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거리 풍경. <사진 : 블룸버그>

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베트남 중부 다낭에서 11월에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떠오르는 신흥 시장인 베트남의, 몰라보게 달라진 경제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베트남은 1986년 도이모이 개혁·개방 정책 시행 이후 값싼 노동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 정책을 기반으로 해마다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이뤘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도이모이 30년’을 맞아 향후 5년간 평균 6.5~7.0%의 경제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베트남의 2011~2015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5.9%이며, 2015년 기준 1인당 GDP(명목)는 2111달러(약 240만원)다.



호찌민에 위치한 롯데리아 매장 건물. <사진 : 조선일보DB>

안정적인 정치 상황과 양호한 치안 환경

베트남 시장의 최대 매력은 젊고 풍부한 노동력과 저렴한 인건비다. 베트남 전체 인구수는 2016년 기준 약 9200만명으로 전 세계에서 15번째다. 그중 35세 미만 인구가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반면 제조업 평균 급여는 249달러(약 28만원)로 중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베트남의 최저임금은 도시, 공단, 농어촌 등 지역에 따라 4등급으로 나뉘는데 대도시인 1지역의 경우도 월 350만동(약 18만원)에 불과하다.

사회주의 국가 특유의 안정적인 정치 상황과 양호한 치안 환경도 다른 동남아 국가와 구별되는 베트남의 매력이다. 덕분에 베트남은 동남아 국가들 가운데 장기적인 사업 계획 수립이 가능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 노력도 경제 성장을 거들었다. 베트남에 대한 직접투자는 2011년 약 74억달러에서 2015년 118억달러로 증가했다.

이 같은 노력은 다각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이어졌다. 특히 일본, 유럽연합(EU)과 단독으로 FTA를 체결한 나라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서 베트남이 유일하다.

우리나라는 2015년 5월 베트남과 FTA에 서명했다. 한·베트남 FTA는 그해 12월 발효됐다.

올해는 베트남과 우리나라가 수교를 맺은 지 25주년 되는 해다. 우리나라는 베트남 시장의 최대 투자국이며 베트남의 4대 수출 시장 중 하나다. 상반기 기준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은 5400여개에 달한다. 삼성전자를 선두로 LG전자, 롯데, CJ, 포스코, 효성 등 대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다.

최근의 성공 사례로는 롯데리아와 LS전선이 있다. 롯데리아는 베트남 소비자의 인구 구조와 식생활 등을 면밀히 파악해 성공했다. 햄버거 대신 베트남 사람들이 즐겨먹는 치킨과 밥을 콤보 메뉴로 구성했고, 양을 줄이는 대신 가격에 대한 부담을 낮췄다. 최근에는 베트남의 가족 문화를 반영해 패밀리 레스토랑 분위기로 매장 내부를 꾸몄다.

LS그룹 계열사 LS전선의 베트남 법인인 LS비나케이블(LS-VINA)은 현지 직원들을 교육시켜 생산에서부터 영업까지 모든 업무를 담당하게 했고, 주인의식을 갖게 함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이 회사는 설립 이후 20년간 단 한 건의 노사분규도 없었다.

한편 베트남 정부는 열악한 인프라가 경제 성장의 저해 요인이라고 판단, 2020년까지 ‘2020 베트남 고속도로 마스터 플랜’ ‘베트남 철도 인프라 개선 계획’ 등을 통한 인프라 구축에 GDP의 약 10%가량을 투자하기로 했다. 2014~2015년 국가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의 인프라 수준은 전 세계 144개국 중에서 112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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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모이(Doi Moi) 개혁·개방 정책 도이모이는 베트남어로 ‘쇄신’을 뜻한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1986년 제6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베트남식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했다. 이후 베트남은 현재까지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시장경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plus point

사회·문화적 특성과 지역별 차이 이해해야

백용훈 한국동남아연구소 연구원

베트남 시장에 대한 관심은 동남아 경제 통합의 가속화,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의 대안 그리고 최근 사드(THAAD) 문제로 인한 중국 시장 진출의 어려움과 함께 급부상했다.

베트남은 신흥국 가운데서도 특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경제성장률은 2002년 이후 5.0~7.0%를 유지하고 있고,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전체의 약 70%를 차지한다.

임금 급상승은 마이너스 요인이다. 최저임금은 중국의 절반 정도 수준이지만 지난해 임금 상승률이 12.4%에 달했다. 젊은 노동력은 풍부하지만 고급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베트남 시장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별 특성을 면밀히 이해해야 한다.

우선 북부·중부·남부에 따라 주요 산업별 진출 지역이 각각 다르다. 삼성, LG 등과 같은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은 주로 수도 하노이를 중심으로 한 북부 지역에 진출해 있고, 섬유·봉제 및 신발 산업 등의 중소기업은 호찌민을 중심으로 한 남부 지역에 주로 진출해 있다.

둘째, 지역별 최저임금 규정이 각각 다르다. 베트남의 최저임금은 사회 및 경제 발전 수준에 따라 네 개의 지역단위(1~4지역)로 구분해 차등 적용되고 있다. 1지역은 하노이와 같은 대도시고, 4지역은 농어촌 지역이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지역 변경에 대한 개정안이 발표돼 관련 시행령(153/2016/ND-CP)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셋째, 베트남 북부와 남부 사람들은 서로 다른 사회·문화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북부 지역 사람들은 공동체적이고 보수적이며 주변 사람들의 평판을 중요시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와 달리 남부 지역 사람들은 개인적이고 개방적이며 새로운 변화를 잘 받아들인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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