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녹색성장을 현 정부의 화두로 던지면서 이를 구체화시키는 브레인 집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이 대통령 주변에 있는 정·관·재계 및 학계 등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녹색성장 관련 얘기들을 꺼내곤 한다. 어찌 보면 이 대통령과의 코드를 맞추는 가장 쉬운 길이기도 한 까닭이다. 이 대통령의 녹색성장 구상을 완성시켜나가는 핵심브레인들은 누구인가?

이론은 김형국 위원장이 제공

기획·추진은 김상협 비서관

직제상 이명박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녹색성장을 조언하는 최고의 핵심 브레인은 녹색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승수(73) 국무총리와 김형국(67)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이다.

한 총리는 유엔 물과재해고위급전문가회의 의장, 유엔사무총장 기후변화특별대표, 한국물포럼 대표 등을 지내 이 대통령이 녹색성장 밑그림을 그리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한 총리는 국정 전반을 두루 살피는 행정부의 수반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사실상 이 대통령의 녹색성장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도시계획학 박사를 받은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행정수도 이전 반대에 앞장서면서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국가지속발전위원장을 지내다 국가지속발전위원회가 녹색위원회(녹색위)에 통합되면서 녹색위원장을 맡게 됐다. 김 위원장은 녹색성장기획단 직원들이 정책 아이디어를 내면 이론에 치중하는 일반 학자들과 달리 ‘당장 실현 가능한 것이 무엇인가’를 주문하는 등 추진력도 상당히 뛰어나다는 평이다.

이 대통령이 녹색성장에 대한 철학을 만들어가는 데 김 위원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 이를 구체화시켜나가는 핵심 브레인은 김상협(46)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 미래비전비서관이다. 김 비서관은 녹색위 산하의 녹색성장기획단장을 맡고 있다. 녹색성장기획단은 각 부처 및 기관에서 파견된 직원(5팀48명)들로 구성, 위원회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 워싱턴 특파원과 SBS 보도국 미래부장을 역임한 김 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녹색성장 구상을 구체화시켜 추진 로드맵을 만든 일등공신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와 관련해선 아주 적극적이다. 때문에 이번 추경예산 편성 때 마지막에 밀어 넣어 간신히 예산을 배정받은 대덕단지 자전거 클러스터 연구지원사업이 김 비서관의 작품인 것으로 전해진다. 자전거 산업은 대기업이 나서야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김 위원장과 달리 김 비서관은 중견기업이 제격이라며 대덕단지 자전거 클러스터 조성을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형국 위원장 “녹색위 민간위원 정치색 배제”

녹색위에는 녹색성장기획단 외에 민간위원 29명이 있다.(표 참조) 이들 민간위원 인선과 관련, 외부에서 말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김형국 위원장은 “(민간위원들은) 어느 때보다도 정치색을 배제하고 전문성을 기준으로 인선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녹색성장과 이해관계가 얽힌 기업체 인사들은 제외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되도록 젊은 사람 위주로 위원을 선정하다보니 위원회에 나이 예순을 넘긴 위원은 나하고, 3개 분과위원장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의원들 중 기후변화에너지분과 위원인 문승일(48)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조기 도입 속도를 높이고 있는 전력IT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자로 꼽힌다. 문 교수는 순천고, 서울대 전기공학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전기공학박사를 취득하고,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 전문위원, 한전계열사 경영평가위원을 역임했다.

문 교수와 같은 분과인 김경민(55)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에너지안보 및 원자력 정치학 전문가다. 김상협 비서관이 “원자력은 현존하는 여러 에너지 자원들 중 환경문제에 있어 가장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한 데서 김경민 교수의 위원 발탁 이유를 엿볼 수 있다.

녹색위 내 녹색생활 지속발전 분과위원장인 이승한(63) 홈플러스그룹 회장은 가장 실용적인 녹색 아이디어를 내는 기업인이다. 인천의 홈플러스 매장은 이 회장의 이런 철학이 담겨 국내에서 가장 뛰어난 그린마트로 꼽히고 있다. 김형국 위원장은 “이 회장은 혁신적이고, 적극적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성일(51) 서울대 삼림대 교수는 생태건강의 전문가로 불려진다. 김 교수는 서울대 임학과, 미국 예일대 조경학(석사), 미국 텍사스대 공원휴양학과(박사)를 나왔다.

일본 쓰쿠바대 응용생물화학 박사인 김학윤(45) 계명대 환경대학 교수는 기후변화 재난 적응 분야 전문가다.

이 대통령의 대선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이상원(54) 대경습지보전회 회장은 자전거에 관한 풍부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 회장은 한반도자전거길잇기국민운동연합 창립준비상임위원장 및 낙동강운하포럼 운영위원이기도 하다. 김형국 위원장은 “이 회장은 이 대통령에게조차 할 말을 하는 보기 드문 젊은이”라며 자신이 이 회장을 위원으로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전남여고와 서울대 노문학과를 나온 이수영(41) 코오롱 경영기획실 상무는 물 산업과 태양광 산업의 전문가라는 것 외에 호남 출신이고 여성이라는 부분이 이번 위원 선정에 참고가 됐다고 한다.

