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빙(項兵) 중국 장강(長江)경영대학원(CKGSB) 총장은 2017년 중국 경제의 흐름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여부를 꼽았다. 중국은 2015년 수출액이 2조2805억달러(약 2752조원)로 2위 미국(1조5046억달러)에 멀찌감치 앞서 1위를 달릴 만큼 무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샹 총장은 국영은행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융 분야 개혁도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중요한 과제로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중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9~10%대로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CKGSB는 홍콩 리카싱(李嘉誠) 재단이 2002년 설립한 중국의 대표적인 명문 경영대학원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과 국영 에너지업체 시노펙(中國石化)의 푸청위(傅成玉) 회장 등이 이곳을 거쳤다. 최근 학술행사 참석을 위해 한국에 온 샹 총장을 서울 신라호텔에서 인터뷰했다.


2017년 중국 경제 흐름, 어떻게 보고 있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대로 중국산 제품에 45%의 관세를 매기는 등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다면 중국 경제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될 경우 국제 경제질서의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중국과 독일은 물론 한국과 일본, 인도 등도 국제화의 큰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상호 의존도가 높다.
“의존도의 문제가 아니다. 최신형 아이폰이 개당 650달러라고 하면 그중 제조사인 중국 폭스콘에 돌아가는 몫은 11달러에 불과하다. 그동안 노동집약적이며 환경에도 좋지 않은 저(低)부가가치 산업을 중국이 담당해 왔다. (미국에서 만들면) 100달러를 내고 사야 하는 제품을 중국 덕분에 20달러에 살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인건비가 오르면 또 다른 나라에서 담당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런 역할을 하는 나라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아마 미국 중산층 대부분은 현재 중국인이 담당하는 (저가의) 일자리를 돌려준다 해도 일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6.7%(추정) 성장하며 비교적 선방했다. 하지만 주요 국제 금융기관과 연구소의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6.2~6.5% 정도에 불과한데.
“중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지금도 9~10%대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에너지와 금융, 항공과 헬스케어 등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분야가 많기 때문이다. 전격적인 민영화가 아니더라도 민간기업과 외국인에게 투자 기회를 열어주면 된다. 다만 정치적인 이유로 성장 속도를 조절하고 있을 뿐이다.”

성장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소득 격차가 너무 커졌기 때문인가.
“경제가 빠르게 성장할수록 불평등은 더 심해지기 마련이다. 중국인들은 오랫동안 두 자릿수 성장률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고속 성장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빈부 격차 확대와 소득 양극화로 상당수의 중국인은 그간의 고속 성장이 ‘나와 상관없는 일’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5년 초 중국 경제가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에 진입했다고 선언한 것은 (다수의 소외계층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인 의도가 강했다.”

다수의 중국 전문가들은 신창타이 시대의 중국이 도농(都農) 격차 해소와 산업구조 개편을 통해 내실 다지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어느 정도 발전을 이룬 부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빠른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산업구조 재편을 위해 서비스업 등 성장이 더 필요한 곳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역 불균형 문제도 마찬가지다. 동부지역에 투자하면 성장 효과를 빨리 볼 수 있는데도 효과가 더디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중서부에 더 많이 투자하고 있다. 지역 격차를 줄이기 위해 중앙정부의 자원은 중서부에 집중하고, 이미 성장한 동부지역은 자생력을 갖춰 해외에 진출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경제 성장과 소득 불균형 해소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가능할까.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1970~80년대 일본이 보여줬다. 엄청난 경제 성장 속에서 그 혜택을 고르게 나눠 가졌다. 중국은 그 당시 일본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한국도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지난해 2000억달러 감소했고 ‘그림자 금융’으로 인한 부실채권 손실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큰 그림으로 보면 중국 경제가 직면한 도전은 과거에 훨씬 심각했다. 현재 중국은 동원할 무기가 많다. 과거보다 줄었다고 하지만 외환보유액(2016년 11월 기준 3조516억달러)은 여전히 세계 1위다. 저축률도 높다. 수출도 늘었고 서비스 산업도 성장했다. 한마디로 대처 방법이 많다. 물론 금융 분야의 개혁은 큰 과제다. 국영은행의 영향력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민간은행은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제조업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 자금이 실물 경제로 흘러가는 과정에 거쳐야 하는 단계가 너무 많다. 예를 들면 은행은 3%대 이자율로 자금을 빌려주는데, 마지막에 대출받는 사람은 15%의 이자율을 짊어지는 식이다. 중간에서 폭리를 취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그림자 금융은 큰 문제도 아니다.”

중국에서 하루 1만5000개 가까운 기업이 생겨날 정도로 창업 열기가 뜨겁다. 확실한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보는지 궁금하다.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은 정부가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중국의 혁신 엔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초기에는 카피캣 전략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구글이나 페이스북, 테슬라 같은 혁신 기업이 중국에서도 나올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성장이 반드시 미국인의 몫이 아닌 것처럼 중국의 스타트업 혁명에도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출신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중국 국가공상총국 자료를 보면, 2016년 1~9월 중국의 신설기업 수는 401만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증가했다. 하루 평균 1만4600개의 기업이 생겨난 셈이다. 2015년 평균(1만2000개)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 샹빙(項兵)
캐나다 앨버타대 경영학 박사, 캐나다 캘거리대·홍콩과기대(HKUST)·베이징대 광화(光華)관리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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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system) 투자은행,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 정부의 통제를 넘어 고위험 채권에 투자해 고수익을 얻는 유사 금융을 말한다. 은행과 달리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 비(非)은행 금융기관을 가리킨다. 일반적인 금융과 달리 투자대상의 구조가 복잡해 손익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어 ‘그림자’라는 말이 붙었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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