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워크 하드(work hard)’가 아니라 ‘워크 스마트(work smart)’가 대세다. 조직문화 혁신 등을 통한 ‘똑똑하게 일하기’를 지향하는 기업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워크 스마트란 기존의 ‘나인 투 식스’로 요약되는 획일적인 근무환경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환경에서 효율적ㆍ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일의 효율을 높이자는 의도에서다.
일하는 방식이 변하고 있다.

Work Paradigm Shift

현대 직장인들에게 ‘일’이란 되도록이면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기 싫어하는 몸을 억지로 깨우고, 버스와 지하철에서 앉을 자리를 찾고,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샐러리맨에게 일은 그렇다.

하지만 최근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확연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침 9시까지 꼭 출근할 필요도 없다. 편한 시간에 회사에 가면 된다. 퇴근 시간에도 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딱딱한 근무패턴은 유연하게 변하고 있다. 일하는 시간으로 측정되던 성과평가도 결과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직장은 즐거운 놀이터이며, 자기계발의 현장이 되고 있다. 여전히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그곳은 더 이상 예전의 사무실이 아니다. 이제 스마트폰은 우리 시대의 어디서든 일을 하는 문화를 상징하게 됐다. 사무실이나 공장에서 점차 벗어나게 되면서 일에 대한 이해도 변화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일이 곧 삶인 세상에서 일의 노예가 아니라 일의 주인이 되고 있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24층 인재혁신실 사무실. 한 직원이 창으로 향한 1인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다. 이 사무실에서는 ‘내 책상’이라는 개념은 없고, 업무 목적에 따라 자유롭게 좌석을 선택할 수 있다. 스마트오피스다.

포스코는 지난 2월 포스코센터 24층 인재혁신실 사무실을 스마트오피스로 개조했다. ‘스마트 포스코’가 되기 위해 ‘스마트하게 일하는 방식’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하드웨어인 사무환경 개선을 통해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마트오피스는 직원들이 스스로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쾌적한 근무환경에서 일한다는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꾸며졌다. 창밖을 보며 혼자 업무를 하고 싶은 직원은 창가의 1인 책상에 앉고, 2~3명이 협조해야 하는 업무를 할 때는 마주보거나 삼각구도로 자유롭게 재배치하면 된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몰입도 높은 일을 하려면 전화소리나 출력소음 등이 차단된 독립된 공간의 자리를 이용할 수도 있다.

4인, 6인, 8인 등 다양한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회의실을 선택할 수 있다. 개인 PC나 스마트폰에 설치된 화상 카메라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소통이 가능하다. 휴식이 필요할 때는 여유 공간에 마련된 도서실에서 책을 보거나 휴게실에서 간단한 음료를 마시며, 동료와의 교류도 활성화할 수도 있다.

이처럼 좌석배치를 자유롭게 하고 태블릿 PC를 이용한 온라인 보고체계를 구축함에 따라 상하 간, 조직 간 벽이 허물어져 소통이 원활해지고, 부서별 직원 간 협업이 활발해져 수평적 조직문화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6월 7일 포스코센터 20층에 2번째 스마트오피스가 탄생했으며, 현재 개조 공사 중인 18층과 19층은 오는 7월 말 오픈된다.

많은 시간 일한다고 성과 높지 않아

효율적으로 일하는 기업문화가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출퇴근 시간은 탄력적으로 운영되며, 일터도 근무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회의 문화는 창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으며, 똑똑하게 일하는 임직원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성과중심의 평가 제도도 시행되고 있다.

