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산업을 대표하는 200대 기업 중 최고경영진의 글로벌 인덱스가 가장 높게 나타난 기업은 어디일까? 결과는 일반적인 통념과 다소 거리감이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등 한국의 간판 대기업들은 중위권에 머문 반면 예상 밖의 기업들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에쓰오일·㈜두산·현대중공업이 ‘톱3’

석유화학·지주회사 상위권 다수 포진

SK, 상위 30위 안에 SK(주)·SKC 등 7개 계열사 자리잡아

최고경영진 글로벌 인덱스 1위 기업은 에쓰오일로 나타났다. 에쓰오일은 옛 쌍용그룹 계열사였던 쌍용정유가 전신(前身)이다. 합작관계에 있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회사 아람코가 IMF 외환위기 때 쌍용그룹 지분을 인수하면서 실질적인 주인이 됐다. 아람코는 그 지분을 2007년 한진그룹에 매각해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현재 에쓰오일 대표이사는 아람코 측 인사인 아흐메드 에이 수베이 CEO가 맡고 있다. 또 임원들도 다수가 아람코 측 인사다. 핵심 경영진에 외국인들이 다수 포진한 것이 1위에 오른 결정적 이유로 풀이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비상근 이사로서 에쓰오일 이사회 및 주주총회의 의장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아람코와 한진그룹이 각각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라는 양대 요직을 분담해 상호 협력적인 경영을 도모하고 있는 셈이다.

톱10에 오른 기업 중 에스원(4위), 한라공조(5위), 세방전지(7위) 등도 에쓰오일과 비슷한 경우다. 에스원과 세방전지는 각각 일본 기업이 자본을 투자한 합작법인이고, 한라공조는 미국 기업이 경영권을 가진 최대주주다.

에스원은 삼성그룹 계열사이지만 최대주주는 지분 24.66%를 보유한 일본 경비 업체 세콤(SECOM)이다. 에스원 등기임원 11명 중 4명은 세콤 측 인사들이다. 세방전지는 ‘로케트 배터리’라는 브랜드로 유명한 축전지 제조업체다. 일본 GS유아사(YUASA)전지와 기술 및 자본 제휴를 맺어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등록돼 있다. 세방전지 등기임원 9명 중 4명은 GS유아사 측 인사들이다. 한라공조는 등기임원 9명 중 5명이 최대주주인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 비스테온 측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2위에는 두산그룹 지주회사인 ㈜두산이 올랐다. ㈜두산 최고경영진은 해외 커리어가 화려하다. 먼저 박용만 회장. 박 회장은 2000년대 이후 두산그룹의 인수합병(M&A) 실무를 총괄하면서 사업 영역을 세계무대로 확장한 주역으로 꼽힌다. 그는 미국 보스턴 대학 MBA 출신이다.

비모스키 ㈜두산 부회장 경력 이채로워

㈜두산 공동회장이자 그룹 총수인 박용현 회장은 외과의사 출신이지만 국제 경험이 적지 않다. 미국 하버드 대학 의대 전임의로 근무한 적이 있는 데다, 아시아·태평양소화기병학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도 역임했다. 등기임원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박정원 부회장, 박지원 사장 등 오너 일가 경영자들도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 한국 지사장 출신의 제임스 비모스키 부회장도 주목할 인물이다. 과거 말레이시아 서던뱅크 수석 부행장을 역임한 바도 있는 그는 두산의 글로벌 인재 영입 전략에 따라 2006년 CEO로 영입된 케이스다.

10위 안에는 ㈜두산 외에 SK그룹 지주회사인 SK㈜도 이름을 올렸다. 순위는 6위. SK㈜의 최고경영진 커리어도 남부럽지 않다. 최태원 회장, 최재원 부회장, 박영호 사장 등 대표이사 3인이 모두 미국에서 경제학 또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최 회장과 박 사장은 똑같이 시카고 대학 경제학 박사를 수료했고, 최 부회장은 하버드 대학 경영학 석사다.

3위는 국내 최대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으로 나타났다. 민계식 회장과 이재성 사장은 각각 미국 MIT 대학과 펜실베이니아 대학 박사 출신이다. 민 회장은 해양공학을 전공했다. 5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4명이 미국 명문대 박사 출신인 점도 눈길을 끈다.

10위에는 다소 뜻밖의 기업이 올랐다. 국내 면방직 업계의 강자인 일신방직이 주인공이다. 일반인들의 주목을 별로 받지 못하는 섬유업체이지만 최고경영진의 면면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대표이사를 함께 맡고 있는 김영호 회장과 김정수 사장은 둘 다 미국 유학파다. 또한 등기임원 9명 가운데 4명이 미국에서 공부한 박사들이다. 송자 전 교육부 장관, 신영무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등 두 사외이사가 중량감을 더한다.

11위에 오른 삼양사도 눈길을 끈다. 삼양사는 식음료 산업에서 유일하게 30위권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다.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윤 회장과 김원 사장이 둘 다 미국 유학파라는 커리어가 고득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00위 안에 5대 그룹 계열사 28개사

30위권에 이름을 올린 상위권 업체들을 살펴보면 석유·화학 관련 업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석유·화학 업종은 무려 7개 업체가 30위 안에 포함됐다. 지주회사도 5개 업체가 30위 안에 포진해 최고경영진 글로벌 인덱스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 그룹별로 결과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가장 돋보이는 그룹은 SK그룹으로 7개의 계열사가 30위 안에 자리를 잡았다. SK㈜, SK브로드밴드, SKC, SK에너지, SK가스, SK케미칼, SK텔레콤 등이다. LG그룹도 LG패션, LG생활건강, LG상사, ㈜LG 등 4개의 계열사가 30위 안에 올랐다.

반면 삼성그룹은 뜻밖에도 30위 안에 에스원 1개사만 이름을 올렸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는 71위에 머물렀다. 현대차그룹은 30위 안에 단 1개 계열사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대 주력사인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89위, 77위에 그쳤다.

범위를 좀 더 넓혀 100위까지 살펴보면 SK그룹과 LG그룹이 나란히 9개 계열사를 올려놓아 동률 1위를 기록했다. 삼성그룹은 5개사를 명단에 올렸다. 현대차그룹은 3개사를 포함시켰다. 재계 5위 롯데그룹도 3개사였다. 최고경영진 글로벌 인덱스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재계 1~5위 그룹 계열사를 모두 합치면 28개사다.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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