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에게 ‘편안한 근무 환경’(comfortable work)은 커다란 과제다. 인재 한명당 생산성이 기업의 명운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저마다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다양한 스마트워크 사례를 살펴봤다.

글로벌 기업 ‘스마트워크’ 전략

구글·페이스북·쌔스

“직원이 곧 왕이다”…

창의적 업무 환경·프로그램 앞 다퉈 도입

사내 복지는 기본…직원 자녀까지 챙기는 똑똑한 기업 

“에디슨은 백열전구를 만드는 데 25년이 걸렸지만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스탠퍼드 대학원 연구프로젝트에 불과했던 창립 구글을 5년 만에 세계 최고 기업으로 키워냈다.”

이는 전 세계 구글러(구글 직원)라면 누구나 자랑스럽게 여기는 문구다. 전 세계 IT업계 최고의 기린아로 성장한 구글은 이제 미래를 선도할 대표주자로까지 추앙받고 있다.

구글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많은 경영학자들은 짧은 시간에 구글이 이토록 급성장하게 된 비결을 수평적인 기업문화가 만든 직원의 창의성에서 찾고 있다. 우수한 인재가 모인 것은 그 다음에 나타난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하다는 게 경영학자들의 분석이다.

구글 20% 프로젝트에서 아이디어 쏟아져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가장 큰 화두는 직원의 창의성을 어떻게 실제 업무에 적용시키느냐이다. ‘재미있는 직장’(Fun Company)이라는 화두가 등장하게 된 것은 자유로운 직장생활이 직원들의 업무능률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창의적인 사고는 자유로운 직장생활부터 비롯된다는 것은 IT를 필두로 한 글로벌 기업들의 핵심 HR(인재관리)전략이다. 대표적으로 구글이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구글은 회사를 부르는 명칭부터 구글플렉스(Googleplex), 캠퍼스(campus)라고 해 전통적인 직장의 개념부터 허물었다.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위치한 본사 풍경은 대학 캠퍼스처럼 자유분방하다는 게 현지를 찾은 국내외 언론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전거로 출근하는 직원들 중 정장차림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조직문화부터가 탈권위적이다. 그리고 이는 이제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미국 IT업계의 일반적인 모습이 될 정도로 구글의 조직운영 방식은 독특하다. 초창기부터 시행해온 ‘20% 프로젝트’도 혁신적이다. 이 제도는 개발자들이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적 기회를 주는 것으로 구글 엔지니어들은 개인의 관심 분야, 프로젝트를 업무시간의 20% 한도 내에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구글코리아 박선경 부장은 “시간을 지원해줬다고 해서 이들 프로젝트가 당장 직접적인 회사 매출과 연관될 필요는 없다”고 20%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구글의 대표서비스인 구글 뉴스(Google News), 지메일 (Gmail), 구글 맵스(Google Maps) 구글 토크(Google Talk), 오르컷(Orkut), 구글 어스(Google Earth), 구글닷오알지(Google.org) 구글 모더레이터(Google Moderator), 구글 그랜츠(Google Grants)는 등은 모두 20% 프로젝트를 통해 얻어낸 결과물이다.

그뿐만 아니라 구글은 사내 11개 식당에서 아침, 점심, 저녁을 직원은 물론 직원가족에게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잘 먹어야 일을 잘한다’는 생각에 식당운영에 투입되는 예산만 한 해 800만 달러다. 식단을 모두 유기농으로 짠 것은 기본이고 모든 메뉴가 한국, 태국, 이탈리아, 일본식 등 뷔페 스타일이다. 이를 위해 채용된 요리사만 100여명이다. 피트니스센터는 24시간 운영된다. 이 밖에 의료센터, 세탁실, 마사지센터, 수영장, 스파 외에 요가, 화술강연 등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오로지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다. 직원들이 편하게 직장과 집을 오갈 수 있도록 32대의 37인승 셔틀버스를 하루 132편 운행한다. 이 버스는 인근 10여개 도시 40여개 승하차 지점을 경유하는데 하루 운행거리만 4400마일이다. 현재 전체 직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200여명이 통근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자가 운전자에게는 무료 세차서비스와 엔진오일 교환권이 제공되며 하이브리드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를 구입할 경우에는 회사로부터 일정금액을 지원받는다.  

최고의 주가를 기록 중인 페이스북은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의 폐공장을 리모델링해 본사로 사용하고 있는데 겉모습과는 달리 내부는 구글과 마찬가지로 자유분방함 그 자체다. 최고경영자(CEO) 마크 주커버그도 회사에 출근하면 카펫에 배를 깔고 노트북을 켠 채 몸을 이리저리 뒹굴면서 일을 한다는 게 이 회사 직원들의 설명이다. 

쌔스, 복지 ‘최고’…퇴직 후 재무설계까지

글로벌 경제지 포천의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 조사에서 올해 1위를 기록한 미국 IT기업 쌔스는 회사 내 전문의, 물리치료사, 간호사 등을 갖춘 병원을 비롯해 피트니스센터, 미용실, 의상실 등을 갖추고 있다. 또 모든 직원들에게는 개인 사무실이 주어진다. 근무시간은 주당 35시간이며 이마저도 직원 스스로가 정하도록 하고 있다. 사내 유치원과 같은 보육시설과 직원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를 미국 내 가장 먼저 설립, 운영한 것도 바로 쌔스다. 

