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의 인생 흐름에 맞춰 스스로 재무설계를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나 가정에서는 사람들에게 돈을 모으고, 굴리고, 위험에 대비하고, 노후에 대비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본의 아닌 ‘돈맹’이 된 이유다. 나름대로 야무지게 재테크를 해온 사람들도 속으로는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게 맞나?’ 싶어 불안할 때가 있다. 답답할 때는 어려운 길에서 혼자서 헤맬 게 아니라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면 어떨까.

재무관리 혹은 자산관리와 관련해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은행, 증권, 보험사들이 VIP 부자고객들에게 제공하는 PB(자산관리) 서비스다. 업체마다 차이가 있긴 하나 보통은 최소 1억원 이상 금융자산이 있어야 문을 두드려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쪽은 말 그대로 이미 자산을 어느 정도 형성한 사람들의 얘기. 이제 막 부자의 꿈을 꾸기 시작한 일반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일반인들이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곳은 재무설계업체들이다. 상담료는 업체마다, 혹은 재무설계사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보통 한 번 상담하고 그에 따른 재무분석 보고서를 받는 데 10만~30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 

재무설계를 받고 싶지만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한국FP협회(www.fpkorea.com)에서 제공하는 무료 재무상담 서비스를 이용해볼 만하다. 신청자와 가까운 지역에 있는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를 연결해 준다.

재무설계업체들은 흔히 GA(General Agency)라고 하는 독립 보험 판매 대리점들을 모태로 하는 곳들이 많아 무작정 찾아가서는 곤란하다. 대부분의 GA들은 고객의 재무설계보다 보험 판매를 주력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을 팔기 위한 도구로 재무설계를 미끼로 내건 곳이 많다는 얘기다. 겉으로는 너도나도 재무설계를 내세우고 있지만 진짜 재무설계의 근본 취지를 지키고 있는 곳은 소수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재무설계, 포도재무설계, 머니트리, 전&김웰스펌, FN스타즈, 파이낸피아 정도를 재무설계를 주력으로 운영하는 곳으로 평가하고 있다.

재무설계사의 최고봉은 ‘CFP’

적당한 재무설계업체를 찾았다면 이제 실력을 갖추고도 믿을 수 있는 재무설계사를 찾아야 할 터. 고객은 재무설계사 앞에서 자신의 돈 문제와 인생 방향에 대해 솔직히 털어놔야 정확한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터놓고 말해도 좋을 재무설계사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

첫째, 재무설계사가 CFP, AFPK(국가공인재무설계사), IPF(종합자산관리사) 등 전문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관련 자격증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자격증은 CFP다.

둘째, 경험이 충분한지를 봐야 한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상승과 하락장세가 번갈아 나타난다. 여러 국면을 고루 겪어보고 대응해본 재무설계사이어야 고객들의 다양한 상황에 응대할 수 있는 내공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5년 전후의 금융권 경험을 지닌 재무설계사라면 비교적 충분한 경력을 지닌 것으로 보고 있다.

셋째, 금융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는지, 재무설계 본연에 충실히 응대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재무설계사의 수입은 재무설계에 대한 컨설팅 수수료(fee)와 금융 상품 판매 수수료(commission)로 이뤄진다. 전자는 재무설계 상담을 받는 개인 고객이 지불하고, 후자는 금융 상품을 출시한 금융기관이 낸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재무 상담에 대해 돈을 지불한다는 인식이 약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대체로 금융 상품 판매 수수료가 재무설계사 수입의 주력인 경우가 많다. 운이 나쁘면 실적에 눈이 먼 재무설계사를 만나서 봉이 될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자신이 만난 재무설계사가 금융회사의 판매 대행자 역할에 몰두하는지, 고객을 위한 금융 상품 구매 대행자 역할을 하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넷째, 고객의 말을 충분히 잘 듣는 재무설계사인지 봐야 한다. 머니트리의 신상훈 CFP는 “고객의 말을 충분히 듣고 상담에 임해야 고객별 상황에 따른 맞춤 컨설팅이 가능한데, 간혹 고객을 가르치려는 재무설계사가 있다”며 “그런 설계사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고객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자세도 눈여겨봐야 한다. 조심스레 묻고 꼼꼼히 정리를 하는지, 대충 종이에 끼적대는지 등의 태도도 감안해야 한다는 귀띔이다.

다섯째, 주변에서 상담을 해본 사람이 추천하는 사람을 만나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재무설계 상담은 철저하게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이뤄지는 서비스다. 만나본 사람이 서비스를 받아보니 만족스러웠고 믿을 만하다고 추천한다면 당연히 생판 모르는 재무설계사보다는 나을 수 있다.

여섯째, 본인이 다니는 회사에서 주선한 재무설계업체에서 소개받는 방법도 있다. 요즘은 기업들이 직원들의 복리후생 차원에서 재무설계 설명회를 여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재무설계 세미나를 꾸준히 열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재무설계 설명회를 운영 중이다. 포스코는 퇴직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6개월짜리 재무설계 코스를 진행하고 있다. 재무설계업계 관계자들은 “기업에서 맡길 정도라면 어느 정도 규모와 경험, 공신력을 지닌 재무설계업체일 가능성이 크다”며 “개인이 잘 모르고 대충 찾아가는 것보다는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런 재무설계사를 찾아라

CFP 등 전문 자격증을 보유했다.

5년 전후의 충분한 경험을 지녔다.

금융 상품 가입을 강요하지 않는다.

고객의 얘기를 충분히 듣는다.

상담해본 지인들이 추천한다.

 TIP    재무설계사, 기왕이면 CFP를 만나라

한국재무설계의 장규홍 교육팀장은 “CFP는 금융 투자, 부동산, 세금, 리스크 관리, 은퇴 설계, 증여와 상속 등 재무설계 전반에 대한 코디네이터”라며 “CFP 시험에 합격한 사람 가운데 금융업종에서 3년 이상 종사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험에 합격했다고 계속 재무설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CFP 자격은 한국FP협회에서 2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CFP 자격은 CFP들이 꼭 알아야 할 재무 관련 지식, 관련 정책의 변화 및 윤리 교육 등을 30학점씩 2년마다 이수해야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CFP 자격증을 갖고 있는 재무설계사라면 기본적인 실력과 경험, 윤리성이 보장된다는 얘기다. 한국FP협회에 따르면 2008년 말 기준으로 유효한 국내 CFP 자격 보유자는 총 2405명이다.

한국FP협회의 김인호 부장은 “업계에서 CFP의 위상이 높다 보니, 간혹 CFP가 아니면서도 명함에 CFP라고 새긴 이들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진위 여부 확인은 어렵지 않다. 진짜 CFP라면 CFP자격증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을 때 신용카드 크기만 한 별도의 CFP자격증을 꺼내 보여줄 것이다.

이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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