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상점가를 릭샤(오토바이택시)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국제통화기금(IMF)의 2016년 통계에 따르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가운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0달러대인 나라는 캄보디아(1144달러), 미얀마(1212달러), 라오스(1787달러) 등 3개국이다. 필리핀은 인구가 1억명을 넘어 경제 규모는 크지만 1인당 GDP는 3002달러에 그친다. 이들 4개국은 아직 가난하지만, 경제 성장 속도가 빠르고 새로운 사업 기회가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필리핀 대대적 인프라 투자로 건설업 유망

‘범죄와의 전쟁, 마약사범 사살’

지난해 6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취임한 후 한국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내용이다. 필리핀을 떠올리면 폭력적인 느낌이 들 수 있지만, 필리핀 경제는 아세안에서 가장 호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GDP 성장률은 6.9%를 기록했다. 베트남(5.6%), 인도네시아(5.2%)를 웃도는 아세안 국가 최고치이고 중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다.

성장의 배경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아시아 최고 수준인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행정 절차 간소화 등의 경제 정책을 발표했다. 인프라 예산은 GDP의 4.3% 수준이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임기 내 7%까지 확대해 도로, 철도 건설 및 항공 시스템 개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그는 또 취임 100일 만에 국제공항과 마닐라 버스노선 연장 등 36억달러 규모의 9개 인프라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건설업이 유망 산업으로 떠올랐다.

필리핀 제조업은 다국적 기업이 원재료나 반제품을 가공·제조해 완제품을 수출하는 가공 무역 비중이 높다. 인텔과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이 필리핀에 진출해 1990년대 이후 전기전자와 반도체 부문 수출이 급성장했다.


캄보디아 정치 안정 속 꾸준한 경제 성장

캄보디아는 1990년대에 아세안에 가입한 4개국(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베트남, 약칭 CLMV) 가운데 가장 가난하고 인구도 1590만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꾸준한 경제 성장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건설·인프라 투자가 늘었으며, 정부의 공공지출 확대와 국내 저축률 상승이 더해져 상당 기간 연 7% 수준의 GDP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주력 수출 업종인 봉제산업은 최저임금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캄보디아산 의류와 신발의 수출 경쟁력 약화가 예상된다. 캄보디아 노동자의 최저임금은 2013년엔 월 80달러였지만, 2014년 100달러, 2015년 128달러, 2016년 140달러, 올해는 153달러로 4년 만에 두 배로 뛰었다. 생산성도 주변국보다 낮다. 캄보디아의 장점은 정치적 안정이다. 훈센 총리가 32년째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일종의 ‘개발독재 체제’여서 투자 환경이 안정적이다.


라오스 시장 경쟁 적어 선점하면 큰 이익

라오스는 단점이 많은 나라다. 중국·베트남·캄보디아·태국·미얀마 등 5개 나라로 둘러싸인 내륙국이다. 라오스 북부는 중국, 남부는 베트남, 메콩강 인근 도시는 태국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 내륙국이기 때문에 항구가 없어 수출입 대부분이 태국과 베트남의 항구를 경유해야 하므로 물류비가 비싸다. 6m(20ft) 컨테이너(TEU)당 운임은 부산에서 방콕까지 500달러지만, 방콕에서 비엔티안까지 내륙 운송비는 1200달러다. 인구도 650만명으로 내수 시장이 작고 인프라가 부족하다.

하지만 기회는 있다. 경제 규모는 작지만 최근 4년간 매년 6~8%씩 GDP가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산업이 과점 형태로 경쟁이 적어 시장을 선점하면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라오스의 기업은 대부분 3차 산업에 집중돼 있고, 1·2차 산업은 인프라가 부족해 경쟁이 더 적다.


미얀마 인건비 낮아 생산 거점 부각

미얀마에선 지난해 3월 아웅산 수지 여사가 주도하는 문민정부가 출범한 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수지 여사와 지난해 9월 면담한 후 미얀마에 일반특혜관세를 재부여하고 경제 제재도 20년 만에 해제하는 등 경제 성장 여건이 마련됐다. 미국에 제품 수출을 원하는 기업의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얀마는 반경 3000㎞ 이내에 3억명이 거주하고 인구는 5300만명에 달한다. 다만 소득 수준이 낮아 구매력이 약하고 전기와 물류, 금융 등 소비를 위한 기초 인프라가 부족해 단기간 내에 내수 시장 확대는 어렵다. 최저임금은 하루 3600차트(약 3달러)다. 여전히 주변 국가보다 인건비가 낮고 젊은 인구도 많아 생산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얀마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투자법을 제정했다.


plus point

필리핀
100만명 고용하는 ‘업무처리 아웃소싱’ 산업

정법모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박사

필리핀의 서비스산업은 2016년 국내총생산(GDP)의 51.3%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그중 세계적으로 관심을 끄는 분야는 ‘업무처리 아웃소싱(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이다. BPO는 회사의 핵심 업무를 제외한 과정을 외부 업체에 맡기는 것으로, 구매나 제품 개발 등의 업무를 기획 단계부터 사후 관리까지 모두 외부 업체가 담당한다. 단순 업무를 위탁하는 기존의 아웃소싱보다 업무 범위가 넓다.

필리핀에서 BPO 분야는 연간 매출액 250억달러(약 28조5000억원)를 기록하고 100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영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고 풍부한 노동력, 안정된 임금 수준이라는 필리핀의 장점에 정부 지원이 맞물려 2010년쯤부터 인도를 제치고 BPO 분야의 강자로 뛰어올랐다. 필리핀의 BPO 시장엔 미국과 유럽의 금융, 보험, 컨설팅 업계가 일찍 진출했다.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글로벌 기업은 JP모건, 액센추어, 컨버지스 등이 있다.

BPO 산업은 소프트웨어 개발, 인터넷 보안 서비스 등 한국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한국 기업은 영어 교육을 중심으로 필리핀에 진출하고 있다. 최근 몇몇 기업은 필리핀 인력을 활용한 영어 화상 교육 서비스를 중국·일본으로 확대하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웃소싱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 필리핀의 BPO 산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plus point

캄보디아
건설업 호황… 수요 고려한 전략 필요

엄은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박사

캄보디아는 아세안 국가 중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가장 호의적인 조건을 갖췄다. 오피스 빌딩과 아파트 같은 집합 주택의 부분 소유가 가능하고, 특수화학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국내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를 거의 동등한 조건으로 대우한다.

캄보디아는 스카이라인을 바꿀 정도로 건설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해 캄보디아 정부가 승인한 건설 프로젝트는 2500건이 넘는다. 건설 경기 활황은 프놈펜의 도시 경관을 크게 바꿔놓고 있다. 도시 외곽에 건설되는 위성도시뿐 아니라 벙깍 호수 매립지 주변에 대규모 콘도미니엄과 고급 상업용 건축 붐이 일고 있다. 앞으로 부동산 부문의 성장세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지인의 소득 수준과 주거 문화에 맞춘 부동산 건설이 아니라 외국인의 투자 목적 고층 고급 아파트 공급이 많아 2020년 이후 공급 과잉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시장을 세분화하고 수요자에게 맞춰 주택과 상업 건물 공급 전략을 수립해 진출해야 한다.

중산층을 겨냥한 쇼핑몰 진출도 유망하다. 2014년 일본의 거대 유통기업 이온이 프놈펜에 부지 면적 10만㎡, 매장 면적 6만6000㎡인 대형 쇼핑몰 ‘이온몰’을 개장했다. 개장 1년 만에 1000만명의 고객을 유치하는 등 프놈펜의 소비 스타일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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