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빈 수퍼빈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한림대 경제학과, 오리건대 수학과, 코넬대 경제학 박사과정 수료, 하버드 케네디스쿨 석사, 전 코스틸 CEO 사진 수퍼빈
김정빈 수퍼빈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한림대 경제학과, 오리건대 수학과, 코넬대 경제학 박사과정 수료, 하버드 케네디스쿨 석사, 전 코스틸 CEO 사진 수퍼빈

플라스틱 생수병, 샴푸통, 배달 용기 등 플라스틱을 한데 모아 분리수거통에 넣으면 재활용이 가능할까. 모두 재활용되면 좋겠지만, 절반 정도가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매립되거나 시멘트 소성로에서 태워진다. 다른 폐기물과 섞이거나 오염된 탓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분리수거해야 재활용이 가능한 걸까. 바로 플라스틱을 종류별(PE·PP·PET 등)로 나눠서 재활용하는 방법이다. 스타트업 ‘수퍼빈’은 이렇게 종류별로 나눈 분리수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기업이다. 생수병이나 알루미늄캔, 우유팩 등을 수퍼빈의 인공지능(AI) 로봇 ‘네프론’에 넣으면, 개당 10원 또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한다. 수거된 폐기물을 네프론이 자체적으로 AI 기술로 분류하며 다른 폐기물을 넣으면 토해내고, 보상은 없다. 

수퍼빈은 현재까지 전국 곳곳에 네프론 476대를 설치했다. 올해 8월부터 화성 페트병 재활용 공장에서 그간 수집한 플라스틱을 깨끗하게 분쇄·세척해 고품질 페트 플레이크를 만들 계획이다. 쓰레기마트, 쓰레기카페 등 쓰레기 문화를 바꾸려는 다양한 시도도 하고 있다. 수퍼빈의 도전에 GS칼텍스, 세아글로벌 CNS 등 대기업들이 투자했고, 수퍼빈의 기업 가치는 1000억원대에 달한다.

‘이코노미조선’과 5월 4일 만난 김정빈 수퍼빈 대표는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가 유쾌하고 가치 있다면, 재활용에서 효용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떻게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나.
“아파트 관리비 내역을 보면 분리수거한 폐기물을 판매한 수익이 나와 있다. 입주민들이 버린 쓰레기를 판매해 얻은 수익인데, 정작 우리에게 어떤 혜택이 있는지 체감할 수 없었다. ‘분리수거하면 개인에게 인센티브를 주면 어떨까’ 생각해 플라스틱을 넣으면 돈을 돌려주는 기계를 만들었다.”

한국은 분리수거를 잘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지 않나. 왜 네프론이 필요한가. 
“구미시에 네프론을 설치했을 때, 한 공무원이 재활용 선별장에 데려갔다. ‘인간이 만든 아수라 지옥’이 여기 있구나 싶었다. 도착하자마자 그간 했던 분리수거가 무용하다는 게 느껴졌다.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을 몽땅 합쳐 분리수거하니, 분류가 어렵고 오염돼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간 분리수거 업체들은 폐기물을 모아 정부 지원금을 받은 뒤 중국에 헐값으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어왔는데,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금지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 기껏 플라스틱을 모아 플레이크를 만든다 해도 질이 낮아 팔리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진짜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을 모으는 게 필요하다.” 

수퍼빈을 기술 기업이라고 하는 이유는. 
“현재 네프론은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생수통과 우유팩, 캔을 수거해서 자체 분류하는 로봇이고, 다른 하나는 배달용기 뚜껑 수거 전용 로봇이다. 폐기물을 투입하면 네프론 안 카메라가 사진을 찍는다. AI가 쓰레기의 크기와 모양, 재활용 표시를 분석한 뒤 재활용 가능하다면 받아들이고 아니면 거부한다. 초반에는 AI에 페트병과 캔을 주로 인식시켰지만, 이제는 생활 폐기물을 모두 공부시키고 있다. 점차 재활용을 위해 수집하는 폐기물 종류를 다양화할 생각이다.”

2015년 설립했다. 쓰레기 산업에 변화가 느껴지나. 
“그렇다. 기업들부터 변하고 있다. 펩시, 코카콜라, 에비앙, 록시땅, 로레알 등은 폐플라스틱으로 음료병이나 화장품 용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복합 소재로 만들어지지 않은, 깨끗하게 세척된 플라스틱 폐기물이 대량으로 필요한 상황이 올 거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껏 있었던 재활용 시장, 깨끗한 플라스틱을 모으는 순환자원 시장이 함께 존재할 거다. 하지만 낙관적이진 않다. 시장의 변화 속도는 느리지만, 지구 생태계가 망가지는 속도는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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