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린트는 연일 줄어드는 고객을 늘리기 위해 반값 요금, ‘5달러 아이폰 리스’ 등의 공격적인 정책을 펼쳐왔다. 그 덕분에 2016회계연도 1분기에는 후불제 가입자가 17만3000명 늘었다. 9년 만에 최대 규모로 증가한 것이다. 사진은 미국 소비자들이 스프린트 매장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 블룸버그>

“가난한 집 어린애가 부잣집 도련님 둘 상대로 싸우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 가난한 집 애들이 더 절실하게 싸워서 도련님을 이기기도 합니다.”

2013년 1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12년 10월 미국 통신업계 3위 업체 스프린트 지분 70%를 201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뒤였다. 일본 3위와 미국 3위 통신회사의 합병을 통해 글로벌 3위 통신회사를 이끌겠다는 야심을 밝혔지만, 손 회장의 투자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미국 3위라고는 하지만 버라이즌과 AT&T라는 두 거인이 1억6000만명의 가입자를 장악한 데 반해 스프린트 가입자수는 3200만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지분 인수 승인을 받기 전 미국 위성방송 기업인 디시네트워크가 경쟁에 끼어들어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7월 성사된 소프트뱅크의 스프린트 최종 인수 금액은 216억달러. 지분도 당초 예상보다 많은 78%를 취득했다.


T모바일도 인수 시도하다 실패

스프린트 인수 직후 손 회장은 거침없이 모바일 통신시장을 공략해 나갔다. 같은 해 10월 ‘크래시 오브 클랜’으로 유명한 핀란드 모바일 게임업체 수퍼셀을 15억달러에 매입했고, 그 직후 스마트폰 도매상 격인 브라이트스타를 12억6000만달러에 인수했다. 단순 통신사업자에서 콘텐츠와 하드웨어 공급망까지 확보해 모바일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그의 구상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스프린트 인수 당시 미국 4위 통신업체였던 T모바일을 함께 인수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그 계획은 무산됐다. 2014년 T모바일 인수를 추진하던 손 회장은 320억달러라는 구체적인 인수 가격까지 제안했지만 미국 법무부와 FCC가 통신시장 과점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인수를 불허하면서 거래가 무산됐다.

타격은 컸다. 2006년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스프린트는 가입자수까지 줄면서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뒤 7분기 연속 적자로 허덕였다. 반면 눈앞에서 놓친 T모바일은 2015년 스프린트를 제치고 미국 통신업계 3위로 뛰어올랐다. 연일 ‘소프트뱅크를 빚더미에 올려놓은 투자 실패 사례’로 지목되는 스프린트를 두고 손 회장의 고민도 깊었다. 한때 매각설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손 회장은 끝까지 스프린트를 놓지 않았다. 2014년 8월에는 브라이트스타 창립자인 마르셀로 클라우어를 스프린트 새 CEO로 선임하고, 가입자 늘리기와 네트워크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그리고 최근 회생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7월 25일 발표한 2016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은 80억1000만달러로 증권 전문가의 전망치 79억8000만달러를 넘었다. 무엇보다 큰 호재는 수익성이 좋은 후불제(postpaid phone) 가입자가 17만3000명 늘어 9년 만에 최대폭의 증가를 기록한 것이다. 경쟁 업체 AT&T의 후불제 가입자가 같은 기간 18만명 줄어든 것과 대조를 이뤘다. 고객 이탈률도 1.39%를 기록해 회사 창립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소프트뱅크가 320억달러를 투입한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암) 인수는 스프린트에도 큰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ARM의 설계 자산(IP)을 활용하면 모든 기기를 인터넷에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5세대 통신(5G) 등 차세대 기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지난 7월 소프트뱅크의 실적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내 시간의 45%는 스프린트 재건에, 45%는 ARM에, 나머지는 기타 문제를 고민하는 데 쓸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윤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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