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대기업의 중간 관리자인 김모(34) 차장은 교사인 아내(32)와 한 명의 자녀(3)를 둔 가장이다. 김 차장은 늦은 나이까지 공부를 하느라 교사인 배우자의 소득에 의존해 가정을 꾸려왔다. 그러다보니 자산을 모으는 일에는 신경을 쓸 여유조차 없었다. 공부를 마친 그가 대기업에 들어간 지금은 가정의 현금흐름이 안정됐지만, 김 차장은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 김 차장에게는 어떤 조언이 필요할까.

한때 사람들의 희망이었던 적립식 펀드는 지난 1~2년을 지나며 주식시장 급락으로 인해 불과 1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영원히 불패일 것 같았던 부동산 시장 역시 무너지고 있는 최근 상황을 보며 김 차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고민은 비단 김 차장만의 것은 아니다. 그 동안 저축의 시대를 살아오며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경제교육을 접할 수 없었던 지금의 젊은 세대가 갖는 공통의 고민일 것이다.

김 차장 부부와의 상담을 시작하며 먼저 이들이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장단기적인 재무 목표가 무엇인지 질문했다.

첫 만남 당시 김 차장 부부는 뚜렷한 장단기 재무 목표를 갖고 있지 않았다. 상담을 통해 은퇴자금과 주택자금, 자녀의 대학교육자금을 우선적인 재무 목표로 설정했다.

이후 김 차장 부부가 마련한 현 자산의 운용 현황과 소득 및 지출에 대한 세부적인 현금흐름 내용 등 필요한 재무적 자료를 파악했다.

부부의 재무 목표를 통일해야

이들의 재무 목표에 대한 우선순위와 목표를 구체화시키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부부의 재무 목표 우선순위가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아내는 서울 양재동에 아파트를 마련하는 것을 1순위로 생각했지만, 남편은 은퇴설계를 1순위에 두자고 했던 것이다. 이에 부부간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가치를 공유하는 까다로운 작업이 필요했다. 대화를 하면서 두 사람은 1순위를 은퇴설계에 두기로 뜻을 모았다. 내 집 마련도 중요하나 은퇴 후 여유로운 삶을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데에 공감했던 것이다. 

몇 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가 내 집 마련이라는 중요한 목표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점이 놀라운 듯 보이지만, 의외로 상담과정에서는 쉽게 경험하게 된다. 바쁘게 살아가다보니 이처럼 중요한 목표에 대해서조차도 부부간의 대화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재무설계가 필요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김 차장 부부에게서 전달받은 자료를 기준으로 필자는 우선 현재의 재무적인 강점과 약점을 분석했다. 이후 이들이 설정한 재무 목표의 달성 가능성 및 현재 마련된 준비자금 이외에 추가로 마련할 필요 준비자금 산출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상담을 통해 파악한 김 차장 부부의 투자 성향과 지식수준을 고려해 해결안을 마련한 뒤 재무설계 보고서를 작성했다.

우선 현금흐름 측면에서 김 차장 가정의 소득은 동일 연령층에 비해 높고 안정적인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교사인 배우자로 인해 은퇴자금 마련에서 일반 가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는 큰 장점을 지녔다.

그러나 재무적 약점도 적지 않았다. 높은 소득수준에 비해 통제되지 못하고 새어나가는 지출로 인해 저축률이 낮았다. 또 대다수의 가정이 그렇듯 총자산에서 주거를 목적으로 하는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높고 금융자산의 비율이 너무 낮았다. 게다가 금융자산의 대부분은 장기자금으로 묶여있어 유동성이 현저하게 낮은 상태였다.

재무 목표 1순위는 ‘은퇴자금 마련’으로

이러한 진단 내용과 현 시장 상황을 바탕으로 새로 수립한 구체적인 자산운용안은 다음과 같다.

우선 지출 현황에서 변동지출 항목 중 일반생활비를 다소 낮추고 저축을 늘려 소득 대비 저축률을 최소 40%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상담 당시 이용 중이던 두 종류 대출의 상환과 관련해서는 둘 중 이자 부담이 큰 대출은 연말에 나올 예정인 김 차장의 상여금으로 우선 상환하기로 했다. 원금 상환이 시작된 대출은 이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소득 대비 대출비용의 부담도 큰 무리가 없는 만큼 현재의 상환 조건을 유지하기로 했다.

재무 목표 1순위로 설정된 은퇴자금의 경우, 현재의 공적연금과 매월 50만원씩의 개인연금 준비 이외에 연금저축을 추가하기로 했다. 두 사람의 은퇴생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였다. 이때 연금저축은 소득공제 효과가 큰 김 차장 명의로 준비할 것을 권했다.

재무 목표 2순위인 주택자금 마련과 관련해, 김 차장 부부는 5~6년 후 경기 남부 동탄지역의 4억원 전후의 아파트를 목표로 하기로 했다. 준비된 자금 외에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려면 월 120만원의 추가 저축이 필요한 상태였다. 이에 정기적금을 들고,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고 비과세 효과가 있는 장기주택마련 상품을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상품의 경우 잔여기간을 고려할 때 기대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펀드로 선정했다. 장기간 유동성이 제약될 수 있다는 부담을 고려해 일부는 단기 상품으로 운용하되, 나머지 금액은 현재의 시장 상황을 고려해 보다 안정적인 정기적금으로 준비한다는 전략이다.

자녀용 교육자금을 위해서는 주식형 적립식 펀드를 활용하기로 했다. 장기간 운용에 따른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적립식 펀드 상품 가운데서도 인덱스펀드를 선택했다. 현재 가입하고 있는 교원공제회의 장기급여저축은 자녀의 결혼자금을 위한 재원으로 쓰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위험보장. 김 차장 가족의 위험 대비책은 생명보험을 통한 보장뿐이어서 실손 위주의 손해보험 상품을 추가해 보완했다. 생명보험은 사망, 중요 질병 등에 대해 계약된 큰 금액을 일시에 지불하지만, 손해보험은 검사, 입원, 진료, 약값 등 실손 금액을 보장하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이다.

실천 없는 재무설계는 ‘무의미’

김 차장 부부는 몇 번의 상담을 거쳐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안을 마련하고, 그 계획안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단지 금융 상품 몇 개에 가입했다는 의미가 아닌 자신들의 미래를 보다 구체화시킨 인생의 계획서를 받아 보게 되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다.

김 차장 부부가 꿈꾸는 미래가 재무설계 계획안의 실천을 통해 그대로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실천하지 않는 재무설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상담을 통해 수립한 실행 계획안은 ‘1년에 한 번’ 처럼, 일정 주기마다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가야 한다. 만일 가정의 재무 상황이나 재무 목표에 변동이 생기면 재조정 작업이 따라야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한만형 머니트리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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