기업들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이유를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많은 시간을 일한다고 해서 반드시 더 높은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속되는 야근 등 과도한 업무에 따른 피로로 인해 집중도가 떨어지고 업무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이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일하는 시간과 생산성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연간 근로시간은 2074시간으로, 독일 1309시간, 일본 1733시간과 비교해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길다. 하지만 한국의 노동 생산성은 OECD 1인당 국내총생산 상위 15개국 평균보다 40% 이상 낮다. 가장 길게 일하고도 생산성은 가장 낮은 것이다. 이는 일하는 방식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뜻이다. ‘열심히 일하기’에서 ‘똑똑하게 일하기’로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의 스마트오피스 전경. 포스코는 사무환결 개선을 통해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일하는 방식을 다양하게 추진하면서 생산성 향상은 물론 이를 독특한 그들만의 기업문화로 구축하고 있다. 기존 조직·근무환경에서 벗어나는 워크 스마트는 해당 기업만의 독특한 문화 구축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일하는 방식을 ‘스마트 워크’로 바꿔 이를 포스코 고유모델로 개발해 나가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1페이지 보고서를 시작으로 스마트오피스, 모바일 오피스, 4조2교대의 도입 등 다양한 혁신을 통해 스마트 워크를 추진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올 초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이 생존하고, 더 큰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경영의 틀과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모든 직원이 같은 시간에 출근해, 같이 모여서 일하는 방식은 산업화 시대에 맞는 방식이라며, 보다 창의적이고 유연한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정보통신업계에서는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제조기반의 에너지·화학 등 보수적인 기업문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탄력 근무제’를 확대하는 등 일과 가정의 균형 잡힌 삶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세계 최고 전자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근무환경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딱딱한 업무 환경 대신 대학 캠퍼스 같은 사업장 만들기를 추진 중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2009년 수원사업장을 ‘삼성 디지털 시티’로 꾸미는 것을 시작으로 기흥반도체사업장은 ‘삼성 나노 시티’, 탕정LCD사업장은 ‘삼성 디스플레이 시티’로 바꾸고 있다. 임직원의 여가활동을 위해 테마파크(축구장·농구장·테니스장·바비큐장 등), 친환경 웰빙 산책로를 단지 내 조성하고, 문화행사도 활성화해 사내에서 연극, 뮤지컬, 클래식 공연을 실시하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 열풍으로 인해 불어닥친 ‘스마트오피스’ 바람이 철강, 조선, 반도체 등 전통적인 굴뚝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제조업에서도 창의와 혁신이 중요한 가치로 부각되면서 직원이 보다 편안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스마트하게 일하도록 기업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말 ‘거제조선소 와이브로망 구축’에 관한 사업협약을 체결하고 올해부터 무선 고속통신망을 가동했다. 삼성중공업은 기존의 와이브로보다 성능이 배 이상 향상된 차세대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함으로써 와이브로망 구축 효과를 극대화했다.

600만㎡(약 180만 평)에 달하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와이브로 기술을 이용해 현장 통신환경을 개선한 후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 현장에서 손쉽게 넷북으로 설계도면을 전송받고 영상회의로 의견을 나눈다. 작업 생산성이 늘어남은 물론이고 작업자의 불필요한 이동을 최소화해 안전사고도 예방했다.

기업들 다양한 탄력근무제도 도입

최근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탄력근무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탄력근무제는 획일화된 근무형태를 개인별·업무별·기업별 특성에 맞게 다양화해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회사가 규정한 시간 범위 내에서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자율출퇴근제, 자택 등 회사가 아닌 곳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재택근무제, 총 근무시간을 정해놓고 일별 근무시간을 늘려 출근일수를 줄이는 집중근무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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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수원, 기흥, 탕정 사업장을 감성과 활력이 넘치는 대학 캠퍼스 같은 사업장으로 만들고 있다. 직원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재즈댄스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IBM, 베스트바이, 파나소닉 등 많은 기업들이 오래전부터 탄력근무제를 도입해 효과를 봤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전자, LG생활건강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넥슨 등에 이르는 많은 기업들이 탄력근무제 등을 도입, 시행하고 있다.

탄력근무제는 개인의 생체 리듬에 맞춰 일할 수 있고 일하는 시간을 근로자 스스로 통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성희 연구위원은 “시간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면 일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집중력이 높아지는 반면, 스트레스는 줄어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탄력근무제 도입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노조에서 반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생계형 야근 등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유연근무제 도입으로 생산성 위주로 업무 관리가 이뤄질 경우 현실적으로 초과근무 수당은 줄어들면서, 노동시간은 늘어난다는 우려에서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근무시간보다는 업무결과에 따라 성과를 평가하는 합리적 문화 조성과 함께 유연근무제가 직원 만족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도 직결된다는 경영층의 신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업무 집중 시간을 별도로 운영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일본의 미라이공업사는 근무시간을 강제적으로 제한해 동일한 시간에 집중력을 높였다. 이 회사는 퇴근 시간을 오후 4시45분(8시30분 출근)으로 정하고 잔업을 무조건 금지시켰다. 일본 2위 패션업체인 트라이엄프 인터내셔널 재팬은 야근을 하면 그 부서 예산에서 벌금을 내야 한다. 야근을 많이 하는 부서의 관리자는 평소 업무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므로 업무 역량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국내에서는 유통업체인 홈플러스의 인사부문이 ‘회의는 무조건 오후에만 한다’는 원칙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도 저녁 6시가 되면 퇴근을 종용하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최근에는 여성인력과 가족의 행복을 중시하는 젊은 직장인이 늘면서 가족친화 근무도 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직원가족 케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며, SK케미칼에서는 일주일에 하루는 일찍 퇴근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패밀리 데이’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카드·캐피탈의 '마켓플레이스'

