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키 슌스케(靑木俊介)유카이공학 창업자 겸 CEO 도쿄대 공학부 계수공학과, 전 인터넷 벤처회사픽시브(pixiv)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진 유카이공학
아오키 슌스케(靑木俊介)유카이공학 창업자 겸 CEO 도쿄대 공학부 계수공학과, 전 인터넷 벤처회사픽시브(pixiv)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진 유카이공학

“‘쿠보(Qoobo)’는 꼬리가 달린 쿠션형 테라피(therapy·치료) 로봇입니다. 살짝 쓰다듬으면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죠. 많이 쓰다듬으면 세게 휘휘 휘둘러요. 때로는 변덕스럽게 (기분 내키는 대로) 꼬리를 흔들기도 하지요. 동물처럼 사람을 위로합니다. ‘쿠보’의 ‘꼬리 테라피’로 마음을 위로하는 하루를 시작하세요.”

일본 로봇 제조 벤처회사 ‘유카이공학(Yu-kai Engineering)’이 만든 로봇 ‘쿠보’의 소개 동영상이다. 1분 남짓한 동영상은 2017년 공개 직후 일주일 만에 1000만 재생 건수를 달성했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 2007년 설립된 유카이공학은 쿠보 외에도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면 아기나 동물들처럼 살짝 깨무는 로봇 ‘아마가미 하무하무(Amagami Ham Ham)’, 인체 감지 센서를 내장해 가족 구성원끼리의 대화를 장려해 주는 로봇 ‘보코 에모(BOCCO emo)’ 등 ‘공감형 로봇’을 잇달아 출시해 국내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아오키 슌스케(靑木俊介)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4월 21일 ‘이코노미조선’과 화상 인터뷰에서 “무엇이든 할 줄 아는 똑똑한 로봇도 좋지만,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로봇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아오키 CEO와 일문일답.


유카이공학의 로봇은 공감·위로를 중시하는 것 같다. 이유가 뭔가.
“‘우리에게 로봇의 정의(定義)는 뭘까’를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로봇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하지만 우리는 삶의 질을 높이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터페이스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것, 함께 있으면 즐거운 것, 내가 아이와 함께 사용해 보고 싶은 것을 제품화하고 싶었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리의 ‘이웃집 토토로’ 같은, (사람을 위로하는) 로봇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코로나19 격리 기간에 쿠보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걸로 알고 있다.
“온라인 판매가 두 배 늘어났다.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어도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못 키우는 사람들이 많다. 책임감도 필요하고, 고령자의 경우엔 자기가 먼저 죽을 경우 키우던 동물이 어떻게 될지 걱정스러우니까. 그런 사람들에게 쿠보가 좋은 대안이 됐다. 특히 코로나19 격리 기간에 고립됐던 사람들이 쿠보에게서 위안을 얻었기 때문에 매출이 늘어난 것 같다.”

보코 에모도 가족 간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을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코 에모엔 앱(app)이 연계돼 있어서 가족 구성원이 외출 시 앱으로 메시지를 보내면 그 메시지를 보코 에모가 음성으로 집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반대로 집에 있는 사람이 보코 에모에 음성으로 메시지를 말하면 그게 같은 그룹으로 지정돼 있는 가족 구성원에게 전달된다. 이런 식으로 혼자서 집을 지키는 아동들도 밖에서 일하는 아빠, 엄마와 수월하게 대화할 수 있다. 고령자들은 자식들이 매번 약 먹는 시간을 잊지 말라고 챙겨주는 걸 잔소리로 받아들여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데, 보코 에모가 대신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 후에 가족 간에 싸우는 횟수가 줄어들었다는 사례도 있었다.”

로봇 제조 시 제일 중시하는 점은 무엇인가.
“자유로운 발상을 가장 중시한다. 우리는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아이디어 콘테스트에서 직원들에게 아이디어를 내게 하는데, 쿠보 아이디어를 낸 직원은 홋카이도 출신으로 어린 시절 집에서 개를 10마리 이상 키웠었다고 한다. 성인이 된 후 도쿄로 상경해 애완동물을 키우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집에 돌아오면 개가 꼬리를 흔들며 맞아주던 기억이 그리워서 그 기억을 되살리고자 쿠보를 기획했다. 또 아마가미 하무하무 아이디어를 낸 직원은 아기를 키울 때 어린 아기가 오물오물 손가락을 깨무는 감촉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고 했다.”


