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사 대상 기업 중 외국인 전략적 투자자를 보유한 기업은 모두 17개사로 나타났다. 특히 외국인 전략적 투자자의 상당수가 일본계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전략적 투자자는 단순히 투자 차익을 노리는 외국인 주주들과 다르다. 이들은 재무적 이익에 대한 기대뿐 아니라 ‘전략적 목적’을 갖고 있다. 자신들의 자원과 역량, 자본 등을 적극 활용해 투자 대상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거나,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이익을 실현한다. 일반적으로 전략적 투자자와 투자 대상 기업은 상호협력 관계인 경우가 많다.

일본계 10개사로 가장 많아…

탄탄한 ‘한·일 철강동맹’ 눈길

코오롱·신도리코 등 60년대부터 ‘한·일 제휴’

일본 철강 업체 JFE스틸은 2009년 말 기준 동국제강의 지분 14.88%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지분율 15.26%)에 이어 2대 주주다. JFE스틸은 동국제강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두 회사는 1999년부터 상호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2006년에는 JFE스틸이 동국제강 지분을 최대 15%까지 확대하고, 동국제강은 JFE스틸 지주회사인 JFE홀딩스의 지분을 일부 보유하는 전략적 제휴 확대 협정에 조인했다. 동국제강과 JFE스틸은 지분 교차 보유를 통해 사업교류 확대는 물론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서로를 지켜주는 동맹군을 지향한다. 한마디로 상호 ‘윈윈’하는 관계인 셈이다.

JFE스틸은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인 강관·냉연강판 제조업체 현대하이스코와도 손잡고 있다. 두 회사는 2000년 말부터 제휴 협정을 맺고 상호협력을 해왔다. 현대하이스코는 냉연강판 원자재인 핫코일 수급 및 자동차용 냉연강판 기술 확보에 도움을 얻고, JFE스틸은 안정적인 대규모 수요업체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2005년 포괄적 제휴관계를 연장했다.

2009년 말 기준 JFE스틸의 현대하이스코 지분율은 12.98%로 현대차(26.13%), 기아차(13.91%)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2위 철강 업체인 신일본제철도 한국에 ‘특별한 파트너’를 두고 있다. 포스코가 주인공이다. 두 회사는 2000년부터 전략적 제휴를 맺고 다양한 분야에서 돈독한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 역시 서로 지분을 교차 보유하고 있다. 신일본제철은 포스코 지분 5.04%를, 포스코는 신일본제철 지분 3.5%를 갖고 있다. 양사는 공장 건설이나 광산 인수 등을 위해 공동투자도 하고 있다.

외국인 전략적 투자자를 꽤 오래 전부터 보유한 기업들도 눈에 띈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보안시스템 업체 에스원이 그런 경우다. 1977년 한국경비실업이라는 사명으로 설립된 에스원은 1980년 일본 세콤과의 합작법인으로 바뀌었다.

현재 최대주주는 일본 세콤이다. 2009년 말 기준 지분율은 24.66%에 달한다. 삼성SDI, 삼성생명 등 삼성 계열사들이 2대 주주 역할을 하고 있다. 에스원 최고경영진에는 가타야마 요리야스 부사장과 와다 이토시 감사, 사사끼 노부유끼 상담역 등 일본 측 인사들도 다수 포진해 있다.

에스원 경영진에 일본인 다수 포진

사무기기 업체 신도리코도 아주 오래된 전략적 투자자를 보유한 경우다. 신도리코는 1964년 국내 최초로 복사기 생산에 성공한 데 이어,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1969년 일본 복사기 업체 리코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신도교역이라는 원래 회사명도 이때 신도리코로 바뀌었으며, 양쪽의 파트너십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리코는 2009년 말 기준 신도리코 지분 16.01%를 보유하고 있는 중이다. 우석형 신도리코 회장은 11.7%의 지분을 보유 중이지만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48.71%로 지분율이 치솟는다.

코오롱도 세계적인 소재 기업인 일본 도레이와 1960년대부터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오고 있다. 도레이는 1963년 코오롱에 지분참여를 하면서 한국 사업을 시작했다. 2009년 말 기준 도레이의 코오롱 지분율은 11.37%다.

외국인 전략적 투자자 가운데 일본 기업이 유독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 1960~1970년대 산업화 시절 국내 기업들이 일본으로부터 활발히 기술 도입, 외자 유치 등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에서 다져진 협력관계가 오늘날까지 계승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전략적 투자자로 규정된 17개 외국인 투자자 가운데 일본 기업은 10개사(JFE스틸 중복산정)나 된다. 다만 호남석유화학에 투자한 롯데홀딩스는 좀 성격이 다르다. 롯데홀딩스는 일본 국적 기업이지만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지배권을 가졌다는 점에서 겉모습만 외국계 기업인 셈이다.

일본계를 제외한 나머지 전략적 투자자들의 국적은 미국·중국·프랑스·사우디아라비아·스위스·아랍에미리트 등으로 다양하게 분포됐다. 그 중 한라공조, 덕양산업 등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 2개사의 전략적 투자자로 나타난 비스테온이라는 회사가 눈길을 끈다.

비스테온은 미국 빅3 자동차 메이커 중 하나인 포드로부터 분사한 대형 자동차 부품업체다. 1999년 한라공조의 대주주가 된 데 이어 덕양산업과도 전략적 제휴를 맺고 협력관계를 이어왔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지난해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Chapter 11)를 신청한 터라 향후 한라공조, 덕양산업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는 미지수다.

미쉐린·쉰들러 등 글로벌 기업도 눈에 띄어

미쉐린, 쉰들러 등도 주목할 만한 전략적 투자자들이다. 세계 1위 타이어 업체인 미쉐린은 2003년 한국타이어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었다. 연구 개발, 생산, 유통 분야 등에서 다각적인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세계 2위 엘리베이터 업체인 쉰들러도 2006년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5.5%를 사들이면서 상호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전략적 투자자라고 해서 늘 ‘백기사’일 수는 없다.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면 언제든 돌아설 수 있는 게 투자자의 본질이다. 외국계 ‘먹튀’ 자본의 희생양이 됐다는 논란을 빚은 쌍용자동차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쌍용자동차는 과거 최대주주이자 현재 2대 주주인 상하이자동차(상해기차집단고분유한공사)가 이미 발을 뺀 데다, 70% 이상 지분을 가진 채권단이 회사를 매물로 내놨기 때문에 머지않아 주인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Tip : 이번 조사에서는 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를 구분하기 위해 구글과 세계적인 법률정보 제공업체 렉시스넥시스(LexisNexis) DB를 활용했다. 이런 선별 과정을 거쳐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면서 동시에 한국타이어에 장기 투자하고 있는 미쉐린처럼 ‘사업적 연관성’이 높은 경우를 전략적 투자자로 코딩했다.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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