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도시화에 따른 부작용 해결을 위한 인프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쿠알라룸푸르 시내 모노레일 교량 아래 도로 공사 전경. <사진 : 블룸버그>

말레이시아 3대 도시중 하나인 페낭. LG CNS 교통사업팀은 요즘 오는 8월 공개를 앞둔 스마트 시내버스 운행시스템 구축 막바지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인도양의 진주’라고 불리는 페낭은 유명 관광지이지만 열악한 대중교통 환경으로 악명이 높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3월 1600만달러(약 181억원) 규모의 버스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을 공개 입찰에 부쳤다. 

LG CNS는 스페인 GMV, 독일 IVU 등 세계적 업체와의 경쟁을 뚫고 사업을 따냈다. 앞서 지난해 2월에는 1000만달러(약 114억원) 규모의 쿠알라룸푸르 도시철도(MRT) 연계 버스 시스템 구축 사업도 수주했다. 현지 법인도 없는 LG CNS의 수주 소식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담당자들은 기술의 우수성과 현지에서 잔뼈가 굵은 말레이시아 토종 기업 에이펙스(APEX)와의 원활한 협업이 수주 비결이라고 전했다.


대도시 도로·통신 공사로 ‘북적’

쿠알라룸푸르를 비롯한 말레이시아 주요 대도시는 요즘 중국 대형 공기업과 일본·유럽·미국 등 선진국 전자·건설 장비 기업들로 북적인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민·관 합동으로 추진하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교통체증, 공해 등 도시문제 해결을 골자로 한다.

밀레이시아는 싱가포르와 브루나이를 제외하고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도시화된 국가다. 현재 인구 74.5%가 도시에 몰려 산다. 2050년이면 그 비중이 90%에 육박할 전망이다. 말레이시아는 석유·천연가스·천연고무·팜오일 등이 풍부한 자원 부국으로 2000년대 중반 원자재 붐을 타고 연평균 5%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지속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도시 계획 없이 도시 규모만 팽창하다 보니 부작용이 속출했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쿠알라룸푸르의 교통정체 경제 비용은 55억링깃(약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두 팔을 걷어붙였다. 건축⋅환경, 건강, 에너지, 교육, 수송, 통신(디지털 미디어) 등 총 6개 분야로 나눠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의 삽을 떴다. 정부의 최우선 관심사는 교통망과 통신망 개선이다. 말레이시아 전역은 대중교통 인프라를 개선하고, 도심과 교외로 나눠 브로드밴드 통신망을 정비하는 사업이 한창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사업 기회를 찾는 한국 기업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한국 기업의 진출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정부 추진 인프라 프로젝트,  전자상거래와 홈쇼핑, 신재생 에너지가 꼽힌다. 말레이시아의 산업구조를 보면 서비스와 제조업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대표적인 산업으로 석유가스, 전기전자(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이 있다. 석유가스는 말레이시아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차지하며, 반도체 기기는 말레이시아 전체 수출액의 약 15%를 차지한다. 최근 말레이시아 정부는 IT·바이오·이슬람금융·할랄식품산업·교육 등 기술 집약,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고급화 전략 필요

인프라 사업의 경우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대형 기업들이 경쟁하는 구조인 만큼 LG CNS의 성공 사례처럼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지역 토착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우회 전략이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는 현지 기업을 통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에 제한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코트라는 “전국 주요도시에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성공 사례가 없다”며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것을 주문했다.

온라인 유통은 지금 당장 한국 기업들이 도전해 볼 만한 분야로 꼽힌다. 말레이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은 2000년대 들어 연평균 15%의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부에 따르면 2013년 컴퓨터 사용 인구는 56%, 인터넷은 57%, 휴대전화 사용자는 94.2%에 달한다.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성공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SK플래닛은 2015년 오픈마켓 11번가가 진출했고, GS홈쇼핑도 같은 해 1월 현지 회사인 아스트로와 합작으로  홈쇼핑 채널인 ‘고숍(Go Shop)’을 개국했다. 고숍은 판매되는 상품의 60%를 한국 상품으로 구성했으며, 개국 첫해인 2015년 매출 550억원을 기록했다. 동남아 지역을 휩쓴 한류 붐도 한몫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시장을 쉽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 말레이시아는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지난해 2만3000달러에 달한다. 한국의 국민소득(2만7561달러)과 큰 차이가 나지 않고 베트남(2200달러)과는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코트라는 “말레이시아 중산층 화이트칼라 계층은 상품의 품질과 브랜드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해외 고급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크기 때문에 한류 콘텐츠 하나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현 총리인 나집 라작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은 말레이시아 경제의 리스크로 꼽힌다. 2015년 7억달러(약 8000억원) 상당의 자금이 말레이시아개발 유한회사(1MDB)를 통해 총리 개인 계좌로 입금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와 일부 야당지도자가 총리 퇴진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2015~2016년 국제유가 폭락으로 링깃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도 불안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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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HALAL)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생산·가공돼 이슬람교도가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말한다. 채소·곡류 등 식물성 음식과 어류 등 해산물, 육류 중에선 닭고기·소고기 등이 포함된다. 술·돼지고기 등 이슬람에 금지된 음식은 ‘하람(haram)’이라고 한다. 할랄 인증 기관은 전 세계 200여개에 이르지만,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인증 기관은 말레이시아 자킴(JAKIM), 인도네시아의 무이(MUI) 등으로 손에 꼽을 만큼 적다.

plus point

“이슬람국 진출 전진기지로 말레이시아 활용해야”

이지혁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박사

말레이시아는 동남아 진출을 원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가장 먼저 문을 두드리는 ‘교두보(Test bed)’국가로 통한다. 지리적으로 동남아 지역의 중심에 있는 데다 동남아 다른 국가에 비해 산업화 수준이 높고, 외국인에 대한 개방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대다수 국민이 영어를 사용할 수 있어 언어소통이 자유로운 것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인구가 3042만명에 그쳐 내수 시장이 크지 않고, 토착민(말레이인)계 국민을 우대하는 ‘부미푸트라(Bumiputra)’규제로 산업의 진입장벽이 높다. 인접 국가에 비해 높은 임금 수준도 한계로 지적된다. 일본과 말레이시아의 중국계 네트워크로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한 것도 리스크로 꼽힌다.

이 때문에 말레이시아는 한국이 동남아시아의 생산거점으로 삼기보다는 중동 지역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나 벤치마킹 대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말레이시아는 전체 인구의 67%가 이슬람을 믿으며 이슬람이 국교로 지정된 이슬람 국가다. 말레이시아는 지정학적 위치, 이슬람을 믿는 종교적 측면, 중동·이슬람 국가에 비해 사회기반시설이 발달한 점을 앞세워 세계 할랄 산업과 이슬람 금융을 선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2020년까지 할랄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생산 교역 허브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할랄 제품 표준화에 앞장서고 있다. 1996년 제정된 말레이시아표준법에 따라 말레이시아표준부는 할랄 제품에 대한 국가인증 기준을 정하고 있으며, 국가기관인 이슬람개발부(JAKIM)가 이를 실질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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