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 출범한 아세안경제공동체(AEC)는 동남아 10개국의 지역 경제를 하나로 통합했다. AEC의 전체 인구수는 약 6억2000만명이고 국내총생산(GDP)은 약 2조5000억달러(약 2850조원)에 이른다.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의 경제보복이 커지면서 동남아시아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동남아 시장의 강점은 저렴한 인건비를 비롯해 젊은 소비시장과 풍부한 천연자원 등이다.

미국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에서 동남아시아 프로그램 부국장을 맡고 있는 머레이 히버트 시니어 어드바이저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로 활동한 히버트 부국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동남아시아 전문가다. 


동남아 경제 전망은.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제 성장은 중장기적으로 상당히 견고할 전망이다. 중산층의 증가로 민간 소비가 늘어나며 이들 중산층이 동남아 지역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에 출범한 AEC는 상품 무역의 관세 철폐에 있어 성공적인 반면 서비스 개방과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에 있어선 다소 부진했다.”

특별히 주목할 만한 나라는.
“약 2억5000만명의 인구를 지닌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10개국 경제 전체의 47%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 가운데 가장 큰 경제 규모와 늘어나는 중산층은 소비재 생산 기업에 있어 매우 매력적인 요소다. 베트남은 새로운 생산 기지를 찾고 있는 한국·일본·미국 등 신규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거점이 되고 있다. 중간소득 국가인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에서 오랜 기간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동남아 시장의 매력은.
“지리적으로 동남아는 중국과 인도 사이의 교차로에 위치해 있다. 동남아는 역동적이며 숙련된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생산 원가는 중국보다 낮다. 현재 세계 4위 수준의 수출 시장으로 한국·일본·중국·미국 등에서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아세안 경제 공동체가 통합되면서 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이웃 국가로 이전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다.”

위험 요소는 없나.
“동남아 국가들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과제는 양질의 인프라 구축이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선 더 많은 도로와 항구·철도를 건설하고 전기 공급을 늘려야 한다. 글로벌 경제 침체로 지난 5년 동안 무역이 둔화됐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교육 시스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싱가포르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엔지니어, 과학자, 매니저급 관리자 등 핵심 인력이 부족하다.”

그 밖의 위험 요소는.
“안보도 빠질 수 없는 위험 요소다. 중국과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간의 남중국해 분쟁은 해양 경로를 통한 무역 활동에 위험을 야기하며 동남아 지역 내 평화를 위협한다. 기후 변화 역시 장기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필리핀을 강타하는 폭풍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베트남 남부의 메콩 델타 지역은 홍수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미국이 올해 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했는데 영향은.
“미국의 TPP 탈퇴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두 나라는 TPP의 직접적인 수혜자로 TPP를 통해 미국, 일본 시장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었다. 이들 나라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규제 완화, 유연한 노동 환경, 지적재산권 보호 등을 제공하기로 동의했다. 미국이 TPP를 탈퇴하지 않았다면 외부 압력 없이는 경제 개혁이 불가능한 나라들의 개혁을 이끌어내는 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남아와 관련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트럼프 행정부가 TPP에서 탈퇴한 후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새로운 유형의 무역 협정을 추진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자간 무역 협정이 아닌 양자 간 무역에 더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보면 양국 간 무역 협정은 다자간 협정보다 훨씬 어렵다.”

동남아 국가들의 대응 전략은.
“동남아 국가들은 현재 한국·일본·중국·호주 등 아세안 자유 무역 협정 당사국들과의 포괄적 경제 협력 파트너십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과 무역 협정을 추진한 베트남은 미국과의 FTA 협상에도 적극적이다.”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에 조언한다면.
“현지 시장에 뛰어들기에 앞서 제품을 수출용으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내수용으로 생산할 것인지 등을 확실하게 정하고 진출해야 한다. 또한 해당 국가의 권력 구조를 이해하고 실제 의사 결정권자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들과의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 다른 조언을 한다면.
“회사가 기술 이전에 참여하는 경우 지적재산권의 도용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합작 투자를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잠재적 파트너에 대해 실사를 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가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베트남에 있는 일부 한국인 관리자들이 현지 직원들에게 호통을 치거나 무례하게 굴어 공장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사업하기 편한 나라와 어려운 나라를 꼽는다면.
“사업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은 아마도 싱가포르일 것이다. 반면 보호무역주의적 성향이 강한 인도네시아는 가장 어려운 나라 중 하나다. 태국은 최근 몇 년 동안 매우 부진한 성장세를 보였다. 2014년 발생한 쿠데타가 경제 성장을 위축시켰다. 새로운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 사업을 승인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기업의 동남아 진출 전망은.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원가 상승에 따라 오래 전부터 동남아시아로의 투자 다변화를 시도했다. 특히 삼성과 LG의 막대한 투자로 오늘날 한국은 베트남 최대 투자국에 올랐다. 베트남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수출 규모는 단일 수출 품목으로는 가장 크다. 베트남의 주요 수출 품목인 섬유, 가구, 해산물 등을 앞질렀다. 한국 기업은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가 없을지라도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피하기 위해서 동남아시아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 머레이 히버트(Murray Hiebert)
월스트리트저널 중국지부 기자, 미 상공회의소 동남아시아 담당 선임 이사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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