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불청객 ‘자명종’을 내 인생에서 없앨 수 있을까. 방법은 딱 하나, 은퇴하면 된다. 문제는 ‘머니’다. 삼성생명, LG경제연구원, 대한은퇴자협회 등 국내 각종 기관이 추산한 은퇴 자금은 최저 3억원에서 최고 4억7560만원. 그러나 이 돈은 그야말로 ‘먹고 사는 데’ 쓰는 최저 생활비에 불과하다. 취미와 레저를 즐기며 자식에게 용돈 줄 수 있는 ‘꿈의 은퇴’를 하려면 과연 얼마가 필요할까. 최소 30억원이 필요하다는 게 메릴린치증권의 분석이다. 은행에 넣어도 월 1000만원 수입은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코노미플러스>가 대한민국 상위 1%에 들어가는 ‘부자 은퇴자’ 3인을 만났다. 이들은 처음엔 인터뷰에 손사래부터 쳤다. 놀랍게도 그들은 모두 은퇴 전 월급쟁이 신분이었다. 특히 세 명 중 두 사람은 임원에도 오르지 못한 평범한 샐러리맨 출신. 원래 집안도 부자가 아니었다. 은퇴 전 ‘평민’에서 은퇴 후 ‘귀족’으로 업그레이드된 이들만의 비결은 첫째 은퇴 준비가 빨랐다는 점이다. LG산전 부장 출신인 이강진씨(54)는 입사 후 2~3년차부터 은퇴 시점을 결정했고, 남광토건 팀장 출신인 이일태씨(53)도 30대 초반부터 은퇴 준비에 나섰다. 비용을 철저히 통제한 점도 부자들의 공통점이다. 제주개발지방공사 사장을 지낸 서철건씨(66)는 자식 6명을 키웠지만 과외 한 번 안 시키는 대신 수입의 60~70%를 저축해왔다. 이일태씨는 통장만 100여 개나 됐다. 재테크 수단으로는 주로 부동산이 활용돼왔다. 현재 평균 30억~40억원대 부동산을 보유한 이들은 은퇴 후 고정수입을 임대수입으로 올린다. 은퇴 후 월 1000만원 가까이 임대수입을 갖고 있는 이들의 공식 직함은 없다. 그러나 이들은 ‘백수’처럼 놀고 있지 않다. 육영사업과 농장 경영, 귤 농사 등 ‘돈(생존)’이 아닌 ‘취미(생활)’를 위해 시간 투자를 하고 있는 게 공통분모다. 여름휴가 계획을 묻자 이들은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사람들이 몰리는 7~8월엔 휴가를 가고 싶지 않다”며 “서늘한 바람이 불면 한번 떠나볼까”라고 대답했다.

 LG산전 부장 출신 이강진씨

“흙이 좋아 1300평 텃밭 일궈요”

“은퇴 후 달라진 점이요? 자유롭다는 점이죠. 그런데 따지고 보면 더 바빠졌어요.”지난 7월14일 오후 3시 경기 김포시 양촌면 300평(990㎡)대 텃밭이 있는 전원주택에서 만난 이강진씨(54). 인근 문수산을 올라갔다 방금 왔다는 그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 있었다. 2005년 3월 퇴직 전 뽀얗던 피부가 은퇴 2년여 만에 구릿빛으로 변했다는 게 차이점일까.이씨는 금요일 밤이면 부인과 함께 ‘렉스턴’을 몰고 김포로 향한다. 2박3일간 부부만의 오붓한 시간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밭에서 땀 흘리고 노곤해지면 낮잠 한숨 자는 식이다. 가꾸는 야채만 고추, 오이, 감자, 토마토, 상추, 배추, 근대, 아욱 등 20여 종. “왜 사냐건, 웃지요”라고 했던 김상옥의 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가 떠오르는 전원생활이다.“야채를 사러 슈퍼마켓에 갈 일은 없죠. 가끔 이웃들에게 나눠드리면 그렇게 좋아할 수 없어요..

이코노미조선 멤버십 기사입니다
커버스토리를 제외한 모든 이코노미조선 기사는
발행일자 기준 차주 월요일 낮 12시에
무료로 공개됩니다.
멤버십 회원이신가요?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