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석몰촉(中石沒鏃), 정신을 집중하여 전력을 다하면 바위에 화살을 꽂을 수 있듯, 어떤 일도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이 4자성어는 LG전자 평택공장 곳곳에 큼직하게 걸려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직접 붓글씨로 쓴 것을 확대한 것이다. 남 부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4자성어이기도 하다. 이 뜻처럼 남 부회장은 놀라운 집중력으로 빛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카리스마 넘치는 남 부회장의 리더십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남 부회장은 치밀하고 집중력이 뛰어난 CEO다. 남 부회장이 2006년 12월 구본무 LG그룹 회장으로부터 “LG전자를 경영해보라”는 통보를 받은 이후 취임하기 전까지의 상황을 보자. 남 부회장은 이를 지난해 7월 서울대 69학번 동기인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이 진행하는 멘토링 시간에 참석해 상세히 설명한 바 있다. 

“구 회장의 통보를 받고 나서 2주 정도를 인텐시브하게 보내며 전체를 조망할 수 있었다. 그 기간 동안 분석 리포트도 많이 보고, LG전자에 대한 이야기들, 경쟁사에 대한 정보도 많이 보고, 인터뷰도 많이 했다. 그 2주 동안 의제를 거의 설정했다. 나머지 기간 동안은 실제를 확인했다. 잘 모르니까 기본적인 질문을 하면서 구매, 마케팅, R&D 등 각 부문을 쭉 훑으면서 개선할 점들을 확인하고 돌아다녔다. 그렇게 들여다보니 내가 가졌던 가설하고 상당히 비슷한 것 같았다.”

LG전자 취임 전 회사 사정을 소상히 파악한 남 부회장은 의제를 해결할 시나리오를 이미 그려놓았다. 그 1단계가 의사소통이다. 그의 소통법은 단순하다. 그의 참뜻을 구성원들이 알아줄 때까지 설득하는 것이다. 일부에선 남 부회장의 소통법에 대해 아직도 ‘일방향’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처음 부임하자 괴담이 돌았다. ‘저기서 말 잘못하면 작살난다’는 등. 초기에 사원들은 물론이고 임원들조차도 겁을 먹은 것 같았다. 그런데 그 기간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LG전자에 들어와서 제일 처음 300명의 관리자들을 시작으로 전 사업장을 돌며 열린 대화를 했다. 소단위의 장들까지 전부 만났다. 한 달 이상을 ‘열린 대화(open communication)’라는 것을 운영해서 150회 이상을 했다. 처음에는 ‘찍힐까 봐’ 질문도 안하고 대답도 안하고 해서, 질문을 익명으로 쓰고 상자 안에 넣어 내가 읽고 하는 형식으로 했다. 지금은 ‘부회장님 그거 틀린 것 같다. 자기 생각은 저렇게 해보니깐 안 되던데 잘못된 거 아니냐’는 질문까지 나온다.”

남 부회장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뜻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생각하자 2단계로 돌입했다. 문제점을 공유하고, 해결점을 찾아 해소해 나가도록 드라이브를 건 것이다. 여기서 그는 임직원 전원이 예외 없이 동참해 함께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 이는 조직의 기강 확립은 물론 과제 해결에 동참하게 함으로써 전원이 다시는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프로세스(시간)를 단축하기 위함이다.

“나는 전원 참여를 제일 강조했다. ‘이 일은 누구도 빠질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했고, 그것 때문에 제가 한 2시간씩 강의를 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모든 사람이 참여해 ‘내 일 중에 낭비가 뭔가?’를 찾아내는 작업을 먼저 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찾아내기만 한다는 것이다. 일단 찾은 문제는 다 같이 모여 해결한다. 또 찾아내고, 또 같이 해결한다.”

3단계는 철저하고 합리적인 인사 시스템을 통해 임직원들이 남 부회장이 전파한 것들을 지속 가능하게 했다. 인사에 대한 그의 원칙은 국내외 인사를 모두 공정하고 합리적인 하나의 잣대로 들이대되 철저하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처음엔 조직에 피로로 작용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평가자들에 대한 믿음이라는 긍정적인 요인이 부각될 것이란 게 CEO코칭 컨설턴트들의 분석이다. 

