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에서 사람들이 다시 ‘부자의 꿈’을 꾸고 있다. 그러나 전과는 달라졌다. 과거의 꿈은 ‘재테크 비법을 얻어 큰 거 한 방 터트리는 것’이었다. 허황됐다. 그러나 지금의 꿈은 ‘욕망의 거품을 뺀’ 모습이다. ‘적당한 수준의 행복한 부자’로 방향을 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자가 되는 방법이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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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대가 300년이나 부를 이어온 것으로 유명한 ‘경주 최 부잣집’. 경주 최 부잣집은 오랫동안 부를 유지한 것 외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한 부자로 이름이 높다.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은 물론, 독립운동 자금을 대고, 대학을 설립하는 데 쓰느라 12대인 최준 선생 대에서 가문의 부가 정리되는 과정까지, 감동의 연속이다.

그런 최 부잣집의 고택(古宅)이 위치한 경상북도 경주시 교동에 요즘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평일에는 50여 명, 주말이면 200여 명이 찾아오는데, 작년보다 두 배쯤 되는 인원이라 한다. 불황이 계속되면서 부자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경상북도는 이 같은 흐름을 놓치지 않고, 아예 ‘부잣집 투어’ 상품을 만들었다. 이곳에 최 부잣집의 사연을 담은 홍보영상물을 틀고, 입간판도 제작했다.

이와 관련해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경제 난국을 맞은 요즘, 사람들이 더욱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꿈꾸고 있다”며 “이러한 시대적인 트렌드에 맞춰 부자를 테마로 하는 ‘경주의 최 부잣집’, ‘영양의 만석꾼 재령 이씨’ 등의 집을 둘러볼 수 있는 관광코스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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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인기 있는 경제·경영 관련 서적은 단연 <4개의 통장>이다.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리브로 등 주요 대형서점의 경제·경영서 부문 1위, 인터넷서점 예스24의 투자·재테크 부문 1위 등을 모조리 휩쓸고 있다. 경제·경영 부문뿐만이 아니다. 종합 순위 통계에서도 10위권 안에 들며 선전 중이다. 올 1월10일에 나온 이 책은 발매 후 석 달쯤 된 4월 중순 현재, 13만 부가량이 판매됐다. 보통 재테크 관련 서적은 10만 부가 넘으면 ‘대박’을 낸 것으로 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다. 출판사 측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호조”라며 즐거운 표정이다.

그런데 이 책의 인기 요인을 뜯어보면 뭔가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이 책은 고수익을 얻는 재테크 비법이나 화려한 투자 성공담을 다루지 않았다. 그저 돈을 어떻게 관리하면 효율적인지, 투자를 할 때 알아야 할 기본적인 상식은 무엇인지, 노후 자금, 자녀 교육 자금 등 목적에 따라 자산을 나눠서 모아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 등에 대해 쉬운 말로 풀어주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의 편집자인 이혜원 다산북스 매니저는 “대개 재테크 서적은 ‘투자 재테크’가 주류를 이루는데, <4개의 통장>은 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다루는 ‘관리 재테크’ 서적”이라며 “대다수 월급쟁이들이 책의 가이드에 따라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공감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불황인 데다, 연초에 발매되다 보니 관심을 더 받은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부자가 되는 6가지 방법?

불황 여파가 계속 이어지면서 다시금 부자, 돈이 사람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누구나 부자가 되기를 꿈꾼다. 그러나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부자가 되는 걸까?

부자 전문가인 한동철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가 국내외 수천 명의 부자들을 상대로 연구한 결과를 보면 일말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한 교수는 그의 저서 <부자학 개론>에서 부자가 되는 방법에는 크게 여섯 가지가 있다고 분석한다. 장사(자영업), 절약, 정보, 출생, 결혼, 행운 등이 그것이다. 조사 대상 부자들이 이 여섯 가지 중 어떤 방법으로 부자가 되었는지 통계를 내보았더니, 장사(60%), 절약(30%), 정보(6%), 출생(2%), 결혼(1%), 행운(1% 미만)의 순으로 나타났다.

‘행운’은 많은 이들이 인생 역전을 꿈꾸며 구입하는 로또 등 복권 당첨이나 ‘묻지 마’ 투자를 했다가 얼떨결에 떼돈을 번 사례를 말한다. 부자가 되고픈 서민들이 꿈꾸는 것 중에 가장 일반적인 것이 이 ‘행운’형 부자일 것이다. 그런데 이뤄질 가능성이라고는 1%도 안 된다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결혼’은 부자를 배우자로 만나서 자신도 부자로 격상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결혼으로 부자가 될 확률 1%’는 역시 결혼은 비슷한 계층의 사람들이 만나서 하기 마련이라는 현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평범한 사람이 재벌가와 결혼하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가능하다는 얘기다.

