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동남아시아 시장에 일찍 진출한 아시아 국가다. 이와다레 요시히코(岩垂好彦) 노무라종합연구소 글로벌제조업컨설팅부 시니어 컨설턴트는 동남아시아가 1960년대엔 시장이었고 1980년대엔 생산 거점이었다가 최근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다시 시장으로서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성공 사례로 말한 ‘맨담’도 비록 회사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인도네시아에 일찍 진출한 덕분에 매출의 20%를 이곳에서 얻고 있다.


기업들이 동남아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구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태국은 1990년대부터 고등교육을 확대했다. 그 결과 현재 30·40대 초반 연령대의 태국인들 중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또 도시를 중심으로 해외로부터 투자가 많이 유입돼 경제가 살아나고 구매력이 높아졌다.”

일본 기업 입장에서 동남아 시장의 가치는.
“자동차, 전자 기업은 1960년대부터 동남아에 진출했다. 처음엔 시장으로 동남아를 바라봤고, 1980년대 후반 이후엔 생산 거점으로 동남아가 중요해졌다. 최근엔 다시 시장으로 떠올랐다.”

동남아에서 안착한 일본 기업은.
“지금도 현지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요타자동차가 가장 성공한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도요타는 오랜 기간 다양한 노력을 했다. 현지 인재를 고용하고 육성했으며, 태국 쭐라롱콘대에 자동차 공학 과정도 신설했다. 2004년부터는 기술센터도 세워 설계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높은 시장 점유율의 배경엔 개발, 생산, 판매를 현지에 뿌리내렸다는 점이 있다. 남성 화장품 ‘맨담’도 인도네시아에서 크게 성공했다. 맨담은 현지 시장의 수요에 맞춘 제품을 현지에서 개발했다. 현지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활동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맨담은 남성용 헤어스타일링 용품 ‘갸스비’로 유명한 회사다. 동남아에서는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6개국에 진출해 있다. 1969년 진출한 인도네시아에서는 공장 2곳에서 5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일본에서 개발한 제품을 기본으로 현지 생활 스타일에 맞춘 제품을 생산한다. 인도네시아에서 판매되는 ‘갸스비’는 일본 제품보다 남성적인 향기가 더 나도록 변형했다. 맨담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한국이나 대만에선 일본 제품을 그대로 판매한다. 1인당 GDP가 낮은 동남아의 경우 도시 지역에선 일본 제품을, 다른 지역에서는 인도네시아에서 개발한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1년간 맨담의 전체 매출액 750억7800만엔 중 해외 매출액이 41.3%를 차지했다. 맨담의 해외 최대 시장인 인도네시아 매출액은 181억6400만엔(24.2%)을 기록했다. 갸스비는 인도네시아에서 남성용 헤어스타일링 제품 시장의 77%를 차지한다.

반대로 실패한 기업은.
“‘라이온(치약·비누·세제 등 생활용품과 의약품을 만드는 회사)’은 필리핀에 투자했다가 최근 철수했다.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시장 규모나 구매력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신흥국도 수도는 비교적 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인구도 많고 경제 활동이 활발하다. 수도만 분석하면 다른 지역의 구매력도 높다고 오해할 수 있고, 투자와 판매 계획을 목표대로 달성할 수 없다. 또 전통적인 유통 채널이 지배적일 경우 마케팅 정보 수집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판매 대리점에 의존하는 경우에도 상세한 시장 정보를 입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인도네시아 모델이 맨담의 헤어스타일링 제품 ‘갸스비’를 들고 있다. <사진 : 맨담>

라이온은 2012년 7월 현지 회사와 합작하는 형식으로 필리핀에 진출했지만, 4년 만인 지난해 6월 필리핀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라이온은 “필리핀에서 샴푸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했지만, 사업이 궤도에 오르는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져 조기에 이익을 내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동남아 소비 문화의 특징은.
“한 나라 안에서도 소득이나 직업 등에 따라 소비 문화가 다르다. 도시의 화이트 칼라 사무직의 소비 문화는 서구화돼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에서든지 이미 고가의 스마트폰을 갖고 있고, 명품 브랜드의 옷을 입으며,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며 즐기는 생활 스타일이 중상류층의 공통점이다.”

기업이 동남아에서 성공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중상류층 이상의 시장을 목표로 한다면 동남아 각국의 시장에 맞춘 제품을 투입하는 것이 좋다. 가치관이나 생활 스타일은 어느 정도 서구화됐지만, 아직 각 나라의 독특한 취향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동남아에서 실패하지 않으려면.
“단기적인 성과가 아니라 선행 투자를 포함해 중장기적인 비전을 확고하게 세우고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특히 소비재를 다룰 경우 시장과 판로를 개척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투자한 즉시 이익을 회수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현지 파트너를 구할 때는 신뢰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동남아 인프라 시장에 투자할 때 고려할 점은.
“예를 들어 필리핀은 인프라를 개발할 토지를 재벌이나 그 지역의 유력자가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 곳을 개발하려면 현지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또 지방 정부가 자금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민·관 합작 투자 방식으로 인프라를 정비하는 경우가 많다. 민간기업으로서는 인프라 개발을 위해 자금을 스스로 조달할 필요도 있다. 리스크와 이익률 평가를 신중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

동남아 10개국이 만든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의 경제적 효과는.
“역내 관세 감축은 이전부터 어느 정도 결정돼 있었고, 새로운 변화는 특별히 없다. 인력 이동 자유화와 비관세 장벽 철폐로 회원국 사이에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지만, 아직 명확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동남아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치·외교적 변화는.
“통상정책에 대한 보호주의를 주목해야 한다. 특히 중국의 경제 성장이 정체되고 과잉 생산된 제품이 대거 유입될 것에 대비해 미국이 반(反)덤핑 관세나 세이프가드 등 비관세 장벽으로 대항할 경우 AEC를 조직한 효과를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


▒ 이와다레 요시히코(岩垂好彦)
게이오대 경제학부, 피츠버그대 공공·국제관계대학원 석사, 노무라종합연구소 글로벌제조업컨설팅부 시니어 컨설턴트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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