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호조·자회사 합병 시너지 ‘대박’

중국이 호남석유화학(호남석화)을 살렸다. 지난해 중국의 강력한 내수 부양책으로 석유화학제품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호남석화의 실적이 수직상승할 수 있었다. 3조원 초반대의 매출액이 6조원에 육박하게 됐다. 1년 사이에 갑절이나 성장한 것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더욱 놀랍다. 903억원이던 영업이익은 700%가량 성장해 7175억원이 됐고 순이익은 적자에서 8000억원 가까운 흑자로 돌아섰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석유화학제품 소비국이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별칭답게 플라스틱 등 제조업에 필요한 재료의 수요가 많은 것이다. 이런 나라에서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등의 소비에 막대한 지원금을 지원하면서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고 이것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신음하고 있던 석유화학 업계엔 ‘축복’이 됐다.

그렇다고 호남석화의 고성장이 온전히 중국의 내수 부양 덕인 것은 아니다. 같은 환경이지만 그 와중에도 ‘양지’가 있고 ‘음지’도 있는 법이다. 호남석화가 업황 전환의 계기를 ‘양지화’할 수 있었던 것은 호남석화 스스로 만들어낸 조치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부가가치 차세대 제품 투자 적극적

먼저 2009년 초 롯데대산유화를 합병한 것이 실적 호전으로 이어진 면이 적잖다. 롯데대산유화의 2008년 매출액은 2조5116억원이었다. 합병 후 호남석화 매출액의 42%에 해당하는 액수다. 합병 후 생산량은 531만7000톤으로 2008년에 비해 137% 증가했다. 

주요 생산시설을 증설한 것도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 지난해 기존 연 75만 톤 규모의 대산공장 NCC(나프타분해공장)을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연 100만 톤 생산 규모로 늘렸다. 이를 통해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현재 호남석화는 HDPE(고밀도폴리엔틸렌), PP(폴리프로필렌), MEG(메틸에틸렌글리콜) 등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에선 여수NCC의 생산량을 연산 75만 톤에서 100만 톤으로 증설하는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공사가 완료되는 2012년이면 기존 대산NCC와 합쳐 연 200만 톤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현재 국내 에틸렌 시장 1위인 여천NCC의 생산량을 넘어서는 규모다. PE(폴리에틸렌)과 PP는 각각 25만 톤, 20만 톤을 증설한다. 여수에는 연산 13만 톤 규모의 부타디엔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부텐-1공장도 신규 설립할 계획이다.

해외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국영석유가스공사(UNG)와 한국컨소시엄이 합작,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천연 가스전 개발과 가스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천연가스에 기반을 둔 HDPE(연산 38만 톤)와 PP(연산 8만 톤) 같은 다운스트림 제품을 생산, 중국과 중앙아시아, CIS 등 새로운 판매 시장을 개척해 나갈 예정이다.

성장성이 높은 차세대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사업이다. LFT(장섬유 강화수지) 등을 위시한 자동차용 PP복합수지(PP Compound)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제품은 자동차 경량화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성장성이 기대된다. 현재 호남석화의 100% 자회사인 삼박LFT는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도어모듈 패널 소재를 개발, 현대기아차의 YF소나타와 로체에 적용하고 있다. 그 결과 도어모듈의 부품 수를 13개에서 5개로 줄일 수 있었고 무게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는 효과를 얻었다.

최대 수출 시장 중국에 투자 확대

미래를 위해 호남석화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다. 투자는 진작부터 진행돼왔다. 2004년 유방아성그룹과의 합작법인인 유방아성호석화공유한공사를 설립해 호남석유화학의 HDPE에 대한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는 동시에 CPE를 생산하며 중국에 진출했다. 2006년에는 가흥호석공정소료유한공사를 설립, PP복합수지 및 EPP(발포폴리프로필렌)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중국 내 자동차, 전자제품 등의 지속적인 수요 성장으로 2010년 중 연산 1만7000톤 규모의 생산시설을 2만5000톤으로 증설할 예정이다. 2009년 매출액은 260억원으로 전년 대비 70%가량 증가하였으며, 이번 증설을 토대로 2010년 매출은 3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2006년에는 상하이에 호석화학 무역(상하이) 유한공사라는 화공제품 판매법인도 설립했다. 현지화 전략을 가시화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상하이를 비롯해 베이징, 칭다오, 광저우의 분공사를 기반으로 중국 내수고객 밀착 영업을 하고 있다. 2009년 연매출 1200억원을 달성하였으며 올해는 18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틸렌옥사이드(EO)와 에탄올아민(ETA)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위한 투자도 중국에서 펼치고 있다. 가흥삼강화공과 합작해 중국 가흥시 화공신재료 공업단지에 연산 10만 톤 규모의 EO를 생산하고, 생산된 저가 EO를 이용해 독자적으로 ETA를 생산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2012년 완공 예정인 EO 및 ETA 공장 가동이 본격화하면 중국의 수요 성장과 맞물려 높은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남석화 측은 “올해 세계적으로 1000만 톤 규모의 에탄올 증설이 예정돼 있는 데다 중국의 석유화학 경기의 불확실성, 인도의 보호무역주의 등 영업 환경이 지난해에 비해 악화되고 있다”며 “‘새로운 도전과 변화’라는 회사의 방향성을 실행에 옮겨 매출 6조5000억원, 영업이익 605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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