“기업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사람이다. 가장 많은 시간을 사람과 관련된 일에 쓰고 있다. 해외 나가면 꼭 해외 법인에 있는 핵심 리더들에 대한 평가를 한다. 법인장과 인사 담당자와 함께 그 핵심 리더들의 3년, 2년, 1년 전 성과까지 꼼꼼하게 분석한다. 거기엔 양보할 수 없는 시간과 공을 들인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에 대한 준비는 굉장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관찰이 안 된다. 기업 전체가 1년 정도 넘게 이런 과정을 거쳐 직원을 관리하고 있다. 지금은 리더들 모두 자신이 관리하는 직원에 대한 관찰의 깊이가 달라진 것 같다.”

남 부회장의 인사 시스템은 그의 성품마냥 치밀하고, 집요하고, 분석적이다. 임직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 조금 해이해졌다 싶으면 관리의 강도가 세진다. 모든 평가의 기준은 성과 여부다. 요즘처럼 불황일 때는 어느 CEO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이 본 남 부회장

남 부회장은 내면의 평화를 항시 유지하는 CEO다. 그래서 콤플렉스라는 게 없다. 그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평상심을 잃지 않고 소신 있게 일을 추진해나갈 수 있는 바탕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적이고, 논리적이고, 지혜로운 CEO다. 그래서 구본무 LG 회장도 남 부회장을 남다르게 신임하는 것으로 안다. 외국인 최고책임자 영입은 현명한 처사였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영 사장이 본 남 부회장

남 부회장은 시장을 보는 통찰력과 변화 대응 능력을 바탕으로 신속한 조직 개혁과 명확한 비전 제시, 비용 절감 등을 통해 기업의 실적 및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또한 품질 향상을 통한 고급제품 이미지와 시장 점유율 확대를 동시에 이룩하여 LG브랜드뿐만 아니라 한국 국가 브랜드의 선양에도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도 LG전자를 보는 시각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매우 훌륭한 CEO라고 생각한다.

 tip  홍의숙 인코칭 대표의 남용 부회장 리더십 연구

변혁적·상황·전략적 리더십 돋보여

기업가란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며 경영에 필요한 자원을 조달하여 기업을 운영하고 성장시키는 사람이다. 슘페터는 정태적 순환경제 체제하에서는 소비자가 경제를 주도하지만 동태적 경제하에서는 혁신 기업가에 의해 경제의 운용과 발전 방향이 결정된다고 했다. 경제 발전은 자본가가 아니라 기업가가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볼 때 남 부회장은 기업가 리더십(Entrepreneur Leadership)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아울러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을 명확하게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변혁적 리더십은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능력을 특징으로 보는데 이것은 비전과 더불어 공유되는 가치와 생각들을 통해서 관계를 형성하며 무엇보다 변혁적 리더십은 조직구성원들을 리더로 개발하는 능력인데 매우 구체적인 변혁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본다.

이와 함께 피들러의 상황 리더십 이론(Fiedler's contingency theory of leadership)은 어떤 그룹의 효과적인 활동여부는 리더의 스타일과 조직이 처한 상황이 잘 맞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으며 바람직한 리더십은 상황 분석을 잘하여 리더와 구성원의 관계 정립과 업무의 체계화, 권한 위임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남 부회장이 기업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단계마다 상황에 맞추어 빠른 변화를 시도하며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것은 상황 리더십이 적절히 발휘됐다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남 부회장은 기업의 혁신을 지향함과 동시에 권한을 위임하고 외부환경 대응에 창의적인 방법을 구사했다. 그러면서도 비전을 향해 일관성 있게 나아가며 기업 구성원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이것은 전략적 리더십 유형에서 혁신적 참여자의 모습과 통제자, 안정적 참여자의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그의 리더십은 수많은 종류의 리더십 가운데에서도 전략적 리더십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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