박재완 수석·정두언 의원도 아이디어 만발

이 대통령의 가신들 중에서는 단연 박재완(54)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이 꼽힌다. 박 수석은 지난 3월16일 김상협 비서관 인터뷰 도중에 불쑥 들어와 대덕 자전거 클러스터에 대한 추경예산이 30여억원으로 확정됐다는 ‘기쁜’ 소식을 전할 정도로 녹색성장 정책에 몰입되어 있다. 박 수석은 지난해 국정기획실 산하에 지역발전 종합대책과 ‘4대강 살리기’ 등을 담당할 지역발전비서관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지역발전비서관에는 오정규(52)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획단장이 임명됐다.

박 수석은 행시 23회 동기로 절친한 박완수(54) 창원시장으로부터 자전거 이용활성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구한다고 한다. 박 시장은 창원시에 국내 최초로 공영 자전거제를 도입하는 등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가장 적극적인 지자체장이다.

정두언(52)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환경문제와 관련 북한의 조림산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실제 정 의원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북한 나무심기’ 토론회를 개최해 북한 조림 사업의 민간기업 참여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3월 미국에서 열린 기후조약심포지엄에도 참여했다. 정 의원은 녹색성장에 대한 아이디어를 꾸준히 녹색위에 제안하고 있다고 한다.

이밖에 김진현(73) 전 과기처 장관, 곽승준(49)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한덕수(60) 주미한국대사도 이 대통령의 녹색성장 정책 브레인으로 꼽힌다.



김형국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4대강 정비사업은 녹색 뉴딜정책의 핵심”

“자전거에 대한 기대가 가장 크다. 자전거가 도심 교통수단의 5%만 대체한다고 생각해 보라.”

김형국(67) 녹색성장위원장은 “녹색성장의 의미가 에너지 효율화와 환경오염을 줄인다는 측면에서는 자전거가 녹색성장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며 “4대문까지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고 도심에서는 자전거를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자전거 이용 활성화 성공사례로 경북 상주시와 경남 창원시를 꼽았다. 인구 12만 명의 상주시는 자전거가 11만 대에 이를 정도로 생활화됐고, 창원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공자전거를 도입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대전 대덕의 자전거 클러스터 단지를 지정한 것엔 다소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이왕이면 서울과 같은 대도시가 되길 바라는 눈치였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가 체감형 정책이라면 4대강 정비사업은 녹색성장의 장기적인 정책 프레임이다. 김 위원장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 녹색성장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겨울철에 영산강에 가면 이게 강이 아니라 웅덩이다. 구미에서는 다이옥신 때문에 며칠 동안 단수가 되기도 한다. 국민소득이 2만달러라는 나라에서 수돗물을 걱정해서야 되겠는가.”

김 위원장은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해선 녹색 뉴딜정책의 핵심이라고 정의했다. 4대강을 정비하면 강 인근의 수변지역과 그 후면의 신도시 및 낙후지역의 개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녹색 뉴딜정책의 요체라는 것.

“4대강 정비사업은 이제 막, 그리고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그동안 쭉 해왔던 일을 강가로 끌고 오는 것이다. 이를 테면 낙후지 개발의 경우에도 중급도시 이상에만 맞춰졌던 지역경제 개발을 강 주변으로 더욱 확대한 것에 불과하다.”

김 위원장은 이런 4대강 정비사업이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것은 정부와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지자체에도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일부 지자체에서 성급하게 진행하다보니 돈 들여 멀쩡한 나무를 베어버리기도 했다. 이러니 환경단체나 국민들이 4대강 정비사업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겠는가.”

김 위원장은 “4월초 녹색성장위원회와 국토균형발전위원회가 함께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한 기본 그림을 그릴 것”이라며 “환경영향평가 등을 고려하면 5월이면 이에 대한 로드맵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녹색위는 대통령 자문기구로 각 부처들이 추진하는 녹색성장 정책들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과연 ‘위원회’가 정부 부처와의 이해관계를 잘 조율해나갈 수 있을까.

김 위원장은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Yes, or No)”고 애매하게 답했다. 중요한 현안에서는 쉽게 공조가 이뤄지지만 사소한 문제는 티격태격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녹색위 민간위원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도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위원들과 지난 3월 2박3일간 전남 지역의 조류·태양광발전과 바이오가스를 이용한 발전 현장을 둘러봤다. 불가피하게 강의때문에 불참하는 두 명을 제외하곤 모든 위원들과 직원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위원들간에도 특별한 인연이 없으며 얼굴 정도 아는 사이다. 앞으로 할 일이 많지 않은가. 그래서 서로 더 알자는 의미에서 여행을 다녀왔다. 친목도 도모하고 녹색성장 현장도 둘러볼 기회였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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