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한 유아복 판매점 ‘골든방’ 창업, 혼수복 판매점 ‘골든하우스’ 운영, 안동포 수의 판매점 ‘안동삼베마을’ 운영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김익한
유아복 판매점 ‘골든방’ 창업, 혼수복 판매점 ‘골든하우스’ 운영, 안동포 수의 판매점 ‘안동삼베마을’ 운영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내가 여기(안동에) 괜히 온 게 아니야. 안동포를 파는 곳이 있거든”

지난해 9월 29일 KBS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방영분에서 안동을 찾은 요리 연구가 심영순(80)씨가 갑작스레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차를 멈춰 세우며 이렇게 말한다. 그가 일행을 이끌고 방문한 곳은 ‘안동포(安東布)’ 수의 판매점. 이곳에서 심씨는 원단을 직접 만져보고 남편의 수의를 구매한다. 그는 “미리 수의를 맞춰놓으면 오래 살 거 아니야. 건강하게 오래 사시라고 하는 거야”라며 뿌듯한 미소를 짓는다.

수의는 ‘목숨 수(壽)’ ‘옷 의(衣)’ 자를 쓴다. 자식이 부모님의 무병장수를 바라면서 준비하는 옷이다. ‘내가 언제 죽더라도 자식이 해준 옷이 있으니 편안하구나’라는 안정감을 주기에 장수복으로 통한다. 특히 안동포는 신라시대와 조선시대 궁중에 올리는 진상품으로 선정될 정도의 최고급 수의 원단으로 명성을 떨쳤다.

안타깝게도 고급 수의를 찾는 이들이 줄면서 안동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상조회사 ‘예효경(禮孝敬)’을 운영하는 김익한 대표는 1월 20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지난 20년간 장례문화가 많이 바뀌었다”면서 “정성스럽게 고른 수의는 고인에 대한 예의인데, 상조 패키지에 포함된 값싼 수의가 횡행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김 대표는 고향 안동에서 서울로 상경한 뒤, 인생 3대 예복을 두루 팔았다. 1986년 돌복 등을 판매하는 유아복 판매점을 차렸고, 이후 결혼복 판매점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2001년부터는 안동포 수의만 전문적으로 취급한다. 열일곱 살부터 70년간 안동포를 직조한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덕이다. 2015년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수의를 맞춤 제작하기도 했다.

그는 수의가 중요한 이유를 그의 회사 이름(예효경)인 ‘예의’ ‘효심’ ‘공경’으로 설명했다. 돌복과 결혼복은 부모가 자식에게 입혀준다. 마지막엔 한평생 남루한 옷을 입고 고생한 부모에게 자식이 수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한평생 안동포를 손가락 굳은살 베겨가며 만든 어머니를 위해, 그 또한 순금 붙인 안동포 수의를 가시는 길에 입혀드렸다고 한다.

안동포 수의는 1000만~1200만원 선으로 가격대가 높다. 김 대표는 “상조 패키지에 포함되는 5만원짜리 중국산 수의는 신뢰할 수 없다”면서 “가성비 좋은 국내 수의를 직접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가 판매하는 한지사 수의는 90만~180만원, 인견사 수의는 70만~150만원대다. 그는 “굳이 고가의 수의만을 구매하라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적어도 나이 든 부모를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는 마음에서 수의를 미리 장만해드리는 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자식 대신 부모가 스스로 수의를 맞추러 오는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손님들은 “자식한테 암만 맞춰달라 해도 안 해주니 직접 왔다”고들 말한다. 죽음을 직접 준비한다고 암울해 하진 않는다. 오히려 들뜬 기쁨을 표현한다. 김 대표는 “스스로 수의를 준비하면서 ‘내가 죽어도 아무 옷이나 입고 가진 않겠구나’ 안심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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