쌔스 복지 프로그램은 다양한 직원편의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과 삶 센터’(Work & Life center)로 불리는 복지센터에서는 사원들의 은퇴설계 등 다양한 재무설계, 자녀교육 상담 등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쌔스코리아 김현민 부장은 “우리의 직원관리 캐치프레이즈는 일과 삶의 조화(Work & Life balance)로 직장생활과 개인의 삶을 하나로 연결시켜주는 컨설턴트 역할이 HR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매년 이익의 15%를 퇴직기금으로 적립하는 이윤분배제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다. 이 밖에 쌔스는 프로그램 개발자뿐만 아니라, 운전기사, 정원사, 본사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미술가까지 모두를 정사원으로 고용을 하는 독특한 인사정책도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쌔스의 이직률은 평균 4%를 기록 중인데 동종업계 평균치가 18~20% 선인 것과 비교할 때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참고로 쌔스와 구글은 올 포천지가 선정한 ‘일하기 좋은 직장’ 랭킹에서 각각 1위와 4위를 기록했다. 2위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 중 일부를 선발해 유명 MBA(경영학석사) 과정에 진학시키고 있는데 이때 학비는 전액 회사부담이며 학위를 받고 돌아오면 이전에 받던 연봉의 두 배를 준다. 3위 웨그먼즈푸드마켓 역시 직원교육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이다. 가령 500여 종이 넘는 치즈를 관리하는 담당직원은 스위스 낙농업체를 견학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와인담당 직원은 프랑스 보르도 지방을 견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대학진학을 희망할 경우에는 풀타임 직원은 매년 2200달러, 파트타임 직원은 1500달러의 장학금(Scholarship Employee Program)이 지원된다. 스키장, 영화관, 스포츠 할인권을 직원들에게 나누어주고 디즈니월드와 같은 테마파크 입장권도 싸게 공급하고 있다. 

5위를 차지한 넷앱은 직원 중에 자녀를 입양하고자 할 경우 1인당 연간 1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자폐증 자녀를 둔 직원들에게는 치료비가 지원돼 지난 2006년 이후 43명의 직원에게 치료비 명목으로 24만200여 달러가 지급됐다. 매년 5일씩 자원봉사를 근무로 대체할 수 있는 점도 특이점이다. 생명 공학 기업 제넨텍은 연구원들의 재충전을 위해 ‘안식년 제도’를 운영 중이다.

가족친화 기업을 조직운용 목표로 삼고 있는 것도 최근 글로벌 리딩 기업들의 공통된 모습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예지은 수석연구원은 “선진기업들은 가정 내 갈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주목할 것은 직원들의 심리적인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예 수석연구원은 “가족친화 제도의 성공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이미지 향상은 물론 인재 확보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서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가 일하는 부부를 지원해 직원 자녀들의 바스프에 대한 이미지가 향상된 것이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포드는 관리책임자만 허락하면 자신의 업무시간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는 탄력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만약 자녀가 아파서 학교에 갈 수 없거나 갑작스런 출장, 초과 근무 시에는 전문 보육사를 집으로 파견해준다. 자녀 1명당 연간 최고 80시간에 해당하는 보조금도 지원된다.

여성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IBM의 전략은 더 적극적이다. IBM은 지난 2001년부터 5000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해 ‘일과 삶의 균형 이루기’라는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회사 근처에 육아시설을 마련한다거나 ‘모바일 오피스’를 개발해 재택근무도 활발하게 실시 중이다. 뉴욕생명은 육아시설과 퇴근시간 선택제, 집중근무제, 파트 타임제, 재택근무제 등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사내 규정을 만들었다.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는 한 발 더 나아가 가족친화 프로그램인 ‘틴즈 온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틴즈 온 투어는 직원 자녀가 방학 중 혼자 집에 있지 않도록 방학마다 400여명을 초청해 박물관과 미술관 견학, 하이킹, 소풍, 바스프 공장 등을 견학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시작 전과 종료 후에는 회사가 자녀들을 돌본다. 

직원 관리 면에서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독특하고도 앞선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일본 벤처기업 워크어플리케이션은 여성 직원이 출산 후 복귀 시 특별 보너스를 주며 자녀 초등학교 졸업까지 단시간 근무제가 실시된다. 세이코 엡손은 출산 후 15개월, 자녀양육 휴업 제도는 1년6개월까지다. 자녀가 40개월이 되기 전까지는 탄력근무제를 사용할 수 있으며 연간 휴일수도 129일에 달한다. 

일본식 경영 하는 교토기업 성장

자동차 기업 마츠다는 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슈퍼플렉스 타임을 실시하고 있다. 주 1회 정시퇴근제와 오후 10시에는 전 사업장에 불이 강제로 꺼지도록 해 직원들이 가족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것을 의무화시킨 것도 마츠다만의 고유한 기업문화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는 “일본은 전통적으로 기업이 복지와 고용을 책임져준다는 의식이 강하다”면서 “1970년대 오일쇼크 때 기업들이 인원감축이 아닌 일자리 공유(잡 셰어링) 정책을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지난 1990년 이후 연봉제로 대표되는 미국식 경영방식을 도입했지만 상당수 기업들이 기술단절과 같은 부작용만 낳자 2000년대 들어서 다시 일본식 경영방식으로 바꿨다”면서 “공교롭게도 미국식 경영방식을 채택한 도요타는 최근 위기를 겪고 있지만 고용유지 등 일본식을 고수했던 교토기업과 캐논 등은 나름 꾸준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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