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은 ‘디지털 휴머니스트’다. 그는 평소 디지털 기술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실현을 위해 활용돼야 한다는 소신을 설파한다. 말하자면 ‘IT 홍익인간’의 이상을 제안하는 셈이다. 단지 이념이나 주창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실천 없는 이론은 공염불일 뿐이라고 믿는다. 자신을 가리켜 ‘실용적 미래학자’라고 소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 원장은 지금 스마트 혁명이라는 새롭고 거대한 물결 앞에서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은 ‘스마트 사회(Smart Society)’라고 힘줘 말한다. 무엇보다 한발 앞선 준비와 실천이 절실하다고 덧붙인다. 그는 국가정보화 총괄 주무기관의 사령탑으로서 뚜렷한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스마트 사회는 IT에 의한 '홍익인간'"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단군의 건국이념 ‘홍익인간’에는 굉장히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 이념을 먼저 실현하는 나라가 세계를 주도하는 중심국가가 될 수 있다고봅니다.”

김성태 원장은 대뜸‘홍익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오늘날 IT 기술이야말로홍익 인간을 실천할 수 있는 최상의 매개체라는 생각에서다. 특히 우리나라가 앞선 IT 역량을 바탕 으로 기술과 가치가 결합된 인간 중심사회, 즉‘스마트사회’의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한다면 세계무대에서 존경받는 국가로 우뚝설 수 있다는 것이다. 15세기에 대항해 시대가 열리면서 역사의 물줄기가 바뀌었듯이, 지금 21세기에는 ‘디지털대항해시대’가미래의 판도를 좌우할 것 이라는게 그의 확신이다.



스마트 사회는 효율과 소통,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정보사회보다 진일보한 형태의 사회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인류 문명은 육체노동 중심의 농경사회에서 기계의 힘을 활용하는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와 지식에 의존하는 지금의 정보사회로 발전해왔지요. 정보사회는 또 다른 패러다임을 향해 급속히 진화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스마트사회’입니다. 스마트사회는사람, 시스템, 프로세스 등 모든것에 스마트 기술이 적용돼 어려운 사회현안을 ‘똑똑하게’ 해결하고 모든 구성원이 더 ‘행복해지는’ 사회를 의미합니다. 일하는 방식을 비롯해 경제, 산업, 행정, 나아가 문화에 이르기까지 사회전체를 혁신하는 새로운 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 혁명은 IT 강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에 또 하나의 큰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자랑하고 있지만, 실제 일상생활이나 산업 분야 등에서 IT 인프라를 활용하는 수준은 상당히 낮은 실정입니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스마트 열풍을 잘 활용한다면 IT 강국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동시에 다시 한번 ‘퀀텀점프’ 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김성태 원장은 각종 국제회의에서 외국 전문가들을 많이 만난다. 그때마다 자주 듣는 말이 있다고 한다. “한국은 어떻게 전자정부 1위, 초고속인터넷 1위가 될 수 있었는가?” 하는 질문이다. 그는 늘 이렇게 답변한다. “정부가 시대 변화를 ‘미리’ 내다보고 ‘제때’ 정책을 추진한 덕분이다. 변화의 시기에는 한발 앞서가는 정책이 필요하다.” 물론 정부의 정책이 전부는 아니다. 정부는 법과 제도 같은 틀을 만들어주는 ‘방아쇠’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 결국 변화의 동력은 민간에서 나와줘야 하는 것이다.



스마트 사회로의 대전환기에 한국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며, 또 정부와 민간 부문은 각각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요.

“스마트 사회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책 결정권자의 강력한 추진 의지, 민간과 공공의 협력 거버넌스 체계 확립, 일하는 방식에 대한 기존 관념과 문화의 변혁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정부는 ‘스마트코리아’ 구현을 위한 최우선 실천 과제로 스마트워크를 설정했습니다. 2015년까지 전체 근로자의 30%가 스마트워크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게 중장기적 전략 목표입니다. 스마트워크는 IT 기술을 이용해 시간과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체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집합지성’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선진국을 비롯한 해외 각국의 스마트워크 현황은 어떤지요.

“미국은 일찍부터 재택근무 중심의 스마트워크를 추진해 왔는데, 최근에는 이를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바 있습니다. 2016년까지 전체 미국 근로자의 43%가 스마트워크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08년부터 ‘스마트워크센터’라는 새로운 업무방식을 도입한 네덜란드도 주목할 만합니다. 그 동안 99개의 스마트워크센터가 구축됐을 만큼 일상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로 인해 네덜란드는 국가 경제 및 사회에 새로운 활력소가 생기고 있습니다. 이웃 일본도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워크 도입을 적극 추진 중입니다. 올해 말까지 스마트워크 근무자 20%를 목표로 정하고, 기업의 스마트워크 확산을 위해 세금감면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스마트워크가 정착되면 어떤 변화가 올까요. 또 스마트워크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OECD 국가 평균보다 1.3배 더 많이 일하지만, 생산성은 그 절반에 불과합니다. 바로 일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워크가 정착되면 지금처럼 모두 정해진 시간에 사무실로 출근해 일하는 ‘워크 하드’ 방식에서 벗어나 재택근무, 모바일을 활용한 현장근무, 집 근처에 만들어진 스마트워크센터에서의 근무 등 시간과 장소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다시 말해 좀 더 효율적이고 생산성이 높은 ‘워크 스마트’ 문화가 자리잡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개인과 가정에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어 가족친화적 근로문화가 형성되고 여성의 사회참여도 활성화될 것으로 봅니다. 또 출퇴근하기 위한 교통수단 이용이 줄어들어 이산화탄소 배출도 저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워크가 정착되려면 몇 가지 선결 과제가 있습니다. 우선 시간과 장소에 제약받지 않고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와 기준을 마련해야 하겠죠. 또한 스마트워크센터, 모바일 근무, 디지털 협업 등을 위한 IT 기반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민간 기업들이 스마트워크를 도입할 수 있도록 먼저 공공 부문에서 초기 시장을 창출한 다음 민간 부문으로 확산하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합니다.”



향후 펼쳐질 스마트 사회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계신지요.

“가령 교육 현장에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이 활용되면 실감 나는 학습과 실시간 피드백이 가능하고, 개인의 수준별로 맞춤 교육이 이뤄질 수 있지요. 교육의 방식, 교사의 역할, 학교의 형태 등 교육 패러다임 자체가 획기적으로 변화할 겁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도 가능해질 것으로 봅니다. ‘3D 프린터’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3D 프린터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디자인한 물체를 완성해 출력하는 장치인데 실제로 개발되었습니다. 향후 3D 프린터가 본격 대중화되면 주문한 상품을 그 자리에서 출력할 수 있게 되어 ‘제2의 산업혁명’이 일어날 전망입니다. 요컨대 스마트 혁명은 스마트 기술을 기반으로 보다 창조적이고, 더욱 행복한 인간중심의 사회로의 진화를 가능하게 할 겁니다.”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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