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가장 큰 과제는 역내 개발 격차 해소입니다. 동남아 시장 진출에 있어 우리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특히 경제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베트남에 대한 지원을 집중하면서 이들 국가의 인프라 사업에 뛰어들 필요가 있습니다.”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시아·태평양본부장은 지난 13일 ‘이코노미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권 본부장은 동남아 시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봤다. 특히 구매력이 풍부한 중산층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 신흥 소비시장으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권 본부장은 동남아 시장을 적극 개척해 한국 경제의 과도한 대중(對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최근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외에도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예상되고, 미·중 통상 마찰에 따른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부상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동남아 시장이 각광받는 이유는.
“신흥 소비시장으로서 잠재력이 크다는 게 가장 중요한 이유다. 동남아 10개국의 2015년 기준 인구는 6억3000만명에 달하고 2017년에 6억60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규모(GDP)는 2015년 기준 2조4000억달러(2736조원)를 넘어섰다. 구매력이 풍부한 중산층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 동남아 소비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본다.”

한국에 동남아가 매력적인 시장인 이유는.
“동남아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주요 자원이 풍부하다. 안정적인 자원공급원으로서 한국에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동남아는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유망 시장이다.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 동남아는 중요하다. 기업들이 동남아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도 그것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예상되고 미·중 통상 마찰에 대한 리스크에 대비하려면 수출 다변화 전략은 필수적이다. 동남아 국가들과의 협력 기반을 강화해 나가면서 아세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동남아 국가 중 특히 주목해야 하는 나라는.
“시장 잠재력 면에서는 인도네시아가 중요하다. 인도네시아 인구는 동남아 전체의 40%인 2억5000만명에 달한다. 내수 시장도 그만큼 크다. 시장 규모 면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다.”

한국에선 베트남을 많이 주목한다.
“베트남은 이미 한국의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 중이다. 2016년 말 기준으로 한국의 베트남 수출은 326억달러(약 37조원), 수입은 125억달러(약 14조원)를 기록하는 등 동남아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협력 대상국이다. 베트남은 한국의 3대 수출시장, 3대 투자지역,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최대 지원대상국이기도 하다. 올해는 한·베트남 수교 25주년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입장에서도 중요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국가가 있다면.
“동남아의 마지막 신흥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미얀마에 주목해야 한다. 미얀마는 2016년 아웅산 수지 정부 출범 이후 시장경제 체제의 성공적 정착을 국가 발전의 비전으로 제시하고 투자 및 무역의 활성화를 중점 추진하고 있다. 동남아에서 가장 임금이 저렴하고 자원이 풍부한 점도 매력이다. 한국과 미얀마의 협력은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

동남아 시장을 어떻게 개척해야 하나.
“아세안을 단일 시장으로 보고 공략하는 전략과 철저한 현지화 전략 모두가 필요하다. 동남아 국가들은 역내 시장 통합과 확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라는 효과를 누리고 싶어 한다. 단일 생산기반을 구축하고 역내 균형 경제 발전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단일 시장으로서의 전략은 필요하다.”

현지화 전략도 필요한가.
“물론이다. 아세안 후발 가입국인 미얀마와 라오스·캄보디아는 동남아 10개국 중 최빈 개도국으로 분류된다. 경제 개발 초기 단계에서 공업화를 본격 추진하고 있는 베트남은 저소득국에서 중소득국으로 진입했다. 필리핀·인도네시아 등은 중소득국이지만 아직 빈부격차가 심하다. 공업화 및 인프라 확충 등 개발 과제도 많다. 이처럼 동남아 국가들은 경제적 격차가 크고 개별 국가의 발전단계가 상이해서 나라별로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이 필수다.”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하는 과제는 뭔가.
“아세안이 무엇을 중점 추진하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면 답이 있다. 그동안 아세안은 저개발국을 지원하기 위한 개발 격차 완화사업을 강조해왔다. 역내 국가 간 개발 격차가 제도적 통합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여기를 집중 공략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경제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베트남에 대한 지원을 집중하면서 이들 국가의 인프라 사업에 뛰어들어야 한다. 아세안의 핵심 과제로 역내 국가 간, 지역 간 격차 완화가 부상하고 있으므로 한국 정부는 이 문제 해소에 도움을 주면서 역내 성장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중장기 협력프로그램을 통해 사업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여기에도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의 비교우위에 입각한 협력 관계 활성화가 중요하다. 결국에는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 현지 시장 개척과 내수 지향형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공정 간 분업 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동남아의 금융시장이 외부충격에 취약한 이유는.
“동남아는 외자주도형 성장정책에 따라 외국인 직접투자에 기반한 수출주도형 공업화 전략을 추진해 왔다. 그만큼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외자유출이 확대될 경우 외환 및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과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주요 과제로 떠오른 부분이다.”

동남아 국가들의 또 다른 리스크는.
“구조적 문제점도 있다. 기술과 자본력이 취약한 현지 기업의 경우 외자 기업의 하청 생산에 주력하고 있어 산업경쟁력이 낮다. 즉 국내 생산기반이 취약하다. 중국과의 과도한 가격 경쟁으로 동남아 제품들의 교역 조건이 계속 악화하는 것도 문제다. 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면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 권율
서강대 경제학 박사, 일본 게이오대 객원연구원,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 객원연구원

김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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