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거리’ 도약을 위한 제언

한번 오면 ‘매혹’되는 명동을 만들자

거리 경관 더욱 개선하고 문화적 정체성 확보해야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주로 방문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물었을 때 약 3분의 2가량이 찾아간다고 대답하는 곳. 또한 서울의 최고 관광지가 어디인지, 최고의 쇼핑 장소가 어디인지 물었을 때 가장 많은 수가 지목하는 곳. 바로 명동 거리다.

명동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사회적 원인으로 보면 명동에 찾아오는 수많은 인파 자체가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 구경 자체가 관광 매력이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관광객들은 특정한 목적을 가진 여행이 아니라면 현지 거주민들이 좋아하고 몰리는 장소나 대상을 우선적인 관광 대상으로 삼는 속성이 있다.

둘째, 지리적으로 명동의 위치가 서울 구도심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또한 서울의 관광 명소들이 주변에 집중돼 있는 것도 매우 유리한 측면이다. 명동은 남산을 비롯해 남대문시장, 서울역, 시청, 종로 및 고궁, 청계천, 동대문패션타운 등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들로 둘러싸인 관광 벨트의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셋째, 정책적 차원에서 보면 서울시가 시내 소재 관광특구 중 명동의 관광·쇼핑 환경개선 사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는 점이다. 특히 민선 4기가 시작된 2006년 12월부터 2010년까지 4년 동안 4차례에 걸친 환경개선 사업을 통해 명동은 ‘일신우일신’하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자연히 더욱 많은 관광객, 쇼핑객들이 명동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그 결과 명동은 하루 평균 방문 관광객 20만여 명, 전체 유동인구 150만여 명을 자랑하는 위상을 갖게 됐다.

세계 최고 거리는 뉴욕 맨해튼 5번가

그렇지만 서울 명동을 세계 각국의 유명 번화가들과 비교해보면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국제적인 부동산컨설팅 회사인 쿠시먼앤웨이크필드(Qushman&Wakefield)가 2009년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쇼핑거리’ 톱 10을 보면 뉴욕 맨해튼 5번가가 최고였고, 2위에는 홍콩 코즈웨이베이, 3위에는 파리 샹젤리제 거리가 올랐다. 10위 안에 아시아 도시로는 홍콩과 도쿄만이 포함되었을 뿐이다. 서울 명동은 아시아 8위로 아시아 톱 10에도 겨우 들어갈 정도다. 이게 우리가 자랑하는 명동의 국제 경쟁력 현주소인 것이다.

이는 명동이 서울에서만 유명한 거리이지 세계 수준에 견줬을 때는 아직 모자란 점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물론 명동은 과거에 비해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상당히 많아졌고 환경 변화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글로벌 도시의 위상에 걸맞은 번화가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가까이는 홍콩 코즈웨이베이와 도쿄 긴자, 멀리는 뉴욕 5번가와 파리 샹젤리제 거리 등과 비교할 때 서울의 대표 거리 명동은 어떤 점에서 다른가? 세계 유수의 도심 번화가를 살펴보면 무엇보다 ‘질서’와 ‘미’가 조화된 은근한 품격이 느껴진다. 이에 비해 명동을 보면 왠지 다소 경박스럽고 무질서함을 느끼게 된다.

무엇이 명동에 대해 그렇게 느끼게 하는 것일까?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건물 및 간판 디자인, 거리 환경과 경관 등이다. 명동이 분명 과거보다 많이 깨끗해지고 정갈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예전의 형형색색 점포 간판들이 많이 남아 있는 데다, 깔끔하게 정비된 보도를 노점들이 뒤덮고 있어 전체적인 명동 거리 경관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점들이 명동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 중요한 원인들이다.

또 다른 한계도 없지 않다. 우선 명동 거리에는 고유하고 독특한 문화는 없고 상업주의만이 깔려 있다는 느낌이다. 다시 말하면 그저 하나의 쇼핑몰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명동 거리에 가면 재미는 있을지언정 볼수록 우러나는 흥미와 깊은 멋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냥 한번 스쳐 지나가는 명동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싫고, 그 안에서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다시 오고 싶어지고, 다른 장소에 갔다가도 자연스럽게 다시 발길이 옮겨지는 명동이 되어야 한다. 활기차고 왕성한 움직임들 속에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을 정갈하고 차분하게 해주는 분위기를 가진 명동이 되어야 한다. 그런 명동이 될 때 비로소 세계적으로 유명한 거리의 대열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서울시 민선 4기부터 시작된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 서울’ 정책은 단순히 겉모습만을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생명력인 ‘장소성’과 ‘문화’를 만드는 기초 작업이다. 오 시장이 ‘서울 마케팅’의 총지휘자로서 서울을 찾는 투자자나 관광객을 위해 서울을 단장하는 노력은 우리가 깔끔한 외모와 복장으로 취업 면접장에 가는 이유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금기용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지역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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