‘출생’은 재벌 2세처럼 부잣집에 태어나서 자연스럽게 부자가 되는 것이다.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으니 서민에게는 100% 불가능한 방법이겠다.

‘정보’는 베스트셀러 저자처럼 새로운 정보를 창조하거나, 인터넷 포털 설립자처럼 정보를 유통시키는 능력을 통해 부를 쌓는 것이다. 소설가 이문열씨나 시인 류시화씨는 전자를 통해, 다음의 창업자 이재웅씨와 NHN의 공동창업자 이해진씨, 이범수씨는 후자를 통해 부자가 되었다.

‘정보를 이용해 부자 될 확률 6%’는 행운, 결혼, 출생 등 앞의 세 가지에 비하면 그래도 재능 있는 서민들이 도전해볼 만한 여지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것도 쉬운 게 아니다. 아무나 초대형 작가나 성공한 사업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위의 두 문인은 꾸준히 좋은 작품을 내며 양과 질에서 다른 작가들을 압도한 초대형 작가다. 국내 대표적인 포털을 만든 세 사람은 인터넷 시대 초창기를 선점한 데다 경쟁자를 뛰어넘는 전략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부자 되는 지름길, ‘절약 & 장사’

‘절약’ 항목에 이르면 확률이 30%로 껑충 뛴다. 근검절약을 통해 최대한 돈을 모으면 된다는 점에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아끼는 데는 남다른 재능이 필요하지 않아서인지 절약형 부자의 비율은 의외로 높다.

혹시 ‘쥐꼬리만 한 월급 아껴서 얼마나 모으겠어. 나중에 연봉이 많아지면 그때부터 모아야지’ 하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연봉이 보통 1억원을 넘는 우리나라 대기업 임원들이 대부분 부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두자. 자녀 교육비, 생활비 등의 지출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들은 부자라기보다는 중산층으로 보는 게 옳다. 한 교수는 “수입이 증가하는 것에 비해 비용을 줄이는 정도가 더 큰 사람이 부자가 된다”며 “수입이 아무리 많더라도 절약하지 않으면 부자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끝으로 장사. 장사는 편의점, 슈퍼마켓, 주유소, 술집 등 자영업을 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60%가 장사를 해서 부자가 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들 중에 소문 안 난 부자들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장사로 일어선 이는 부자의 90%라고 한다.

한 교수는 “인류가 지구상에 생긴 이후 가장 확실하게 부자가 되는 방법은 ‘장사’”라고 단언한다. 장사는 개인이 자신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하는 일이어서 동기유발(motivation)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무튼 한 교수의 연구 결과는 가진 것도 없고 배경도 변변치 않은 ‘보통사람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다. 부자 10명 중 9명은 장사나 절약을 통해 일어선 자수성가형 부자인 것으로 풀이되니 말이다.

적절한 수준의 행복한 부자로

여기서 자수성가형 부자를 꿈꾸는 모든 이들이 유의할 사항이 있다. 무작정 ‘돈을 많이 벌겠다’는 식의 마음가짐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돈이라는 것은 사람이 맹목적으로 벌어들이려 덤벼들 경우, 그 사람의 욕망을 끝없이 집어삼켜버리는 무서운 존재다. 따라서 저마다 상황에 맞춰 감당할 수 있는 부의 목표를 적절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무설계 전문기업 머니트리의 신상훈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는 “마치 결승점 없는 마라톤을 뛰는 것처럼 돈 버는 일에만 매달리면 돈이 우리의 삶을 구속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많은 돈이라도 행복한 삶을 담보해주지는 못한다”며 “자신의 인생에서 적절한 재무적 목표를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돈의 속박으로부터 한층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쯤에서 부자학연구학회가 <부자 매뉴얼>에서 밝힌 부자의 정의를 소개한다. 부자학연구학회에 따르면, 부자란 ‘그 사회에서 보편타당하게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수준 이상의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으로, 가정적으로도 안정되어 있고 화목하며 건강에 이상이 없는 사람’이다.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여유로우면서도 큰 위험 없이 자신과 가정이 두루 편안한 사람. 이것이 바로 많은 이들이 꿈꾸는 부자의 실체인 것이다.

이는 그 동안 ‘재테크 열풍’에 휩쓸려 한없이 키우기만 했던 부의 ‘규모’에 대한 욕심을 적정선으로 낮추고, 위험에 대비하며 행복한 인생을 누리는 것으로 귀결된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철학을 바탕에 두고 인생 주기를 감안해 평생 행하는 돈 관리를 가리켜 ‘재무설계’라고 지칭한다. 불황의 시대를 맞아, 초심으로 돌아온 이들이 새롭게 눈을 뜬 ‘2009년형 부자 되는 노하우’는 바로 이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제 ‘적당한 수준의 행복한 부자’라는 꿈을 목표로 하자. 그리고 달성 가능한 수준의 실천 목록을 마련하자.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인생 후반기에 어느덧 부자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지 않을까.

이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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