요.”



Tip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은…



●● 30명의 박사급 인력을 포함한 45명의 특허전문 연구인력을 두고 있다. IP정책연구팀, IP법제연구팀, IP동향분석팀, IP인프라팀 등으로 이뤄져 있다. 부설기관으로 R&D특허센터를 뒀다. 국가 IP전략 수립 및 중장기 정책 개발, IP 가치평가 방법론 개발, IP 법·제도·정책·전략·경영 관련 연구, IP 동향 분석, IP 학술정보 수집 등을 수행한다.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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