회의도 창의적인 형태로 변화

회의 방식도 변하고 있다. 현대카드·캐피탈의 포커스 미팅이 그 대표적 사례다. 획일적인 주간회의 방식을 벗어나 2~3개의 안건만을 정해 이에 대한 유관부서의 실무자들이 정태영 사장과 함께 집중적인 토론을 벌인다. 포커스 미팅 전날 참석자들에게 전달되는 회의 자료는 5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자료에는 회의 주제에 대한 간략한 설명만이 있을 뿐이다. 구체적인 결론은 언제나 치열한 논쟁 끝에 도출된다. 다른 기업에서 ‘주간회의’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모든 과정이 현대카드·캐피탈에서는 모두 이메일과 전자결재로 이뤄진다. 평사원이 올린 서류가 정태영 사장의 결재를 거치는 데 걸리는 평균시간은 비근무 시간을 포함해 8시간을 넘지 않는다.

현대카드·캐피탈 10층 컨벤션홀에는 매월 1회 임원 50여명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다. 이 모임의 명칭은 ‘마켓 플레이스(Market Place)’, 말 그대로 ‘장터’다. 각 실·본부의 수장이 서로 생각과 정보, 감정까지도 교환하는 ‘지식 장터’인 셈이다.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짐으로써, 실제로 평소에 일주일 이상 걸리는 안건들도 반나절 만에 처리되기도 한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회의실 이름은 ‘딸기’, ‘수박’, ‘오렌지’, ‘바나나’ 등과 ‘신나는 방’, ‘즐거운 방’, ‘꿈꾸는 방’ 등이다. 딱딱할 수 있는 업무회의를 ‘즐거운 방’과 같은 곳에서 가짐으로써 회의에 보다 높은 창의성을 부여하자는 취지에서 임직원 공모를 통해 회의실의 이름을 바꿨다.

포스코 기술연구원에는 직원 이름을 딴 회의실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사기진작을 위해 한 해 동안 높은 성과를 낸 우수 연구원 및 기술원들의 이름으로 회의실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일하는 방식을 효율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적합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인재활용도 중요하다. 업무를 수행하는 구성원이 그 일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면 높은 성과는커녕 오히려 문제가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장애요소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들이 활용하는 방법이 바로 내부공모제다. 여기서 현대카드·캐피탈의 사례가 좋은 본보기다. 현대카드·캐피탈은 2007년 7월 팀장급 이하 전 사원을 대상으로 ‘커리어마켓(Career Market)’이라는 인력시장을 도입했다. 인력이 필요한 팀이 사내 공지를 통해 인력을 수급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직원 개인들도 사내 ‘채용시장’에 본인을 ‘매물’로 내놓는 시스템의 도입은 유례를 찾기 힘든 신인사 제도다.

이 회사가 온라인상에 구축한 커리어마켓은 ‘오픈커리어 존(Open Career Zone)’과 ‘잡포스팅 존(Job Posting Zone)’으로 나뉜다. 오픈커리어 존은 다른 부서로 옮기고 싶은 직원들이 자신을 등록하고 ‘마케팅’하는 공간이다. 각 부서장들은 이곳을 들여다보며 필요한 인재가 있는지 살펴본다.

반대로 잡포스팅 존은 각 부서가 ‘이런 인재가 필요하다’고 공모하는 곳이다. 한 부서에 3년 이상 근무한 사람은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경력직 입사자는 4년). ‘선(先)전출, 후(後)충원’의 원칙이 적용돼, 옮기겠다고 손든 직원은 부서장이 막을 수 없다. 현재까지 3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커리어마켓으로 부서를 옮겨 허울뿐인 제도가 아님을 증명했다.

기업과 구성원 간 신뢰 확보돼야 성공

일하는 방식을 성공적으로 바꾸기 위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구성원이 달성해야 할 성과에 대해 명확한 평가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똑똑하게 일하기’가 성공하려면 기업과 구성 간의 신뢰확보가 핵심이라는 얘기다. 이성희 연구위원은 “성과에 대한 평가가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또 선진기업의 제도 등을 모방한다고 해서 일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 역시 금물이다. 한 번에 확 바꾸겠다는 욕심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제도나 관행을 개선해가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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