쿠보. 사진 유카이공학
쿠보. 사진 유카이공학
아마가미 하무하무. 사진 유카이공학
아마가미 하무하무. 사진 유카이공학

인체에서 가장 넓은 감각 기관인 촉각을 통해 인간적 감성을 자극하는 유카이공학의 로봇은 코로나19 이후 각광받는 촉각 비즈니스와 맥이 닿아 있다. 시장분석 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2019년 햅틱(디바이스를 통해 촉각적 경험과 운동감 등 피드백을 느끼게 해주는 기술), 즉 촉각 기술이 적용된 제품의 시장 규모가 약 7조원에서 매년 7% 이상 성장해 2026년에 약 1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쿠보는 동그란 쿠션에 꼬리만 달린 단순한 형태다. 이유가 있나.
“그편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생각했다. 얼굴은 사용자 개개인의 호불호가 꽤 갈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단순한 형태라면 거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기호를 반영해 상상을 불어넣을 여지가 더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공지능(AI)·로봇과 인간이 공존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AI가 인간을 이해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엔 스마트폰 앱 등으로도 사용자의 건강 정보 같은 다양한 정보를 축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방 안에도 인체 체감 센서 같은 걸 부착해서 사용자의 몸 상태와 기분 같은 걸 수시로 체크하고, 행동 패턴을 읽도록 하면 그게 쌓여서 나중엔 사용자의 행동을 예측하기가 쉬워진다. 물론 기계와 인간의 직접적인 대화도 도움이 될 테고. 그렇게 조금씩 예측의 정확성을 높여가면 (인간이 로봇화가 되는 게 아니라) AI가 인간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유카이공학은 로봇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
“둘의 공존을 위해서는 공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로봇 청소기 ‘룸바’가 방 안을 돌아다니며 청소하다가 줄에 걸려 넘어졌을 때 불쌍하다고 생각한 사용자들이 많았다는 조사를 봤다. 그저 단순한 기계라고 생각했으면 성능이 안 좋다거나 불량품이라고 치부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로봇을 단순한 기계 이상의 존재로 생각했기에 ‘열심히 했는데 딱하게도’ 하는 감정을 품게 된 거다. 인간이 로봇에서 위안을 얻고 치유받기 위해선 이렇게 사용자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로봇에 공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절로 그러한 감정을 끄집어낼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plus point

‘휴먼 터치’ 가미한 로봇들

파로(Paro). 유튜브
파로(Paro). 사진 유튜브

로봇 연구 분야 석학인 양광종 중국 자오퉁대 교수는 코로나19가 한창 위세를 떨치던 2020년 3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격리된 사람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대화를 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소셜 로봇이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에서도 반려 로봇과 인간의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로봇이 꾸준히 등장하는 추세다.

인간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는 로봇은 2001년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가 발표한 바다표범 로봇 ‘파로(Paro)’가 최초다. AIST의 시바타 타카노리(柴田崇德) 박사가 캐나다 해안에서 본 바다표범을 모델로 치매에 걸린 노인을 치료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파로는 사람과의 상호 작용에 따라 살아 있는 것처럼 반응한다. 사람이 따뜻한 체온을 유지하고 있으면 안긴 채로 머리와 다리를 움직이고, 진짜 아기 바다표범처럼 울기도 한다. 사람이 안으면 꿈틀거리고, 밤에는 잠을 자는 단순한 기능이지만 인간과의 교감을 통해 개나 고양이처럼 치매 노인을 치료하는 효과를 낼 수 있었다. 파로는 2004년부터 시판되기 시작했으며, 2009년에는 미국에서 의료 기기로 허가받은 바 있다. 2020년 CES에 나온 강아지 로봇 ‘제니(Jennie)’도 파로처럼 치매와 파킨슨병을 앓는 노인을 치유하기 위해 개발한 로봇이다. 미국 로봇 스타트업 톰봇 로보틱스(Tombot Robotics)가 개발한 제니는 사람이 만지면 꼬리를 흔들고, 음성으로 명령하면 반응하기도 한다. 사용자가 매일 이름을 부르면서 상호 작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톰봇을 창업한 톰 스티븐스 대표는 자신의 어머니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평소 키우던 반려견과 같이 생활할 수 없게 되자, 반려 로봇을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삼성도 2020년 CES에서 AI가 접목된 작은 공 모양의 애완 로봇 볼리(Ballie)를 소개한 바 있다.

오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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